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소이 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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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웹툰 · 15컷

세 곤봉이 한곳에

하룻밤이 지난 늦봄 낮, 어제보다 빈 탁자들이 먼저 무연을 맞았다.

평소라면 점심 종 전부터 사공들이 창가를 차지했다.

오늘은 탁자 넷 가운데 하나뿐.

늙은 사공 하나가 국을 먹으며 자꾸 문을 돌아보았다.

'소문이 벌써 돌았나?'

무연은 남쪽 탁자 모서리를 사포 대신 거친 삼베로 문질렀다.

우칠의 팔이 눌렸던 흠은 얕았지만 손끝으로 훑으면 결이 끊긴 곳이 걸렸다.

빨랫줄에는 어제의 물수건.

잿물에 삶았지만 피 한 점 나오지 않았다.

천은 찢어지지도 늘어나지도 않았다.

'숨긴 건 초식뿐인데.'

연소담이 그 수건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햇빛에 비췄다.

"이렇게 멀쩡한데 탁자만 상했네요. 참 우연도 힘 조절을 잘해요."

"탁자가 오래됐습니다."

"수건은 더 오래됐어요."

"그래도 잘 빨렸군요."

"진 점소이, 제가 빨래 자랑 들으려고 묻는 것 같아요?"

무연은 대답 대신 삼베를 접었다.

소담이 그 손 위에 수건을 내려놓았다.

"어제는 차솥부터 옮기라고 했죠. 다음에는 뭘 옮겨요? 이유를 모르면 또 물어봐야 하고, 묻는 동안 사람은 맞을 거예요."

"다음이 없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검은 패를 주워 간 사람이 있었잖아요. 오라버니도 봤으면서요."

계산대 뒤에서 만복이 첫 나무패를 뒤집힌 채 줄에 꿰었다.

탁자 모서리라는 먹글씨가 무연 쪽을 향했다.

"소담이 말이 맞다. 설명은 나중에 받아도 피난길은 지금 정해."

"주인어른까지 왜 그러십니까?"

"내 탁자값을 또 물게 생겼으니까."

소담은 쟁반을 검지 마디로 두 번 두드렸다.

맑은 소리가 났다.

"두 번이면 서쪽 문. 손님부터 내보내기. 세 번이면 부엌 불 끄기. 이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죠?"

"두 번과 세 번을 적이 구분하면요?"

"그럼 오라버니가 적보다 똑똑해야죠. 저는 객잔 바닥까지 책임질 테니까."

무연은 셋째 마룻장을 내려다보았다.

못 하나가 여름마다 솟았다 가라앉는 판이었다.

사람이 밟으면 낮게 삐걱였고 봉 끝으로 누르면 더 짧고 메마른 소리가 났다.

"좋습니다. 다만 소담 씨는 서쪽 문 바깥으로 나갑니다."

"그건 신호를 보내고 제가 정해요."

"위험하다고 말하면 안 나가실 겁니까?"

"무슨 위험인지 말해 주면 제가 나갈지 남을지 정하죠. 오라버니가 대신 정하는 것하고는 달라요."

"지금은 저도 무엇이 올지 모릅니다."

"모른다는 대답도 대답이에요. 적어도 혼자 다 안다는 표정은 짓지 마세요."

'말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겠지.'

대답을 미룬 사이 점심 종이 울렸다.

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철곤 세 자루가 문틀을 동시에 쳤다.

쿵.

왼쪽 문설주, 오른쪽 문설주, 문턱.

세 소리가 한 번처럼 겹쳤다.

오 척이 넘는 검은 철봉들이 햇빛을 가르고 들어왔다.

'어제 일을 배워 왔군.'

선두는 곽대.

넓은 이마에는 오래 꿰맨 흉터.

오른손 엄지에는 검은 뱀 반지.

뒤의 곽이는 굵은 철곤을 들었다.

곽삼의 봉 끝에는 반달 갈고리.

"점심 드시러 오셨습니까?"

"수건 내놔라."

"빨랫줄에 있습니다."

"우칠은 네 손에 졌다더군. 그래서 우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친다."

