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성화 12년 초겨울, 하룻밤 뒤 둘째 날 오전이었다.
유직과 백로가 덧칠 전 운송 증인의 장례 행렬을 동쪽 사당길에서 찾았다.
길은 마른 논둑과 낮은 돌벼랑 사이로 관 하나 너비만큼 났다.
흰 상복 넷이 앞서고 검은 관이 뒤따랐다.
곡소리는 있었지만 향 냄새가 없었다.
젖은 삼베 냄새와 관끈에 밴 모래 냄새뿐이었다.
소만은 돌담 그늘에서 행렬을 세었다.
앞의 둘은 왼쪽 어깨에 곡봉을 멨다.
뒤의 둘은 오른쪽이었다.
가운데서 관끈을 잡은 사내는 상복을 입지 않았다.
인계표에서 덧칠로 지워진 본래 이름의 획과 같은 성을 댄 사람, 빈 관을 귀로당에 들인 운송 증인이었다.
그 사내의 손이 떨렸다.
관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곡꾼 넷 가운데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았다.
백로가 입술만 움직였다.
"누이, 저 넷은 울면서 숨을 한 번도 안 삼켜."
"향도 없다. 관끈만 보고 있어."
방유직은 소매 속 인계표를 만졌다.
"제가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반응하는 사람만 보십시오."
"이름을 부른 뒤에는 증인 곁으로 가세요. 곡봉을 든 자는 제가 봅니다."
"정 당주 혼자 넷을 맡겠다는 뜻이면 반대합니다. 저는 싸우지 못해도 사람 하나는 끌어낼 수 있습니다."
"관 인계표는 놓지 마십시오. 증인과 종이가 갈라지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됩니다."
"그렇다면 종이는 소매 안에 두고 사람을 잡겠습니다. 정 당주도 관과 사람을 모두 잡겠다고 버티지는 마십시오."
소만은 고개를 끄덕이고 길로 나섰다.
허리에는 짧은 칼을 차고 있었지만 손은 빈 채로 뒀다.
장례 인계를 받으러 온 사람은 칼보다 들끈을 먼저 보아야 했다.
"귀로당에서 나왔습니다. 관을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운송 증인이 고개를 들었다.
안도는 얼굴보다 무릎에서 먼저 왔다.
다리가 반 치쯤 풀렸다.
앞줄의 가짜 상주가 대신 곡소리를 높였다.
"아이고, 우리 아버지. 길에서까지 무슨 문서를 묻습니까?"
울음 끝에도 숨은 흔들리지 않았다.
곡봉을 쥔 오른손 검지 아래에는 붓 대신 밧줄을 당긴 굳은살이 있었다.
유직이 인계표를 폈다.
"관 주인 이름이 아니라 이 관을 넘긴 사람 이름을 확인합니다. 장 씨, 앞으로 나오십시오."
운송 증인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가짜 상주의 곡봉이 내려갔다.
사람을 치지 않았다.
관끈 아래로 파고들어 운송 증인의 손목과 관 모서리를 한꺼번에 비틀었다.
검은 관이 오른쪽 돌벼랑으로 기울었다.
운송 증인은 반대쪽 논둑으로 넘어졌다.
다른 곡꾼 둘이 상복 속 짧은 몽둥이를 뽑았다.
"저 사람이 죽으면 빈 관의 다음 길도 죽습니다."
유직이 쓰러진 증인 쪽으로 몸을 던졌다.
칼도 자세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소만은 짧은 칼을 뽑으며 관 머리맡으로 들어갔다.
사우귀로검은 넓은 마당에서 사람을 쫓는 검이 아니었다.
관의 네 모서리, 좁은 계단, 들끈이 돌아올 한 걸음 안에서 칼을 회수하는 법이었다.
장례꾼 넷이 관을 들 때 서로의 손목을 자르지 않으려 만든 간격이 검의 벽이 됐다.
소만은 첫 곡봉을 관 옆판에 닿기 전에 칼등으로 밀었다.
칼끝을 길게 뻗지 않았다.
손목을 꺾어 곡봉이 들어온 길로 되돌려 보냈다.
