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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4년 차 결승 전야였다.
의방의 약탕은 식으면 더 썼다.
문밖 대진표에서 떼어 온 종이에는 결승 두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임도혁. 진소운.
낮에 임도혁이 상대 목검을 경계 밖으로 떨구던 둔한 소리가 아직 손목에 남은 듯했다. 긴 검과 넓은 발 간격을 상대하려면 흔들리지 않은 숨이 필요했다.
소운은 그 냄새 속에서 반쪽 매화패를 꺼냈다.
패 표면의 금은 손끝에 걸렸다.
천결이 들고 있던 패의 금은 이 방향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아차렸는데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장로님."
문밖의 그림자가 멈췄다.
백무한은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그제야 문이 열렸다.
백무한은 의방 문턱을 넘고도 한참 서 있었다.
소운은 웃지 않았다.
웃으면 질문이 흐려질 것 같았다.

"제 부모님을 아세요?"
백무한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대답처럼 들렸다.
"아는군요."
"만난 적이 있다."
소운은 숨을 들이켰다.
숨이 둘에서 끊겼다.
"왜 말 안 했어요?"
"말하면 네가 더 빨리 표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표적이었잖아요."
백무한의 손가락이 접혔다.

소운은 그 손을 보며 말했다.
"그 손, 거짓말할 때마다 그래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말하지 않은 것도 거짓말이에요?"
백무한은 고개를 숙였다.
"때로는 그렇다."
소운은 패를 탁자 위에 놓았다.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화가 났다.
자기 마음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패는 작게만 울렸다.
"이름이 뭐예요?"

"전부는 말할 수 없다."
"또요?"
"전부를 말하면 네가 오늘 밤 결승을 버리고 따라갈 것이다."
"그건 제가 정해요."
백무한은 그 말을 맞았다.
맞고도 피하지 않았다.
"맞다."
소운은 손을 떨지 않으려 패에서 손을 뗐다.
"그럼 일부만 말하세요."
백무한은 아주 천천히 말했다.
"그 패는 매화호명패라 불렸다."

소운은 처음 듣는 이름을 마음속에 적었다.
매화호명패.
"호명?"
"이름을 부르는 패다. 자격을 주는 패가 아니라, 누가 살아 있는지 알려야 할 때 쓰는 보호 증표였다."
"그럼 저는 버려진 게 아니에요?"
백무한의 얼굴이 무너졌다.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거랑 아는 건 달라요."
"안다."
소운의 숨이 멈췄다.
백무한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네 어머니는 너를 놓고 간 것이 아니다."

소운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흔들렸다.
"이름."
"소운아."
"이름을 말해 주세요."
백무한은 입을 열었다.
한 글자가 나왔다.
"하..."
그는 멈췄다.
소운은 그 멈춤에 화가 났다.
"왜 또 멈춰요?"
"네가 내 말을 믿고 따라오게 하고 싶지 않다."
"믿지 말라는 말도 장로님이 정하네요."
문이 다시 열렸다.
유설화가 들어왔다.

그녀는 백무한을 먼저 보았다.
"규율 위반은 결승 뒤 장문전에서 묻겠습니다."
백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설화는 이번에는 소운을 보았다.
"진소운."
"네."
"결승에 설 권리는 이 질문과 별개다."
"제가 흔들려도요?"
"흔들리는 사람이 설 수 없는 규칙은 없다."
소운의 눈이 따가웠다.
"지면요?"
"지면 진다."
유설화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네가 묻지 못해서 지는 일은 없게 해라."
소운은 고개를 숙였다.

백무한이 말했다.
"나는 네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다."
"그 말은 편해요?"
백무한이 멈췄다.
"아니."
"그럼 나중에 다시 말해요."
"무엇을?"
"자격 없다는 말 말고, 뭘 잘못했는지요."
백무한은 오래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도망처럼 들리지 않았다.
"알겠다."

소운은 패를 다시 품에 넣었다.
차가웠다.
하지만 방금 전과 같은 차가움은 아니었다.
이름이 아주 조금 생긴 차가움이었다.
서미진이 문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소운의 얼굴을 보고 바로 맥을 짚었다.
"숨이 짧아."
"알아요."
"결승에서 전력은 한 번."
"그것도 알아요."
"오늘은 아는 게 많네."

소운은 그제야 아주 조금 웃었다.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럼 모르는 건 결승 뒤로 미뤄."
소운은 목검을 보았다.
낡은 손잡이.
벗겨진 홈.
그 홈은 오늘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백무한은 소운이 목검을 잡는 것을 보았다.
"내가 함께 가도 되겠느냐?"
"결승장까지요?"
"그래."

소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믿음이 다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버려진 것도 아니었다.
"뒤에 서세요."
백무한의 눈이 젖었다.
"앞에는요?"
소운은 목검을 들었다.
"제가 설게요."
의방 밖 밤공기는 차가웠다.
소운의 호흡은 아직 짧았다.

하나.
흔들림.
둘.
분노.
셋.
선택.
세 박자가 전부 고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끊어진 숨은 다시 이어졌다.
소운은 결승을 향해 걸었다.
진실을 전부 알아서가 아니었다.
전부 모르는 채로도, 지금의 검은 자기 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