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입산 사흘째의 겨울 새벽이었다.
물동이는 소운보다 먼저 삐걱거렸다.
나무 손잡이에 매인 굵은 끈이 새벽빛보다 어둡게 젖어 있었다. 소운은 두 손을 뻗었다가 손끝이 떨리는 것을 보고 얼른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어제 산문 안 두 번째 계단까지 걸어 들어올 때 남은 떨림이었다.
"괜찮아."
소운은 자기 손에게 먼저 말했다.
"안 괜찮으면 천천히 괜찮아지면 돼."
대답은 손끝에서 오지 않았다. 손끝은 여전히 작게 떨었고, 물동이는 그 떨림을 알아차린 것처럼 찰랑 소리를 냈다.
산문 계단은 밤새 얼었다가 막 녹기 시작했다. 젖은 돌 위로 빗자루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계단 양쪽의 모래는 물을 먹어 검게 가라앉아 있었다. 청동 고리는 바람에 닿을 때마다 짧게 울렸다.
그 소리가 세 번째 울릴 때, 누군가 뒤에서 웃었다.
"산문 앞에서 주운 아이한테는 딱 맞는 물동이네."
곽준은 계단 위쪽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외문 제자복 소매는 남들보다 조금 짧게 걷어 올렸고, 허리끈에는 낡은 목패가 두 개나 달려 있었다. 그는 그 목패가 보이도록 일부러 몸을 비스듬히 틀었다.
한 목패에는 스물일곱이라는 숫자와 작은 창고 매화가 새겨져 있었다. 어제 받은 낡은 목검 밑동에도 같은 숫자가 그을려 있었다.
"저 목패, 제 검 자리예요?"
소운이 묻자 곽준은 목패를 손바닥 안으로 감췄다.
"후보가 무슨 자기 자리를 찾아. 기초 시험을 통과하면 그때 창고에 물어봐."
"통과하면 돌려줘요?"
"통과부터 하고 말해."
곽준은 스물일곱 번 목패를 허리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도원은 그 번호를 보고도 입을 열지 못했다.
소운은 물동이를 내려다보았다.
자기 무릎까지 오는 보통 물동이보다 훨씬 컸다. 물은 가장자리까지 차 있었고, 동이 안쪽에는 얼음 조각이 얇은 꽃잎처럼 떠 있었다.
"이거, 제가 다 들면 되는 거예요?"
"후보라며?"
곽준이 턱으로 계단을 가리켰다.
"후보는 묻기 전에 들지."
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 볼게요."

그때 계단 아래 돌기둥 뒤에서 가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물통은 후보용이 아닌데요."
소운이 돌아보자, 마른 아이 하나가 양손에 작은 바가지를 들고 서 있었다. 눈썹은 짙었지만 어깨는 자꾸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아이는 소운과 눈이 마주치자 바가지를 품에 끌어안았다.
"너, 한도원."
곽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오늘은 약재상 아들이 규칙을 정하나?"
도원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러나 눈은 물동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소운은 그 눈이 무서워서 흔들리는 눈이 아니라, 물이 어디까지 찼는지 재는 눈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후보용은 저쪽이에요."
도원이 아주 작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받았으면, 양쪽 손으로만 들면 안 돼요. 끈을 손바닥 가운데에 놓으면 바로 까져요."
곽준이 계단을 한 칸 내려왔다.
"말이 많다."
도원의 어깨가 움찔했다.
소운은 얼른 웃었다.
"고마워요."
도원이 놀라 눈을 들었다.
"알려 주면, 제가 덜 엎지를 수 있잖아요."
소운은 끈을 손가락으로만 걸지 않고 손바닥 아래쪽에 비스듬히 걸었다. 그래도 아팠다. 끈은 어제 목검을 쥐었던 물집 자리를 정확히 눌렀다. 통증이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 작게 뛰었다.
소운은 이를 악물려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야."
곽준이 코웃음을 쳤다.
"웃으면서 아프다고 하는 건 처음 보네."
"아픈데 안 아프다고 하면 손이 삐질까 봐요."

소운은 물동이를 끌어올렸다.
첫 걸음은 실패했다. 물이 왼쪽으로 쏠리자 몸도 같이 끌려갔다. 소운의 발끝이 젖은 돌 위에서 밀렸다. 물이 가장자리 밖으로 넘쳐 계단 하나를 적셨다.
곽준이 바로 손가락을 들었다.
"하나 흘렸다."
"네."
소운은 숨을 삼켰다.
"하나 배웠어요."
도원이 눈을 크게 떴다.
곽준은 웃지 않았다. 그는 소운이 물동이를 다시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부러 계단 위쪽으로 물러났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물동이보다 무거웠다.

