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새벽 귀명현을 떠난 운구선은 수로와 밤길을 이어 일곱째 날 저녁 남경 외곽에 닿았다.
가족은 새로 짠 가벼운 빈 관을 배에서 내렸다.
사건의 세 관은 귀명현 봉표 안에 그대로 있었다.
소만의 왼 허리는 평지를 걸을 때는 견뎠지만 관을 비틀어 들 수는 없었다.
하가 창고는 장부를 태우기 시작한 뒤 검수 교대를 한 차례 더 늘렸다.
방유직은 수로 건너 객점에 남았다.
관인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면 잠입이 아니라 수색이 됐다.
"나는 창고 안을 지휘할 권한이 없습니다. 돌아온 물건의 시각과 인계만 적겠습니다."
창고 담 너머로 검은 재가 날았다.
아직 글자 모양을 지닌 재였다.
"오늘 교대 종이 울리면 장부 다락의 남은 쪽도 화로로 간다."
소만은 관 네 모서리를 보았다.
예전 같으면 사람 이름부터 불렀을 것이다.
앞왼쪽은 백로, 뒤오른쪽은 자기, 가벼운 자리는 묵.
숙란에게는 밖을 지키라 했을 것이다.
그 배열에는 늘 한 사람이 먼저 있었다.
죽었다고 믿었던 남편의 자리였다.
'나는 그 빈자리를 늘 먼저 채웠어.'
"하고 싶은 일 말고 하지 않을 일을 먼저 말해."
숙란이 관 옆의 지팡이를 세웠다.
"나는 냄새만 맡는다. 사람을 어디 세울지는 정하지 않겠다."
백로가 수로문 쪽 골목을 턱으로 가리켰다.
"난 앞자리는 안 서. 수로문을 보고 목패를 나를게."
정묵은 소매 속 작은 필사판을 꺼냈다.
"저는 이름을 베끼지 않을 거예요. 차수와 칸만 쓸게요."
소만은 자기 차례가 왔음을 알았다.
"나는 관을 비틀지 않는다. 뒤에서 밀고 교대 신호만 낼게."
"교대 신호도 네가 혼자 정하지 마라. 들 수 없는 사람이 먼저 놓는 거다."
"할머니가 놓으면 제가 빈자리 아래로 빠질게요."
"빠지는 길은 내가 본다. 묵아, 네가 먼저 뛰지는 마."
백로가 처음으로 웃지 않았다.
"그럼 누나는 내 퇴로를 따라."
"얼굴과 합격이 드러나면 귀로당은 다시는 같은 길을 못 쓴다."
담 위에 남색 포 자락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지붕을 타던 감시자와 같은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남색 포가 누구 편인지는 모른다."
소만은 빈 관의 뒤 모서리에 손을 얹었다.
"그래도 들어간다. 대신 누구도 예전 자리를 맡지 않는다."
네 사람은 상주와 운구꾼 차림으로 수로문 앞에 섰다.
숙란은 앞에서 곡 대신 짧은 호흡을 셌고 정묵은 향 상자를 들었다.
백로와 소만은 빈 관의 무게를 감췄다.
검수자는 관을 두드리지 않았다.
목패 세 장을 서로 부딪쳤다.
딱. 딱. 딱.
첫 목패에는 사람 이름 칸이 있었다.
둘째에는 기름먹인 직물과 철물 수량이 적혔다.
셋째에는 물에 젖음과 파손으로 없어진 몫이 적혔다.
세 목패의 오른쪽 위에는 같은 차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검수자가 빈 관 손잡이에 붉은 가루를 문질렀다.
숙란이 기침하는 척 코를 가까이 댔다.
"관못 가루가 아니다. 기름 위 철 녹을 감추는 흙 냄새다."
소만은 붉은 가루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귀로당의 검은 못가루도 사람을 한 번 범인으로 만들 뻔했다.
"붉은 가루만으로는 안 돼. 목패 구멍과 군호부 차수가 함께 맞아야 해."
