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소이 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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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웹툰 · 15컷

손을 꺾는 손

이틀 뒤 늦봄 아침, 무연은 금이 간 의자 다리를 새 못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망치가 못머리를 칠 때마다 오른엄지가 둔하게 울렸다.

철곤삼귀와 싸운 뒤 생긴 상처는 아니었다.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손을 생각할 때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버릇 탓이었다.

'또 손에 힘이 들어갔군.'

두 수리패가 계산대 붉은 실에 뒤집혀 있었다.

탁자 모서리.

금 간 술독.

만복은 세 번째 빈 패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주판알만 튕겼다.

'세 번째 패는 비어 있어야 한다.'

"의자 다리 각도가 틀렸다. 그걸 고치면 앉은 손님이 동쪽으로 기울어."

"동쪽 다리가 짧아서 맞춘 겁니다."

"내 눈에는 네가 떠날 방을 보느라 못을 비뚤게 박는 것처럼 보인다."

무연의 망치가 멈췄다.

"떠나면 보복도 저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또 그 소리냐. 네가 나가면 끝난다는 증거가 어디 있지? 우칠은 보호세를 말했고 철곤 놈들은 이 객잔 바닥까지 외웠다."

"그래도 제가 없으면 이유 하나는 줄어듭니다."

"네가 모르는 이유가 몇 개인데?"

만복은 주판을 덮었다.

비용을 세던 소리가 사라지자 홀이 더 넓고 차갑게 느껴졌다.

"세 번째가 오면 해고는 안 한다."

"주인어른."

"대신 설명해. 네가 누구인지 전부 말하라는 게 아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맞는지는 말해. 고용주는 직원 대신 그 정도 위험은 알아야 한다."

"말하면 위험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모르고 맞는 위험보다 알고 고른 위험이 내 것이다. 그걸 네가 대신 계산하지 마라."

'떠나는 게 답은 아닌가.'

부엌문 곁에서 파를 다듬던 소담이 칼질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저도 같은 값으로 넣어 주세요. 직원 둘이잖아요."

무연은 의자를 세워 바닥에 눌러 보았다.

이번에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다음 일이 생기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두 번 생겼다."

"세 번째 전에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발이 들렸다.

회색 장포 사내가 홀로 들어왔다.

등에는 병기도 보따리도 없다.

쉰 가까운 얼굴에는 잘 익은 웃음.

손톱은 의원처럼 짧았다.

'정말 손님인가?'

"아침부터 의자를 고치는 집이면 오래 앉아도 되겠구려. 차 한 잔과 만두 한 접시 주시오."

"어느 자리에 드릴까요?"

"방금 고친 자리가 좋겠소. 넘어져도 점소이 탓을 할 수 있으니."

만복의 눈이 무연과 사내 사이를 한 번 오갔다.

무연은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손님.

사내는 수리한 의자에 앉아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오른엄지 아래와 검지 옆에는 굳은살 두 줄.

병기가 아니라 사람 관절을 오래 밀고 당긴 손이었다.

'병기 굳은살이 아니야.'

무연은 차를 따랐다.

"만두는 고기와 부추 중 어느 것으로 드릴까요?"

"손이 고운 점소이는 어느 쪽을 권하오?"

"아침에는 부추가 덜 느끼합니다."

"그럼 손금부터 봅시다. 오래 일할 손인지 궁금하군."

사내가 주문패를 받는 척 무연의 오른엄지를 잡는다.

'늦었다.'

팽자립의 검지가 엄지 첫마디를 누른다.

중지는 손등을 받친다.

웃음은 그대로.

힘은 손가락이 아니라 팔꿈치에서 들어온다.

"손보다 발이 빠르다. 그래서 발을 잡지 않기로 했소."

엄지 관절이 바깥으로 벌어진다.

'발을 버리고 손을 노렸군.'

무연은 팽자립의 얼굴보다 엄지 아래 굳은살을 본다.

두 줄 가운데 안쪽이 더 깊다.

분근착골수(分筋錯骨手)로 손가락을 연 흔적.

용조금나(龍爪擒拿)로 손목을 이어 잡는 자다.

"주문패를 놓으시지요."

"이건 주문이오. 네 손을 망가뜨려 점소이 일을 그만두게 하라는 주문."

팽자립의 약지가 무연의 손목 안쪽으로 미끄러진다.

엄지가 꺾인 방향을 따라 손목이 돌아간다.

첫 잠금이 둘째 잠금의 문이 된다.

소담이 칼을 내려놓는다.

"손님, 손을 놓으세요."

"손님한테 칼을 들고 말하나?"

"파 썰던 칼이에요. 내려놨고요."

"그럼 가까이 와서 주문을 다시 받으시오. 이 점소이는 손이 바쁜 모양이니."

"소담 씨, 거기 계세요."

무연은 손을 빼지 않는다.

지금 엄지를 접어 뽑으면 인대 하나를 잃는다.

대신 거리는 벌릴 수 있다.

그러나 팽자립의 빈 왼손은 소담 쪽으로 열려 있다.

'다른 손은 소담에게 간다.'

팽자립이 손목을 세우며 팔꿈치를 누른다.

곡지혈을 지나 어깨까지 불이 한 줄로 오른다.

셋째 잠금.

엄지.

손목.

팔꿈치.

힘길이 완성된다.

엄지에서 손목, 손목에서 팔꿈치.

다시 어깨로 이어지는 한 줄.

'세 군데가 한 줄.'

"아프면 무릎을 꿇으시오. 관절은 체면을 모르니."

"어디까지 꺾으라는 명령입니까?"

"사발을 못 들 만큼. 죽이라는 말은 없었소. 아직은 말이오."

"확인할 것이 있군요."

"곽대의 보고가 맞는지, 네가 청류의 물귀신인지. 둘 다 확인하면 되오."

