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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 3년 차 장마였다. 아홉 살 소운의 목검은 이제 가슴 아래에 닿았고, 도원의 기록지는 지난해보다 두 권 늘었다.
마연에게 맞았던 어깨 멍은 그해 가을에 다 나았다. 사흘 전, 물러난 발과 낮은 검끝을 잇다가 같은 자리를 새로 삐었다. 서미진이 감은 새 붕대에서는 어제 바른 약 냄새가 났다.
비가 그친 백년수련장은 흙이 진했다.
소운은 발을 디딜 때마다 어깨가 먼저 아팠다.
"너, 어깨를 너무 빨리 숨긴다."
처음 보는 소년이 그렇게 말했다.
소운은 목검을 등 뒤로 보냈다.
"안 숨겼는데요."
"그럼 보여."
"왜요?"
"숨긴 게 아니면 보여도 되니까."

도원이 소운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남궁린이야. 남궁세가 쪽 방문객."
소운은 이름보다 눈빛을 먼저 기억했다.
남궁린은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신발 밑에는 먼 길의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는 소운의 어깨 붕대를 보고, 그다음 품 안쪽을 보았다.
"거기 뭐 있어?"
소운은 웃었다.
"배고파서요."
"배고픔은 저쪽에 차고, 넌 이쪽을 막았어."
남궁린의 손끝이 자기 가슴 옆을 짚었다.
소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백무한이 뒤에서 말했다.
"린 공자, 아이를 몰아붙이지 마시오."
"장로님은 왜 먼저 막으십니까?"
수련장 공기가 짧게 굳었다.
소운은 그 굳은 공기가 싫어서 목검을 앞으로 꺼냈다.
"저 오늘은 조금만 할 수 있어요."
"어깨 때문?"
"네."
"또 삐고 나서 바로 쉬는구나."
마연이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쉬는 게 아니라, 다시 쓰려고 아껴요."
마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 말은 괜찮네."
남궁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너희 화산은 이상하다. 진 사람이 말이 많고, 이긴 사람이 듣고 있어."
"그럼 남궁세가는요?"
소운이 물었다.
"진 사람이 입을 닫아야 살지."
"여긴 숨 쉬어야 살아요."
도원이 기침을 삼켰다.
백무한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남궁린은 품에서 작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검은색이었다.
종이는 매화잎 모양으로 잘려 있었고, 한쪽 가장자리가 기름에 젖은 것처럼 반짝였다.
"장터에서 봤다."
남궁린이 말했다.
"검은 매화잎. 화산 문양을 흉내 낸 것 같았는데, 잎 하나가 비어 있더군."
소운의 손이 저절로 품 안으로 갔다.
백무한이 보았다.
소운도 보았다.
그의 왼손 손가락 하나가 접혀 있었다.

"장로님."
소운이 불렀다.
백무한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 문양, 아세요?"
"오래된 장난일 수도 있다."
"장난이면 왜 눈이 무서워요?"
백무한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남궁린은 종이를 다시 접으려 했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종이 조각 하나가 더 담장 아래에서 굴러 나왔다.

도원이 먼저 뛰어갔다.
"여기에도 있어."
마연이 한 걸음 내려섰다.
"누가 훈련장에 흘린 거야?"
"흘린 게 아니라 놓은 거겠지."
남궁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소운은 담장 아래의 종이를 보았다.
금지 서고 문틈에서 보았던 매화의 빈자리.
품 안 반쪽 패의 차가운 모서리.
백무한이 말하지 않은 세 번째 발.
모두 한 줄에 놓였다.

소운은 뒤로 물러났다.
어깨가 아팠다.
물러난 발이 흙을 밀었다.
그 순간 유설화의 말이 떠올랐다.
떨어진 꽃잎은 위로 튀지 않는다.
소운은 목검 끝을 낮췄다.
"도망치나?"
마연이 물었다.
"아니요."
소운은 숨을 셋으로 나누었다.
"물러난 거예요."
"차이가 뭐야?"

"돌아올 발을 남기면 물러난 거고, 버리면 도망이에요."
마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궁린이 낮게 웃었다.
"그 말은 남궁세가에서도 쓸 만하겠군."
소운은 검끝을 조금 앞으로 밀었다.
어깨가 아팠지만,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백무한이 한 걸음 다가오려 했다가 멈췄다.
소운은 이번에는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저, 오늘 묻고 싶은 게 많아요."
"오늘은 묻지 마라."
백무한의 목소리는 작았다.
"왜요?"

"묻는 순간 대답을 원하는 얼굴이 되니까."
"그럼 저는 지금 어떤 얼굴인데요?"
백무한은 오래 보았다.
"버티는 얼굴."
소운은 품 안의 패를 세게 쥐었다.
"그럼 버티면서 적을게요."
"무엇을?"
"물어볼 것들요."
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종이 줄게."
마연이 말했다.
"훈련부터 해. 종이는 나중에."
남궁린은 검은 매화잎 종이를 백무한에게 넘기지 않았다.

그는 소운에게 내밀었다.
"네가 들고 있어."
소운은 머뭇거렸다.
"무서운데요."
"그래서 네가 봐야 해."
"왜요?"
"무서운 걸 남이 대신 보면, 네 이야기가 남의 손에 들어가니까."
소운은 종이를 받았다.
종이는 가벼웠다.
그런데 손바닥은 오래 눌린 것처럼 무거웠다.
백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운은 검은 매화잎을 훈련 기록 종이 사이에 끼웠다.

그 위에 첫 줄을 적었다.
패 문양.
두 번째 줄을 적었다.
백무한 장로님이 멈춘 손.
세 번째 줄에서 붓끝이 잠깐 흔들렸다.
그래도 소운은 썼다.
흑매회일지도 모르는 것.
수련장에 다시 바람이 불었다.
매화 향은 없었다.
대신 비에 젖은 흙냄새와 검은 종이의 기름 냄새가 남았다.
소운은 목검을 들었다.
아직 전부 묻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질문을 잃어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