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년 무렵 초여름 여섯째 날, 심연은 사람 이름보다 여덟 줄의 물증을 먼저 마당에 놓았다.
다만 여덟 가지를 차례로 읽지는 않았다.
마당에는 넓은 삼베 천 세 장만 깔려 있었다.
첫 천에는 쇄건실에서 상류 압착장까지 이어지는 물길 도면이 놓였다.
둘째 천에는 사후 이름표와 가짜 체포령이 나란히 봉함됐다.
셋째 천에는 세 자리 호송 도면과 맞물린 호송표, 장환의 검수 목패가 있었다.
"오늘 가릴 것은 세 가지입니다."
심연이 참관자들에게 말했다.
"시신이 어디서 죽어 어떻게 들어왔는가. 산 사람의 옛 이름이 언제 시신과 문서에 붙었는가. 세 역할의 공격과 호송을 누가 검수했는가."
장환은 포승에 묶인 채 가운데 섰다.
오른 손목에는 전날 칼격으로 벌어진 상처가 있었고 현아 의원이 감은 천 위로 검붉은 물이 배어 있었다.
"세 천이라 부르면 여덟 잡물이 세 증거가 되나?"
"되지 않으며, 서로 기대지 않고 같은 지점에 닿는지 볼 뿐입니다."
장환이 웃으며 손목을 입가로 끌어올렸다.
포승이 막자 그는 어깨를 숙여 상처 천을 옷깃 안쪽에 문질렀다.
옷깃에는 가느다란 명주 조각 세 장이 겹쳐 꿰매져 있었다.
주혜가 먼저 보았다.
"어제 빼앗은 천 꾸러미와 같은 결이에요."
한세정의 아역이 장환의 팔을 잡으려 하자 심연이 멈춰 세웠다.
"그대로 두십시오. 누가 닿는지부터 기록합니다."
장환은 상처를 탁자 위 검시 천에 눌렀다.
젖은 자국 세 갈래가 한 번에 번졌다.
"검법관."
그가 마당이 다 듣도록 불렀다.
"이 상처에 남은 숨을 읽어라. 네 재주가 참이라면 나를 친 자 하나를 말할 것이고, 거짓이라면 세 사람을 말하겠지."
심연의 오른 검지 촉각은 여섯째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으로 검시 천 가장자리만 들어 올렸다.
가운데 자국은 따뜻했고 양옆의 두 자국은 이미 식어 있었다.
상처에서 한꺼번에 나온 습기가 아니라 다른 때에 입김을 먹인 조각을 겹쳐 문지른 흔적이었다.
"세 습흔은 생긴 때가 다릅니다."
"그래서 누구 숨이냐?"
"판정하지 않습니다."
마당이 술렁였다.
장환의 웃음이 깊어졌다.
"제 입으로 재주가 쓸모없다 하는군."
"이 표본에는 상처의 숨과 옷깃 명주의 오래된 입김, 방금 당신이 묻힌 숨이 섞였으므로 오염 사실만 기록해 잔식청맥 판정에서 뺍니다."
심연은 검시 천과 장환의 옷깃 조각을 서로 다른 봉함 그릇에 넣었다.
"누구의 숨도 범인 이름으로 쓰지 않고, 이제 당신이 손대지 못한 세 천을 봅니다."
장환이 포승을 흔들었다.
"오염된 숨과 살수의 말을 모아 살수 하나를 벌하려는 자리냐?"
심연이 답했다.
"아니며, 감식 결과와 사람 이름을 첫 줄에 놓지 않았습니다."
정산의 왼팔은 공개 검시 내내 몸통에 묶여 있었다.
그는 장환보다 먼저 증언석에 섰다.
"나는 아이 실제 이름을 죽은 작업명으로 바꿔 관문 셋을 호송했소. 마지막에는 누가 샀는지 묻지 않았소."
주혜가 물었다.
"누가 시켰다는 말로 그 선택을 나눌 건가요?"
"아니오. 장환이 검수했어도 호송 수결은 내 손이오. 아이들이 고를 수 없게 한 책임도 내 몫이오."
심연은 현재 살인 반증과 과거 호송 자복을 다른 칸에 썼다.
장환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제 손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 않느냐. 첫 서리도 저자가 죽이고 자기 흔적을 지우려 했을 수 있다."
정산은 반박하지 않았다.
심연이 두 기록패를 들어 보였다.
"왼쪽은 현재 시신의 살해·이동, 오른쪽은 유정산의 옛 호송이며 한쪽의 자복은 다른 쪽의 빈 증거를 채우지 않습니다."
