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은 숨을 기억한다
7

여덟째 숨을 끊는 물

1252년 무렵 초여름 넷째 날 저녁, 첫 배의 여덟 번째 숨은 노를 젓는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추적 가루를 묻힌 빈 배는 이미 반 시진 앞서 하류 굽이를 돌았다.

그쪽을 따라가던 횃불 둘은 어느 순간 꺼졌다.

주혜는 미끼가 공격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증인을 태운 배의 다리 밑에도 사람이 남아 있었다.

"빈 배를 보낸 걸 알았어요."

주혜가 둑에서 말했다.

정산은 고개를 저었다.

"모두 안 것이 아니오. 두 무리가거나, 한 무리가 길을 나눠 본 거요."

그는 누구인지 맞히려 하지 않고 배 주위만 보았다.

뱃머리에는 앞 물꾼의 노, 뒤에는 줄 없는 빈 나룻배, 아래에는 물결을 거슬러 팽팽해지는 밧줄.

눈앞의 위협은 그 셋뿐이었다.

기침 하나가 다리 밑에서 울렸다.

앞 물꾼이 노를 세웠고 빈 나룻배가 뒤에서 물길을 막았다.

수면 아래 밧줄은 배 밑을 향해 팽팽해졌다.

정산은 세 자리를 알아보았다.

공격은 앞의 노, 퇴로는 뒤의 빈 배, 회수는 물속 밧줄이었다.

첫 자리가 먼저 움직였다.

앞 물꾼이 노를 물에서 빼지 않은 채 손잡이를 뒤로 밀었다.

노 끝은 물살을 젓는 대신 증인이 숨은 선창 덮개를 눌렀다.

물꾼의 오른발은 배 바닥 못 하나를 밟고 있었고 뒤꿈치에는 붉은 봉랍 가루가 묻었다.

"뱃머리."

정산이 자리만 불렀다.

한세정의 군졸은 사람 이름 대신 뱃머리라고 호흡표에 적었다.

뒤의 빈 배에서는 사공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닥자리 아래에서 팔 하나가 나와 갈고리를 실제 배의 난간에 걸었다.

그 배의 임무는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퇴로를 붙이는 일이었다.

"빈 배."

세 번째로 물밑 밧줄이 배 바닥을 긁었다.

밧줄 끝은 사람 손이 아니라 다리 말뚝의 도르래를 돌아 수면 아래 회수자에게 이어져 있었다.

"물밑."

세 자리를 부르고 나자 복잡했던 공격이 마당의 세 점처럼 갈라졌다.

심연이 물었다.

"누구를 잡아야 합니까?"

"지금 이름을 고르면 틀립니다. 세 자리를 끊어야 합니다."

"앞 물꾼부터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심연이 물었다.

"앞을 잡는 동안 빈 배가 붙고, 빈 배를 떼면 밧줄이 뒤집습니다. 한 자리를 사람으로 보면 나머지 둘이 일을 끝냅니다."

"그럼 당신이 순서를 정하시오."

정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증인이 타고 있는 이상, 자신이 또 보호의 이름으로 길을 독점할 수 없었다.

정산은 배 안의 증인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배 바닥은 상자와 함께 숨을 수 있고, 둑은 빨리 벗어나지만 화살에 보입니다. 큰 물문은 배까지 뒤집을 수 있습니다. 고르십시오."

살아 있는 유문성은 흰 상자를 가슴에 묶었다.

"배 바닥에 남겠소. 내 이름을 또 남의 손에 던지지는 않겠소."

"밧줄이 조이면 바닥부터 깨질 수 있습니다."

주혜가 위험을 숨기지 않았다.

"알겠소. 그래도 둑으로 뛰면 상자를 던져야 하오. 여기 남겠소."

주혜는 그 답을 들은 뒤 선창 덮개 고리를 증인 쪽에서 열 수 있게 돌렸다.

갇혀 숨는 것이 아니라, 나올 때를 스스로 고르게 했다.

두 물꾼은 둑을 골랐다.

남은 한 사람은 노를 놓지 않았다.

그의 발뒤꿈치가 배 앞이 아니라 정산을 향했다.

군졸 하나가 두 물꾼을 둑으로 끌어올렸다.

첫째는 떨리는 손으로 밧줄을 잡았고 둘째는 물에 닿자마자 도망치려 했다.

주혜가 길을 막지 않고 물었다.

"정비소 뒤길과 관아 쪽 둑이 있어요. 어디로 갈래요?"

"관아."

"나는 정비소로 가겠소."

두 사람의 길이 갈렸다.

한곳으로 몰아넣어 다시 잡히지 않게 군졸도 둘로 나뉘었다.

그만큼 실제 배 곁의 손은 줄었다.

일곱 번째 기침이 울리자 세 자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뱃머리 공격자는 노를 놓고 뒤 빈 배로 뛰려 했다.

빈 배의 퇴로자는 갈고리를 버리고 물밑 밧줄 쪽으로 몸을 낮췄다.

