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소이 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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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웹툰 · 15컷

돌아오는 열 번째 장

같은 초여름 나흘째 비 밤, 구문악의 오른발이 마지막 돌계단을 덮는다.

'직접 왔다.'

그는 사람보다 철함과 사본 셋을 먼저 본다.

마르지 않은 먹 냄새.

'네 묶음.'

구문악 뒤로 검은 우의의 정예 아홉이 선다.

허리마다 검은 포승 세 바퀴.

마지막 사내가 청동 유화분을 놓는다.

기름 먹인 불이 비 속에서 일어난다.

"사본이 셋이면 불도 셋이면 된다고 했소."

장포두가 낡은 철척을 든다.

"한백교가 쏜 침과 그대 목소리를 모두 들었소. 문턱 안으로 더 오면 증거 소각 현행으로 잡겠소."

"포두 한 사람의 귀보다 내가 먹인 서리의 붓이 오래가오."

구문악은 젖은 장포를 턴다.

큰 등이 문틀을 가린다.

왼목에는 흰 밧줄 흉터.

오른 철장갑에서는 검은 약유가 흐른다.

무연은 들것에서 오른팔로 몸을 일으킨다.

왼손은 손목까지 희다.

손가락은 마루도 느끼지 못한다.

'왼손이 없다.'

"구 회주. 장부에서 손을 떼고 정예를 물리십시오. 살아서 재판받을 길은 남아 있습니다."

"진 소협이 내 길을 남겨 주는군."

구문악이 철함과 세 사본을 차례로 가리킨다.

"저 네 묶음과 귀원결을 내놓으시오. 객잔 수리비, 상인들의 밀린 이자, 나설 검대 가족의 채무까지 모두 태워 드리지. 남는 재산이 더 많소."

'사람까지 샀다고 믿는다.'

만복이 계산대 문을 닫는다.

"남의 빚문서를 태우는 데 왜 자네 허락이 필요한가?"

"빚을 산 사람이 나니까."

"사람도 샀다고 생각했겠지."

나설은 균열 난 설망을 왼손으로 든다.

칼날은 뽑지 않는다.

"내 검대 열둘도 장로도 돌아갈 목록에 없었소. 회주가 산 것은 충성이 아니라 입 다물 시간뿐이었소."

구문악의 시선이 그녀의 오른어깨 붕대에 멎는다.

"나설. 네 가족 채무 원본은 북창고에 있다. 지금 무릎 꿇으면 문서는 남긴다."

"위치를 말해 줘서 고맙소. 장포두가 찾기 쉬워졌군."

구문악은 더 권하지 않는다.

철장갑 안에서 검은 손톱이 마찰한다.

"구환, 묶어라."

정예 아홉이 흩어진다.

셋은 창, 셋은 문, 셋은 처마 기둥에 포승을 건다.

첫 네 고리는 철함과 사본 셋.

나머지 다섯 줄은 문빗장·물동이·현판·검집·유화분을 잇는다.

'아홉 줄.'

흑사구환진(黑蛇九環陣).

아홉 사람이 한 걸음씩 물러난다.

네 증거 묶음이 불 쪽으로 미끄러진다.

철함이 탁자를 갈고 봉함띠가 팽팽해진다.

장포두가 철척으로 첫 줄을 누른다.

포승이 바닥에 닿자 구문악이 줄을 잡는다.

흡인력은 바람처럼 퍼지지 않는다.

철장갑과 포승이 맞닿은 한 점에서 시작한다.

장포두의 힘이 줄을 따라 노궁혈로 빨려 든다.

검은 혈관이 삼음경을 타고 팔꿈치까지 솟는다.

힘은 단전 밖을 한 바퀴 돈 뒤 왼손으로 나온다.

'접촉한 힘만 삼킨다.'

쾅.

배가된 장력이 철척을 되민다.

장포두는 두 걸음 밀려 철띠에 등을 부딪친다.

'배가 됐다.'

"흑룡탄강공(黑龍呑江功)."

구문악이 낮게 말한다.

"강물은 주인이 없어서 썩는 거다. 들어오는 힘은 내 것이고 나가는 곳도 내가 고른다."

유화분이 네 장부 쪽으로 반 자 끌려온다.

도현이 무연의 어깨를 누른다.

