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하루 뒤 다섯째 날 오전부터 여섯째 날 새벽까지였다.
소만의 왼 허리는 평지 보행이 가능하지만 무거운 장부를 들거나 몸을 틀 때 통증이 남았다.
남경 하가 창고에서 장부 일부를 밤마다 소각하기 시작했다.
방유직은 현의 압수 봉문을 귀로당 장부방 문턱에 펼쳤다.
봉문에는 원장과 별지 전부라고 적혀 있었다.
대문 밖에는 이미 수레 둘이 와 있었다.
멍에와 바퀴통에 하가 창고의 붉은 방청 흙이 말라붙었다.
현 아역 둘 뒤로 창고 인부 넷이 빈 궤와 쇠사슬을 내렸다.
"관아 물건을 왜 하가 수레가 나릅니까?"
소만이 묻자 아역 우두머리가 봉문 아래를 가리켰다.
"현 수레가 모자라 운송을 빌렸소. 봉문이 있으면 됐지 않소?"
유직은 마지막 인계칸에 손가락을 댔다.
내주는 사람과 받아 가는 사람 사이가 비어 있었다.
"접수인이 없습니다. 이대로 실으면 관아 압수가 아니라 이름 없는 반출입니다."
하가 인부 하나가 쇠사슬을 장부방 기둥에 걸었다.
"이름은 현에 가서 쓰면 됩니다. 정오 전에 전부 싣는 명입니다."
"정오까지 분류하라는 명이지, 빈칸으로 넘기라는 명은 아닙니다. 사슬을 푸십시오."
인부는 풀지 않았다.
대신 사슬 끝을 원장 궤 손잡이에 걸어 두었다.
아직 당기지는 않았다.
봉문의 시각이 닫히는 순간 힘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오늘 정오 전에 원장을 봉해야 합니다. 남경 원본이 타면 이것만이 대조본으로 남습니다."
소만은 문턱을 비키지 않았다.
"전부 가져가면 오래된 이름도 관아 명단이 됩니다. 두 가족에게 풀어 준 포승을 다른 집에 채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