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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를 불러오는 중입니다.상흔은 숨을 기억한다 9화 – 타는 집에서 꺼낸 이름 | Fictures
1252년 무렵 초여름 다섯째 날 오후, 제지방 지붕 위로 검은 연기가 접힌 칼처럼 솟았다.
골목 끝에는 장환이 있었다.
장환은 달아나는 사람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젖은 천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몸이 기억한 추격 자세였다.
길게 둘, 짧게 하나.
소하의 신호는 압착틀 아래에서 울렸다.
전날 소하가 직접 고른 신호였다.
주혜가 물었다.
정산은 한세정에게 말했다.
정산은 장환의 등을 보지 않고 주혜와 불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과 종이를 함께 가두려 불길의 시작점을 나눠 놓은 방화였다.
큰 천은 사람을 눕힐 자리, 작은 천은 종이를 받을 자리였다.
곁에는 민호 묶음에서 빠졌던 아이 둘과 작업장 아이 하나가 웅크렸다.
아이 셋은 가장 작은 아이, 다리를 다친 아이, 숨이 가쁜 아이로 구분돼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불길 밖까지 들릴 수 있어 소하가 상태로 나눈 것이었다.
뜨거운 물이 소매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그의 일은 힘껏 드는 것이 아니라 소하와 주혜가 말한 만큼만 버티는 일이었다.
정산의 왼팔은 불길 속에서도 몸통에 묶인 채였고 셋째 회수는 하지 못했다.
셋째의 옷자락에 불이 붙자 소하가 젖은 닥죽을 덮었다.
첫째 아이가 젖은 천 위에 나오자 심연은 이름을 묻지 않았다.
밖의 군졸이 손을 뻗었으나 아이가 뒤로 움찔했다.
그제야 군졸이 팔꿈치를 받쳐 큰 천 오른쪽으로 옮겼다.
셋째 아이의 불붙은 옷은 닥죽에 덮여 꺼졌다.
하나에 소하가 고임목을 밀고 둘에 몸을 돌리고 셋에 젖은 판 위로 미끄러져 나왔다.
소하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뒤 물문으로 기어 나갔다.
원본 목패의 찢긴 홈은 옛 동료가 남긴 반쪽과 정확히 맞았다.
호송표에는 민호 작업명 아래 실제 이름 아홉이 적혀 있었다.
정산의 호송 수결, 장환의 겹친 원 검수, 뒷면의 산 모양 세 획이 서로 다른 칸에 남았다.
제지방의 압착틀과 건조대가 불 속에 주저앉았다.
칼은 정산이 아니라 작은 천을 든 심연의 손을 향했다.
장환은 곧장 두 번째 칼을 뽑지 않고 왼손의 젖은 천 꾸러미를 품에 넣었다.
불 먹은 틀이 접히며 장환의 퇴로를 가로막았다.
정산은 맞받지 않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서 대나무 틀 사이로 장환을 끌어들였다.
칼끝이 정산의 옷을 갈랐지만 살에는 닿지 않았다.
주혜가 쓰러진 틀의 줄을 당기자 대나무 살이 장환의 팔꿈치를 감쌌다.
한세정이 체포를 명했고 군졸 둘이 갈고리와 포승으로 장환의 팔을 묶었다.
안에는 사람 셋이 입김을 불어 넣은 듯 서로 다른 습흔이 남은 작은 명주 조각들이 있었다.
주혜는 소하의 화상을 감고 정산 앞에 이동 조건표를 펼쳤다.
한세정이 구조·증거·피의자 인계를 확인하러 왔다.
구조 절정 뒤의 마당을 문답으로 다시 불태우지 않았다.
없는 칸을 정산이 채우려 하지 않는지까지 공개 검시 뒤에 다시 볼 생각이었다.
관아 마당에는 세 탁자와 빈 증언 자리가 준비됐다.
원본·반쪽 호송표와 포승 묶인 장환이 같은 새벽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