곽대가 철곤을 수평으로 들었다.

"이는 머리. 나는 허리. 삼은 다리. 복창해."

"머리."

"허리."

"다리."

세 사람이 짧게 답했다.

술기운도 욕설도 없다.

우칠보다 무서운 건 팔뚝이 아니었다.

실패한 사람의 말을 들었다는 점.

'팔보다 보고가 무섭다.'

만복이 남은 손님 앞으로 나섰다.

"오늘 국값은 안 받겠소. 서쪽 문으로 천천히 나가시오."

늙은 사공이 그릇을 들고 일어났다.

"국은 들고 가도 되오?"

"그릇은 가져가면 외상이오."

"이 판에도 셈은 정확하군."

사공이 움직이자 곽삼이 갈고리 봉을 비스듬히 내려 서쪽 길을 막았다.

"아무도 못 나간다. 점소이가 무릎 꿇는 걸 보고 가야지."

무연은 봉 끝보다 세 사람의 발을 먼저 보았다.

곽대는 왼발이 앞.

곽이의 두 발은 나란했다.

곽삼은 오른발을 뒤로 뺐다.

힘의 방향은 셋이지만 봉 끝은 한곳에 모였다.

'끝은 셋, 노리는 곳은 하나.'

그는 손님과 곽삼 사이로 쟁반 하나를 굴렸다.

쟁반이 마룻바닥을 타고 갈고리 안쪽에서 멈췄다.

"주인어른, 손님을 부엌으로 먼저 들이십시오."

"부엌 창으로 빼겠다. 내 술독은 건드리지 마라."

"약속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말이 제일 무섭다."

곽대는 무연이 삼각 밖으로 물러날 거라 읽었다.

철곤 끝 세 개가 벽과 기둥 쪽으로 벌어졌다.

무연은 반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밖이 아니라 안.'

곽대의 허리치기가 먼저 온다.

철곤의 굵은 앞마디가 옆구리를 노린다.

무연은 손을 대지 않는다.

왼발만 한 치 뒤로 뺀다.

봉 끝이 앞치마를 스친다.

곽이의 내려치기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오른발을 곽대의 봉 안쪽에 붙인다.

긴 병기는 끝이 빠르다.

하지만 두 손 사이는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곽삼의 갈고리가 발목을 훑는다.

무연이 뒤꿈치를 든다.

갈고리 끝이 천 신발 밑창을 긁고 지나간다.

"간격 좁혀! 자루로 짓눌러!"

곽대의 명령에 세 손이 봉 가운데로 움직인다.

긴 철곤이 짧아진다.

자루 셋이 가슴과 등과 무릎을 조여 온다.

무연은 물러날 자리를 찾지 않는다.

세 힘 가운데 빈 곳은 하나.

힘이 아직 닿지 않은 다음 자리.

소담이 쟁반을 두 번 두드린다.

셋째 마룻장이 낮게 울었다.

곽대의 눈이 소담에게 간다.

곧장 곽이에게 턱짓한다.

'신호를 읽었어.'

"그 판 눌러! 저 계집 신호다!"

곽이의 철곤 끝이 셋째 마룻장을 찍는다.

판이 내려앉는다.

삐걱임이 끊기고 소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진다.

"오라버니, 거기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서쪽 문은 몇 분 남았습니까?"

"둘. 주인어른하고 손님 한 분."

"물그릇은요?"

"북쪽 상 아래요."

무연은 신호를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셋째 판을 밟지도 않는다.

곽이의 봉이 누른 만큼 옆 판이 솟아 있다.

힘이 사라지면 솟은 판은 제자리로 되튈 터.

'눌린 만큼 옆이 뜬다.'

곽대가 허리를 찌른다.

곽삼이 발목을 당긴다.

곽이는 봉을 들어 머리를 찍으려 한다.

바로 그때 셋째 판이 올라온다.

무연의 왼발이 옆 판 모서리를 밟는다.

두 판 사이의 반동이 발바닥을 민다.

무연은 힘을 죽이지 않고 골반을 비스듬히 연다.

'세 힘을 한곳에 모은다.'

