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하루 뒤 넷째 날 오전이었다.
소만의 왼 허리는 천천히 걸을 수 있으나 들기와 급회전에서 통증이 남았다.
유직의 하루 연행 지연은 정오에 끝나며 위조 비호 문책은 그대로 남았다.
안채 위패 앞에는 가족 넷이 섰다.
방유직은 문밖에 있었다.
정백로가 위패를 돌리려 하자 소만이 손을 덮었다.
"그건 열지 마."
"두 가족한테는 숨긴 이름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잖아. 우리 것만 덮을 거야?"
"위패는 증거이기 전에 우리가 죽은 사람을 모신 자리야."
"내가 그 사람 빈자리에서 살았어. 내 자리이기도 해."
백로는 위패를 빼앗지 않았다.
손을 뗀 채 말했기 때문에 소만은 당주 권위로 밀어낼 구실을 잃었다.
정묵이 위패 옆에 앉았다.
"아버지 이름은 쓰지 마세요. 안에 든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만 봐요."
"열면 다시 죽은 사람으로만 모실 수는 없어."
"살아 있으면 왜 안 왔는지도 물어야 해요. 그래도 제가 모르는 채로 두지는 마세요."
진숙란이 위패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끝은 닿기 한 치 전에 멈췄다.
"새 나무 냄새를 맡고도 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셨어요?"
"세 관이 오기 이틀 전이다. 뒤판 옻 아래에서 회양목 가루 냄새가 났다. 누가 넣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소만은 어머니까지 침묵했다는 데 화가 났다.
동시에 자기가 같은 침묵을 먼저 골랐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두께가 달라진 건 알았어. 열지는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