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은 숨을 기억한다
3

세 번째 회수는 오지 않았다

1252년 무렵 초여름 둘째 날 새벽, 가짜 관차는 밤새 정산의 손을 묶지 못했다.

그들이 포승을 내밀 때마다 정산은 두 손을 내주었다.

다만 매듭을 짓기 전에 체포령의 인계처를 읽어 달라고 했다.

관차는 읽지 않았고 한세정은 현아 집행패를 보일 때까지 결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밤새 마당에는 등잔 셋이 탔다.

첫 관차는 정산 앞을 지켰고 둘째는 장부가 든 방의 창을 살폈으며 셋째는 바깥 골목의 말 고삐를 쥐었다.

죄수 하나를 데리러 온 자들이 사람과 종이와 퇴로를 따로 맡고 있었다.

주혜는 작업자들을 동문으로 내보낸 뒤 장부방 문에 자기 실을 새로 묶었다.

소하는 어머니 옆에 남겠다고 했지만 주혜는 수차 정비소의 종지기 곁으로 보냈다.

"여기서 보지 않아도 될 칼까지 보게 하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났는지는 나중에 다 말해 줘."

"그건 약속할게."

정산은 모녀의 말을 듣고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에게 허락된 일은 마당 한가운데서 양손을 보이는 것뿐이었다.

정산은 칼자루로 간 손 앞에서 자기 두 손을 보였다.

"영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세 번 읽고 죄명과 인계처를 모두 듣게 해 주십시오."

관차 우두머리가 웃었다.

"죄수가 문서를 고르나?"

"내가 달아나면 쫓으십시오. 읽는 동안에는 이 공방 사람과 현 아역이 듣습니다."

한세정이 영장과 정산 사이에 섰다.

"낭독하라. 집행 책임은 내가 확인한다."

첫 낭독의 죄명은 백식방 잔당이었다.

둘째에는 수운 살인이 더해졌다.

셋째에는 없던 장부 절취가 생겼다.

인계처도 담주 감영, 상류 관문, 이름 없는 별소로 바뀌었다.

한세정은 첫 낭독 뒤 아역에게 죄명을 받아쓰게 했다.

둘째에는 주혜가 인계처를 되받아 말했다.

셋째에는 문밖의 중개상까지 들은 문구를 반복했다.

"첫째에는 장부 절취가 없었소."

"둘째 인계처는 상류 관문이었어요."

"방금은 별소라 했습니다. 어느 별소인지는 읽지 않았고요."

우두머리는 체포령을 등잔불 위에 내밀었다.

봉랍이 녹아 문구를 가리면 서로 다르게 들었다고 우길 수 있었다.

심연이 물그릇을 엎어 등잔불을 껐다.

"문서를 태우면 집행 근거도 사라집니다."

어둠이 반 박자 내려앉았다.

그 사이 둘째 관차가 장부방 창살을 잡았다.

주혜가 새로 맨 실이 팽팽해지며 작은 방울을 울렸다.

짤랑.

"사람을 묶는 동안 장부도 가져가려 했군요."

우두머리는 대답 대신 정산의 팔에 포승을 걸었다.

정산은 저항하지 않은 채 몸을 반 바퀴 틀어 장부방과 세 관차를 한 시야에 넣었다.

심연이 말했다.

"한 문서가 낭독할 때마다 죄와 목적지를 바꿉니다."

우두머리가 영장을 접었다.

"입 다물어라. 죄수와 장부를 함께 싣는다."

주혜가 공방 안쪽 종이 통로의 문을 열었다.

폭은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다.

통로 양옆에는 말리는 닥발이 빽빽이 걸려 있었다.

칼을 크게 휘두르면 젖은 종이와 대나무 살이 먼저 걸렸다.

바닥은 밤새 흘린 닥물로 미끄러웠고 서쪽 기둥 뒤에는 한 사람만 몸을 접을 틈이 있었다.

정산은 그 폭을 발로 재지 않았다.

매일 수차를 고치며 지나던 길이었다.

오른발을 한 번 내딛으면 손목 거리, 반 보 더 가면 무릎 거리였다.

왼어깨를 돌려 칼을 되받을 자리는 없었다.

"한 현령, 셋째 자를 출구에 두십시오. 둘이 들어오면 뒤에서 문을 닫되 먼저 치지는 마십시오."