공격자의 팔이 뒤엉키자 관 발치에 한 칸이 생겼다.
"백로, 네 번째를 메워!"
백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네 번째가 아니야. 내가 막을 곳은 내가 정해."
"지금 자리를 비우면 관이 넘어진다."
"관 뒤를 메우면 저놈들 퇴로가 열려. 누이는 또 내 자리를 관 옆으로만 정하고 있어."
"그럼 어디를 막을 거야?"
"돌담 끝. 저기서는 어깨를 바꿔도 발이 한 줄로 모여. 내가 신발을 남길게."
그 한마디 사이 관은 더 기울었다.
소만은 백로를 보지 못했다.
발치, 머리맡, 논둑, 돌벼랑.
네 자리를 세다가 다섯 번째로 쓰러진 사람을 봤다.
운송 증인의 목 위로 몽둥이가 떨어졌다.
관을 받치면 시신은 지킬 수 있었다.
증인을 당기면 관 모서리가 돌에 닿았다.
둘 다 잡으려고 몸을 틀면 자기 허리가 가운데서 꺾였다.
'이번에는 사람부터 지킨다.'
"관을 놓치면 시신 흔적이 섞입니다."
"둘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유직의 경고가 들렸다.
그도 증인의 어깨를 당기고 있었지만 몽둥이보다 빨리 일으킬 수는 없었다.
"관 말고 사람부터 받쳐! 내가 놓는다!"
소만은 머리맡 들끈을 놓았다.
왼발을 논둑 아래 박고 운송 증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검은 관 한 모서리가 돌을 긁었다.
그 하중이 놓인 들끈을 따라 소만의 왼 허리로 몰렸다.
뜨거운 줄 하나가 등뼈 옆에서 골반까지 찢어졌다.
받는다는 대답은 오지 않았다.
백로는 이미 퇴로를 막으러 움직였고 유직은 증인의 어깨 아래에 있었다.
소만은 빈자리를 알리기만 하면 누군가 메울 것이라 여겼다.
사우귀로검에서 가장 먼저 금하는 짐작이었다.
'빈자리를 말하는 것만으론 안 돼.'
몽둥이는 증인의 목 대신 관 옆판을 쳤다.
퍽.
백로가 퇴로에서 들어왔다.
소만의 빈 모서리를 메운 것이 아니었다.
돌담과 논둑이 만나는 가장 좁은 길을 자기 몸으로 닫았다.
짧은 칼을 낮게 눕혀 도망치는 자의 정강이보다 신발 끈을 먼저 베었다.
가짜 곡꾼 하나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반대편 논으로 뛰었다.
그는 처음에는 왼어깨를 낮췄고 관이 기울자 오른어깨를 낮췄다.
보폭도 길었다가 짧아졌다.
그러나 맨발이 드러나기 전까지 오른 뒤축만 계속 땅을 깊게 끌었다.
다른 자가 몽둥이를 왼손으로 바꿔 들었다.
백로가 칼을 겨누자 그는 곡봉을 오른손으로 바닥에 놓고 담을 짚었다.
바꾼 손보다 물건을 놓는 손이 먼저 본래 습관으로 돌아왔다.
소만은 그들을 쫓지 않았다.
증인의 목숨과 관의 뚜껑, 유직의 인계표가 자기 한 걸음 안에 있었다.
넓은 논으로 나가면 사우귀로검의 세 모서리는 모두 비었다.
"뒤축을 봐! 쫓지 말고 걷는 걸 봐!"
백로도 논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달아나는 둘의 어깨가 다시 바뀌는 것을 세고 버려진 신발을 칼끝으로 자기 쪽에 끌었다.
남은 두 곡꾼은 관을 버리고 사당 뒤 숲으로 흩어졌다.
잡힌 사람은 없었다.
대신 신발 하나, 부러진 곡봉 하나, 관 네 모서리가 긁힌 높이, 그리고 살아 있는 증인이 남았다.
소만이 일어서려 하자 허리가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왼 허리 안쪽이 달군 못처럼 박혔다.
백로가 손을 내밀었다.
