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장부(鐵帳簿)
19

사문(師門) 밖, 명부 밖

대력(大曆) 23년 팔월 하순, 아침이었다.

열람은 아흐레째였다.

어사부에서 읽은 것 가운데 그녀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줄은 백의 진술도 노 노인의 증언도 아니었다.

관 대장간 물목의 셋째 줄 아래, 아무도 짚지 않고 지나간 자리였다.

저자 뒷골의 가게는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셈판 알이 튕기는 소리가 문밖까지 나왔다.

문 앞에 삯꾼 둘이 앉아 있었고 둘 다 은가락(殷家洛)을 한 번 보고 다시 제 무릎을 보았다.

안쪽은 어두웠고 벽에 얇은 장부가 여러 권 꽂혀 있었다.

표지에 이름이 적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구덕만(具德萬)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팔 물건은 없소."

"선불 장부를 보러 왔어요."

"그건 더 없고."

은가락은 상 앞에 앉았다.

아버지의 은자 주머니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

놋과 무명이 부딪는 소리가 짧게 났다.

구덕만의 손이 멈췄다.

셈판을 보던 눈이 주머니로 갔다가 다시 셈판으로 돌아갔다.

그가 주머니를 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딱.

"관에서 왔소?"

"아니에요. 사러 왔어요."

"관이 뒤에 오면 나는 곤란해지오."

은가락은 근거를 먼저 놓고 결론을 뒤에 두는 상가의 어순으로 말했다.

"관은 못 옵니다. 그 장부는 관의 기재가 아니니까요. 압수의 명이 서지 않아요. 그래서 사러 온 거예요."

셈판 알이 다시 한 번 튕겼다.

이번에는 세는 소리가 아니라 생각하는 소리였다.

상가의 딸로 자란 그녀는 이런 소리를 안다.

값을 셈하는 소리와 위험을 셈하는 소리는 알이 부딪는 간격이 다르다.

"아씨가 누구 딸인지 아오."

"알고 오셨을 것 같았어요."

"나는 이름은 안 적소. 그건 이십 년째 그렇소. 팔아도 손님은 안 파는 거요."

장부는 사람을 가리키지 못한다.

그녀가 필요한 것도 사람이 아니었다.

"이름은 필요 없어요. 자리만 있으면 됩니다."

구덕만이 붓대를 세웠다.

"자리라도 팔면 나는 자리를 판 사람이 되오."

"그건 어르신 셈이고요. 저는 살 사람이라서요."

구덕만이 처음으로 눈을 들었다.

그리고 값을 불렀다.

은가락은 깎지 않았다.

깎지 않은 것은 인심이 아니었다.

이 돈은 아버지가 남긴 것이고 갚을 수 없는 것을 사는 데 쓰는 것이 그녀의 셈에서 유일하게 맞는 지불이었다.

값을 깎으면 그 셈이 흐려진다.

장부가 상 위로 왔다.

기름때가 앉은 얇은 책이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안쪽 종이는 값싼 것이었다.

이십 년 치 사람의 왕래가 이 두께 안에 들어 있었다.

"작년 섣달을 보고 싶어요."

그가 소매로 손가락을 한 번 닦고 종이를 넘겼다.

이름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섣달 초에 넷. 길 보기 넷이라 적었소. 선불은 사저 집사 하(河)가 놓았고."

"길 보기가 무슨 일이에요?"

"따라가면서 길이 어디로 꺾이는지 알려 주는 일이오. 손은 안 대는 일이지."

그녀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들었다.

손은 안 대는 일.

파는 손이 아니라 보는 손이었다.

그 좁목의 지형에서 어사가 기재한 문장이 여기서 붙었다 — 뒤따르며 갈림길의 전환을 전하는 눈이면 족하다.

백이 그 자리에서 읽어 낸 것이 이 장부의 첫 줄에 값으로 적혀 있었다.

"다음 줄은요?"

"열이레 새벽. 말 넷 삯. 사저 마구간에서 냈소."

열이레 새벽이었다.

표행이 성문을 나선 것이 그날 아침이었고 아버지는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죽었다.

"말은 누가 탔어요?"

그의 붓은 거기서 멈춘다.

멈추는 자리가 그의 원칙이었다.

"거기까지는 안 적소. 나는 말을 붙였지 사람을 붙인 게 아니오."

붓이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그믐의 잔금이었다.

