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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먼저 소운의 뺨을 깨웠다.
소운은 일곱 살이었다.
차갑다기보다 조용했다. 세상 전체가 하얀 천을 덮고 숨을 죽인 것처럼, 화산파 산문 앞에는 새벽 종소리도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소운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가 손바닥 속 물건을 다시 움켜쥐었다.
"안 울 거야."
입술이 얼어 말이 반으로 부서졌다. 그래도 소운은 입꼬리를 올렸다. 울면 눈물이 얼 것 같았고, 웃으면 적어도 얼굴이 덜 아플 것 같았다.
붉은 산문에는 청동 고리가 달려 있었다. 바람이 문을 흔들 때마다 고리는 둔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소운은 그 소리를 세 번 세고, 자기 손 안의 나무패를 내려다보았다.
반쪽뿐인 매화패였다. 검게 탄 가장자리에서 매화 꽃잎 하나가 끊겨 있었다. 오래된 향과 재 냄새가 손바닥 안에 섞여 있었다.
"부러지지 말고 웃어라."
천 조각에 적힌 글자는 그것뿐이었다. 소운은 글자를 다 읽지는 못했지만, 누군가가 여러 번 말해 준 것처럼 문장을 알고 있었다.
"웃고 있어."
그때 산문 안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눈을 밟는 소리인데도 가벼웠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흰 수염이 짧게 정리된 노인이 등불을 들고 나왔다. 노인의 회색 도포 자락에는 매화 문양이 작게 수놓여 있었다.
"아이야."
소운은 고개를 들었다.
"너 혼자냐?"
목소리는 낮았다. 꾸짖는 소리도 아니고, 불쌍하다는 소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소운은 조금 더 바르게 앉았다.
"저는 진소운입니다."

노인의 눈이 천 조각으로 갔다가, 소운의 손으로 내려갔다. 반쪽 매화패가 등불빛을 받자 탄 모서리가 짧게 번들거렸다.
노인은 아주 잠깐 숨을 멈추었다.
소운은 그 멈춤을 보았다. 노인의 검지와 중지가 접혔다가 펴졌다. 무언가를 붙잡고 놓는 손 같았다.
"그 패는 네 것이냐?"
"네."
"누가 주었느냐?"
소운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기억나는 얼굴은 없고, 겨울 냄새만 있었다. 어둡고 빠른 길, 누군가의 떨리는 손, 그리고 자꾸 웃으라고 하던 목소리.
"기억이 안 납니다."
노인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 겉옷을 벗어 소운의 어깨에 덮었다. 옷 안쪽에는 마른 매화 향이 묻어 있었다.
"나는 백무한이다."
소운은 이름을 따라 해 보려다 혀가 꼬였다.
"백무... 한?"
"그래."

"저를 문 안에 들여보내 주십니까?"
백무한은 산문 안쪽을 돌아보았다. 안쪽 두 번째 계단부터는 눈이 깨끗했다. 아무 발자국도 없었다. 소운은 그 깨끗함이 무서웠다. 자기 발자국을 남기면 혼날 것 같았다.
"화산파는 산문 앞의 아이를 버리지 않는다."
그 말에 소운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하지만 산문 안의 제자가 되는 일은 따로 시험한다."
소운은 다시 어깨를 폈다.
"시험 보면 됩니까?"
백무한의 눈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지금?"
"추우면 더 빨리 봐야 합니다. 떨리니까요."
말하고 나서 소운은 방긋 웃었다. 웃음이 잘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어서, 볼이 아플 만큼 힘을 주었다.

백무한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산문을 더 열었다.
"두 번째 계단까지 걸어 들어와라. 뛰지 말고, 넘어져도 남이 일으켜 주길 기다리지 말고."
"네."
"그리고 이것을 놓치지 마라."
그가 문 안쪽 창고에서 목검 하나를 꺼냈다. 새 검이 아니었다. 검끝은 닳아 둥글었고, 손잡이 가죽은 두 번 덧감겨 울퉁불퉁했다. 소운이 두 손으로 받자 생각보다 무거웠다.
"검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검이다."
"가볍게 들면 안 됩니까?"
"가볍게 보지는 마라."
소운은 목검을 품에 안고 첫 계단에 발을 올렸다. 발바닥이 젖은 돌에 미끄러졌다. 몸이 앞으로 기울고, 목검이 품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앗."

무릎이 돌에 닿았다. 아픔이 늦게 올라왔다. 소운은 입 안을 깨물었다. 울음이 먼저 나오려 해서, 숨을 세 번으로 나누었다.
하나.
둘.
셋.
"괜찮으냐?"
소운은 목검을 먼저 확인했다.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기뻐서, 무릎보다 손이 먼저 웃었다.
"검은 괜찮습니다."
"너는?"
"저도 곧 괜찮아질 겁니다."
백무한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다시."