"내공은 안 되네. 지금 한 줄만 열어도 독이 심맥을 막아."

"알고 있습니다."

"안다는 대답 말고 따르겠다는 대답을 하게."

무연은 아홉 포승을 본다.

남쪽 돌다리는 아직 비어 있다.

"들으십시오. 줄에 힘을 주면 구문악이 삼켜 되쏩니다. 남쪽 돌다리 밖은 포승 원 밖입니다. 지금 나가셔도 됩니다. 남으실 분도 제가 자리를 정하지 않겠습니다. 들 물건과 놓을 때를 직접 고르십시오."

'각자 놓을 때를 고른다.'

소금전 주인이 사본을 품고 닻줄을 든다.

"나는 남쪽. 줄이 손바닥을 벗기면 놓고 돌다리로 간다."

사공 둘이 젖은 그물 끝을 잡는다.

"우린 북서쪽. 매듭 하나 끊어지면 빠진다."

장포두가 철척을 다시 세운다.

"나는 원본과 동쪽 현행선이오. 포졸 둘은 내 뒤에만 서시오."

나설이 설망 검집을 동쪽 포승 아래 넣는다.

"나는 검집. 오른어깨가 열리면 놓겠소. 칼은 뽑지 않소."

도현은 관아 포승에 붉은 실로 반 치 간격을 매긴다.

"나는 남동. 붉은 실 셋째 마디에서 손을 뗀다. 환자보다 먼저 쓰러지지는 않겠네."

만복은 북쪽 문빗장을 포승 원 아래 끼운다.

"내 집 문은 내가 누른다. 부러지면 수리패에 적지."

소담은 물동이 손잡이에 종줄을 감는다.

"나는 물 무게를 아래로 보낼게요. 오라버니가 아니라 내가 놓을 때 놓아요."

무연은 역할을 부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물건과 빠질 길을 직접 말한다.

'명령하지 않는다.'

아홉째 힘은 이미 원 안에 있다.

정예 아홉이 당기는 포승진 자체.

'힘은 이미 있다.'

"값을 안 뒤에도 남는군."

구문악의 목소리가 짧아진다.

"그 값도 삼키면 그만이다."

그가 양손을 연다.

만복이 문빗장을 누른다.

북쪽 힘.

소담이 종줄을 놓자 물동이가 서쪽 포승을 잡아챈다.

도현은 셋째 마디까지 남동 줄을 당긴다.

나설은 검집으로 동쪽 줄을 반 바퀴 감는다.

장포두의 철척이 동북 줄을 바닥에 박는다.

소금전 주인은 닻줄을 남쪽으로 당긴다.

사공 둘은 젖은 그물을 북서로 편다.

현판 무게가 여덟째 줄을 누른다.

정예 아홉은 원 밖으로 물러난다.

아홉 힘은 동시에 오지 않는다.

물동이가 먼저, 검집이 반 박자 뒤.

닻줄과 그물은 매듭 길이만큼 늦다.

철척은 멈춘 힘.

현판은 떨어지는 힘.

구문악은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구문악은 오른손으로 여섯 힘을 삼킨다.

왼손으로 셋을 더 당긴다.

검은 혈관이 팔꿈치까지 솟아도 놓지 않는다.

"이것도 내 힘이다."

그의 왼손이 유화분을 향한다.

저장한 장력을 토하면 네 묶음은 불 속으로 간다.

무연은 들것에서 발을 내린다.

'마지막.'

왼발에는 감각이 남아 있다.

오른발은 젖은 마루를 읽는다.

일어서자 독선이 심장 아래까지 차갑게 그어진다.

"앉아!"

도현이 외친다.

"내공은 넣지 않겠습니다. 길만 돌리겠습니다."

'길만 돌린다.'

"길을 여는 것도 내공이야!"

구문악이 오른손을 무연 쪽으로 돌린다.

흡인력이 옷자락과 몸을 당긴다.

무연은 버티지 않는다.

'버티지 않는다.'

젖은 마루 위로 반 장 미끄러져 원 안에 든다.

오른발꿈치로 중앙 매듭을 밟는다.

감각 없는 왼손은 구문악의 오른손목에 얹는다.

오른손바닥은 왼 철장갑에 닿는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거두시겠습니까?"

"청류의 아이가 나를 심판할 수 있다고 믿느냐?"

