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둘째 날 오후부터 셋째 날 오전까지, 귀로당 두 방에서 같은 이름이 번갈아 불렸다.
동쪽 방의 여인은 서계문을 아버지라 불렀다.
서쪽 방의 여인은 같은 이름을 남편이라 불렀다.
둘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방유직이 가운데 장부방 문을 닫고 질문 순서도 같게 정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본 날이 언제입니까?"
동쪽의 딸은 지난해 첫서리라 답했다.
아버지가 겨울 장작값을 깎다가 이웃과 다퉜다는 말까지 붙였다.
그녀가 내놓은 창고 열쇠는 오래된 황동이었다.
홈 안쪽 왼 면만 반질거렸다.
서쪽의 아내는 스무 날 전이라 답했다.
남편이 강 건너 품삯을 받으러 갔고 오른손 검지에 새끼줄 상처가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내놓은 집 열쇠는 검은 쇠였고 홈 오른 면이 닳았다.
유직은 답을 한 장에 쓰지 않았다.
두 제문도 한 봉투에 넣지 않았다.
정소만은 낮은 걸상에 앉아 열쇠만 보았다.
소만의 왼 허리 통증은 깊은 호흡과 들기에서 계속됐다.
일어나려 할 때마다 손이 먼저 허리로 갔다.
"정 당주, 두 열쇠가 같은 자물쇠를 열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홈 방향도 길이도 다릅니다. 하나를 흉내 내 깎은 흔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옳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열쇠가 서로 다른 살림에서 오래 쓰였다는 뜻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유직은 그 대답을 그대로 적었다.
소만은 전날보다 천천히 말했지만 결론 범위는 흐리지 않았다.
현 아역 우두머리가 가운데 문을 두드렸다.
"부추관 나리, 정오 전 하나를 고르라는 명입니다. 황책 사본에는 서계문이 한 사람뿐입니다."
"정오 전 하나를 고르라는 명입니다."
유직은 그 말을 봉문 여백에 다시 썼다.
명령의 속도와 증거의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부터 남겨야 했다.
동쪽 가족은 족보 한 권을 가져왔다.
풀 냄새가 눅눅했고 가장자리에는 세 세대의 손때가 겹쳤다.
서계문 이름은 노인의 형제들과 같은 먹으로 적혀 있었다.
서쪽 가족은 빌린 집의 품삯 매듭과 이웃 둘의 보증을 가져왔다.
매달 매듭을 하나씩 옮긴 끈은 세 해 분량이었다.
이웃들은 젊은 사내가 그 이름으로 물값과 지붕 수리를 치렀다고 각각 말했다.
황책 사본은 그보다 오래전에 제출된 호를 베낀 것이었다.
접힌 자리는 해졌지만 이름 칸 먹은 한 번도 덧대지 않았다.
대문에서 동그란 청동패가 세 번 울렸다.
챙. 챙. 챙.
하가 운송점의 외행 서기가 들어왔다.
그는 관아 아역에게 먼저 절하고 젊은 아내가 든 검은 열쇠를 한 번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하경업 행수께서 상가의 어려움을 들으셨습니다. 남은 관값과 강 건너 품삯 빚을 지워 드리라 하셨습니다."
그가 내민 탕감표에는 은전 여섯 냥과 지붕 수리 빚이 적혀 있었다.
젊은 아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이웃도 모른다던 액수였다.
"무엇을 쓰면 됩니까?"
"서계문이라는 이름을 빌려 썼고 시신과 재산에 아무 권리가 없다고 수결하시면 됩니다. 빚은 오늘로 끝납니다."
노인의 딸이 닫힌 문 너머에서 소리쳤다.
"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진짜라는 말이오?"
서기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한 집이 제자리를 찾으면 다른 집도 편해집니다."
젊은 아내의 엄지가 인주 위로 갔다.
'빚을 없애려다 남편까지 지우겠어.'
유직은 손을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 순간 관아가 어느 가족을 고르는 모양이 됐다.
소만이 낮은 걸상에서 탕감표 끝을 가리켰다.
"마지막 줄부터 읽으세요."
아내가 종이를 당겨 읽었다.
수결한 뒤에는 남편의 관, 품삯, 몸에 남은 물건을 묻지 않는다는 줄이었다.
"빚만 없어지는 게 아니네요."
"이미 없는 사람의 물건입니다."
"없는지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엄지가 인주에서 떨어졌다.
서기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가 탕감표를 접어 품에 넣으려 했다.
"수결하지 않았으니 돌려드릴 이유도 없습니다."
유직이 말했다.
"관아 마당에서 제시한 문서는 접수 시각을 남깁니다."
서기의 소매가 탁자 위를 쓸었다.
종이만 낚아채려던 손이었으나 옆의 먹그릇까지 넘어졌다.
소만은 허리를 틀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짧은 관못을 탁자 모서리에 세워 서기의 시선을 묶고 다른 손으로 엄지와 손목 사이를 눌러 나무 끝에 붙였다.
묵정금나수(墨釘擒拿手)는 사람을 멀리 던지는 수법이 아니었다.
못과 망치를 놓지 않은 채 작업대 밖으로 칼 든 손을 밀어내는 법이었다.
서기가 손을 빼면 제 엄지가 관못 머리를 눌렀다.
"놓으세요. 종이는 여기 남습니다."
소만의 손가락 마디가 떨렸다.
허리 대신 손목으로 충격을 받아 낡은 화상 흉터가 다시 붉어졌다.
서기는 손을 폈다.
소매 안쪽에서 붉은 분진이 먹물에 붙어 나왔다.
세 번째 관못과 비슷한 빛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같은 손이라 할 수는 없었다.
유직은 탕감표와 붉은 분진을 서로 다른 종이에 받았다.