"잔금은 그믐에 받았소. 부기가 하나 있는데, 그건 내가 그날 본 대로 적은 거요."

"읽어 주세요."

"사저 사람, 왼손을 품에 넣은 채 오른손으로만 셌다."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삯꾼 둘의 자리에서 짚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왼손을 품에 넣은 채.

그녀는 그 대목에서 아버지의 검을 떠올렸다.

호신의 검은 급소가 아니라 상대의 손을 벤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벤 것은 사람의 손이었고 그 손은 그믐에 셈을 하러 왔다.

"오월에도 셋이 나갔소. 약당(藥堂) 앞이라 적혔고, 같은 붓이오."

그녀가 손을 짚었다.

"오월이면 올해네요."

"올해요. 그건 아씨하고는 상관없는 셈일 거요."

상관이 있었다.

그 셋이 선 문 앞에서 백이 값을 치렀고 그 값이 서열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나중에야 알았다.

은가락은 장부를 덮었다.

손끝이 차가웠는데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걸 어사부(御史府)에 낼 거예요. 산 것도 같이 진술합니다. 아버지 돈으로 샀다고 적을 거고요."

"적으시오. 나는 판 사람이니까."

관은 다투지 않았다.

그가 뉘우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장부를 품에 넣고 나오는 동안 그녀는 값을 다시 셈하지 않았다.

셈은 가게에서 끝났다.

청람관(靑嵐館) 기록각 앞마당은 좁았다.

내원 사범 둘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문고리에 손이 얹혀 있었고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난 것이었다.

"기재의 재열람은 관의 명이 있어야 해요."

"어사부의 소명 요구가 나갔습니다. 그 소명의 근거가 이 안에 있어요."

"소명은 오 교관의 일이고, 학생은 외원이고요."

형식이었다.

형식은 다투기 어려웠다.

파벌은 네 번째로 같은 방식을 쓰고 있었고 네 번 다 통했다.

은가락은 제 이름으로 여기 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왔다.

외원의 이름으로는 내원의 문 앞에 판을 청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사람을 하나 보내 두었다 — 오늘 이 문 앞에 설 자격이 남아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었고 그 사람은 근신 중이었다.

마당 안쪽에서 걸음 소리가 났다.

진소하(陳素河)가 관 목검을 들고 나왔다.

근신 중인 사람의 옷차림이었고 목검은 손질되어 있었다.

근신 중에도 매일 손질한 사람의 나무였다.

은가락은 아침에 보낸 전갈에 아무 부탁도 적지 않았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오늘 무엇이 막힐 것인지만 적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리라고 여겼고 충분했다.

"근신 중일 텐데요."

사범 하나가 말했다.

"압니다."

진소하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문 앞으로 걸어가 섰다.

"판을 청합니다. 삼합."

"이건 사문의 기재에 올라요."

"오르겠지요. 오늘 안 서면 저 문은 내일 다른 방에 가 있을 거고요."

사범의 손이 문고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오르면 내일 처분이에요. 그걸 알고 서는 겁니까?"

"압니다."

삼합이었다.

그 세 합을 보는 동안 은가락은 숨을 쉬지 않았다.

첫 합에서 목검 뿌리가 사범의 손목을 눌렀고 둘째 합에서 어깨가 반 걸음 물러났고 셋째 합에서 그녀의 목검이 문고리와 손 사이로 들어갔다.

사람은 상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은 언제나 상하게 하는 데까지 가지 않았다.

은가락은 그것을 아는 눈으로 보았다.

재현의 마당에서 본 간격과 같았다.

저 검이 오늘 지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종이였다.

지난 두 달 동안 저 검이 선 자리는 전부 사람 앞이었는데 오늘은 문 앞이었다.

사범 둘이 물러났다.

그들은 형식으로 이기려 했지 몸으로 이기려 하지 않았고 몸으로 나온 사람 앞에서 형식은 반 걸음짜리였다.

문이 열렸다.

선반의 먼지가 아침 빛에 떴다.

기재소는 대장간 곁의 낮은 방이었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벽을 타고 낮게 들어왔고 종이 냄새와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상진(吳尙進)이 원부를 상 위에 폈다.

묶은 끈을 풀고 대력 22년 섣달의 장을 찾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관님 이름이 어사부 기재에 올랐다고 들었어요."

"올랐습니다."

"소명이 끝난 뒤에 여시겠다면 저는 기다릴게요."

