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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4년 차 첫눈 다음 날, 열 살 소운은 백매비무 예선 명단 앞에 섰다.
유설화는 예선 참가자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시작 신호를 내리지 않았다.
그녀가 펼친 문서에는 권태상의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후보 진소운은 외문 기초 시험 통과, 4년 수련 기록, 의방 조건부 허가를 근거로 장문인의 특별 출전 승인을 받았다. 이 승인은 백매비무 참가에만 효력이 있다. 정식 승급과 각 경기 판정은 별개다."
외문 제자석이 술렁였다.
권태상이 심판석에서 직접 물었다.
"자격 절차에 이의 있는가?"
임도혁이 정식 제자 줄에서 먼저 고개를 숙였다.
"없습니다. 승인과 승부는 별개입니다."
마연도, 곽준도 이의를 내지 않았다.
유설화는 승인문을 대진표 옆에 걸었다. 그제야 소운은 매화대 위로 올라갔다.
매화대의 나무판은 흙바닥보다 차가웠다.
소운은 그 차가움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곽준은 맞은편에서 웃고 있었다.
"오늘은 물동이가 없네."
소운은 목검 손잡이의 벗겨진 홈에 엄지를 맞췄다.
"대신 검이 있어요."
"그 검으로 뭘 하게?"
"오래 서 있으려고요."

곽준은 크게 웃었다.
관중석 외문 후보 몇 명이 따라 웃었다.
도원은 무대 아래에서 기록지를 꼭 쥐었다.
마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서미진은 손목에 작은 천을 감고 소운의 숨을 보고 있었다.
유설화가 손을 들었다.
"예선 제삼 비무. 시작."
곽준이 먼저 들어왔다.
빠르지는 않았다.
대신 넓었다.
그는 소운이 물러날 자리를 계속 막았다.
"전력 못 쓴다며?"
소운의 발이 멈칫했다.
"누가 그래요?"
"다 알아."
곽준의 목검이 낮게 들어왔다.
"네 몸이 약한 거."
소운은 막았다.
손목이 울렸다.

전력을 쓰면 한 번에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숨을 크게 들이켜고, 발을 감고, 낮은 검끝을 끝까지 이어 내면 됐다.
그 생각이 너무 달콤해서 무서웠다.
"왜 안 와?"
곽준이 말했다.
"무서워?"
소운은 도원의 기록지를 보았다.
멀어서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줄은 기억났다.
전력은 한 번. 버티는 건 여러 번.
소운은 목검을 조금 내렸다.
"네."
곽준의 눈이 커졌다.
"뭐?"

"무서워요."
관중석이 술렁였다.
소운은 숨을 둘로 나눴다.
"그래서 오래 할 거예요."
곽준이 이를 악물었다.
"웃기지 마."
그는 세게 밀고 들어왔다.
소운은 뒤로 물러났다.
도망이 아니었다.
돌아올 발을 남겼다.
곽준의 목검이 어깨 옆을 스쳤다.
통증이 번졌다.
소운은 이를 악물지 않았다.
이를 악물면 숨이 끊겼다.

"하나."
소운이 아주 작게 말했다.
곽준이 다시 찔렀다.
"뭐라는 거야?"
"둘."
소운은 낮게 검끝을 떨어뜨렸다.
곽준의 검이 빈 곳을 찍었다.
"셋."
발끝이 돌아왔다.
목검은 곽준의 손목을 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검끝 아래를 받쳤다.
곽준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관중석의 웃음이 끊겼다.

곽준은 급히 버티려 했다.
소운은 그 순간도 전력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반 발만 옆으로 갔다.
낮은 검끝이 곽준의 무릎 앞 빈자리를 막았다.
곽준은 자기 힘에 끌려 넘어졌다.
목검이 나무판에 부딪혔다.
유설화의 손이 내려왔다.
"승자, 진소운."
소운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그녀는 바로 숨을 내쉬었다.
서미진이 무대 아래에서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아직 한 번 남았다.
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준은 나무판을 주먹으로 쳤다.
"너 전력 안 썼지."
"네."
"왜?"
"다음에도 서 있으려고요."
"나를 우습게 봤냐?"
소운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무서웠다고 했잖아요."
곽준은 말을 잃었다.
그 말이 조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소운은 손을 내밀었다.
곽준은 그 손을 보았다.
잡지 않았다.

대신 품에서 작은 목패 하나를 꺼냈다.
낡은 목검의 스물일곱 번 칸을 여는 창고 목패였다.
소운이 입산 사흘째 물동이를 나르던 새벽, 목검 밑동과 같은 번호를 확인하자 곽준이 허리끈 안으로 일부러 숨겼던 물건이었다.
"이거."
곽준이 말했다.
"네가 찾던 거였잖아."
소운은 목패를 받았다.
"왜 지금 줘요?"
"졌으니까."
"지면 돌려주는 거예요?"
"이기면 안 돌려주려고 했어."
말은 거칠었다.
하지만 눈은 예전처럼 높지 않았다.
소운은 목패를 도원에게 던졌다.

도원이 당황하며 받았다.
"기록해 줘."
"뭐라고?"
"돌려받음."
도원은 웃지 않으려다 실패했다.
"그렇게만?"
소운은 곽준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부터 이름으로 부르기."
곽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진소운."
그 이름은 낮았다.
그래도 가장 아래 줄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소운은 고개를 숙였다.
"네."

마연이 무대 끝으로 다가왔다.
"축하해."
소운은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마연이 축하도 해요?"
"오늘까지만."
"왜요?"
"준결승에서는 동정 안 할 거니까."
소운은 창고 목패와 자기 목검을 번갈아 보았다.
전력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발목은 뜨거웠고, 숨은 생각보다 늦게 돌아왔다.
마연은 그것까지 보고 있었다.
"천천히 올라와."
그녀가 말했다.

"기다려 줄게요?"
"아니."
마연은 돌아섰다.
"내가 먼저 가 있을 거야."
"마연."
소운이 불렀다.
"왜."
"저 오늘 잘했어요?"
"응."
마연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엔 더 세게 할 거야."
"좋아요."
"좋다고?"
"무서운데 좋아요."

본선 진출 명단에 소운의 이름 옆 붉은 표시가 찍혔다.
대진표 반대편에는 임도혁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기초 시험 윗줄에서 보았던 넓은 발과 ep-008의 무거운 검이 결승선 반대쪽을 향하고 있었다.
가장 아래 줄의 먹물은 이제 없었다.
소운은 그 붉은 표시를 보며 목패를 쥐었다.
이긴 것보다, 힘을 남긴 것이 더 떨렸다.
"진소운."
곽준이 다시 불렀다.
"왜요?"
"다음엔 나도 오래 설 거다."
"그럼 그때는 더 오래 봐요."
곽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손은 비어 있지 않았다.
낡은 목검과 돌려받은 목패.
둘 다 오래 잡고 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