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소이 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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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웹툰 · 15컷

기둥을 감은 쇠사슬

같은 날 해질녘, 귀래객잔 바닥에는 아직 잿물 냄새가 남아 있었다.

소담이 동쪽 벽에 엎어진 국을 솔로 밀었다.

파와 무 조각은 벌써 세 번 주워 냈지만 돌 틈마다 기름이 번들거렸다.

무연은 마른 재를 뿌리고 빗자루로 그 위를 쓸었다.

"오라버니, 그쪽은 아까 쓸었어요."

"기름기가 남았습니다."

"기름기가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 같은 데만 도는 거예요."

무연의 빗자루가 멈췄다.

'해가 아직 남았다.'

계산대에서는 만복이 다섯째 수리패를 세 번 읽고 있었다.

허리의 지하 열쇠는 아직 풀지 않았다.

"주인어른."

"해 안 졌다."

"그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알았으면 묻지 마라. 나는 약속을 어긴 적 없다."

소담이 국물 묻은 솔을 들었다.

"지난달 제 삯 주신 날은 이틀 늦었어요."

"그건 약속이 아니라 장부 사정이었다."

"장부 이야기가 나왔네요. 이제 시작하세요."

만복은 그녀를 노려보다 웃지 못했다.

다섯째 패를 내려놓고 북쪽 기둥으로 갔다.

기둥을 손등으로 세 번 두드린 뒤 바닥 가까운 결을 살폈다.

무연이 물었다.

"그 아래입니까?"

"아래라는 말에도 층이 많다. 지하 창고, 배수구, 폐수로, 강바닥."

"독비는 젖은 돌벽이라고 했습니다."

"남의 독쟁이 말을 그렇게 잘 믿나?"

"주인어른 손을 믿습니다. 그 말을 들으실 때 열쇠를 쥐셨습니다."

만복의 손이 허리에서 떨어졌다.

"해가 기둥 끝을 넘으면 말하마. 연화 이야기부터."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다.

만복이 취한 밤 계산대 안쪽을 보며 한 번씩 부르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말을 붙인 적은 없었다.

'그 이름.'

소담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어머니 이야기예요?"

"그래. 네가 오기 전 이 객잔에서 나보다 장부를 잘 보던 사람."

쿵!

북쪽 기둥이 대답 대신 운다.

낫날이 나무결을 세 치 파고든다.

기둥 밖으로 이어진 사슬 아홉 마디가 저녁빛에 붉게 빛난다.

'기둥을 노렸다.'

무연이 소담의 어깨를 밀어 기둥에서 떼어 낸다.

"위층에 사람 있습니까?"

"두 명. 서쪽 끝방 사공들이요."

'둘부터 내보낸다.'

"마구간 계단으로 내보내세요."

"오라버니는요?"

"여기 기둥이 하나 남았습니다."

사슬이 팽팽해진다.

낫이 기둥에서 뽑히며 톱밥을 뿌린다.

문 앞에는 한쪽 어깨가 큰 사내.

굵은 허리띠에는 검은 뱀 비늘 여섯 개.

그는 사슬을 맨손으로 감아 쥔다.

쇠추 달린 반대 끝을 바닥에 끈다.

"서진 향주 마중철이다. 이름은 기억하지 마라. 오늘 뒤로 이 집이 없어질 테니까."

만복이 장부 덮개를 들어 빈 홀을 보인다.

"영업 끝났다. 내일 다시 와."

"손님 없으니 더 좋군."

마중철이 사슬을 당긴다.

낫이 허공으로 솟는다.

"사람을 때리면 네가 그 힘을 돌린다지. 오늘은 사람을 안 친다. 집을 친다."

'사람 대신 집.'

"집 안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나갔다며."

"돌아올 사람들입니다."

마중철의 손목이 원을 그린다.

아홉 마디 쇠고리가 차례로 바닥에서 들린다.

구환쇄겸법(九環鎖鎌法)의 벽붕식(壁崩式).

첫 세 마디는 낮게 돌며 발을 끊는다.

중간 세 마디는 허리 높이에서 접근을 민다.

마지막 세 마디와 낫은 더 먼 원을 돈다.

기둥의 같은 상처를 다시 찾는다.

다가가면 사슬이 뼈를 부순다.

물러나면 낫이 집을 무너뜨린다.

'원이 셋이다.'

무연은 식탁을 치우지 않는다.

사슬 원 안의 물건은 모두 두 번째 흉기.

"소담 씨, 위층부터."

"두 사람 내려와요. 여덟 걸음!"

천장 위에서 발소리가 난다.

소담은 계단 난간을 국자로 두 번 두드린다.

사공들은 서쪽 끝 계단으로 달린다.

마중철이 웃는다.

"또 사람부터 세는군. 그러는 동안 기둥은 몇 번 버틸까?"

낫이 다시 박힌다.

쩌억.

기둥 가운데로 가는 세로 금이 오른다.

위층 바닥이 손바닥 하나만큼 내려앉는다.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진다.