우두머리가 비웃었다.

"벌써 지휘관 행세냐, 삼식 조장?"

옛 역할명이 새벽 공기 속에 처음 떨어졌다.

주혜의 눈이 정산에게 향했지만 정산은 설명하지 않았다.

"소하와 작업자는 동문으로 빠져요. 아역은 서쪽 기둥 뒤에 서요."

정산이 낮게 물었다.

"나는 어느 길에 설까?"

"모두가 보는 가운데 서요. 또 숨지 말고."

정산은 공방의 대나무 자 하나를 반으로 접었다.

칼은 봉함된 채였다.

관차 하나가 아역의 목을 향해 칼을 뽑았다.

아역은 영장을 받아 적은 죽간을 품고 있었다.

칼 든 자는 아이를 베려는 것이 아니라 죽간을 내놓게 하려 손목을 꺾었다.

첫째와 둘째 낭독이 사라지면 영장은 다시 한 가지 말만 한 문서가 될 터였다.

정산은 접은 자를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대나무 마디가 밖으로 향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손바닥을 받쳤다.

반 보, 손목 한 번, 무릎 한 번.

두 번의 마른 소리 뒤 세 번째 회수는 오지 않았다.

첫 소리는 칼목과 손뼈 사이에서 났다.

손가락이 펴지며 칼끝이 닥발을 찢고 아래로 처졌다.

정산은 떨어지는 칼을 쫓지 않고 자의 접힌 등을 무릎 안쪽에 댔다.

둘째 소리와 함께 관차의 몸이 한쪽으로 접혔다.

베인 곳은 없었다.

젖은 바닥에 무릎이 닿으며 칼 쥔 손이 자기 몸 아래 깔렸다.

장부방을 노리던 자가 뒤에서 짧은 칼을 뽑았다.

정산은 손목을 친 자를 밀어 길을 막고 자 끝을 뒤로 돌려 셋째의 칼등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왼어깨 안쪽에서 오래된 힘줄이 돌처럼 굳었다.

대나무 자가 가슴 앞을 반도 건너지 못했다.

칼은 바닥에 떨어졌고 관차는 무릎을 꿇었다.

정산의 대나무 자는 둘째 관차의 손등 앞에서 멈췄다.

세 번째 회수에서 왼어깨가 빠지지 않고 멈췄다.

정산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더 때리면 대나무 자를 회수하지 못했고 칼 든 손과 함께 엉킬 거리였다.

"두 사람은 무장 해제됐습니다. 셋째는 아직 칼이 있습니다."

아역이 정산의 보고를 듣고 문을 닫았다.

한세정의 정식 아역 둘이 밖에서 우두머리의 퇴로를 막았다.

셋째 관차는 칼을 든 채 앞사람 등에 막혔다.

심연이 젖은 닥발을 통로 안으로 떨어뜨렸고 주혜가 반대편 줄을 당겼다.

무거운 발 두 장이 관차의 팔과 벽 사이에 끼었다.

"지금 놓으면 다치지 않습니다."

주혜의 말에 관차는 힘을 더 주었다.

젖은 종이가 찢어지는 동안 한세정의 아역이 창대를 칼목 아래 밀어 넣었다.

칼이 바닥에 닿은 뒤에야 정산은 접은 자를 내렸다.

그는 이긴 사람처럼 서 있지 못했다.

왼팔을 배에 붙인 채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통로 한복판에는 그가 하지 못한 셋째 동작이 빈자리로 남았다.

살상은 없었다.

칼등에 눌린 손목과 젖은 무릎 자국만 남았다.

심연은 시신 쪽 기둥의 흔적 도면과 통로 기둥을 겹쳐 보았다.

"실제 동작에는 손목·무릎 두 접촉과 회수 자국이 있습니다. 시신 곁에는 어느 것도 없습니다."

주혜는 영장 가장자리를 적셨다.

길게 풀리는 외부 닥 사이로 시신 이름표와 같은 붉은 가루가 떠올랐다.

심연이 한세정의 정식 관인 탁본을 나란히 놓았다.

영장 인영은 오른 모서리가 지나치게 둥글고 압력은 가운데만 깊었다.

"시신 이름표와 같은 섬유, 같은 봉랍 가루, 다른 관인 모서리입니다. 이 영장은 사후 위조입니다."