물속 회수자는 다리 말뚝을 딛고 증인 배로 올라오려 했다.

사람은 자리를 바꾸었지만 일은 그대로였다.

공격, 퇴로, 회수.

정산이 과거에 배운 것은 이름이 아니라 빈자리를 메우는 순서였다.

"여덟째에 셋이 자리를 바꿉니다. 지금 큰 물문을 열면 순서는 깨지지만 우리 배도 돕니다."

정산은 옛 역할명을 외치지 않았다.

수차 정비소 둑 위의 주혜를 보았다.

"작은 문이면 배는 섭니다. 큰 문이면 아래 물살이 되감겨 모두 넘어질 수 있어요. 주 방주가 고르시오."

주혜는 쇠사슬 두 줄을 번갈아 당겨 보았다.

작은 물문의 사슬은 가벼웠다.

당기면 증인 배만 물살 밖에 세울 수 있었다.

큰 물문은 녹이 슬어 두 사람이 매달려야 했고 열리는 순간 둑 아래까지 되감겼다.

주혜는 소하가 그린 정비소 수로도를 떠올렸다.

큰 문이 반쯤 열릴 때 배가 어느 말뚝을 중심으로 도는지, 뒤쪽 좁은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아이가 전날 손가락으로 짚어 줬다.

"한 현령, 증인 배의 오른쪽에 갈고리 둘을 거세요. 돌더라도 선창 덮개가 물에 잠기지 않게요."

"큰 문을 고른다는 말이오?"

"예. 위험도 내가 들었습니다. 이쪽에서 엽니다."

"작은 문은 저 사람들 숨만 가려요. 큰 문을 열면 우리 배도 반 바퀴 돕니다. 내가 큰 문을 고를게요."

한세정의 군졸이 증인이 탄 배에 갈고리를 걸었다.

주혜가 큰 물문의 빗장을 뽑았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여덟 숨을 한꺼번에 삼켰다.

첫째 자리, 뱃머리의 노가 역류에 들려 공격자의 가슴을 쳤다.

둘째 자리, 빈 배는 갈고리가 걸린 채 반 바퀴 돌아 퇴로를 막았다.

셋째 자리, 물밑 밧줄은 팽팽해졌다가 다리 말뚝에서 빠져 회수자의 발목으로 감겼다.

세 장면은 동시에 일어났지만 흔적은 하나씩 남았다.

노에는 공격자의 피, 빈 배에는 젖은 발바닥, 밧줄에는 안쪽으로 죈 매듭이었다.

역류가 빈 배를 밀어 앞 물꾼의 노와 부딪쳤다.

쾅.

물속 회수자가 밧줄을 당겼지만 자기 동료의 발목부터 감겼다.

공격자는 노를 놓쳤고 퇴로자는 빈 배로 뛰었으며 회수자는 자기 밧줄에 발목이 걸렸다.

증인은 배 바닥을 골랐고 주혜는 큰 물문을 골랐다.

정산은 둘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앞 물꾼이 짧은 칼을 뽑았다.

정산은 봉함된 검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칼 든 자는 물살에 밀리면서도 증인이 숨은 덮개만 보았다.

정산이 대나무 장대를 가로 눕히자 칼은 장대 위를 미끄러져 그의 오른손을 스쳤다.

정산은 첫 동작으로 칼목을 밀고 둘째로 장대를 밧줄 아래 넣었다.

셋째에는 왼어깨를 돌려 장대를 회수해야 했다.

어깨가 움직이지 않았다.

칼 든 자가 웃었다.

"삼식 조장, 빈 숨은 아직 네 것이군."

"그래서 내가 셋째를 맡지 않는다."

정산은 장대를 놓고 몸으로 밧줄 위에 엎드렸다.

자신의 몸이 버티는 동안 군졸이 갈고리를 당기게 했다.

"살려 두시오. 세 자리를 말하게 해야 합니다."

칼끝이 증인 쪽으로 돌아갔다.

정산은 셋째를 되받지 않았다.

대나무 장대로 밧줄을 눌렀고 자기 어깨를 말뚝처럼 걸었다.

큰 물살이 장대와 어깨를 함께 비틀었다.

군졸의 갈고리가 증인 배를 둑으로 끌어냈다.

증인이 안에서 덮개를 열었다.

"지금 나가겠소."

그가 스스로 말한 뒤에야 군졸들이 손을 내밀었다.

흰 상자는 먼저 던져지지 않았다.

증인은 그것을 몸에 묶은 채 둑을 기어올랐다.

주혜는 쇠사슬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 났고 물문을 다시 닫을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소하가 정비소에서 달려와 사슬에 고임쇠를 끼웠다.

"엄마가 큰 문을 골랐으면, 닫는 건 내가 도울게."

주혜는 딸을 물러서게 하지 않았다.

고임쇠가 박히는 자리를 보여 주고 둘이 함께 망치질했다.

정산의 왼어깨는 세 번째 회수 대신 몸으로 밧줄을 막은 뒤 손가락 둘도 들지 못했다.