소운은 다시 일어났다. 두 번째 계단은 첫 번째보다 높지 않았지만,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다. 산문 안쪽에서 희미한 흙먼지 냄새와 매화 향이 흘러왔다. 멀리 훈련장 쪽에서 목검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진소운."
"네."
"왜 웃느냐?"
소운은 두 번째 계단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잠깐 생각했다. 사실 잘 몰랐다. 웃으면 누가 안심할까 봐 웃었다. 웃으면 자기도 덜 무서울까 봐 웃었다. 웃지 않으면, 산문이 너무 커 보여서 울 것 같았다.
"웃으면 다음 걸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백무한은 등불을 낮추었다. 불빛이 반쪽 매화패 위로 지나갔다가 바로 물러났다.
"그 말은 누가 가르쳤느냐?"
"모릅니다."
"그래도 기억하느냐?"
"네."
소운은 목검 손잡이를 다시 고쳐 잡았다. 손가락 사이가 얼어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그것만 기억해라."
백무한은 산문 안쪽을 가리켰다.
"사흘이다. 사흘 동안 너는 화산파의 임시 외문 후보로 머문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내일 새벽부터 산문 계단을 쓸고 물을 긷는다."
"그러면 계속 있어도 됩니까?"
"사흘 뒤에 다시 묻겠다."
소운은 대답 대신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러다 패를 쥔 손이 겉옷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백무한은 그 움직임을 보았다.
"패는 네가 가지고 있어라."
"빼앗지 않습니까?"

"네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네."
"다만 아무에게나 보이지 마라."
소운은 눈을 깜박였다.
"나쁜 물건입니까?"
백무한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산문 위로 첫 종소리가 내려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사이 백무한의 손가락이 또 접혔다 펴졌다.
"낡은 물건이다."
소운은 그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문 안쪽에 서 있었다. 발밑의 눈은 더럽혀졌고, 그 위에 자기 발자국이 두 개 남아 있었다.
"그럼 잘 간직하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낡은 것도 버리면 추워집니다."
이번에는 백무한이 아주 작게 웃었다. 짧고 낮은 웃음이라 곧바로 새벽 공기 속에 사라졌다.
"따라오너라."
소운은 목검을 품에 안고 백무한의 뒤를 따랐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은 길고, 젖은 돌은 계속 미끄러웠다. 그래도 소운은 세 걸음마다 숨을 셌다.
하나.
둘.
셋.
백년수련장은 아직 비어 있었다. 흙바닥에는 오래된 보법 자국이 얕은 물길처럼 남아 있었다. 매화나무 세 그루는 잎도 꽃도 없었지만, 가지 끝에 눈을 얹고 꼿꼿했다.

"여기서 넘어지는 일은 부끄럽지 않다."
소운은 목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무엇이 부끄럽습니까?"
"넘어진 자리를 남 탓으로만 두고 가는 일."
"그럼 제 자리는 제가 쓸겠습니다."
"내일 새벽부터다."
"오늘은 안 됩니까?"
백무한은 잠시 소운을 보았다. 소운은 정말로 묻고 있었다. 빨리 쓸면 빨리 자기 자리가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손부터 녹여라."

"손이 녹으면 아플 것 같습니다."
"아플 것이다."
"그래도 녹이는 게 낫습니까?"
"그래야 검을 놓치지 않는다."
소운은 목검 손잡이에 이마를 살짝 대었다. 낡은 나무에서 희미한 매화 향이 났다. 산문 앞 눈 냄새와 달리, 이 향은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말 같았다.
"백무한 장로님."
"말해라."
"저 내일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됩니까?"
"된다."

"모레도요?"
"모레도."
"그다음에도요?"
백무한은 대답하기 전, 소운의 손 안쪽으로 숨겨진 반쪽 매화패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시선을 훈련장 끝으로 돌렸다.
"네가 네 발로 일어나는 동안은."
소운은 그 말을 마음속에 넣었다. 문장 하나가 더 생겼다. 부러지지 말고 웃어라. 네 발로 일어나는 동안은.
손끝은 아직 떨렸다. 무릎은 젖었고, 목검은 무거웠다. 그래도 소운은 훈련장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의 작은 홈 위에 자기 발을 맞춰 보았다.
아직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아직 아무도 제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산문은 닫히지 않았다. 소운은 그 열린 문을 등 뒤에 두고, 내일 쓸어야 할 계단의 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