한세정이 명했다.

"집행을 중지한다. 세 사람은 관차가 아니라 위조 영장 피의자로 분리 감시한다."

우두머리의 허리패는 멀리서 보면 관차패와 같았다.

물로 씻자 검은 칠 아래에서 곡물 객점의 납품패가 나왔다.

둘째의 소매에는 같은 외부 닥을 자른 가느다란 종이칼이 있었고 셋째의 신발에는 공방 장부방 창 밑의 푸른 풀이 묻었다.

심연은 세 물건을 한 봉투에 넣지 않았다.

"한 사람은 영장을 읽었고, 한 사람은 장부를 노렸고, 한 사람은 말을 지켰습니다. 누가 시켰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한세정이 우두머리에게 물었다.

"현아 집행 순서를 누가 가르쳤나?"

"돈 받은 대로 했을 뿐이오."

"정산의 옛 역할명도 돈에 적혀 있었나?"

우두머리의 눈이 잠깐 정산의 왼어깨로 갔다.

그 짧은 시선이 말보다 먼저 답했다.

"종이에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둘째 관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누가 말했나?"

"곡물 객점 뒷방에서 얼굴 가린 자가 말했습니다. 삼식 조장은 셋째를 못 받으니 둘이 앞을 막고 하나는 장부를 들라 했습니다."

정산이 물었다.

"그자가 어느 손으로 찻잔을 들었소?"

"왼손이오. 오른손 엄지에는 겹친 원 문신이 있었소."

심연은 문신이라는 말을 지시자 이름 칸에 옮기지 않았다.

"본 것과 짐작한 것을 나눠 쓰겠습니다. 얼굴은 못 봤고, 오른 엄지의 겹친 원만 봤습니다."

우두머리가 이를 갈았다.

"우리를 속여 데려온 자부터 잡으시오."

"그러려면 당신들이 들은 말과 받은 물건을 바꾸지 말고 남겨야 합니다."

우두머리는 끌려가며 정산을 옛 역할명으로 불렀다.

"삼식 조장, 세 번째 숨은 여전히 비는군."

주혜가 그 호칭을 들었다.

"저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알아요?"

정산은 왼어깨를 천으로 묶었다.

"백식방에서 쓰던 역할명이오. 나는 그곳을 떠났소."

"왜 관문 종이를 아는지도 말해요."

"지금 다 말하면 오늘 지킨 사람의 이름까지 엮일 수 있소. 배합과 수로를 먼저 찾고 넷째 날까지 내 호송 일을 말하겠소."

"당신이 정한 나중은 늘 우리에게 먼저 닥쳤어요."

주혜는 찢어진 닥발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정산이 아역을 구한 자국과, 관차가 장부를 노린 칼자국이 같은 발에 남아 있었다.

"오늘 한 일은 봤어요. 소하를 구한 것도, 아역을 살린 것도 지우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걸로 모르는 일을 덮지는 않겠어요."

정산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칼을 쓰지 않았다는 말도, 집을 지켰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넷째 날 해 지기 전, 내가 옮긴 것이 사람인지 이름인지부터 말하겠소."

"둘 다였을 수 있다는 말까지 포함해서요."

"그렇게 말하겠소."

주혜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가짜 영장이 당신 과거까지 가짜로 만들지는 않아요. 설명하기 전에는 집으로 들어오지 마요."

정산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 조건을 따르겠소."

그는 봉함된 검과 함께 공방 바깥 감시방으로 갔다.

집 문은 닫혔고 수차 옆 배수로에는 외부 닥을 압착한 흐린 물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소하가 정비소에서 돌아왔을 때 주혜는 통로의 찢어진 발을 치우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겼어?"

주혜는 잠깐 손을 멈췄다.

"사람은 살렸고 영장은 가짜로 밝혔어. 그런데 네 아버지가 숨긴 일은 아직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단다."

"그럼 오늘은 어디서 자?"

"문밖 감시방."

소하는 닫힌 집 문과 등잔이 켜진 감시방을 번갈아 보았다.

정산은 그 시선을 느끼고도 손짓하지 않았다.

가짜 권한을 꺾은 대가는, 진짜 가족의 문턱을 당장 넘지 못하는 일이었다.

'가짜 포승을 끊어도, 집 문은 내 몫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