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아침, 귀로당 문턱이 세 번 울렸다.
쿵.
첫 번째는 산길 진흙을 묻힌 짚신 소리였다.
두 번째는 수레바퀴가 문턱 모서리를 깨무는 소리였고 세 번째는 관 밑판이 돌에 닿아 속 빈 북처럼 우는 소리였다.
서른한 살의 정소만(鄭素滿)은 세 번째 울림에서 대패를 내려놓았다.
오른 손등의 오래된 화상 흉터에 대팻밥이 붙었다.
그녀는 그것을 털지 않고 작업마당으로 나갔다.
귀로당은 접객방과 칠방이 ㄴ자로 꺾이고 그 안쪽에 염습방과 가족 안채가 붙은 집이었다.
관 하나가 들면 사람이 비켜 갈 길은 남았다.
셋이 들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같은 길을 써야 했다.
"첫 관은 동쪽 벽에 붙이세요. 끈은 풀지 말고요."
첫 운구꾼들이 관을 내려놓았다.
젖은 삼끈이 어깨에서 미끄러지며 쉰내를 냈다.
"고인의 성명은요?"
"서계문입니다. 서쪽 서, 이을 계, 글월 문."
소만의 손이 이름표 위에서 멈췄다.
새 종이였다.
먹은 다 말랐지만 풀은 아직 가장자리에서 희게 떠 있었다.
수레로 온 두 번째 관에도 같은 세 글자가 붙어 있었다.
'먼저 온 쪽이 진짜라고 믿으면 안 돼.'
"이쪽도 서계문이라고요?"
"인계표에 그렇게 적혔습니다. 우리는 남쪽 나루에서 받았소."
두 번째 운구꾼이 종이를 내밀었다.
첫 번째 사내는 산북 역로를 말했다.
둘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눈이었다.
정백로(鄭白露)가 안채 쪽에서 뛰어나왔다.
동전 하나를 손가락 마디 사이로 굴리다가 관 셋을 보고 멈췄다.
"누이, 오늘은 이름 하나로 품삯을 세 번 받는 날인가 봐."
"웃기 전에 문부터 닫아. 사람은 나가지 못하게 하고, 관에는 손대지 마."
"사람까지?"
"신발의 진흙이 마르기 전에 봐 둬. 어느 길을 걸었는지."
세 번째 관은 두 사람이 어깨로 메고 왔다.
그들의 짚신에는 붉은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관은 검은 칠을 했으나 가까이 갈수록 생칠보다 탄 기름 냄새가 먼저 났다.
"고인은 서계문이오."
그 말이 떨어지자 소만은 마당에 대나무 받침을 세 줄로 놓았다.
"동쪽, 남쪽, 서쪽. 들고 온 길대로 서세요. 끈도 그 칸 안에서만 풉니다."
"백로, 서쪽 관 뒤를 받아. 묵이는 장부방 문을 보고."
백로가 동전을 굴리던 손을 멈췄다.
"이번에도 물어보기 전에 정하네."
"관부터 세우고 말해."
백로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소만이 가리킨 들끈을 잡았다.
정묵도 안채 문으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움직였다는 사실과 두 사람이 고른 자리는 아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첫 관의 못은 낮고 둔한 소리를 냈다.
두 번째 관의 못은 조금 가벼웠다.
세 번째 것은 붉은 안료가 머리에 묻어 있었고 손톱으로 건드리자 맑은 쇳소리가 났다.
같은 주문으로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같은 길을 온 물건은 더더욱 아니었다.
소만이 세 이름표를 나란히 보려던 순간, 문밖에서 쇠패가 문짝을 쳤다.
현 아역 여섯이 들어왔다.
뒤따른 사내는 아역의 봉표 꾸러미를 직접 들지 않았다.
먹이 번졌는지, 발신처가 어디인지부터 살폈다.
방유직(方有直), 귀명현 부추관이었다.
"모두 손을 떼십시오. 같은 이름의 시신 셋이 한 작업장에 들어왔습니다. 귀로당 전체를 봉합니다."
아역 둘이 대문 양쪽에 풀을 바르기 시작했다.
소만은 유직이 아니라 그들의 붓을 보았다.
첫 봉표가 붙으면 안채의 물동이도, 염습방의 얼음도 같은 죄목 아래 갇혔다.
초겨울 볕은 이미 기와 끝을 넘어오고 있었다.
"전부 봉하면 시신부터 상합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훼손도 없습니다."
"시신은 안 건드려도 썩습니다. 그 책임도 봉표에 쓰시겠습니까?"