흰 삼베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증인은 젖은 겉옷 안에서 선택본을 꺼내 심연에게 매듭부터 보였다.

"내가 고른 칸도 살아 있소."

심연은 둔한 오른 검지로 상처를 짚지 않았다.

"다시 판정하지 않습니다. 젖은 상처와 다수 접촉은 오염만 더할 겁니다."

그는 공격자의 피가 묻은 노, 퇴로자의 발이 찍힌 빈 배, 회수자의 밧줄을 서로 다른 천 위에 놓았다.

심연은 세 천을 한 줄로 놓지 않았다.

뱃머리 천은 실제 배 앞에, 빈 배 천은 뒤 배 곁에, 밧줄 천은 다리 말뚝 아래에 봉함했다.

참관자는 물건 이름을 외우지 않아도 자리를 보면 역할을 알 수 있었다.

"뱃머리에서 선창을 누른 자, 빈 배로 퇴로를 붙인 자, 물밑에서 배를 뒤집으려 한 자. 세 사람이 자리를 바꿨다는 것만 기록합니다."

포획된 회수자가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이 둘을 다쳤을 수도 있지 않소?"

"그래서 호흡 수는 쓰지 않습니다. 당신 발목의 매듭, 저 배의 발자국, 저 노의 피는 같은 시각에 세 자리에 있었습니다."

회수자는 자기 발목에 감긴 밧줄을 보았다.

물리 위치는 감식 오염처럼 섞어 버릴 수 없었다.

증인이 물었다.

"저 셋 중 누가 내 이름을 알고 있소?"

한세정이 포획자들을 보았다.

"지금 묻겠습니다."

"아니오. 먼저 내가 무엇을 공개했는지 물어보시오."

심연이 회수자에게 다가갔다.

"흰 상자 안에 어떤 이름이 있다고 들었습니까?"

"유문성."

"현재 이름은?"

"그게 이름 아니오?"

증인이 물결패를 들어 보였다.

"유문성은 내가 버린 작업명이오. 너희가 쫓은 것은 내가 고른 옛 이름 한 줄뿐이다."

회수자의 눈이 흔들렸다.

"우린 상자만 가져오라 했소. 사람은 물에 두고."

"누가 명했습니까?"

"이름은 못 들었소."

"어떤 표식을 보았습니까?"

"겹친 원 둘. 셋째 획이 끊긴 목패였소."

심연은 그 말을 장환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다.

"들은 이름 없음, 본 표식 하나. 그대로 적습니다."

증인은 흰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내 선택이 저들을 불렀다고 생각했소."

주혜가 벗겨진 손바닥을 천으로 감으며 답했다.

"선택이 부른 게 아니에요. 선택을 훔쳐본 사람이 부른 거예요."

"다시 고르라면 같은 길을 고르겠소."

"그 말도 당신이 직접 적으세요."

"한 사람의 호흡이 상처에 둘 남은 게 아닙니다. 공격·퇴로·회수가 자리를 바꾸며 같은 상처를 이어 낸 겁니다."

정산이 말했다.

"백식환살은 신호를 나눠 갖습니다. 굉음으로 숨을 잃고 한 자리가 빠지면 서로의 길을 막습니다."

한세정은 젖은 호흡표에 세 위치를 그렸다.

확인패 발급 시각과 선창 교대 시각을 옆에 적던 붓이 멈췄다.

"확인패는 오시 말에 나갔는데 선창 교대 수결은 반 시진 앞서 있다. 안쪽에서 길을 먼저 본 자가 있다."

포획자의 소매를 털자 작은 종이띠가 나왔다.

목적지는 쓰여 있지 않았고 첫 물문의 오른쪽 말뚝과 큰 물문 사슬만 그려져 있었다.

주혜가 종이 귀를 살폈다.

"이건 현아 확인패를 자르고 남은 귀예요."

한세정이 확인패함을 지키던 아역들을 불렀다.

누구도 발급 뒤 종이를 잘라 낸 적이 없다고 했다.

"발급 전 빈 패를 본 사람이 그림을 넘겼다."

심연은 안쪽 수결 하나를 곧장 범인 이름으로 쓰지 않았다.

"접근한 사람, 베낀 사람, 밖으로 건넨 사람이 같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우선 확인패함 접근 역할부터 좁힙니다."

심연이 교대표를 뒤집었다.

안쪽 수결 하나가 물에 번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때 상급 종결 명령을 든 역졸이 둑 위에 섰다.

역졸의 신발은 마른 흙투성이였다.

호송이 시작되기 전 담주 쪽 역참을 떠났다는 뜻이었다.

방금 일어난 공격을 보고 내린 명령일 수 없었다.

"정산을 체포하고 증인과 사본을 즉시 인계하라는 명입니다."

증인은 젖은 흰 상자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저 명령에는 내가 어디서 잘지도 적혀 있소?"

역졸은 답하지 못했다.

물 위의 공격은 끝났지만 길을 미리 본 권한이 둑 위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명령은 공격보다 먼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