무연은 기둥의 하중을 본다.

기둥이 쓰러지면 위층 바닥과 동쪽 들보가 함께 내려앉는다.

사람을 내보내도 돌아올 집이 사라진다.

'사람이 돌아올 집.'

그의 손에는 빗자루 하나.

소담이 외쳤다.

"그건 국물 쓸던 거예요!"

"아직 젖어 있습니까?"

"잿물까지 먹어서 무거워요."

"좋습니다."

"좋을 때가 아니거든요!"

무연은 빗자루를 거꾸로 잡는다.

갈라지기 시작한 자루를 겨드랑이에 끼운다.

젖은 삼베 솔을 사슬 원 쪽으로 내린다.

'막는 게 아니다.'

마중철이 쇠추를 먼저 보낸다.

검은 추가 바닥을 튕겨 정강이를 노린다.

무연은 자루로 추를 막지 않는다.

발목을 접어 추 위를 넘는다.

솔 끝만 첫째 고리에 닿게 한다.

삼베 올 두 가닥이 잘린다.

다음 회전에는 네 가닥이 고리 틈으로 들어간다.

'젖은 솔이 고리를 문다.'

마중철이 손목을 더 세게 돌린다.

"빗자루로 쇠를 묶겠다고?"

"먼지는 한 번에 쓸리지 않습니다."

무연은 사슬을 멈추지 않는다.

솔을 첫째와 둘째 고리 사이에 눕힌다.

쇄겸이 도는 방향으로 함께 걷는다.

한 걸음마다 젖은 솔이 새 마디를 문다.

사슬의 바깥 원은 그대로 빠르다.

빗자루 둘레의 안쪽 원은 손바닥만큼씩 줄어든다.

마중철은 회전을 거꾸로 꺾는다.

반룡역린식(盤龍逆鱗式).

낫이 방향을 바꿔 무연의 뒷목으로 돌아온다.

쇠추는 반대편에서 갈비를 노린다.

다리를 멈추면 두 끝이 동시에 살을 문다.

'멈추면 물린다.'

무연은 멈추지 않고 몸만 돌린다.

빗자루 자루를 등 뒤로 넘긴다.

감긴 사슬 세 마디가 척추를 따라 미끄러진다.

낫은 머리카락 한 줌을 자르고 기둥 왼쪽에 박힌다.

쇠추는 피하지 못한다.

추 끝이 왼쪽 갈비 아래를 감는다.

먹빛 반점 위로 쇠줄이 조여 온다.

숨이 끊긴다.

무연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젖은 바지의 냉기가 뒤늦게 온다.

'여기가 들켰다.'

마중철이 사슬을 당긴다.

"이 자리였군. 독비 보고가 맞았어. 네 힘이 돌아오는 구멍."

도현이 약상자를 들고 부엌문에 선다.

"갈비를 한 번 더 누르면 자네도 같이 죽네. 사슬을 놓게."

"의원은 환자나 고쳐."

"그래서 말하는 걸세. 다음 환자가 자네니까."

마중철이 쇠추를 더 죈다.

무연의 입 안에 피 냄새가 찬다.

만복이 기둥 앞에 선다.

"무연아. 기둥 버려라. 집은 다시 지으면 된다."

"주인어른은 아까 다르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언제?"

"갈라진 자리를 가린 것은 고친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말장난할 때냐!"

"저도 오늘은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무연은 끊긴 숨을 억지로 들이마시지 않는다.

갈비를 누르는 힘과 낫을 뽑는 힘.

같은 줄에 있다.

'한 줄이다.'

고정된 것은 기둥 하나.

움직이는 것은 두 팔, 쇠추, 아홉 마디, 낫.

청류십결의 육결, 소진반룡곤(掃塵盤龍棍).

용을 때려잡는 곤법은 아니다.

긴 병기의 작은 흐름을 한 축에 감는 봉쇄식.

솔은 쇠보다 약하다.

하지만 약한 올 수백 개가 여러 고리를 동시에 문다.

무연은 빗자루 자루 끝을 기둥 아래에 댄다.

'기둥을 축으로.'

첫째 쓸기.

무연이 무릎을 펴며 자루를 반 바퀴 돌린다.

젖은 솔이 사슬 네 마디를 삼킨다.

당긴 힘이 무연의 갈비에서 풀린다.

기둥 둘레로 옮겨 간다.

쇠추가 반점을 떠난다.

둘째 쓸기.

자루가 세로로 갈라진다.

무연은 두 조각을 집게처럼 벌린다.

사슬을 위아래에서 문다.

낫을 뽑던 힘이 기둥을 한 바퀴 돈다.

마중철의 오른발목으로 내려간다.

'반경이 줄었다.'

사슬이 그의 장화를 조인다.

"놔!"

마중철이 왼발로 사슬을 걷어찬다.

그 발도 원 안으로 들어온다.

셋째 쓸기.

무연은 자루를 놓는다.

'이제 놓는다.'

이미 감긴 솔과 사슬이 대신 돈다.