유직이 처음으로 소만을 똑바로 보았다.
"봉쇄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범위를 묻는 겁니다. 세 관을 한 사건으로 묶어 흔적이 섞이면,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
아역의 붓끝에서 풀이 한 방울 떨어졌다.
유직은 봉표를 받아 문구를 읽었다.
`서계문 시신 세 구와 귀로당 일체를 봉함한다.`
"정 당주께서는 세 관이 다른 사건이라고 단정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같은 사건인지 아직 모른다고 했습니다. 모르는 것을 하나로 봉하면 나중에도 하나로밖에 못 봅니다."
유직은 봉표를 접지 않았다.
대신 아역에게 붓을 멈추게 했다.
"관을 열지 않고 다르다는 걸 보이실 수 있습니까?"
"한 번이면 됩니다. 나리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적으셔야 합니다."
백로가 숨을 들이마셨다.
웃음이 나오기 전의 소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소만은 첫 관의 모서리를 가리켰다.
"소나무입니다. 결이 넓고 송진이 칠 아래서 올라옵니다. 두 번째는 삼나무를 섞었습니다. 냄새가 가볍고 못 간격이 좁아요."
"주문한 집의 형편이 달라서일 수도 있지요."
유직의 반박은 빨랐다.
소만은 그가 재료를 아는 척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 두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봅니다."
소만은 관 밑에 종이 한 장씩 밀어 넣어 떨어지는 흙을 받았다.
첫 관에서는 검은 산흙과 솔잎 부스러기가 나왔다.
두 번째에서는 강모래가 섞인 회색 진흙이 떨어졌다.
세 번째 밑판은 붉은 흙이 묻었으나 양이 지나치게 적었다.
"붉은 흙길을 오래 왔다면 밑판 틈까지 찼어야 합니다. 이 관은 마지막 구간만 그 길을 왔어요."
"운구꾼이 바뀌었다는 뜻입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소만은 허리의 짧은 검을 뽑지 않고 칼집 끝만 세 번째 관 아래에 넣었다.
왼발은 머리맡, 오른발은 발치 바깥에 두었다.
관의 네 모서리를 지키며 들어온 힘을 같은 길로 돌려보내는 사우귀로검(四隅歸路劍)의 첫 자세였다.
"백로, 놓아."
그가 뒤 들끈을 놓자 빈 소리가 난 관의 머리맡만 칼집을 눌렀다.
사람이 누웠다면 하중이 등과 골반으로 갈렸어야 했다.
소만은 칼집을 바로 뺐다.
봉표도 판재도 건드리지 않았다.
"소리는 비었는데 무게는 머리맡에 모였습니다. 셋을 한 칸에 두면 이 차이부터 사라집니다."
유직은 칼집이 닿았던 돌가루와 백로가 놓은 시각을 아역에게 적게 했다.
그제야 한 장짜리 봉표를 뒤집었다.
유직이 인계표 세 장을 펼쳤다.
산북 역로, 남쪽 나루, 동계 마을.
발신처는 모두 달랐다.
진숙란(陳淑蘭)이 지팡이로 작업대 모서리를 두 번 두드리며 나왔다.
전 당주인 그녀는 관 앞에서 멈춰 냄새부터 맡았다.
"만아, 첫 것은 밑칠이 오래됐구나. 세 번째는 어젯밤 덧칠한 냄새다."
"어머니, 이름표 풀은요?"
숙란은 손을 뻗지 않았다.
"셋 다 새것이다. 먹보다 풀이 먼저 코를 찌르는구나."
유직은 세 이름표와 인계표를 번갈아 보았다.
"같은 이름표를 붙인 곳은 아직 모릅니다."
"다르다는 데까지만 적으십시오. 누가 붙였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소만이 말했다.
자기 입으로 멈춤을 정하고 나서야 손등의 대팻밥이 눈에 들어왔다.
유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세 관은 따로 봉합니다. 먼저 집 안 사람과 장부를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에 소만은 안채 문을 보았다.
아까부터 정묵의 발소리가 없었다.
"묵아."
대답은 문 안쪽에서 왔다.
"여기 있어요."
정묵(鄭墨)은 나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먹 냄새를 묻힌 손부터 문틈으로 내밀 아이였다.
유직이 명단을 펼쳤다.
"안채 사람도 확인해야 합니다. 장부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나와야 합니다."
소만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면 정묵이 숨긴 몇 호흡은 벌 수 있었다.
'아이를 감싸려다 내 말까지 거짓이 되겠어.'
그러나 들키는 순간, 세 칸을 나눠 세운 자기 말도 한꺼번에 거짓이 됐다.