"제가 아니라, 회주께서 삼킨 힘이 답할 겁니다."

'열 번째는 그의 흡인.'

청류십결 십결.

십방귀원장(十方歸元掌).

첫 장 구류합환(九流合環).

'아홉 길.'

무연의 오른발꿈치가 중앙 매듭을 반 치 튼다.

북쪽 문빗장이 남쪽 닻줄과 맞물린다.

서쪽 물동이는 동쪽 검집을 민다.

철척과 현판의 힘도 구문악 양손으로 들어간다.

무연은 내력을 밀어 넣지 않는다.

아홉 사람이 보낸 힘과 구문악의 흡인만 한 치씩 돌린다.

둘째 장 반강입해(返江入海).

오른손의 여섯 회전은 왼손에서 길을 잃는다.

왼손의 세 회전은 오른손 흡인과 마주친다.

단전 밖의 힘이 안쪽으로 접힌다.

'서로 마주친다.'

둥.

젖은 현판보다 깊은 소리가 구문악 배에서 난다.

오른손 혈관이 어깨로 오르다 거꾸로 꺾인다.

왼손 방출력이 오른손 흡인을 민다.

"내 것을 돌려놓지 마라!"

구문악이 두 손을 더 벌린다.

흡인이 커진다.

정예 아홉의 발이 안쪽으로 끌린다.

포승이 제 손목과 발목을 감는다.

유화분은 구문악 뒤로 넘어지고 비가 불을 누른다.

셋째 장 귀원봉단(歸元封丹).

무연은 철장갑을 세게 치지 않는다.

왼손은 흡인을 관원혈로 내린다.

오른손은 방출을 기해혈 안쪽으로 누른다.

아홉 힘과 열 번째 흡인이 두 혈 사이에서 원을 닫는다.

'단전에서 닫는다.'

구문악의 두 무릎이 포승 원 안에 닿는다.

두 철장갑은 제 아랫배를 누른 채다.

오른팔 혈관은 단전 쪽으로 굳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다.

'끝.'

정예 아홉도 쓰러진다.

셋은 서로의 팔꿈치에 묶인다.

셋은 기둥과 현판 사이에 발목이 묶인다.

마지막 셋은 젖은 그물 아래.

누구도 줄을 풀지 못한다.

"귀원결을 내게 주면 풀 수 있다."

구문악의 입에서 마른 쇠 냄새가 난다.

"방금 받으셨습니다. 회주께서 모은 힘이 돌아갈 곳으로 갔습니다."

무연의 왼쪽 갈비 반점이 심장 아래서 검게 모인다.

숨이 한 번, 두 번, 세 번 오지 않는다.

네 번째에 비 냄새가 들어온다.

'비 냄새.'

피가 입가로 흐른다.

내공을 찾아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역류독도 닫힌 길 앞에서 멎는다.

도현이 그를 뒤에서 받쳤다.

"살았나?"

만복의 질문이었다.

"아직은. 이 사람이 약속을 지키면 계속."

"지키겠습니다."

"내가 묻기 전에 대답했군. 이제 좀 환자답네."

장포두는 구문악의 목에 관아 포승을 두르고 정예 아홉의 손목도 제 검은 줄로 묶었다.

한백교까지 합친 열한 현행범이 살아서 관아로 향했다.

비가 가늘어질 무렵 소금전 주인이 창고 영수증 뭉치를 가져왔다.

사공들은 횃불을 나른 날의 품삯표를 들고 왔다.

만복은 묵수장부 원본을, 소담과 도현은 사본을 펼쳤다.

"이 영수증은 서진 북창고 넷이 같은 날 은 삼백 냥을 나눠 받은 기록이오. 내 소금배 도장이 두 장에 찍혔소."

소금전 주인이 첫 장과 끝 장을 들어 보였다.

"우리는 그날 횃불 마흔 자루를 북창고까지 날랐소. 청류 표행을 치러 간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품삯 번호는 여기와 같소."

사공 하나가 품삯표의 모서리를 장부 옆에 맞췄다.

나설은 소각 명령패와 장부 첫 줄을 함께 들었다.

서진 삼백 냥 아래 적힌 창고 표식 넷을 읽고 그 돈이 청류문 퇴로를 닫은 창고 삯과 횃불값이었다고 자기 이름으로 증언했다.