마중철이 쇄겸을 끌어당긴다.

왼발목과 오른어깨 사이 고리가 팽팽해진다.

힘을 줄수록 기둥 쪽으로 돌아간다.

기둥이 마지막 축.

마중철의 오른어깨와 두 발목이 자기 쇄겸에 묶인다.

몸이 북쪽 기둥에 붙는다.

낫은 머리 위에서 멎는다.

쇠추는 바닥에 박힌다.

'자기 힘으로 묶였다.'

그가 어깨를 비튼다.

사슬은 더 조여 든다.

발을 들면 낫 손잡이가 기둥을 누른다.

움직일 수 있는 마디는 하나도 없다.

"향주씩이나 되어 빗자루에 묶였군요."

소담이 위층 사공 둘을 내보내고 돌아와 말한다.

마중철이 이를 간다.

"점소이 뒤에 숨어서 입만 살았구나."

"아뇨. 당신이 기둥만 본 동안 사람 둘을 살렸어요. 내 몫은 끝났고 이제 구경하는 거예요."

도현은 마중철 어깨와 발목 사이에 손가락 둘을 넣어 본다.

"뼈는 아직 성하네. 얌전히 있으면 다리도 건지겠어."

"풀어라!"

"자네가 회전할수록 조이는 구조라네. 의원 말 듣기 싫으면 점소이 말을 듣게."

소담은 마중철의 허리패를 벗겨 계산대 유리병에 넣고 만복은 사슬 끝을 기둥 철띠에 자물쇠로 채웠다.

만복은 대장간에서 가져온 철띠 두 줄을 균열 위아래에 둘렀다.

여섯째 수리패에는 `북쪽 기둥, 철띠 둘, 빗자루 하나`를 새겼다.

"이번에는 누구 삯에서 뺍니까?"

무연이 물었다.

"향주 삯을 받아 내면 되겠지."

"흑사회에서 삯을 줍니까?"

"그러니 못 받는 돈이다. 수리패가 늘 그렇지."

도현이 무연의 옷자락을 걷었다.

반점 한가운데에는 쇠추가 눌렀던 둥근 자국이 검게 남았다.

"오늘 밤은 숨을 반만 쓰게."

"반만 쉬면 죽습니다."

"말대꾸할 숨은 남았군. 그 반은 쓰지 말라는 뜻일세."

해가 기둥 끝을 넘었다.

만복은 지하 열쇠를 계산대 위에 놓았다.

"소연화. 내 아내다. 이 객잔 장부를 나보다 잘 보던 사람이지. 흑사회가 창고마다 보호세와 도박 빚을 섞어 사람을 묶는다는 걸 알아낸 것도 연화였다."

소담이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주인어머니가 그 장부를 썼어요?"

"그래. 연화가 명반을 갈아 먹에 섞었다. 물에 젖어도 숫자가 남도록. 뇌물 날짜와 창고 표식, 원래 빚의 번호를 십삼 개월 동안 맞췄다."

"왜 관아에 내지 않으셨습니까?"

"관아 서리 인장이 그 안에 있었다. 원본 하나만 내면 위조라 하고 연화를 잡아갈 판이었다. 대조할 영수증과 증인이 더 필요했어."

만복은 열쇠에서 손을 뗐다.

"연화는 조사를 마친 뒤 죽었다. 나는 그 죽음이 흑사회 짓이라는 것조차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장부를 돌벽에 넣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숨기면 다음 사람은 안 죽을 줄 알았지."

무연은 북쪽 기둥의 갈라진 결을 보았다.

"청류문은 어떻게 아십니까?"

"젊을 때 청류표행 연락책이었다. 배와 잠자리를 마련하고 서신을 건넸다. 십이 년 전 표행이 끊긴 날부터 기다렸어."

"저를 고용한 것도 그래서입니까?"

"네 성을 들었을 때 짐작은 했다. 네가 아는 초식이 몇 개인지도, 왜 살아남았는지도 몰랐다."

만복이 무연을 똑바로 봤다.

"하지만 청류 사람이라서 칠 년이나 밥을 준 건 아니다. 일 잘하고 거짓 주문을 안 적는 점소이라서 고용했다. 네가 누구인지 몰라도 고용한 것은 아니고, 네 과거만 고용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떠나겠습니다.'

그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무연은 삼켰다.

'아니다. 끝까지 듣는다.'

소담이 먼저 물었다.

"장부는 지금 꺼내요?"

"아직 아니다. 독비가 냄새를 맡았고 저놈이 기둥을 팠다. 꺼내는 순간 한 손에 모이면 불 한 번에 끝나."

"그러면 셋으로 나눠야겠네요."

만복의 눈이 흔들렸다.

"그 말을 연화도 했다."

문밖에서 마중철이 웃었다.

"다음 놈들은 기둥을 감지 않을 거다. 기둥째 태우겠지."

객잔 안에는 잿물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 위로 아직 오지도 않은 송진 냄새가 겹치는 듯했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