"아이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몸은 아직 수색하지 마십시오."
"수색할 이유가 없다는 건 확인 뒤에 정합니다."
"그렇다면 확인은 문턱에서 하세요. 안채 물건에 손대는 명령은 아직 없었습니다."
유직은 잠깐 침묵했다가 안채 문턱을 선으로 인정했다.
소만이 안으로 들어가자 정묵은 장부방 앞에 서 있었다.
손에 먹물이 묻었고 품은 반듯했다.
너무 반듯해서 그 안에 종이가 있다는 걸 숨기지 못했다.
"무엇을 넣었니?"
정묵은 소만의 손이 아니라 얼굴을 보았다.
"지금 그것도 관아에 말해야 해요?"
질문이 먼저 돌아왔다.
소만은 평소처럼 내놓으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관에 손댔니?"
"아니요. 아무 관에도 손대지 않았어요."
"그 말만 밖에서 해. 나머지는 내가 아직 묻지 않으마."
정묵이 품 안에서 손을 뗐다.
종이는 평소 네 번이 아니라 세 번만 접혀 있었다.
한 모서리가 옷깃 밖으로 잠깐 드러났다 사라졌다.
문턱에서 정묵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저는 아무 관에도 손대지 않았어요. 아침에는 장부방에 있었고요."
유직은 `관`과 `장부방` 사이의 빈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즉시 수색을 명하지 않았다.
이름과 시각만 적고 붓을 멈췄다.
"이제 봉쇄 방식을 정하겠습니다."
아역 우두머리가 한 장짜리 봉표를 다시 내밀었다.
"나리, 한 집이면 한 장이 뒤탈이 없습니다."
"한 장이면 누가 어느 칸에 들어갔는지 남지 않습니다."
소만은 대나무 받침 네 개를 더 가져왔다.
세 관 앞에 하나씩, 장부방 문턱에 하나를 놓았다.
"동쪽 관, 남쪽 관, 서쪽 관. 장부방은 네 번째입니다. 사람과 도구를 칸마다 적으세요. 시신 보존은 저와 전 당주만 하고, 아역 한 명이 문밖에서 시각을 씁니다."
"귀로당 영업은 멈춥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답을 내놓기 전, 소만은 작업마당을 보았다.
대패도 칠솔도 그대로였지만 오늘 들어올 두 상가의 관재는 손댈 수 없었다.
품삯이 끊기면 쌀독부터 비었다.
그 비용을 모른 채 말한 것은 아니었다.
"장부방까지 봉하면 가족도 안채에 갇힙니다."
백로가 낮게 말했다.
농담이 없는 목소리였다.
"대문 출입 명단을 따로 쓰게 할 거야. 장부방을 숨기면 세 관도 못 지켜."
"누이 혼자 정했군. 또."
소만은 대답 대신 유직을 보았다.
"이 방식이면 누가 무엇을 만졌는지 남습니까?"
유직은 네 구역을 한 바퀴 돌았다.
관과 관 사이에는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폭이 남았다.
그는 그 폭까지 장부에 그렸다.
"남습니다. 대신 정 당주도 기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빠질 생각 없습니다."
"좋습니다. 보존 작업은 정 당주와 진 전 당주만 합니다. 도구는 칸마다 따로 둡니다."
유직이 문구를 불렀고 아역 둘이 새 봉표를 썼다.
봉표 넉 장의 풀이 마르는 동안 귀로당의 하루도 굳었다.
첫째 관은 솔 냄새를 품은 채 동쪽 칸에 남았다.
둘째 관은 강모래를 흘리며 남쪽에 놓였다.
셋째 관은 붉은 흙보다 가벼운 밑판을 서쪽 벽에 댔다.
세 인계표는 유직의 문서갑으로 들어갔다.
이름표 셋은 관에 남았다.
같은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같은 봉표 아래 있지 않았다.
소만은 제한 작업을 시작하려고 각 관의 들쇠 무게를 적었다.
서쪽 관에서 수치가 맞지 않았다.
겉으로 빈 소리가 났는데, 밑판은 시신이 든 관처럼 손목을 끌어내렸다.
안채에서는 문 하나가 아주 조용히 닫혔다.
소만이 돌아보았을 때 정묵은 보이지 않았다.
장부방 봉표의 풀만 아직 젖어 있었고 문 아래로 세 번 접힌 종이의 귀가 한 번 스쳤다가 사라졌다.
세 관의 숨은 지켰다.
그러나 귀로당 안에서 먼저 숨을 죽인 것은 관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