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년 무렵 초여름 첫날 아침, 지연촌의 수차가 먼저 숨을 멈췄다.
물살 대신 물방울 소리가 났다.
한 방울, 두 방울.
셋째 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쇄건실(鎖乾室) 안에서 누군가 문을 긁었다.
서른두 살의 검법관 심연(沈硯)은 달리지 않았다.
먹회색 소매를 팔꿈치 아래 같은 폭으로 접고 문 앞 진흙과 배수 홈부터 보았다.
열쇠를 든 손보다 먼저 바뀔 것은 발자국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 누구입니까?"
마을 사람 셋이 동시에 유정산(柳正山)을 가리켰다.
서른여덟 살의 장인은 문과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왼어깨가 오른쪽보다 낮았고 작업 앞치마에는 닥풀 얼룩이 말라 있었다.
"시신을 본 건 나입니다. 문은 안에서 걸려 있었소."
현령 한세정(韓世正)이 인장갑 모서리를 맞췄다.
마흔네 살인 그의 시선은 시신보다 먹구름과 오시 마감 사이를 먼저 오갔다.
"폭우가 오기 전에 열게. 심 검법, 검시는 안에서 하시오."
"열기 전에 세 가지를 적어 주십시오. 보고자, 열쇠를 가진 사람, 수차가 멎은 시각입니다."
"사람이 안에 죽어 있는데 시각 셋을 세겠다는 건가?"
"문을 열면 네 번째 시각부터는 모두 우리가 만든 흔적이 됩니다."
정산이 젖은 열쇠를 내밀었다.
"열쇠는 아침까지 주혜가 가졌습니다. 나는 환기창으로 시신을 보고 수차부터 멈췄소."
"왜 수차를 먼저 멈췄습니까?"
"압착틀이 돌면 배수 홈으로 물이 들어옵니다. 안에 사람이 있든 시신이 있든 먼저 멈춰야 했소."
서른다섯 살의 주혜(朱慧)가 작업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공방의 방주인 그녀는 남편에게서 열쇠를 돌려받지 않고 심연에게 손바닥을 보였다.
"열쇠는 제가 열어요. 문짝을 부수면 이번 달 종이도, 안의 흔적도 끝입니다."
심연은 한세정을 보았다.
"개문은 주 방주, 현지 승인은 현령, 안의 시신 취급은 오작이 하게 해 주십시오."
한세정이 시각 매듭을 하나 옮겼다.
"그대로 기록하게. 오시 전 첫 검안을 마친다."
주혜가 문을 열자 석회와 젖은 닥 냄새가 함께 밀려 나왔다.
좁고 긴 방 양쪽으로 건조대가 서 있었고 끝 환기창 아래 남자가 엎드려 있었다.
피는 보이지 않았다.
시신의 등만 마르지 않았다.
오작이 몸을 뒤집으려 하자 심연이 손등으로 거리를 막았다.
"목과 손부터 보겠습니다. 아직 옮기지 마십시오."
목 아래에는 얕은 상처 세 줄이 겹쳐 있었다.
두 줄은 짧게 멎었고 하나는 옆으로 미끄러졌다.
살수 유파의 손자국처럼 보이기에는 지나치게 정갈했고 작업장 먼지와 붉은 안료가 상처 가장자리에 엉겨 있었다.
군중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유 장인이 밤마다 숨을 셉니다! 옛 살수라 했소!"
한세정이 정산을 돌아봤다.
"비교할 수 있겠소, 심 검법?"
심연은 왼손목의 사용 매듭을 만졌다.
오늘은 아직 영이었다.
잔식청맥법(殘息聽脈法)은 죽은 뒤 칠 일 안의 상처에서 같은 계통, 다른 계통, 오염만 들었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 제한을 먼저 말해야 했다.
답을 기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답의 크기를 줄이는 일은 늘 실패처럼 보였다.
"한 번 쓰겠습니다. 비, 여러 손의 접촉, 안료가 오염원이 될 수 있습니다. 같다고 나와도 유 장인 개인을 뜻하지 않습니다."
정산이 물었다.
"내 숨도 필요합니까?"
"동의하지 않으면 시신만 읽습니다."
"시신만 하시오. 아이 앞에서 내 몸을 표본으로 세우고 싶지 않소."
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거절도 기록하게 했다.
그는 오른 엄지와 검지를 상처에서 한 치 떨어뜨렸다.
시신의 남은 숨이 아니라 상처를 낸 힘의 잔박자를 자기 맥박과 나란히 놓았다.
