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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4년 차 같은 겨울, 백매비무 준결승일이었다.
마연은 기록지를 접었다.
서미진의 글씨가 잠깐 보였다.
전력 한 번.
마연은 그것을 소운에게 돌려주었다.
"숨기지 마."
소운은 기록지를 받았다.
"뭘요?"
"네가 오늘 한 번밖에 못 하는 거."
"알고 있었어요?"
"보이면 알아."
마연은 목검을 들었다.
"그래도 안 봐줄 거야."
소운은 웃으려다 숨을 골랐다.
"봐주면 제가 서운할 것 같아요."
"그 말은 마음에 드네."
유설화가 매화대 가운데에 섰다.
관중석은 예선 때보다 조용했다.
대진표의 첫 준결승 칸에는 이미 붉은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임도혁. 상대의 긴 목검을 비틀어 경계 밖에 떨어뜨린 무장 해제승이었다. 그는 매화대 아래에서 넓은 발 간격으로 서서 다음 승자를 기다렸다.
"결승에서 보자."
도혁이 말했다.
"결승에서도 그 무거운 검 써요?"
"네가 올라오면."
소운은 마연을 본 채 대답했다.
"제 검으로 올라갈게요."
곽준도 그 안에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원은 기록지를 펼쳤다.
서미진은 모래시계를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운이 스스로 시간을 알아야 했다.
"준결승 제이 비무."
유설화가 손을 내렸다.
"시작."

마연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한 박자 기다렸다.
소운은 그 기다림이 더 무서웠다.
"왜 안 와요?"
"네가 먼저 움직이는지 보려고."
"제가 먼저 가면요?"
"그럼 빨리 끝나."
소운은 발을 반 발 옮겼다.
마연이 들어왔다.
빠르고 깨끗했다.
검끝은 소운의 어깨가 아니라 숨을 노렸다.
소운은 막았다.
첫 박자.
팔이 울렸다.

둘째 박자.
발목이 뜨거웠다.
셋째 박자.
마연의 숨이 바뀌었다.
아주 짧았다.
예전의 소운이라면 그 변화를 보기도 전에 밀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들렸다.
마연이 속도를 바꾸는 소리.
소운은 검끝을 바로 내지 않았다.
늦췄다.
반 박자.
마연의 목검이 빈 곳을 찔렀다.
"늦었어?"
마연이 말했다.
"일부러요."

"거짓말."
"들켰나요?"
"아니."
마연의 눈이 빛났다.
"그래서 더 싫어."
두 사람의 목검이 부딪쳤다.
소리는 짧고 맑았다.
소운은 전력을 쓰고 싶었다.
지금 쓰면 마연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올라오자, 검은 매화잎 종이 조각이 떠올랐다.
천결인지 모르는 그림자.
백무한의 접힌 손가락.
나머지 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모든 것이 힘을 당겼다.
소운은 힘을 당기는 쪽이 아니라 숨을 남기는 쪽을 택했다.

"하나."
마연의 검이 위에서 내려왔다.
"둘."
소운은 뒤로 물러났다.
돌아올 발을 남겼다.
"셋."
검끝은 낮게 떨어졌다.
이번에는 더 늦게.
마연의 발이 먼저 왔다.
그 발이 매화대 흰 가루를 밟았다.
가루가 작게 흩어졌다.
소운은 그 흩어짐을 보았다.
흐름은 검끝에만 있지 않았다.
발바닥 아래에도 있었다.

소운의 목검이 마연의 검을 치지 않고 옆으로 밀었다.
마연은 버텼다.
역시 강했다.
그래서 소운은 더 밀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뺐다.
마연의 힘이 허공을 밀었다.
소운은 그 빈 박자에 목검 끝을 마연의 옆구리 앞에 멈췄다.
유설화의 손이 들렸다.
"승자, 진소운."
관중석이 늦게 소리를 냈다.
소운은 숨을 내쉬었다.
다리가 바로 풀릴 것 같았다.
마연은 자기 옆구리 앞에 멈춘 목검을 보았다.
"전력 아니었지."
"네."

"기분 나빠야 하는데."
마연은 천천히 웃었다.
"이상하게 좋네."
소운은 목검을 내렸다.
"제가 져야 좋았던 거 아니에요?"
"네가 제대로 이겨야 내가 제대로 다시 싸우지."
마연은 손을 내밀었다.
소운은 그 손을 잡았다.
마연의 손바닥은 단단했다.
"결승에 가."
"네."
"그리고 지지 마."
"그건 약속 못 해요."
"그럼 서 있어."
소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매화대 바깥이 술렁였다.
검은 옷의 사내가 담장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무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든 물건을 빛에 걸었다.
얇은 쇳소리가 났다.
소운의 품 안 패가 차갑게 굳었다.
사내가 말했다.
"반쪽을 찾는 아이가 있다 들었다."
백무한이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천결."
그 이름은 낮게 떨어졌다.
천결은 웃었다.
"아직도 숨기십니까?"
그가 든 패는 소운의 것과 닮아 있었다.

매화 잎 하나가 비어 있는 모양.
그러나 금 간 방향이 조금 달랐다.
소운은 그것을 보았다.
정답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내 거예요?"
소운이 묻자, 천결이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정하면 네 것이지."
백무한의 손이 떨렸다.
소운은 그 손을 보았다.
이번에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매화대 위에는 아직 결승 표시가 남아 있었다.
마연이 소운 옆에 섰다.
"지금 따라가면 지는 거야."
"알아요."

"진짜 알아?"
소운은 숨을 셋으로 나누었다.
하나.
나머지 패.
둘.
천결.
셋.
결승.
"오늘은 안 따라가요."
천결의 웃음이 조금 식었다.
백무한은 소운을 보았다.
소운도 그를 보았다.
"대신 오늘 밤에 물어볼 거예요."
백무한은 피하지 못했다.

"도망가시면 안 돼요."
"도망가지 않는다."
"그럼 숨지도 마세요."
백무한의 입술이 마른 듯 움직였다.
"숨긴 것은 있다."
소운의 손이 패 위에서 멈췄다.
"저한테서요?"
"너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제가 정할게요."
"그래."
그 한 글자가 준결승 승리보다 더 무겁게 떨어졌다.
소운은 마연이 잡았던 손의 온기를 기억했다.
그리고 품 안의 차가운 패를 기억했다.
둘 다 진짜였다.
그래서 어느 하나만 보고 달려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