소운은 두 번째 걸음을 내딛기 전에 물을 보았다.
물은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았다. 왼쪽으로 흔들렸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왔다. 손이 떨릴 때마다 흔들림은 더 커졌다. 소운은 그 흔들림을 막으려다 팔이 굳는 것을 느꼈다.
어제 백무한이 말했던 숨이 떠올랐다.
셋으로 나누어 세기.
소운은 코끝으로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하나.
물은 왼쪽.
둘.
발끝은 오른쪽 안쪽.
셋.
무릎은 조금 늦게.
동이가 몸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동이보다 반 박자 늦게 따라갔다. 물은 여전히 흔들렸지만, 소운의 발은 완전히 밀리지 않았다.
그때 물 위로 아주 희미한 냄새가 올라왔다.

매화 향이었다.
아니, 정말 꽃 냄새라기보다 낡은 목검 손잡이에 배어 있던 향과 비슷했다. 땀과 나무와 찬물 사이에서 겨우 살아난 냄새였다. 소운은 그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숨을 다시 셋으로 나누었다.
"이상하다."
도원이 중얼거렸다.
"지금 발이 안 미끄러졌어요."
"미끄러졌어요."
소운은 세 번째 계단에 올라서며 말했다.
"조금만요."
도원은 바가지를 든 채로 계단 옆을 따라왔다.
"가운데 밟지 말아요. 가운데는 얼음이 오래 남아요. 오른쪽 모서리에 모래선 보여요?"
소운은 고개를 숙였다.
젖은 돌 끝에 가느다란 모래선이 있었다. 남들이 수백 번 밟아 만든 길처럼, 모래는 아주 얕게 파인 홈 안에 남아 있었다.
"보여요."

"거기 밟으면 덜 밀려요."
곽준이 계단 위에서 말했다.
"도와주면 같이 벌점이다."
도원의 입이 닫혔다.
소운은 물동이를 든 채로 도원을 보았다. 도원은 바로 고개를 숙였지만, 손에 든 바가지를 더 세게 잡았다.
"혼자 들게요."
소운이 말했다.
"대신 본 건 본 거라고 말해 주세요. 제가 안 미끄러운 데를 혼자 찾은 건 아니니까요."
도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소운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오른쪽 모래선, 숨 하나. 물 왼쪽, 발끝 오른쪽. 물 오른쪽, 무릎 왼쪽. 손바닥은 점점 뜨거워졌고, 발목은 한 번씩 저렸다. 그러나 동이는 더 이상 소운을 끌고 가지 못했다.
열두 번째 계단에서 물이 다시 넘쳤다.
이번에는 소운이 먼저 멈췄다. 넘친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았다. 물은 계단 가운데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모래선 옆 작은 홈을 따라 흘렀다.
소운은 그 홈을 보며 웃었다.
"길이 있네요."

도원이 바가지를 떨어뜨릴 뻔했다.
"뭐가요?"
"물도 안 넘어지려고 길을 찾나 봐요."
곽준이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물한테까지 배운다고?"
"그럼 물한테 시험도 봐 달라고 하지 그래?"
곽준은 웃는 아이들을 향해 눈을 흘겼다. 웃음은 바로 줄어들었다.
"시험은 제가 볼게요."
소운은 물동이를 품 쪽으로 당겼다.
"물은 길만 알려 줬어요."
"겁 안 나?"
"나요."
소운은 바로 대답했다.

"많이 나요."
도원이 놀라 소운을 보았다. 곽준도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런데 왜 웃어?"
"겁이 나면 발이 먼저 도망가니까요."
소운은 젖은 계단을 보았다.
"웃으면 발이 잠깐 기다려 줘요."
"웃는다고 네 발이 제자가 되냐?"
"아직은 후보 발이에요."
소운은 한 계단을 더 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후보 발만큼만 안 넘어질게요."
"네."
소운은 물동이를 다시 들었다.
"물은 저보다 오래 계단을 다녔을 테니까요."
그 말에 계단 아래에서 지켜보던 외문 후보 몇 명이 작게 웃었다. 곽준의 얼굴이 굳었다. 웃음은 크지 않았지만, 물동이보다 멀리 퍼졌다.