그가 끈을 마저 풀었다.

"기재는 기다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는 종이를 돌려 그녀 쪽으로 놓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섣달 열이레 이전 수령이에요. 세 줄은 학생이 아는 그대로고요."

"넷째 줄을 보여 주세요."

그가 줄을 하나씩 짚었다.

"셋째 줄까지가 쌍절용이고 넷째는 아니에요. 그것도 함께 적어 두세요."

"적겠습니다."

오상진이 붓통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적으세요. 이 원부는 오늘 처음 열린 게 아니라 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 칠월에 어사부 서리와 함께였고요."

"기억하고 계시네요."

"기재하는 사람은 누가 언제 열었는지를 적어요. 그게 일이니까요."

은가락은 붓을 놓고 물었다.

"교관님은 그 일을 하시다가 이름이 올랐어요."

"그건 제 일의 값입니다. 값이 있는 일은 값을 냅니다."

넷째 줄은 앞의 세 줄과 같은 크기로 적혀 있었다.

사저 호위 병장기 하나.

강조가 없었다.

붉은 표시도 없고 여백의 주도 없었다.

은가락은 그 줄을 두 번 읽었다.

강조 없이 적힌 것이 가장 오래 숨는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이건 무엇을 말합니까?"

"그 달에 사저 호위가 병장기를 하나 받았다는 사실이에요."

"쓴 것은요?"

오상진이 종이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수령 기재는 사용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받은 것까지가 이 종이의 몫이에요."

그는 해석을 붙이지 않았다.

제 이름 이야기도 다시 꺼내지 않았다.

원부를 필사하는 동안 은가락은 셈을 하나 했다.

이 줄이 확인되면 좁혀지는 자리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 교관의 동료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 종이를 돌려놓았다.

백은 이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그 사실이 필사하는 손 아래에서 계속 걸렸다.

백은 목록을 믿었고 목록은 셋만 적혀 있었으며 넷째 줄은 강조 없이 그 아래에 있었다.

원부의 필사를 품에 넣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종이 세 장의 무게가 서로 달랐다.

산 것이 제일 무거웠다.

'목록이 셋이라고 손까지 셋은 아니다.'

내원의 처소는 정갈했다.

벽에 걸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치운 것이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 같았다.

진소하가 상 위에 관 목검을 놓았다.

그다음에 사문의 패를 놓았다.

두 번의 소리가 났고 두 번째가 더 가벼웠다.

패는 손바닥만 했다.

열두 해를 그 이름으로 산 사람의 물건치고는 작았다.

"내려놓는 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요."

"오늘 아침에 이미 내려놓았어요. 문 앞에 설 때."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사문의 이름을 지운 사람의 말투였다.

"처분을 기다리시지 않고요."

"기다리면 처분이 먼저 나와요. 그러면 제 말은 처분받은 사람의 말이 되고요. 지금은 그냥 사람의 말이에요."

은가락은 그 셈을 이해했다.

그래도 한 번 물었다.

"사문 밖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사문 안에서 못 하는 말이 있어요. 스승의 일은 사문 안에서 다루는 게 규칙이고요. 저는 그 규칙을 어기는 대신 밖으로 나온 거예요."

그녀가 상 앞에 앉았다.

"열두 살 때예요. 사저 마당에서 대련을 한 번 했어요. 사부님이 붙여 주셨고요. 상대는 어른이었는데 관의 사람은 아니었어요."

"기억하세요?"

"어깨가 넓었어요. 손톱 밑에 검댕이 있었고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진소하가 처음으로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이었다.

"열두 살이 기억할 만한 대련이었나요?"

"제가 졌으니까요. 그때까지 사부님 제자 중에 저를 이긴 사람이 없었어요."

진소하가 상 위의 패를 한 번 보았다.

"그 사람 이름은요?"

"안 알려 주셨어요. 저도 안 물었고요. 열두 살은 그런 걸 안 물어요."

은가락은 다음 물음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부님이 그 사람을 가르치셨나요?"

"가르치셨어요. 명부 밖에서요. 저는 그때 그게 이상한 줄 몰랐어요. 사부님은 관에 딸린 아이들에게도 보법을 가르치셨으니까요."

그날 그녀가 한 말 가운데 가장 긴 말이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사문을 내려놓은 것이었다.

은가락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은 값을 지우는 말이고 오늘 나간 값은 지워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대신 셈을 했다.