"같은 백식방 수법이다."
"같은 계통이라는 사실과 같은 몸이 했다는 결론도 나눕니다."
심연은 첫 삼베 천 앞으로 갔다.
쇄건실 바닥 도면에는 치명 출혈이 없었다.
시신의 등에 붙은 긴 닥섬유는 상류 공동 압착장의 석회·남빛 배합과 맞았고 수차 날개의 마른 물금은 세곡 배가 지난 진시의 역류 높이와 맞았다.
"첫 축은 시신의 길입니다."
심연은 네 물건의 이름을 다시 외우게 하지 않았다.
도면 위에 손가락으로 상류 압착장, 세곡 배 밑칸, 지연촌 배수 홈을 한 번 이어 그었다.
"쇄건실은 죽은 곳이 아니며, 시신은 상류에서 피를 흘린 뒤 젖은 닥과 함께 배 밑칸에 실려 문을 거치지 않고 배수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장환이 코웃음을 쳤다.
"길을 찾았다고 나를 찾은 것은 아니다."
"맞습니다."
심연이 즉시 인정하자 장환의 다음 말이 막혔다.
"이 축은 당신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첫 시신이 어디서 죽었는지만 닫습니다."
주혜가 첫 천을 말아 봉함하자 마당에는 두 천만 남았다.
붉은 원본은 실제 이름과 장환 검수를, 푸른 검토본은 물길과 관문 시각을, 흰 선택본은 생존자가 공개를 고른 옛 작업명만 보였다.
세 장부는 이름·물길·선택 범위를 서로 침범하지 않고 같은 관문 시각에서 만났다.
심연은 둘째 천의 이름표와 체포령을 주혜 쪽으로 돌렸다.
"둘째 축은 주 방주가 설명해 주세요."
주혜는 시신 이름표의 풀 안쪽과 체포령의 봉랍 모서리를 가리켰다.
"시신은 비에 젖었는데 이름표 풀 안쪽은 늦게까지 따뜻했어요. 죽은 뒤, 젖은 뒤 붙인 표예요. 체포령은 같은 외부 닥과 붉은 봉랍 가루를 썼고 관인 모서리는 현아 탁본과 달랐어요."
"같은 종이를 쓰는 자가 담주에 한둘이냐?"
장환이 끼어들었다.
"종이만 같다고 하지 않았어요."
주혜는 공방 명부의 둥근 필적, 세곡표의 곧은 필적, 사후 이름표의 넷째 필적을 하나씩 가리켰다.
"살아 있는 사람이 언제 그 작업명을 썼는지, 이름표가 언제 붙었는지, 가짜 영장이 언제 마르지 않은 채 들어왔는지가 한 순서예요. 종이 하나로 범인을 정한 게 아니에요."
장환은 붉은 원본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 장부가 진짜라면 아이 아홉의 이름을 모두 읽어라. 읽지 못하면 빈칸을 꾸며 낸 것일 뿐이다."
참관자들의 시선이 원본 상자로 몰렸다.
완전한 입증을 바라면 가린 이름을 열라는 요구는 그럴듯했다.
주혜는 열쇠를 꺼내지 않았다.
"원본이 있다는 것과 당신이 모든 이름을 들을 권리는 다른 일이에요."
"이름을 감추고 이름 장사를 벌한다?"
"검수 표식과 관문 시각은 이름 칸 밖에 있어요. 실제 이름 대조는 그 이름의 주인이 허락한 자리에서만 해요."
물결패의 사내가 흰 선택본 앞으로 나왔다.
그는 현재 이름 칸을 손으로 덮고 옛 작업명 한 줄만 열었다.
"나는 유문성이라는 옛 이름과 지나온 관문 둘을 공개하겠소. 지금 이름은 장부가 진짜임을 보이기 위해서도 내놓지 않겠소."
한세정은 공개 칸 옆에 그의 수결을 받았다.
다른 생존자는 관문 시각만, 구조된 아이 하나는 아무 칸도 열지 않겠다고 골랐다.
빈칸은 증거 부족이 아니라 거절이 기록된 자리로 남았다.
살아 있는 유문성이 증언했다.
"장환은 보호라 말하며 내 실제 이름을 거두고 죽은 작업명을 주었소. 나는 오늘도 현재 이름을 열지 않겠소."
"내가 너를 죽을 명부에서 빼냈다."
장환이 말했다.
"처음 관문을 넘긴 일은 살린 일이었소."
