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년 무렵 초여름 둘째 날 새벽, 가짜 관차는 밤새 정산의 손을 묶지 못했다.
그들이 포승을 내밀 때마다 정산은 두 손을 내주었다.
다만 매듭을 짓기 전에 체포령의 인계처를 읽어 달라고 했다.
관차는 읽지 않았고 한세정은 현아 집행패를 보일 때까지 결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밤새 마당에는 등잔 셋이 탔다.
첫 관차는 정산 앞을 지켰고 둘째는 장부가 든 방의 창을 살폈으며 셋째는 바깥 골목의 말 고삐를 쥐었다.
죄수 하나를 데리러 온 자들이 사람과 종이와 퇴로를 따로 맡고 있었다.
주혜는 작업자들을 동문으로 내보낸 뒤 장부방 문에 자기 실을 새로 묶었다.
소하는 어머니 옆에 남겠다고 했지만 주혜는 수차 정비소의 종지기 곁으로 보냈다.
"여기서 보지 않아도 될 칼까지 보게 하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났는지는 나중에 다 말해 줘."
"그건 약속할게."
정산은 모녀의 말을 듣고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에게 허락된 일은 마당 한가운데서 양손을 보이는 것뿐이었다.
정산은 칼자루로 간 손 앞에서 자기 두 손을 보였다.
"영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세 번 읽고 죄명과 인계처를 모두 듣게 해 주십시오."
관차 우두머리가 웃었다.
"죄수가 문서를 고르나?"
"내가 달아나면 쫓으십시오. 읽는 동안에는 이 공방 사람과 현 아역이 듣습니다."
한세정이 영장과 정산 사이에 섰다.
"낭독하라. 집행 책임은 내가 확인한다."
첫 낭독의 죄명은 백식방 잔당이었다.
둘째에는 수운 살인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