"군호 이름이 적혔다고 군영 장부라는 뜻도 아니야. 이 창고가 붙인 사본일 수 있어."
"그럼 같은 차수만 찾으면 돼요?"
"차수와 구멍과 넘긴 손의 획. 셋이 함께 맞는 줄만."
검수대 뒤에는 창고 인부 이름과 세습 군호 표기를 섞어 쓴 얇은 명부가 걸려 있었다.
실제 복무 상태가 아니라 이 창고가 인부를 분류한 사본이었다.
백로가 관을 내려놓는 척 무릎을 굽혔다.
수로문 경첩과 지키는 자의 발을 함께 보았다.
검수자는 오른 뒤축을 바닥에 끌었다.
목패를 놓는 손은 오른손이었다.
어깨는 왼쪽 짐꾼처럼 기울였지만 신발의 마모는 반대였다.
"사당길의 가짜 곡꾼과 같은 버릇이야. 같은 사람인지는 몰라도 같은 역명보를 배운 쪽이야."
소만은 검수자의 얼굴을 외우지 않았다.
뒤축의 깊이, 주손, 짐 어깨가 어긋나는 순서만 외웠다.
교대 종을 기다리는 검수자 셋이 동시에 발을 풀었다.
걷는 동안에는 보폭이 달랐지만 멈췄다가 다시 서는 첫발은 모두 오른 뒤축부터 바닥을 긁었다.
한 사람의 버릇이 아니었다.
같은 훈련표가 쉬는 시각과 첫발까지 나눠 준 흔적이었다.
역명보는 오래 쓸수록 남의 걸음이 되는 대신 발목 한쪽을 짧게 만들었다.
급히 다시 출발할 때는 바꾼 어깨보다 아픈 뒤축이 먼저 제 이름을 말했다.
"종이 두 번째 울리면 저 셋은 오른발을 빼고 설 거야. 그때 수로문 왼쪽이 한 걸음 비어."
백로가 물었다.
"누나가 정하는 자리야, 내가 확인한 자리야?"
"네가 뒤축을 다시 봐. 틀리면 가지 않아."
두 번째 종이 울렸다.
검수자 셋의 오른발이 같은 각도로 반 치 물러났다.
"맞아. 내가 앞오른쪽을 받을게."
소만은 그 대답 뒤에야 관 손잡이에 힘을 실었다.
정묵이 향 상자 뚜껑 안쪽에 숫자를 적었다.
사람 이름 칸은 빈 네모로 남겼다.
"세 칸의 차수가 같아요. 인계자 끝획도 같은 데서 올라가요."
"이름은 쓰지 않았지?"
"네. 이름 자리에는 네모만 그렸어요."
"손실 칸도 같은 구멍이냐?"
"셋 다 오른쪽 위가 뚫렸어요."
"물자 칸의 테두리는?"
"황색 무늬가 조금 남았어요. 사람 칸과 손실 칸에는 없어요."
"그 차이도 모양만 그려. 뜻은 밖에서 유직과 맞춘다."
목패 인계자의 끝획은 최근 수금 서명처럼 위로 한 번 꺾였다.
소만이 정묵의 손판을 가렸다.
"같은 획이지만 쓴 사람이 같은지는 아직 모른다."
다락 위에서 장부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
곧 종이 뭉치가 화로 안으로 떨어지는 마른 소리가 났다.
정묵은 사람 이름 칸을 빈 네모로 두고 차수와 인계 획만 옮겼다.
백로는 검수대 아래 떨어진 목패 하나를 발등으로 받아 상복 소매에 넣었다.
사람 칸과 물자 칸과 손실 칸을 잇는 세 구멍이 모두 남은 원본이었다.
한 차수는 사람 이름을 한 번, 물자를 한 번, 없어진 몫을 한 번 세고 있었다.
그 순간 교대 종이 울렸다.
검수자가 관 뚜껑의 칠을 손톱으로 긁었다.
"이 창고 표식이 아닙니다. 어디서 온 상여꾼들이오?"