사내는 물결패를 내려다봤다.
"살린 뒤에 내 이름을 돌려 달라 했소. 당신은 다음 아이에게 써야 한다며 거절했지. 그때부터 보호가 아니라 소유였소."
"네 말 하나가 문서보다 무겁나?"
"내 말 하나만 올리지 않았소. 내가 고른 관문 시각이 푸른 사본과 맞고, 당신 검수 표식은 이름을 열지 않아도 붉은 원본에 남아 있소."
한세정이 그 빈칸에 공개 거절 수결을 받았다.
호송에서 붙잡힌 회수자는 장환을 보지 않고 세 위치 도면을 보았다.
"훈련관이 공격·퇴로·회수를 정했고 첫 서리를 상류 압착장에서 친 뒤 세곡 배 밑칸에 실으라고 했소."
"이름표는 누가 주었나?"
"장환이 유문성 표를 주며 정산의 옛 역할로 보이게 하라고 했소."
장환이 웃었다.
"죽을 명부에서 아이를 빼낸 것이 죄냐?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아이들이다."
소하가 가린 이름 칸 앞에 섰다.
오른 종아리 화상은 젖은 천으로 감겨 있었다.
"살아 있게 한 다음에도 고를 수 있어야 보호예요. 아저씨는 살아 있는 사람 이름을 또 팔았어요."
장환이 소하를 보며 웃었다.
"네 아비도 같은 일을 했다. 그런데 너희는 그자를 가족이라 부르고 나만 죄인이라 부르는구나."
소하의 얼굴이 굳었다.
정산이 나서려 했으나 주혜가 손으로 막았다.
"정산의 호송은 별건으로 송치해요."
주혜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 떠난다고 없어진 죄도 아니고, 당신 죄가 드러난다고 용서되는 죄도 아니에요."
정산이 증언석에서 고개를 들었다.
"내가 한 일도 같은 장부에 남기시오. 다만 내가 했다는 이유로 장환이 지시한 살인까지 내게 옮기지는 마시오."
심연은 셋째 천을 펼쳤다.
"그래서 마지막 축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복잡한 상처 도면을 전부 내놓지 않았다.
뱃머리, 빈 배, 물밑 밧줄.
전날 호송에서 봉함한 세 자리 그림만 놓았다.
"공격자는 자리를 바꿨지만 일은 세 가지였습니다. 공격, 퇴로, 회수."
포획된 회수자가 자기 수결을 확인했다.
"첫 시신 때도 같았습니다. 상류 압착장에서 한 명이 치고, 하나는 배 밑칸을 열고, 하나는 걸쇠를 내릴 갈고리를 실었습니다."
"지시는 무엇으로 받았나?"
"반쪽 호송표의 셋째 획으로 받았고 겹친 원 둘이 검수, 끊긴 획이 회수 명령이었습니다."
한세정이 반쪽 표를 원본 옆에 맞췄다.
찢긴 섬유와 관문 셋이 이어졌다.
그 위에 장환의 허리에서 거둔 목패를 놓자 겹친 원의 눌린 홈까지 같은 자리에 포개졌다.
"목패는 빼앗아 새길 수 있다."
장환의 반박에 한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목패만 쓰지 않는다."
가짜 관차 우두머리가 격리석에서 말했다.
"곡물 객점 뒷방에서 그 목패를 든 자가 삼식 조장의 왼어깨와 장부방 위치를 일러 줬고, 얼굴은 가렸지만 오른 엄지에 같은 겹친 원이 있었습니다."
정산의 옛 동료 구문이 남긴 반쪽 표, 살아남은 회수자의 세 역할 증언, 가짜 관차가 본 검수 표식, 장환 몸에서 나온 목패가 한 지점에서 맞았다.
어느 하나도 숨 감식에 기대지 않았다.
심연이 장환에게 물었다.
"검수 표식이 당신 것이 아니라면 이 넷 가운데 어느 보관 사슬이 바뀌었습니까?"
장환은 반쪽 표를 위조라 하지 못했다.
구문이 놓은 때부터 보관 사슬이 이어졌고 목패는 체포 때 그의 허리에 있었다.
"대답하지 않겠다."
"대답하지 않은 사실만 적습니다. 물증은 그대로 남습니다."
원본 호송표의 겹친 원 검수는 장환이 차고 있던 목패 홈과 맞았다.
반쪽의 관문 셋은 푸른 검토본 시각과 맞았고 선택본의 옛 작업명은 살아 있는 증언과 맞았다.