"나도 그 명령을 받고 사람을 잡았소. 내가 한 일은 빼지 마시오."

구문악이 포승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종이 몇 장과 버린 칼 하나로 내가 세운 물길을 가져갈 수 있다고 믿나? 창고 문이 닫히면 굶는 것은 너희다."

"그러니 회주 대신 우리가 열고 닫겠소."

소금전 주인이 답했다.

장포두가 물었다.

"직접 본 것과 들은 것을 나눠 말할 수 있겠소?"

"직접 본 번호와 내가 내린 명령부터 말하겠소. 회주에게 들은 것은 그다음이오."

"좋소. 기록도 두 칸으로 나누겠소. 오늘 장부와 사람을 불에 끌어당긴 일은 내가 직접 본 현행으로 먼저 적겠소."

장포두는 원본·사본 셋·영수증·명령패의 숫자와 인장을 사람들 앞에서 대조했다.

매수 서리 둘은 관인을 빼앗겼고 흑사회 서진 창고 넷에는 같은 날 봉인이 붙었다.

해가 뜨자 상인계는 보호세 거래 중단을 표결했다.

장포두는 원본을 관아 철함에 넣었고 소금전 주인은 첫 사본을 상인계 궤짝에 넣었다.

도현은 둘째를 진료 기록 사이에, 소담은 셋째를 외상 장부 안에 봉했다.

"북창고 넷과 거래를 멈춘다. 관아 봉인이 풀려도 장부 대조 전에는 배 한 척 대지 않는다."

"남선창 사공도 동의하오. 우리 품삯표는 상인계 사본과 함께 둡시다."

"관아 원본은 내가 책임지오. 사라지면 내 이름부터 기록에서 지우시오."

장포두의 말에 만복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을 지울 일이 아니라 새 사본을 대조할 일이오. 이제 하나가 사라져도 끝나지 않으니."

도현은 무연의 단전과 양 손목에 붉은 실을 두르고 매듭 백 개를 세었다.

"백 일일세. 하루라도 내공을 열면 나는 자네를 환자가 아니라 시신으로 기록하겠네."

'백 일.'

"백하루째에는요?"

소담이 물었다.

"맥을 보고 정하지. 달력은 약이 아니오."

"들었죠, 오라버니? 백하루째 마음대로 하면 안 돼요."

"예. 백 의원님께 먼저 묻겠습니다."

만복은 문 위에 그을린 귀래 현판을 다시 달았다.

소금배 닻줄이 새 쇠고리를 지나 팽팽해졌고 화살 구멍과 설망 칼흔은 메우지 않았다.

"수리 끝이다."

"구멍이 그대로인데요."

"비 안 새는 구멍은 기록이지 수리감이 아니다."

그는 계산대에서 새 고용 장부를 꺼냈다.

첫 줄은 비어 있었다.

"칠 년을 성 하나로 월급 받아 갔으니 장부부터 바로잡자."

무연이 붓을 들었다.

오른손날은 먹 가는 진동을 느끼지 못했고 왼손은 종이를 누르지 못했다.

소담이 벼루가 미끄러지지 않게 받쳤다.

글씨의 첫 획이 흔들렸다.

"장문인이라고 쓰면 내일부터 삯 없다."

만복이 말했다.

"그 일은 맡지 않겠습니다."

"무공 없는 점소이는 물동이 두 손으로 들어야 해요."

"원래 두 손으로 드는 겁니다."

"그동안 한 손으로 들었잖아요."

무연은 먹을 다시 묻혀 첫 줄을 끝냈다.

`진무연, 점소이.`

'진무연, 점소이.'

만복은 열 번째 나무패에도 같은 다섯 글자를 새겼다.

열 개 패가 계산대 위에서 하나씩 앞면으로 돌아갔다.

탁자 흠집도, 솥값도, 기둥 균열도 지워지지 않았다.

다만 더는 한 사람의 빚으로 뒤집혀 있지 않았다.

소담이 새 주문패 하나를 그의 앞에 놓았다.

"국수 둘, 술 하나예요. 손님이 기다려요."

무연은 흔들리는 글씨로 주문을 적고 두 손으로 빈 쟁반을 들었다.

그날 귀래객잔의 첫 주문은 점소이 진무연이 받았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