청류십결의 이결, 퇴풍유보(退風流步).

퇴풍유보는 바람보다 빨리 달리는 보법이 아니다.

밀려오는 압력에서 반 치 물러나 다음 자리를 바꾸는 걸음이다.

첫걸음이 곽대의 허리치기 안쪽으로 흐른다.

철곤 강부가 옆구리를 놓친다.

그대로 곽이 봉의 가운데 약부를 때린다.

쾅!

곽이의 철곤이 활처럼 휜다.

충격이 양손을 벌린다.

무연은 둘째 걸음을 곽이 뒤꿈치 밖에 놓는다.

내려치기가 중심을 잃는다.

곽대 어깨를 스쳐 술독 받침을 가른다.

독이 기운다.

누룩 냄새가 바닥으로 쏟아진다.

"내 술!"

만복의 외침이 곽삼의 시선을 끈다.

셋째 걸음은 갈고리 안쪽.

무연은 발목을 빼지 않는다.

열린 반달을 발등으로 민다.

곽삼의 당김이 방향을 잃는다.

그 힘이 곽대의 무릎 뒤로 간다.

갈고리가 곽대의 오금을 건다.

곽대가 버티려고 철곤을 세운다.

하지만 앞마디는 이미 되튀는 중.

되튄 쇠가 그의 손목 안쪽을 친다.

무연은 손 하나 대지 않는다.

세 사람이 낸 힘이 서로의 빈 곳을 찾아간다.

'손은 쓰지 않았다.'

곽대의 두 무릎이 바닥을 찍는다.

곽이는 부러진 봉을 놓친다.

곽삼은 자기 갈고리에 맏형과 함께 묶인다.

그대로 옆으로 넘어진다.

북쪽 상 아래 물그릇이 세 번 흔들리다 멎는다.

"끝났습니까?"

소담이 물었다.

"세 분 모두 다시 들 수 있는 봉이 없습니다."

곽대가 무릎을 뺄수록 갈고리는 더 조여 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곽삼을 노려보았다.

"당기지 마. 네 발목도 끊어진다."

"형님, 이놈 발이 셋인 것 같습니다."

"셋이면 우리가 하나씩 부러뜨렸겠지. 한 걸음이 세 자리에 있었던 거다."

무연은 소담을 보았다.

이번에는 주문패를 정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피하지 말자.'

"신호,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가리킨 판은 안 밟았잖아요."

"소리를 보내신 까닭은 들었습니다. 판 번호까지 따르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참 얄밉게 하네요."

만복은 갈라진 술독 받침 옆에 쪼그려 앉았다.

독 몸통에는 가느다란 금이 가 누런 술이 한 줄씩 새었다.

"둘째 패다. 이번에는 네 삯으로도 못 갚는다."

"지난번에도 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자가 붙었지. 내일은 새 독도 옮겨라."

그가 왼손을 펴려 하자 새끼손가락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무연은 손을 앞치마 뒤로 숨겼다.

'또 늦었다.'

곽대는 그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붓과 종이를 줘라."

"유서라도 쓰시게요?"

소담의 물음에 곽대가 마른 웃음을 흘렸다.

"실패 보고다. 우칠처럼 술 탓을 쓰면 다음 놈도 똑같이 깨진다. 우리가 손을 못 묶은 게 아니야. 손은 처음부터 안 썼다."

만복은 종이를 주지 않으려 했다.

무연이 고개를 저었다.

"쓰게 두십시오. 숨겨도 바닥과 병기는 가져가 볼 겁니다."

"다음 놈을 더 똑똑하게 부르겠다는 뜻이다."

"거짓말로 부르면 손님이 먼저 다칩니다."

'숨기면 다음 손님이 다친다.'

만복은 입술을 다문 채 외상 장부에서 빈 귀 한 장을 찢었다.

곽대는 갈고리에 묶인 자세로 종이를 무릎에 놓았다.

철곤 셋의 길이, 마룻장 소리, 소담의 쟁반, 무연이 손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짧게 적었다.

그는 왼손이 늦게 펴진 것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 줄에는 다섯 글자.

손보다 발이 빠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