철장부(鐵帳簿)
20

같은 심판대

대력(大曆) 23년 구월 상순, 진시(辰時)였다.

어사부(御史府) 종결 공개청은 문을 다 열고 열렸다.

앞문도 옆문도 열려 바람이 청 안으로 들어왔다.

방청이 자리를 넘어 마당까지 섰다.

지난 넉 달 동안 그가 선 방들은 전부 닫힌 방이었다.

접수방, 예심청, 대질 심리청.

방청 없음이라고 기재되던 방들이었다.

관아 거리에서 문 앞까지 사람이 늘어선 것을 그는 오면서 보았다.

종결 공개청은 방청을 막지 않는다.

판정이 다투어질 것을 미리 셈해서 쓰려면 본 사람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대질 때는 마주 보았는데 오늘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같은 심판대라는 뜻이었다.

백은 왼쪽 단에 앉았다.

무릎 위의 종이가 오늘 가장 두꺼웠다.

오른쪽 단에 담기원이 앉았다.

그 뒤로 나졸 둘이 섰고 그 옆에 사저 호위 둘이 서 있었다.

어느 쪽도 병장기를 지니지 않았다.

마당에 아는 얼굴이 넷 있었다.

약당(藥堂)의 흰 소매.

곁마잡이의 굽은 등.

사문의 패를 내려놓은 사람의 옷차림.

물목의 교관.

넷 다 그를 위해 값을 낸 사람들이었고 넷 다 오늘 아무 자리도 청하지 않았다.

기재 서리는 셋이었다.

서리들이 접수철을 펴고 붓을 적셨다.

그 소리가 방에서 유일한 소리였다.

"오늘 판정은 셋이에요."

어사 신경윤(申敬允)이 자리에서 말했다.

"순서는 자인의 순서예요. 자인한 죄를 먼저 판정하고, 그다음이 기재 셋이 선 사건이고, 마지막이 갚는 자의 판정입니다."

그가 접수철을 넘겼다.

"두 번째 벌에는 서면과 검험과 진술이 필요해요. 서면은 피의자 서문백(西門柏)의 종합이고요. 다만 피의자가 소리를 내지 못하니 낭독할 사람이 있어야 해요."

백은 청하지 않았다.

청하면 그것은 부탁이고 부탁은 갚는 자리에서 쓸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무릎 위의 종이를 반 뼘 앞으로 밀어 놓았을 뿐이었다.

서리 하나가 붓을 들고 지시를 기다렸다.

어사도 기다렸다.

방청석에서 사람 하나가 일어섰다.

"제가 읽겠어요."

은가락(殷家洛)이었다.

"한 글자도 고치지 않겠어요."

"당사자 자격으로요?"

그녀의 문장은 근거를 앞에 놓고 결론을 뒤에 두는 어순이었다.

"당사자 열람권으로요. 대독은 발언이 아니라 제출로 기재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그렇게 기재해요."

은가락은 백 쪽을 보지 않고 단 앞으로 나왔다.

오늘 그에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을 걸음이었다.

첫 벌이 펴졌다.

"부관주 담기원(譚沂源). 자인한 죄를 판정해요."

담기원은 앉은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관직을 사고파는 데 쓰인 대부의 매개, 그리고 서열 시험 원부의 무단 정정. 두 죄 모두 본인의 자인과 문서로 확인되었어요."

어사가 판정을 읽기 전에 한 번 물었다.

"덧붙일 것이 있어요?"

"없습니다."

담기원의 대답은 그것이 전부였다.

어사가 한 줄을 더 붙였다.

"부관주 파면. 무적(武籍) 말소. 청람관 출입은 관의 명이 있을 때에 한합니다."

붓이 갔다.

내원석에서 아무도 일어서지 않았다.

지난 넉 달 동안 그 자리의 사람들은 네 번 형식으로 막았다.

오늘은 막을 형식이 없었다.

자인은 피고인이 스스로 놓은 것이고 스스로 놓은 것에는 절차의 틈이 없다.

백은 통쾌함을 기다렸다.

오지 않았다.

열여덟 달 동안 그 이름 하나를 향해 왔는데, 막상 파면이라는 두 자는 다른 자보다 크게 들리지 않았다.

붓의 죄만 판정되었다.

칼의 죄는 이 벌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판정은 그가 열여덟 달 동안 세워 온 셈의 절반만 닫는다.

나머지 절반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두 번째 벌로 가요."

어사가 종이를 넘겼다.

은가락이 단 앞에 섰다.

종이를 펴고 목을 한 번 고르고 읽기 시작했다.

"서면은 다섯 항목이에요. 순서대로 읽을게요."