첫 박자는 얕았다.
둘째는 정산이 문 앞에서 숨을 삼킬 때와 닮았다.
셋째에는 빗물 소리, 붉은 안료의 따끔한 냄새, 오작의 장갑이 남긴 열이 한꺼번에 섞였다.
심연은 매듭 하나를 옮겼다.
오른 검지 끝에서 차가움이 사라졌다.
"첫 번째 사용. 판정은 오염. 사람과 유파는 확정하지 못합니다."
한세정이 입술을 굳혔다.
"익숙한 박자가 있었나?"
"익숙함과 사람 이름은 다른 말입니다. 오염을 체포 명령으로 번역하지 마십시오."
심연은 손톱으로 죽간 자 모서리를 긁었다.
소리는 났지만 오른 검지에는 진동이 희미했다.
첫 사용의 비용을 기록판에 적었다.
`우수 검지 촉각 둔화.`
답을 못 준 수치가 손끝 대신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능력을 한 번 더 쓰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시신 등 아래로 젖은 회백색 섬유가 삐져나와 있었다.
건조대에 붙은 닥섬유는 결이 풀려 가벼웠지만 등에 눌린 것은 납작하고 물을 품어 차가웠다.
"주 방주, 보기만 해 주십시오. 만지지 않아도 됩니다."
주혜는 무릎을 굽히되 구획선 밖에 머물렀다.
"이 섬유는 우리 쇄건실 바닥에서 묻은 게 아니에요. 여기 것은 볕에 올리기 전에 두 번 털어요. 저건 눌린 채 물을 먹었어요."
"어디에서 그렇게 눌립니까?"
"압착틀 아래거나 젖은 꾸러미 밑이지요. 하지만 어느 공방 것인지는 아직 몰라요."
한세정이 오작에게 손짓했다.
"채취하게."
심연이 역할을 다시 말했다.
"관찰은 제가 합니다. 채취는 오작이 하고, 봉쇄와 감시는 현령께서 명하십시오. 주 방주의 비교 표본은 다른 봉투에 둡니다."
오작은 시신 등 왼쪽, 옷솔기, 바닥 닿은 부분을 나눠 작은 종이 봉투에 넣었다.
주혜는 공방의 마른 닥과 압착 전 젖은 닥을 두 별도 그릇에 놓고 자기 이름을 붙였다.
"장부는요?"
한세정이 묻자 주혜가 일어섰다.
"압수부터 하겠다고 하면 닫습니다. 어떤 날짜와 원료를 보는지 적고, 작업자 이름은 제가 위험을 말한 뒤 허락받겠어요."
"사건 장부를 사사로이 고르겠다는 건가?"
"사람 이름을 종이 원료처럼 퍼내지 말라는 겁니다."
심연은 주혜의 조건을 기록했다.
자신은 장부를 얻고 싶었고 그 욕심이 사람의 생계를 언제나 뒤로 밀었다.
쇄건실 바닥에는 피가 없었다.
틈새의 석회 먼지도 붉어지지 않았다.
목 상처가 이곳에서 치명적이었다면 빠져나간 피가 젖은 먼지 어느 한 줄은 붙잡았어야 했다.
"여기서 죽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한세정이 물었다.
"잠긴 방인데 시신을 옮겼다는 말인가?"
심연은 환기창과 바닥의 배수 홈을 번갈아 봤다.
홈에는 젖은 천을 당긴 듯 섬유가 한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시신이 옮겨졌다는 가설입니다. 문이 안에서 걸린 방식과 이동 경로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첫 빗방울이 환기창을 때렸다.
건조대 위 종이가 한꺼번에 축 처졌다.
젖은 무게를 버티던 가로대가 낮게 울었다.
열 살 유소하(柳小河)가 구획선 바깥에서 종이배를 주우려 몸을 숙였다.
그녀의 머리 위로 건조대 두 칸이 기울었다.
"소하야, 뒤!"
정산이 검 쪽으로 손을 보냈다가 멈췄다.
검을 뽑으면 휘어진 건조대를 가르며 시신 구획까지 무너뜨릴 터였다.
주혜가 지지대 셋을 보았다.
"가운데를 풀면 다 내려와요. 오른쪽만 빼야 해요."
정산이 물었다.
"혜, 네가 풀겠소?"
"풀지 말지는 제가 정해요. 소하가 빠질 길부터 비워 주세요."
주혜는 소하에게 두 길을 가리켰다.
"문 쪽으로 기어올래, 아니면 어머니 손을 잡을래?"
