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년 무렵 초여름 넷째 날 오후, 주혜는 빈 작업대에 상자 셋을 놓았다.
첫 상자에는 붉은 실을 걸었다.
둘째에는 푸른 실, 셋째에는 옛 동료의 반쪽 호송표에서 풀어 낸 흰 삼베실을 걸었다.
주혜는 세 상자의 이름을 한꺼번에 말하지 않았다.
먼저 붉은 실만 탁자 위로 당겼다.
불빛을 받은 실이 피처럼 진해졌다.
정산이 물었다.
"원본을 셋으로 찢는 거요?"
"장부는 찢지 않아요. 쓸모를 나눠요."
주혜는 붉은 상자에 원본을 넣었다.
"원본은 사실을 지키고, 검토 사본은 대조를 받고, 선택본은 증인이 자기 이름을 들고 나가게 해요."
붉은 상자의 뚜껑을 닫자 주혜는 열쇠를 자기 허리에 차지 않았다.
한세정에게도, 심연에게도 건네지 않았다.
"원본 열쇠는 누구에게 둘 셈이오?"
한세정이 물었다.
"나와 작업자 대표가 반씩 가진 인끈을 맞춰야 열게 할 거예요. 관에서 가져가야 하면 두 사람 앞에서 가져가세요."
"도중에 당신이 잡히면?"
"그래서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 겁니다."
주혜는 붉은 실 매듭 아래에 작업자 대표의 수결을 받았다.
사실을 지키는 첫 물건은 그제야 탁자에서 내려갔다.
다음에 그녀는 푸른 실을 잡았다.
원본의 이름 칸을 종이띠로 가린 뒤 물길, 관문 시각, 종이 배합만 얇은 사본에 옮겼다.
"이것은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경로를 따질 수 있는 장입니다."
심연이 한 줄을 베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