마지막 계단에 도착했을 때, 소운의 손바닥은 끈 모양대로 붉게 부어 있었다. 물은 절반 조금 넘게 남았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빈 동이도 아니었다.
소운은 숨을 고르고 빗자루를 집었다.
계단 청소는 물 긷기보다 쉬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빗자루는 젖은 잎을 밀 때마다 손바닥 물집을 긁었다. 오른 발목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짧게 저렸다. 소운은 울지 않으려고 웃는 대신, 이번에는 이를 보이지 않고 숨만 세었다.
하나.
잎을 모으고.
둘.
물을 보내고.
셋.
발을 모래선 위에 놓는다.
도원은 말없이 아래쪽 계단의 바가지를 치웠다. 직접 쓸지는 않았다. 대신 소운이 쓸어 내린 물이 다시 얼지 않도록 옆 홈을 열어 두었다. 곽준은 그 행동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바로 소리치지 않았다.
소운이 마지막 잎을 계단 밖으로 밀어 냈을 때, 해가 산문 위쪽에 걸렸다.
청동 고리는 더 이상 새벽처럼 차갑게 울리지 않았다. 소리는 조금 낮고 둥글었다. 소운은 빈 물동이를 내려놓고 손바닥을 폈다.
붉은 선이 두 줄이었다.
"두 줄이면 두 번 배운 거네."

소운은 작게 말했다.
도원이 가까이 왔다.
"그렇게 세면 매일 많이 배워요."
"그럼 빨리 똑똑해지겠네요."
도원은 처음으로 아주 작게 웃었다.
그때 소운의 품 안에서 반쪽 매화패가 젖은 옷감에 눌려 삐걱거렸다. 소운은 얼른 손을 가져갔다. 도원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따라왔다. 그는 탄 가장자리와 끊긴 꽃잎 한쪽을 아주 잠깐 보았다.
"그거."
도원이 말하려다 멈췄다.
소운의 손이 패를 덮었다.
"제 거예요."
"안 뺏어요."
도원은 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냥, 탄 냄새가 나서요."
"보면 안 되는 거예요?"
"저도 몰라요."
소운은 패를 손바닥 안에서 굴리지 않고 그대로 눌렀다.
"모르면 더 꼭 쥐어요?"

"모르는 게 손에서 없어질까 봐요."
도원은 그 말을 듣고 바가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오늘은 쥐고 있어요."
소운은 패를 더 꼭 쥐었다. 웃음이 먼저 나오려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늦게 나왔다.
"오래된 거라서요."
그 말은 반만 맞았다. 소운도 나머지 반은 몰랐다.
곽준이 계단 위에서 목패 하나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딱, 하는 소리가 산문 돌에 부딪혀 돌아왔다.
"잡역 하나 끝냈다고 후보가 된 줄 아나 본데."
소운은 고개를 들었다.
곽준은 허리끈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종이에는 외문 후보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맨 아래, 아직 먹물이 덜 마른 작은 글자가 보였다.
진소운.
"내일 아침 백년수련장."
곽준이 말했다.
"외문 기초 시험장 가장 아래 줄. 거기서도 물처럼 길을 찾나 보자."
도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가장 아래 줄이면 끝줄이에요."
도원이 낮게 말했다.

"끝줄도 줄이에요."
소운은 종이에 적힌 자기 이름을 보며 대답했다.
"다들 위에서 내려다볼 거예요."
"그럼 저는 위를 보는 연습을 하면 돼요."
소운은 자기 이름을 보았다. 맨 아래 줄이라서 오히려 잘 보였다. 손바닥은 아팠고, 발목은 저렸고, 품 안의 패는 차가웠다.
그래도 계단은 끝나 있었다.
소운은 빈 물동이를 바로 세웠다. 바닥에 남은 물 한 방울이 동그랗게 떨리다가, 작은 꽃잎처럼 퍼졌다.
"네."
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아래 줄부터 올라가면 되겠네요."
곽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원은 소운을 보았다. 겁먹은 얼굴 그대로였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소운은 두 손을 옷자락에 문질렀다. 손바닥이 따가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그 눈물을 삼키지 않고 잠깐 두었다가, 천천히 웃었다.
이번 웃음은 혼자 버티려고 붙잡은 웃음이 아니었다.
계단 아래에 도원이 있었다.
계단 위에는 시험장이 기다렸다.
그리고 소운의 발끝은, 물이 흔들리던 박자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