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여덟째 날 아침부터 아홉째 날 새벽까지였다.
폐선창 바닥에 고유생식 세 번 매듭과 하경업의 교환 쪽지가 놓였다.
소만은 매듭을 풀지 않았다.
한 번 풀면 손끝이 남편의 버릇을 진실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명단을 지키면 그 사람이 살아 기다리는 새벽을 놓칠 수 있어."
정묵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
소만은 아들에게 누구를 택하겠느냐고 묻지 않았다.
"묵아. 원하는 것과 주지 않을 것을 따로 말해."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 데려오고 싶어요. 왜 안 왔는지도 직접 듣고 싶어요."
정묵은 매듭보다 소만을 보았다.
"살아서 오면 좋겠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 이름을 주지 말아 주세요."
백로가 문빗장에서 등을 떼지 않았다.
"난 그자를 용서하지 않았어. 살아 돌아오지 말라는 뜻도 아니야."
"넘기지 않을 건?"
"그자를 살리겠다고 다른 집을 하경업 손에 돌려주는 것."
숙란은 지팡이 끝으로 자기 발 앞을 한 번 찍었다.
"처음 죽은 이름을 빌려 준 세대는 나다. 내 이름 하나를 내놓고 끝내고 싶었다."
소만이 입을 열려 하자 숙란이 손을 들었다.
"그것도 내가 다른 사람 몫을 대신 정하는 짓이다. 나는 그 애가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그래도 남의 이름으로 값을 치르지는 않는다."
세 사람의 말은 고유생을 포기한다는 표가 아니었다.
보호 명단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서로 다른 세 거절이었다.
"매듭이 진짜여도 지금 살아 있는지는 몰라."
소만은 자기 몫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