"하나. 청람관이 제출한 쌍절(雙截) 전수 명부에는 세 이름이 있습니다. 그러나 명부는 전수자만 적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고르게 갔다.

끊는 자리가 백이 쓸 때 생각한 자리와 같았다.

예심에서 서리가 읽을 때는 반 박자 달랐다.

오늘은 달지 않았다.

이 문장들을 그가 왜 그렇게 끊었는지 아는 사람이 읽고 있었다.

"둘. 관아 종결 문서의 검시 기재는 은진서(殷振瑞)의 검이 중동에서 꺾이고 날 뿌리에 남의 피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호신의 검이 베는 것은 급소가 아니라 상대의 손이고요."

서리 셋의 붓이 동시에 갔다.

"셋. 저자 중개의 선불 장부에 길 보기 넷과 말 넷 삯과 그믐의 잔금이 있습니다. 선불은 사저 집사가 놓았고 말은 사저 마구간에서 냈고요."

"넷. 관 대장간 물목의 그 달 기재에는 쌍절용 검 셋 아래 넷째 줄이 있습니다. 사저 호위 병장기 하나."

"이 줄은 앞의 세 줄과 같은 크기로 적혀 있어요. 강조도 주도 없고요."

그녀가 다음 장을 넘겼다.

"다섯. 관주 직인의 사수(私授) 별지에 적혀 있습니다. 관에 딸린 자 하나, 사저 호위. 보법과 기초 검식 사사."

방청이 조용해졌다.

마당에서도 소리가 없었다.

"셋을 묶어 읽을게요."

"그러므로 쌍절을 쓸 수 있고 그 달 그 검을 받은 손은 셋이 아니라 넷이에요. 그중 그 밤 손을 상하고 삯을 받은 손은 저자의 손이 아니라 사저의 손이고요. 그리고 명부 밖의 전수자는 관에 딸린 자입니다."

그녀가 종이를 내렸다.

"여기까지가 서면이에요."

"읽으신 것에 덧붙일 말이 있나요?"

"없어요. 제 말은 한 마디도 섞지 않았고요."

어사가 서리 셋의 붓이 멎기를 기다렸다.

"검험으로 가요."

어사가 말했다.

"별지에 적힌 자는 관의 기재에 오른 자예요. 사저 호위 둘, 앞으로 나와 왼손을 보이세요."

두 사람이 단 앞으로 나왔다.

소매를 걷고 손등을 위로 해서 내밀었다.

별지는 이름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기재에 오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리였고 그 자리에 선 사람이 둘이므로 둘이 함께 내밀어야 했다.

두 사람 다 젊지 않았다.

하나는 마흔 가까웠고 하나는 그보다 위였다.

소매를 걷는 손놀림에 망설임이 없었다 — 명을 받는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의 손이었다.

한 손은 깨끗했다.

다른 한 손의 왼손 등에 절흔이 있었다.

손목에서 검지 뿌리로 비스듬히 지나는 깊은 자국이었다.

새끼와 약손가락이 끝까지 펴지지 않았다.

백의 오른손이 소매 안에서 저절로 오므라들었다.

그의 오른손은 셈을 못 한다.

저 왼손은 끝까지 펴지지 않는다.

하나는 판 위에서 지불했고 하나는 그 밤에 받았다.

두 망가진 손이 한 방에 있었다.

"기재해요. 오른쪽 손, 왼손 등에 절흔 하나고요."

서리의 붓이 갔다.

그 손을 보는 동안 방청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마당의 사람들은 손을 볼 수 없었으나 청 안이 조용해지는 것으로 무엇이 나왔는지 알았다.

"이름을 말하세요."

"곽두라 합니다."

한 음절이 먼저 왔다.

예, 라는 소리가 아니라 두, 라는 끝음이었는데도 백의 귀에 그 밤 마당이 겹쳤다.

누구냐.

담 쪽이다.

담을 막아라.

그 밤의 높이였다.

그리고 그 밤 마당의 디딤이 어제 일처럼 발밑에서 돌아왔다.

"절흔이 언제 생겼는지 말할 수 있어요?"

"작년 겨울입니다."

어사가 물음을 하나 더 놓았다.

"어디에서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사는 그 답을 두 번 묻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도 기재되는 말이다.

"진술로 가요. 다만 이 진술은 침입의 자백을 다시 통과해야 채택되고요."

어사가 백 쪽을 보았다.

"오월 하순 부관주 사저에 무단으로 들어간 사실, 다시 자인하시나요?"

백이 종이에 두 자를 적었다.

서리가 받아 읽었다.

"자인해요."

"기재해요. 낭독하세요."

은가락이 다음 장을 폈다.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반 박자 늦었다가 이어졌다.

