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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처마 끝에서 물로 바뀌던 다음 날이었다. 입산 뒤 첫봄의 문턱이었지만 소운은 아직 일곱 살이었다.
어제 감은 붕대는 그대로였고 오후 검 수련 제한도 풀리지 않았다. 계절은 고개를 넘고 있었지만 전날 받은 의방 심부름은 바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소운은 검 대신 기록지를 들고 있었다.
그게 더 가벼워야 하는데, 이상하게 더 무거웠다.
"의방 기록은 장문전 왼쪽 책상."
서미진이 떠나기 전 말했다.
"뛰지 말고, 검 잡지 말고, 괜찮다고 하지 말고."
"그럼 뭐라고 해요?"

"심부름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서 소운은 복도마다 작게 말했다.
"심부름 다녀오겠습니다."
장문전 뒤편 복도는 수련장과 달랐다. 흙먼지 대신 마른 종이 냄새가 났고, 발소리는 돌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운은 기록지를 품에 안고 걷다가, 작은 사다리 위에서 책을 정리하는 아이를 보았다.
"검 들고 온 거 아니죠?"
사다리 위 아이가 먼저 물었다.
"오늘은 못 들어요."
"잘됐네요. 여기서 검 들면 혼나요."
"그럼 기록지는요?"

"기록지는 더 혼날 때도 있어요."
소운은 품 안의 종이를 더 세게 안았다.
"그럼 왜 기록해요?"
아이는 사다리에서 내려오며 먼지를 털었다.
"없던 일로 만들지 않으려고요."
"거기, 멈춰요."
아이는 사다리 위에서 바로 말했다.
"그쪽은 금지 서고 쪽이에요."
"저는 기록 심부름..."

"심부름은 여기까지."
아이는 내려오며 책을 품에 안았다. 눈은 소운보다 조금 컸고, 손가락에는 먹물이 묻어 있었다.
"윤채예요. 서기 견습."
"진소운이에요."
"알아요. 가장 아래 줄에서 올라온 아이."
소운은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도 기록돼요?"
"기록은 다 기록해요."
윤채는 말하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때 금지 서고 문틈으로 바람이 새어 나왔다. 아주 차갑고, 오래된 향이었다. 소운은 무심코 품 안의 반쪽 매화패를 눌렀다.
문 안쪽 벽에 검은 꽃잎이 있었다.
다섯 잎 중 하나가 빠진 매화.
소운은 숨을 멈췄다.
"저거..."
윤채가 얼굴을 굳혔다.
"못 본 거예요."
"그런데 제..."
"못 본 거라고 해야 해요."

"왜요?"
"그 문양은 금지 기록에 있어요."
윤채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금지 기록은 모르는 사람이 살아남기 쉬워요."
소운은 그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모르면 살아남기 쉽다.
그렇다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위험한 마음일까.
하지만 모르는 채로 품 안의 패가 차가워질 때마다, 소운은 자기 이름도 반쪽만 가진 것 같았다.
"윤채 언니."

"언니 아니에요."
"윤채."
"그건 맞아요."
"모르면 덜 무서워요?"
윤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요."
그 대답은 아주 작았다.
"그냥 혼날 이유가 줄어요."
소운은 손을 품 안에서 뺐다. 패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손바닥은 떨렸다.

"진소운."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왔다.
유설화가 서 있었다. 훈련관의 눈은 검집보다 곧았다.
"금지 서고 앞에서 무엇을 했지?"
"기록 심부름을..."
"질문에만 답한다."
소운은 침을 삼켰다.
"문양을 봤어요."
윤채가 숨을 들이켰다.
유설화의 시선이 소운의 품 근처에 멈췄다.
"꺼냈나?"
"아니요."
"무엇을?"
소운은 입을 다물었다. 백무한이 아무에게나 보이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모르는 물건요."
유설화의 눈이 아주 조금 좁아졌다.

"백무한 장로가 맡긴 물건인가?"
"아니요. 제 거예요."
유설화의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남의 명령을 숨기는 아이와 자기 물건을 지키는 아이는 다르다는 듯한 눈이었다.
"제 것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네."
"그리고 제 것이라고 해서 혼자만 알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누구한테 말해요?"
유설화는 바로 백무한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되는 사람을 먼저 확인한다."
"그런데 왜 말하지 않지?"
"말하면 안 되는지 몰라서요."
복도는 조용했다.
유설화는 한참 뒤에 말했다.

"오늘은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둘째 해 공개 평가의 첫 공식 비무까지 낙매검 기초를 규칙대로 익혀 보인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요?"
"금지 기록에서 본 흉내를 검법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동안 배워라."
"저 아직 낙매검을..."
"봤지 않나."
유설화는 금지 서고 문양을 보지 않고 말했다.
"떨어진 꽃잎은 위로 튀지 않는다. 낮게 떨어진다. 검끝도 그렇다."
소운은 그 말을 따라 손목을 낮췄다. 낡은 목검은 없었지만, 손은 검을 든 것처럼 기억했다.
"낮게요."

"빠르게가 아니다."
"낮게."
"그리고 질문은 기록한다. 몰래 품고 있으면 더 위험해진다."
소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채가 사다리 옆에서 아주 작게 말했다.
"매화 다섯 잎 중 하나가 검게 빠진 기록..."
유설화의 시선이 돌아갔다.
윤채는 바로 책을 품에 안았다.
"정리하겠습니다."

소운은 그 말을 마음속에 적었다. 매화 다섯 잎. 하나가 검게 빠진 기록.
품 안의 패는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차가움이 혼자만의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기록에도 같은 빈자리가 있었다.
소운은 기록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복도 모서리를 한 번 돌아보았다.
금지 서고 문은 닫혀 있었다.
그래도 문양은 눈 안쪽에 남았다.
낮게 떨어지는 꽃잎.
낮게 떨어지는 검끝.
그리고 말하지 못한 질문.
소운은 그 세 가지를 잊지 않으려고 손바닥에 손톱으로 작게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