"빚 액수는 누가 알려 줬습니까?"
"장례값을 받는 사람이 장례빚을 아는 게 이상합니까?"
"두 가족을 아직 만나게 하지 않았는데 어느 집이 젊은 쪽인지 아셨습니다. 그게 이상합니다."
서기는 대답하지 않고 물러났다.
걸을 때마다 짐을 메지 않은 오른 뒤축이 마루를 짧게 긁었다.
사당길 신발과 같은 깊이는 아니었다.
소만은 역명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하가 사람이 걸음을 바꾸는 훈련을 안다는 칸을 하나 더 열었다.
유직은 탕감표 아래에 썼다.
`수결 전 회수 시도.
채무 출처 미상.
당사자 거절.`
한 가족을 잡으라는 봉문 옆에, 한 가족이 스스로 사라지게 하려던 종이가 놓였다.
"사본에 한 이름이면 사람도 하나 아닙니까?"
아역이 물었다.
"제출하던 날에는 이 호에 한 사람입니다."
"그 뒤에 다른 자가 이름을 썼다면 위조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출한 날 뒤의 삶은 이 사본에 저절로 붙지 않습니다."
유직은 세 줄을 그었다.
족보가 가리키는 혈통의 시간.
황책 사본이 가리키는 제출 당시의 호.
열쇠와 품삯 매듭이 가리키는 최근 실거주의 시간.
"노인의 딸은 족보와 지난해 생활을 말했습니다. 젊은 아내는 최근 세 해의 살림을 말했습니다. 둘은 같은 사람을 서로 다르게 기억한 게 아닙니다. 서로 다른 사람을 같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면 젊은 쪽을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누가 이름을 주었고 어떤 문서에 썼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현재 살았다는 사실과 위조 책임을 합칠 수 없습니다."
정묵이 문틈에서 두 제문의 먹을 맡았다.
"한 장은 오래 말랐고 한 장은 며칠 안 됐어요. 그런데 끝 문장이 같아요."
두 제문에는 다른 손으로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돌아올 길을 비워 둔다.
노인의 딸은 그 말이 집안 장례 문구라 했고 젊은 아내는 남편이 어느 상여집에서 배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직은 소만을 보았다.
소만의 오른엄지가 손바닥 흉터를 눌렀다.
"귀로당에서도 쓰는 말입니까?"
"예전에는 썼습니다. 길에서 죽은 이를 이름 없이 묻지 않으려고요."
"이름을 빌려 주었습니까?"
소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허리 통증보다 오래된 침묵이 얼굴을 굳혔다.
'보호했다는 말로는 끝낼 수 없어.'
"살리려고 빌려 준 적이 있습니다."
아역이 기다렸다는 듯 붓을 들었다.
"그러면 귀로당도 압수해야 합니다."
"살리려 했다는 말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만이 아역보다 두 가족의 닫힌 문을 보며 말했다.
"한 이름을 빌려 주면 원래 가족이 장례도 재산도 기억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호한 만큼 빼앗았습니다."
유직은 그 문장도 적었다.
현재 두 가족의 무고와 귀로당의 과거 책임은 같은 칸에 넣지 않았다.
"누가 먼저 이름을 빌려 주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아역 우두머리가 봉문을 접었다.
"이 의견에 서명하면 위조를 비호했다는 문책은 부추관 나리 몫입니다."
유직은 붓끝을 닦았다.
과거에는 기록 밖 사람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빠진 이름을 발견하고도 제출된 줄만 고쳤다.
그때 놓친 사람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만 남았다.
"하루를 늦추겠습니다. 제 이름으로 씁니다."
의견서에는 세 가지를 나눴다.
현재 실거주와 생활 관계는 두 가족 모두 독립 근거가 있다.
이름 차용의 작성자·대가·피해는 별도 조사한다.
기준 시점 대조 전 신병을 움직이면 진술과 물건이 섞인다.
"연행은 내일 정오까지 중지합니다. 현 아역은 두 가족을 서로 다른 방에 보호하고 물건을 섞지 마십시오."
"최종 판단도 나리께서 하십니까?"
"아닙니다. 저는 검토 의견과 하루 기한을 씁니다. 집행은 현이 하고 최종 판단은 상급에 올립니다."
아역은 못마땅한 채로도 봉문 아래 접수 시각을 썼다.
두 방 문밖의 포승줄이 풀렸다.
두 가족은 그날 잡혀가지 않았다.
젊은 아내의 빚도 지워지지 않았지만 남편을 묻는 자리까지 팔리지는 않았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부에서 답 봉문이 왔다.
봉문 첫 줄에는 방유직이 위조자를 비호해 연행을 늦췄다고 적혀 있었다.
유직은 문책 문구를 접지 않았다.
두 가족이 볼 필요는 없었지만 자기가 숨겨서는 안 됐다.
소만은 보호했다는 말 대신 빼앗았다는 말을 썼다.
그녀는 안채로 두 제문을 옮기려다 허리를 짚었다.
백로가 문 앞에서 제문을 받아 들었지만 위패 앞에서는 멈췄다.
"누이, 이 문구 여기에도 있었어."
위패 옆면에는 오래된 먹으로 돌아올 길이 적혀 있었다.
소만이 위패를 돌려놓으려 하자 손이 뒷면을 먼저 가렸다.
"그건 열지 마."
"왜? 두 가족한테 과거 책임을 말했잖아. 우리 것만 덮을 거야?"
유직은 소만의 손가락 사이로 새로 패인 나무결을 보았다.
오래 모신 위패의 먼지와 달리 뒷면 한 줄만 밝았다.
백로가 위패 뒷면의 새 칼집을 손톱으로 짚었다.
하루를 산 의견서의 기한은 내일 정오였다.
귀로당 가족이 숨긴 이름의 기한은 이미 끝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