백로가 먼저 수로문을 보았다.
문지기 둘이 빗장을 밀고 있었다.
"앞으로 가지 마. 뒤도 막혀. 오른쪽 직물 칸으로 두 걸음."
소만은 관을 들어 검수자를 치고 싶은 충동을 버렸다.
허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관을 무기로 쓰면 정묵과 숙란이 그 충격을 받아야 했다.
"숙란은 앞왼쪽, 묵은 뒤왼쪽. 나는 뒤오른쪽에서 민다."
정묵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뒤왼쪽을 고를게요. 손판을 안 누르는 쪽이에요."
숙란이 관 손잡이를 더듬었다.
"나는 앞왼쪽을 고른다. 세 걸음 뒤에는 놓는다."
백로는 앞오른쪽 손잡이를 잡았다.
"두 걸음마다 바꿔. 내가 놓으라면 놓아."
빈 운구관의 앞왼쪽이 내려가고 뒤오른쪽이 솟았다.
네 사람은 두 걸음마다 모서리를 바꾸었다.
첫 검수자의 봉이 관 옆널을 때렸다.
백로가 모서리를 낮추자 봉끝은 기름먹인 직물 꾸러미 사이에 박혔다.
숙란은 세 번째 걸음에서 손을 놓았다.
소만이 대신 들지 않았다.
관의 빈 모서리가 아래로 꺼지며 두 번째 검수자의 무릎을 밀었다.
"놓는다."
"받지 않아. 낮춘 채 간다."
백로의 답에 소만은 빈 모서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비어 있어도 괜찮다.'
기운 관 자체가 봉 두 자루의 높이를 막았다.
정묵은 손판을 가슴에 붙이고 관 아래로 빠졌다.
그가 수로문 빗장 밑에 나무 쐐기를 밀어 넣었다.
백로가 뒤오른쪽으로 옮겼다.
"누나, 밀지 마. 따라와."
"두 걸음 뒤에는?"
"내가 뒤오른쪽으로 간다. 누나는 손을 놓고 문설주 안쪽으로."
"놓는다."
"받는다."
백로는 소만의 빈손을 보고 속도를 늦췄다.
"뒤에서 따라올 수 있어?"
"두 걸음은. 셋째에는 놓는다."
"그럼 셋째 전에 내가 문을 잡아. 못 오면 내가 정한 길도 버려."
소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이 들 자리를 정하는 대신 자기가 견딜 수 없는 셋째 걸음을 먼저 내놓았다.
허리를 비틀지 못한 소만은 관을 미는 힘을 놓고 백로의 발뒤꿈치만 따라갔다.
소만은 백로가 고른 수로문으로 몸을 틀었다.
이번에는 누이가 동생의 자리를 따랐다.
관은 비스듬히 문설주를 받쳤다.
빗장이 끝까지 닫히지 않았다.
네 사람은 관을 남기고 한 사람씩 틈을 빠져나왔다.
백로가 마지막으로 목패를 던졌다.
소만은 왼손으로 받았다.
허리보다 손바닥이 먼저 저렸다.
창고 안에서 귀로당이라는 고함이 번졌다.
얼굴과 합격은 이미 들켰다.
그제야 소만은 세 번째 관의 서로 다른 모서리 쓸림을 알아보았다.
한 검객의 보법이 아니라 네 자리가 바뀐 횟수였다.
강가 골목에는 남색 포의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칼을 뽑지 않았다.
정묵이 든 필사판과 백로의 빈 소매를 한 번씩 보았다.
마지막에는 소만 손의 목패에 시선을 멈췄다.
남색 포의 사내는 사람 이름 칸이 아니라 황색 테두리의 물자 칸을 먼저 보았다.
"그 목패를 내놓으십시오."
소만이 목패를 등 뒤로 옮겼다.
"당신이 누구인지 먼저 말해."
사내는 좁은 명령통을 소매에서 꺼냈다.
봉랍은 깨지지 않았다.
"황실 물자 칸을 베낀 이유부터 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