첫 시신은 민호 이름 묶음이 사라진 세곡 기록을 추적한 수운 감찰 서리였다.
상류 압착장에서 세 역할 공격을 받고 배 밑칸과 배수 홈으로 옮겨진 뒤 살아 있는 유문성의 옛 이름을 달았다.
그 서리의 실제 이름은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열지 않았다.
공무패의 직무와 세곡 기록 수결만으로 그가 무엇을 추적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심연은 세 천 사이를 한 번 돌아봤다.
첫 축은 이동 경로를, 둘째는 위조 순서를, 셋째는 공격·호송 지휘자를 밝혔다.
세 축의 끝에는 장환이 지키려 한 민호 묶음이 있었다.
위조 체포령은 정산에게 살인을 씌워 장부 대조를 닫으려 했다.
호송 공격은 선택본을, 제지방 불은 원본을 없애려 했다.
심연은 마지막 합성문을 읽었다.
"장환의 이름은 감식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길, 문서, 호송표, 살아 있는 두 증언이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지시자를 가리켰다."
장환은 포승을 맨 채 세 장부 앞에서 자기 검수 표식을 부정하지 못했다.
한세정은 혐의마다 증거 축을 따로 적었다.
상류 살인과 사체 은닉에는 첫째·셋째 축, 사후 이름표와 위조 영장에는 둘째 축, 증인 공격과 방화에는 포획자 진술·현장 보관 사슬을 붙였다.
한 문장으로 모든 죄를 덮지 않았다.
한세정은 빈 송치 문서 한 축을 폈다.
현지 혐의는 왼쪽에 적고 오른쪽 처분 칸은 비웠다.
"나는 현지 혐의와 수감을 기록한다. 처분은 상급 송치 뒤의 권한으로 남긴다."
살인 지시·사체 은닉·문서 위조·증인 공격·방화가 왼쪽 칸에 적혔다.
정산의 옛 호송 자복은 아래 별건 칸에 들어갔다.
책임은 섞이지 않았고 문서는 한 봉함으로 갈 참이었다.
심연은 원본 뒷면의 산 모양 세 획을 가리켰다.
"산 모양 세 획은 남깁니다. 그 표식을 산 사람의 이름은 아직 쓰지 않습니다."
주혜는 불탄 집 앞에서 새 조건표를 폈다.
한세정이 마당에서 쓰던 세 상자를 보았다.
"마당의 세 상자도 그대로 올릴까요?"
"아니요. 그건 불길을 피하려고 벌린 거리였어요. 송치 길에서 한 벌이 떨어지면 누가 봤는지 늦게 알아요."
주혜는 붉은 원본을 안쪽에 접고 푸른 검토본, 흰 선택본을 차례로 포갰다.
세 실은 가장자리에 남고 실제 이름 칸은 안으로 숨었다.
생존자들은 자기 이름 칸의 덮개에 수결했다.
아무것도 열지 않은 아이의 칸은 빈 채 봉랍 아래 잠겼다.
세 겹은 한 송치궤에 들어갔다.
한세정의 아역 한 명이 열쇠를 맡았다.
철컥.
"한 궤로 보내세요. 선택본과 검토본으로 끝나면 안쪽 이름은 당사자가 있는 자리에서만 열어요."
"이번 송치 한 건의 개봉 조건이라고 쓰겠소."
"위험은 그날 말해요. 만날 사람은 셋이 같이 고르고, 소하 이름은 소하가 허락한 만큼만 써요."
소하가 자기 칸을 더했다.
"내 이름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만 읽어 줘요. 없을 때는 빈칸으로 두세요."
정산은 세 조건 아래 수결했다.
"함께 가되 용서를 요구하지 않겠소. 내 송치와 증언도 숨기지 않겠소."
주혜는 수결을 확인하고도 집 열쇠를 정산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집은 탔고 신뢰는 판결문처럼 하루에 다시 세울 수 없었다.
"함께 가는 길에서도 당신은 뒤를 맡아요. 앞길은 나와 소하가 고릅니다."
"그 조건도 따르겠소."
소하는 가족 짐 상자를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주혜가 그 열쇠를 아이에게 주었다.
그 안에는 옷 두 벌과 젖은 약첩뿐이었다.
심연은 산 모양 표식 사본을 송치궤 겉면의 빈 구매자 칸에 끼웠다.
상흔은 지나간 숨을 기억했다.
'모르는 이름까지 채우면, 다시 사람을 밀어 넣는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 칸을 닫아 둔 채, 옷과 약첩만 든 상자를 밀고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