"그 밤 사저 마당에서 앞선 호위와 다섯 합을 겨루었습니다. 그는 누구냐고 소리쳤고 담 쪽을 막으라고 소리쳤고요."

"첫째 합에 들어온 것은 칼집째였습니다. 베려는 손이 아니라 잡으려는 손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흘려 검을 칼집째 빼앗았습니다."

그 문장에서 마당 쪽이 한 번 움직였다.

"넷째 합에 그가 병장기를 손에서 떨구었고요. 허리의 단도."

"그 목소리와 그 디딤은 서시(西市) 어귀 골목의 삯꾼들의 것과 다릅니다. 저자의 발은 무게가 앞에 쏠리고 보폭이 고르지 않고요."

낭독이 끝났다.

은가락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도 한 박자 더 서 있었다.

그 문장을 쓴 손이 아버지의 길을 고친 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세 벌 가운데 두 벌이 섰어요. 서면과 검험과 진술."

"기재 셋이 섰으니 이름을 받아요. 지난달에 말씀드린 문턱이 이거고요."

어사가 붓을 들었다.

"곽두를 대력 22년 섣달 열이레 밤 서문표국(西門鏢局) 호송 살해의 실행자로 기재해요."

이름이 종이에 앉았다.

곽두(郭斗).

두 자였다.

열여덟 달 동안 얼굴 없던 자리에 두 자가 들어가는 데 붓이 한 번 지나갔다.

곽두는 물러서지 않았다.

앉으라는 말도 기다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였다.

열여덟 달 동안 얼굴 없던 사람이 서 있는 자세는 지극히 평범했다 — 명을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였다.

"시킨 사람을 말하세요."

어사의 물음은 짧았다.

곽두가 답했다.

그의 문장은 짧았고 접속사가 없었다.

"제 손입니다. 시킨 사람은 없습니다."

"그 말은 자백으로 기재돼요. 물릴 수 없고요."

"압니다."

어사가 물음을 좁혔다.

"삯은 사저 집사가 놓았어요."

"제가 놓게 했습니다."

서리의 붓이 그 줄을 받았다.

"그 집사에게 누가 지시했어요?"

"제가 했습니다."

"말은 사저 마구간에서 냈고요."

곽두는 물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답했다.

물은 것만 답하는 사람의 박자였다.

"제가 냈습니다."

어사가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사저의 말과 사저의 돈을 호위장이 임의로 쓰나요?"

"썼습니다."

"부관주는 몰랐다는 말이에요?"

이번에는 사이가 조금 길었다.

"몰랐습니다."

방청에서 소리가 났다가 곧 잦아들었다.

백은 그 한 문장이 무엇을 자르는지 알았다.

칼의 죄가 방금 한 사람의 것으로 묶였고 학살은 부관주의 이름에 붙지 않게 되었다.

담기원은 그때도 앉은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백은 그 얼굴을 보았다.

놀라움도 안도도 없었다.

곽두가 무엇을 할지 그는 알고 있었거나, 알지 못했어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얼굴이었다.

그 밤의 진실이 방금 절반으로 잘렸다.

잘린 쪽은 아무도 줍지 않았다.

관은 들은 것을 적고 근거가 없는 것은 적지 않는다.

그것이 이 방을 여기까지 오게 한 규칙이었고 같은 규칙이 지금 문 하나를 닫고 있었다.

"명령의 죄는 기재하지 않아요. 근거가 없고요."

어사의 목소리에는 무게가 얹히지 않았다.

그는 판단하는 말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방청이 한 번 술렁였다가 가라앉았다.

마당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판정 하나가 남아 있었고 그 판정의 대상이 누구인지 다들 알고 있었다.

"세 번째 벌로 가요."

서리가 낡은 문서 하나를 상 위에 폈다.

관아 종결 문서였다.

열여덟 달 전에 닫힌 종이였고 첫 장 넷째 줄에 여덟 자가 있었다.

"'노정 매도'를 지워요. 매도의 근거가 서지 않았고요."

붓이 여덟 자 위를 지났다.

그 자리에 새 글자가 앉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고쳐 쓴 자리의 먹이 주변보다 진했다.

지운 자리는 지워도 자국이 남는다.

관의 종이는 지운 것도 기재로 남긴다.

무단 노정 변경.

여섯 자였다.

여덟 자가 여섯 자로 바뀌는 데 열여덟 달이 걸렸고 그 사이에 그는 오른손과 목소리를 냈다.

"서문백. 무단 노정 변경 유죄. 무적 말소. 배상 선고해요."

백은 고개를 숙였다.

청할 것이 없었다.