청류라는 두 음절이 홀 안에 내려앉는다.

만복의 손이 계산대 아래에서 멈춘다.

소담이 한 번 눈을 깜박인다.

무연의 오른엄지가 붓기 시작한다.

살갗이 관절 둘레에서 팽팽해진다.

무연은 숨을 길게 내쉰다.

팽자립은 고통을 참는 줄 안다.

실은 맥박을 세는 중.

팽자립의 내력이 팔꿈치에 닿기까지 맥박 셋.

같은 순서로 막으면 힘은 무연의 어깨에서 터진다.

거꾸로 막아야 한다.

'세 번째에 닿는다.'

팽자립이 웃음을 거둔다.

"손가락 하나를 버릴 줄 알았더니 겁이 많군."

"제 손은 그릇을 날라야 합니다."

"그럼 저 계집 손은 어떻소?"

팽자립의 왼손이 소담에게 뻗는다.

다섯 손가락이 매 발톱처럼 벌어진다.

소담은 물러서지 않는다.

도마를 세워 손목 앞을 가린다.

"그 손은 아니다."

무연의 목소리에서 높임말이 사라진다.

팽자립은 오른손 압력을 더한다.

승리를 확신하면 잡은 것을 더 세게 쥔다.

완성된 힘길이 더 또렷해진다.

'이제 끝낸다.'

무연의 오른 검지가 접힌다.

곧 팽자립 손등의 양계혈을 누른다.

손목을 빼려는 동작처럼 보인다.

팽자립은 검지까지 꺾으려 내력을 민다.

그 내력이 양계에서 멈춘다.

청류십결의 삼결, 절맥반류수(截脈返流手).

절맥은 맥을 끊어 죽이는 수가 아니다.

상대가 밀어 넣은 힘의 돌아갈 길만 잠시 닫는다.

공격하는 팔만 쉬게 하는 봉쇄.

무연은 양계혈의 힘을 곡지혈로 거슬러 올린다.

팽자립 오른팔의 힘줄이 활줄처럼 솟는다.

손목을 비틀던 손가락들이 제 힘에 밀려 벌어진다.

둘째는 곡지.

무연이 팔꿈치를 반 치 든다.

팽자립의 압력이 되튀어 어깨를 뒤로 젖힌다.

셋째는 내관.

팽자립의 왼손이 도마에 닿기 직전이다.

무연의 왼손 중지가 그 손목 안쪽을 스친다.

닿은 것은 살갗뿐.

오른팔에서 돌아온 금나력은 이미 가슴 앞을 지난다.

두 팔의 맥로가 한 호흡 동안 맞물린다.

무연이 손가락을 거둔다.

팽자립의 두 팔이 몸 옆에서 굳는다.

펴진 왼손은 소담의 손목 한 뼘 앞에서 멈춘다.

오른손은 무연의 엄지를 잡던 모양 그대로 벌어진다.

'두 팔 모두 멈췄다.'

그의 무릎이 수리한 의자 다리를 친다.

새 못 옆의 금이 다시 벌어진다.

팽자립은 팔을 휘두르려 한다.

어깨만 떨릴 뿐 팔꿈치 아래는 움직이지 않는다.

"내 팔에 무슨 짓을 했느냐?"

"당신이 제 손에 넣은 힘을 돌려드렸습니다. 반 시진이면 풀립니다."

"곡지와 내관을 한 줄로 묶어? 이건 청류의 절맥…… 네놈, 정말 살아 있었구나."

'이름까지 들켰나.'

"누가 살아 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맥은 거짓말을 못 해."

팽자립은 두 팔을 쓰지 못한 채 일어났다.

무연은 그를 걷어차지 않았다.

문을 가리켰다.

"나가십시오. 다음에는 손님인 척하지 말고 오십시오. 주문을 잘못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주문이 아니라 칼이 올 거다. 네 혈도를 모르면 혈도를 쓸 틈을 주지 않겠지."

팽자립이 어깨로 문발을 밀고 나갔다.

무연의 오른엄지는 두 배 가까이 부어 있었다.

왼손 냉기는 새끼손가락에서 약지와 중지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세 손가락.'

소담이 도마를 내려놓았다.

도마 가장자리에 다섯 손톱 자국이 희게 남았다.

"청류가 뭔데요?"

"지금은 팽 선생의 추측입니다."

"오라버니 손에서 나온 추측이잖아요."

백도현이 마침 문밖에서 들어오다 팽자립과 어깨를 스쳤다.

그는 굳은 양팔과 무연의 부은 엄지를 번갈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국수 먹으러 올 때마다 환자가 늘어나는군. 오늘은 어느 쪽부터 봐야 하나?"

"팽 선생은 반 시진이면 풀립니다."

"자네 엄지는 그대로 두면 사발을 놓치겠지. 왼손은 세 손가락이 차갑고. 환자 순서는 내가 정하네."

만복은 세 번째 나무패를 뒤집었다.

뒷면에 `수리 의자, 다시`라고 썼다.

"이것도 네 삯에서는 안 뺀다. 대신 아까 한 약속은 받는다."

만복은 팽자립이 문밖으로 나간 뒤 문빗장을 걸었다.

"장사 중입니다."

"오늘 아침 장사는 끝났다. 이제 설명해. 청류가 무엇이고, 왜 그자들이 우리 손을 부수러 오는지."

무연은 부은 엄지를 찬물 사발에 담갔다.

수면에 잔물결이 퍼졌다.

오래 미뤄 둔 문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름 하나를 넘지 못했다.

"전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맞을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말해."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문밖에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팽자립이 객잔 앞 돌계단에서 마지막으로 뒤돌아본다.

청류의 절맥.

그 네 글자를 입술로 다시 굴린 뒤 골목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