오늘 나간 것이 넷이다.

아버지의 돈, 이 사람의 사문, 오 교관의 동료 하나, 그리고 아직 이름을 모르는 누군가의 종이.

그 넷 중에 서문백(西門柏)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처소를 나오면서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말릴 것 같았고 말릴 자격은 없었다.

어사부 접수방에 해가 낮게 들었다.

여숭(呂嵩)이 먼저 와 있었다.

그가 상 위에 종이 한 장을 놓았다.

명부와 같은 지질인데 크기가 반이었다.

"기록각 별지예요. 관주 직인의 통상 결재고요."

"읽어 보셨습니까?"

"오늘 처음 읽었습니다."

어사가 종이의 아래쪽을 보았다.

"찍으신 건 언제입니까?"

"모릅니다. 그해에 통상 결재로 나간 것이 여든 장쯤 돼요. 저는 그걸 읽지 않고 찍었고요."

붉은 사각이 조금 비스듬히 찍혀 있었다.

읽지 않고 찍은 손의 자국이었다.

여숭의 손가락이 제 도장 자국 위에서 한 번 멎었다가 떨어졌다.

종이는 오래 접혀 있던 자국이 있었다.

선반에서 반듯하게 눌린 채로 몇 해를 있었던 종이의 접힘이었다.

서리가 문면을 읽었다.

"사수(私授). 관에 딸린 자 하나, 사저 호위. 보법과 기초 검식 사사. 부관주 담기원."

이름은 없었다.

쌍절도 없었다.

"별지는 명부가 아니에요. 그래서 명부 제출 명령에 따라 나가지 않았고요."

어사 신경윤(申敬允)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위조가 아니라 미제출이네요. 접수합니다."

그가 서리 쪽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관주 직인이 찍힌 별지는 관의 기재예요. 접수된 순간부터 여기 적힌 자는 기재에 오른 자가 되고요. 기재에 오른 자에게는 신체 검증을 명할 수 있습니다."

상 위에 셋이 나란히 놓였다.

선불 장부, 물목 원부의 필사, 그리고 별지.

은가락이 출처를 진술했다.

아버지의 돈으로 샀다는 것과 값이 얼마였는지까지 적었다.

침입도 절취도 아니어서 제 죄로 진술할 것이 없었고 그래서 문장이 짧았다.

어사는 그것을 두 번 묻지 않았다.

"오상진의 줄은 지웁니다."

서리의 붓이 먹을 그었다.

종이 위에서 이름 하나가 없어지는 데는 두 획이면 되었다.

"진술로 오른 이름은 근거를 잃으면 지웁니다. 그리고 다음 이름은 서면과 검험과 진술, 기재 셋이 서기 전에는 받지 않겠습니다."

서리가 새 장에 오늘의 접수를 옮겨 적기 시작했다.

붓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방에서 제일 큰 소리였다.

은가락은 이름을 청하지 않았다.

청하고 싶었다.

오늘 셋이 상 위에 섰고 셋이 서로를 가리켰다.

그런데 장부는 자리를 적었고 넷째 줄도 자리를 적었고 별지도 자리를 적었다.

종이 셋이 전부 사저 호위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기재에 오른 사저 호위는 둘이었다.

오늘 이 상 위에 놓인 것이 그 밤에 가장 가까이 간 종이였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관의 방식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어사가 상의 종이를 정리했다.

"종결 공개청의 날을 잡아요. 피의자 둘의 판정을 한 심판대에서 하고요."

접수방을 나오니 해가 기울어 있었다.

마당에 사람이 없었다.

아침에 이 마당을 지날 때는 나졸 둘이 서 있었는데 지금은 창 자국만 흙에 남아 있었다.

은가락은 오늘 나간 손들을 다시 세었다.

아버지의 돈을 낸 손.

사문을 내려놓은 손.

동료가 좁혀지는 것을 알면서 종이를 돌려놓은 손.

제 도장 자국을 처음 읽은 손.

값을 치른 손이 넷이었고 그 가운데 그의 손은 없었다.

그의 손은 지금 종이 위에만 있었다.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쓴 글씨가 그 방 어딘가의 접수철에 끼워져 있을 것이었다.

종결 공개청에서는 누군가 그 서면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할 것이었다.

서리가 읽으면 절차가 된다.

다른 사람이 읽으면 다른 것이 된다.

읽을 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