배상의 감면을 청할 수는 있었다.

근거도 있었다 — 남은 해가 여섯이라는 기재가 같은 접수철 안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값을 깎는 일이었다.

그는 유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값을 깎지 않았다.

"배상은 수령 거절이 불가해요. 다만 받는 쪽의 부기는 허용하고요."

붓이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피고인이 사사로이 갚아 온 항목들은 오늘부터 형의 집행입니다. 사사로운 갚음이 아니라 선고된 배상이에요. 이름을 붙여 갚든 붙이지 않고 갚든 그건 이제 관의 장부에 적힙니다."

"배상액은 표국 호송 인원의 미지급 삯과 유족의 손해를 기준으로 산정해요. 산정표는 따로 고지하고요."

"철장부(鐵帳簿)의 남은 낱장을 제출하세요. 판결문의 별지 원본으로 관이 보관해요."

백이 옷섶에서 묶음을 꺼내 상 위에 놓았다.

열여덟 달 동안 지니고 다닌 것이었다.

불탄 집에서 꺼내 온 뒤로 품을 떠난 적이 없었다.

놓고 나니 옷섶 안이 가벼웠다.

손해인지 확정인지 잠깐 헷갈렸다가 확정이라고 셈했다.

툭.

이제 그의 장부는 관의 장부였다.

'이제 내 장부가 아니다.'

"무적 회복 신청은 배상 의무가 닫힌 날부터 접수해요. 오늘은 접수하지 않고요."

백은 그것도 알고 있었다.

여섯 해 가운데 몇 해가 그 문 앞에서 지나갈지는 아무도 셈하지 않았다.

"배상의 채권자를 기재해요. 은진서 앞 항목의 채권자는 누구인가요?"

은가락이 앞으로 나왔다.

"제가 적겠어요."

"부기를 하시겠어요?"

"오늘은 안 합니다."

그녀가 붓을 받아 제 이름을 적었다.

은가락 세 자였다.

그것뿐이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한다는 말도,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다.

백은 그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방에서 용서라는 말이 나왔다면 무엇인가 하나가 흐려졌을 것이었다.

붓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판정 셋을 기재했어요. 이의는 열흘 안에 서면으로 받고요."

어사가 접수철을 덮었다.

"집행은 각 판정의 문면대로 해요. 폐정할게요."

파장이었다.

서리들이 상 위의 종이를 걷기 시작했고 방청이 마당 쪽으로 빠졌다.

담기원이 문간에서 한 번 섰다.

나졸이 옆에 있었으나 그는 무적을 잃은 사람의 걸음으로 걷지 않았다.

"이제 자네도 나도 무인이 아닐세."

백은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 없었다.

"자네가 읽은 그 상환 세로줄 말일세. 나도 갚던 사람이었네. 그 돈은 내 돈이 아니었네."

백은 그 두 마디를 안쪽 장부에 적었다.

첫 마디는 사실이었고 둘째 마디는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사과하러 온 사람의 문형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고는 나갔다.

사과는 없었다.

서리 하나가 증거를 상자에 담고 있었다.

사장부(私帳簿)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첫 장이 반쯤 펼쳐졌다.

상환의 세로줄이 거기 있었다.

등잔 아래에서 본 그대로였다.

그는 그 세로줄을 등잔 아래에서 사흘 밤 읽었다.

액수를 맞추었고 물무늬를 읽었고 대부의 날짜를 짚었다.

그때 세로줄 머리의 글자는 장부의 표제로 알고 지나갔다.

세로줄 머리에 한 글자가 있었다.

현(玄).

백은 그것을 보았다.

이름이 아니었다.

자리였다.

열여덟 달 전 낱장에서 읽은 푸를 청 한 자가 그랬던 것처럼.

어사가 상자 옆을 지나며 그 종이 위로 손을 한 번 지나갔다.

멈추지는 않았다.

오늘 아무도 그 글자를 청구하지 않았고 청구되지 않은 것은 기재되지 않는다.

상자가 닫혔다.

끈이 두 번 감겼다.

백은 안쪽 장부에 자리 없는 줄을 하나 남겼다.

오늘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문이 다 열려 있어서 마당의 빛이 청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마당의 넷은 아직 거기 있었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고 아무도 축하하지 않았다.

오늘은 축하할 것이 없는 날이었다.

문턱을 넘을 때 나졸이 다섯 걸음 뒤에 붙었다.

판정이 났어도 배상이 남았고 배상이 남는 한 그는 여전히 관의 종이에 매인 사람이었다.

그는 그 빛 속으로 걸어 나갔다.

검은 없었고 목소리도 없었고 품도 비어 있었다.

이름은 관의 종이 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