소하는 주혜의 손을 골랐다.
그러나 젖은 종이 뭉치가 먼저 미끄러져 둘 사이 통로를 막았다.
정산이 작업대의 긴 대나무 자를 들었다.
"오른손 아래. 머리는 숙여."
주어가 사라진 목소리였다.
정산은 반 보 들어갔다.
대나무 자 끝으로 떨어지는 가로대 안쪽을 걸어 흘렸다.
첫 번째 소리가 기둥을 쳤다.
탁.
그는 손목을 접어 자의 중간으로 두 번째 가로대를 쳐 올렸다.
두 번째 소리가 첫 흔적보다 한 뼘 위에 남았다.
탁.
주혜가 오른쪽 지지대를 풀었다.
하중이 문 쪽으로 꺾였고 소하는 어머니 손을 잡고 빠져나왔다.
정산이 자를 회수했다.
반 보.
첫 접촉.
두 번째 접촉.
회수 뒤 세 번째 숨에서 정산의 왼어깨가 멈췄다.
젖은 종이 뭉치는 시신 구획선 앞에서 멎었다.
시신도 봉투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하가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아버지는 셋을 셀 때만 왼쪽이 늦어요."
정산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주혜는 딸의 어깨를 감싸고 남편의 대나무 자를 보았다.
"그게 수리할 때 배운 동작이에요?"
"지금은 아이를 살린 동작이오."
"무엇이었는지는 내가 묻고 있어요."
정산은 대답하지 못했다.
군중이 다시 웅성거렸다.
숨은 살수, 같은 상처, 잠긴 방.
한세정이 아역에게 결박끈을 가져오라 했다.
심연은 구조 기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나무 자가 남긴 얕은 접촉흔 두 개가 높이를 달리했다.
첫 흔적은 안쪽으로 미끄러졌고 둘째 흔적은 위로 쳐올린 뒤 같은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시신 옆 기둥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목 상처에도 두 번째 동작 뒤 날을 회수한 마찰이 없었다.
"현령, 결박을 늦춰 주십시오."
"방금 모두가 저 동작을 봤네."
"두 번 울리는 동작은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시신 옆에는 두 번의 흔적이 없습니다."
"숨긴 기술은 도주 위험이야."
"그러므로 감시는 필요합니다. 오염 판정과 숨긴 과거는 현재 살인의 체포 근거와 다릅니다."
심연은 세 칸으로 말했다.
"보인 것. 유 장인은 두 접촉으로 아이를 구했습니다. 뜻하지 않는 것. 그가 이 시신의 상처를 냈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것. 무기 봉함, 공방 제한 감시, 시신 이동 경로 조사입니다."
주혜가 정산 앞이 아니라 옆에 섰다.
"감시를 받겠다면 받아요. 하지만 내 장부와 작업자 이름은 내 조건 없이 가져가지 못합니다. 소하에게도 왜 문밖을 못 나가는지 우리가 설명해요."
정산은 왼어깨를 누르다 손을 내렸다.
"그 조건을 따르겠소."
한세정은 인장갑을 공개된 작업대에 놓았다.
"유정산은 공방 안 제한 감시. 무기는 봉함한다. 시신 이동 경로를 먼저 찾는다."
아역은 결박끈 대신 정산의 짧은 검과 출입문을 봉했다.
오작은 시신과 섬유 봉투를 맡았고 심연의 오염 판정 기록은 별도 봉함됐다.
소하는 주혜의 허락을 받고서야 아버지 곁으로 갔다.
정산은 아이를 안으려다 손을 멈췄다.
"안아도 돼?"
소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차가 멎은 뒤 처음으로 쇄건실 안에 사람 숨이 고르게 이어졌다.
그때 비탈길 아래서 사람이 넘어지며 달려왔다.
젖은 옷자락에 피가 묻은 젊은 사내였다.
그는 시신의 얼굴을 보고 뒤로 물러났다.
"저 사람 이름이 유문성이라 했습니까?"
한세정이 대답했다.
"그렇네. 수운 감찰 서리 유문성."
사내가 자기 가슴을 쳤다.
"제가 유문성입니다. 죽지 않았습니다. 저 이름은 제 이름입니다."
심연의 둔한 손끝에서 봉함끈이 미끄러졌다.
대나무 자는 두 번 울렸다.
시신 옆에서는 그 두 소리가 없었다.
'시신 곁에 없던 소리라면, 죽은 자리도 다르다.'
이제 시신은 죽은 자리뿐 아니라, 죽은 이름까지 옮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