소만이 잡으려 하자 그는 손을 조금 거뒀다.
"네 번째로 세우려고 잡는 손이면 안 잡아."
"아니다. 일으켜 달라는 손이야."
그제야 백로가 팔뚝을 내줬다.
소만은 그의 손을 빌려 일어났다.
관은 한 모서리가 긁혔지만 뒤집히지 않았다.
봉끈도 끊어지지 않았다.
운송 증인은 살아 있었다.
그가 메고 온 관도 뚜껑과 봉끈을 지켰다.
소만은 다시 숨을 들이켰다가 왼 허리를 짚었다.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직은 현장에서 누구의 무공인지 묻지 않았다.
먼저 신발을 삼지 위에 올리고 오른 뒤축 마모를 그렸다.
다음에는 부러진 곡봉이 어느 손에서 놓였는지 백로와 소만의 관찰을 따로 적었다.
"어깨는 세 번 바뀌었는데 오른 뒤축은 세 번 모두 같은 깊이로 끌렸다."
"첫 번째는 어느 어깨였습니까?"
"왼쪽입니다. 관이 기울자 오른쪽으로 바꿨고 달아날 때 다시 왼쪽으로 낮췄습니다."
"보폭도 함께 바뀌었습니까?"
"처음 두 걸음은 짧고 다음은 길었습니다. 하지만 발을 디딘 뒤 오른 뒤축을 끄는 깊이는 같았습니다."
백로가 벗겨진 신발을 뒤집었다.
"여기만 젖은 흙이 두 겹이야. 걸음을 바꾸기 전부터 오른발을 끌었다는 뜻이지."
"그 사실은 적겠습니다. 역명보라는 이름은 정 당주 판단으로 따로 남기겠습니다."
소만이 말하자 유직은 `역명보`라고 바로 쓰지 않았다.
"보폭과 짐 어깨를 바꾸는 법을 알고 있었다. 오른 뒤축과 물건 놓는 손은 바꾸지 못했다. 여기까지 맞습니까?"
"맞습니다. 역명보를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어느 계통에서 배웠는지는 모릅니다."
"사용한 걸음은 적되, 누가 가르쳤는지는 빈칸으로 두겠습니다."
운송 증인의 이름은 다른 종이에 썼다.
유직이 접어 봉했고 소만과 백로가 봉함 가장자리에 각자 손도장을 찍었다.
증인은 물을 마시고도 잔을 놓지 못했다.
손가락이 잔 둘레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사당길을 누가 정했습니까?"
"귀로당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다른 길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동쪽 사당이라는 말이 적힌 종이를 받았습니까?"
"아닙니다. 입으로만 들었습니다. 관을 메고 대문을 나선 뒤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어젯밤, 귀로당에서 들었습니다. 오늘 관아 대로는 피하고 동쪽 사당길로 오라고 했습니다."
"누가 그 말을 들었습니까?"
증인이 소만과 유직, 백로를 차례로 보았다.
"작업마당에 있던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저는 담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곡꾼들은 길목 어디에 있었습니까?"
"사당 앞 버드나무 뒤였습니다. 저를 보고 붙은 게 아니라 먼저 관끈을 들고 기다렸습니다."
"그들이 당신 이름을 불렀습니까?"
"덧칠된 이름을 불렀습니다. 제 본래 성은 한 번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소만은 지붕에서 기와가 밀리던 소리를 떠올렸다.
당장 그 감시자와 곡꾼들을 한 줄로 묶고 싶었다.
그러나 듣는 자와 칼을 쓰는 자가 같다는 증거는 없었다.
"지붕의 자와 저 곡꾼들이 같은 편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유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당길은 어젯밤 귀로당 작업마당에서만 정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길목에서 기다렸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내부에서 정한 길은 밖으로 샜다.
누가 들었고 누구에게 전했는지는 남았다.
관을 귀로당으로 옮길 때 백로는 네 번째 들끈을 잡지 않았다.
대신 앞서 걸으며 골목과 지붕을 보았다.
소만은 빈 끈을 자기 허리에 감지 않았다.
아역 둘을 불러 네 번째 하중을 나누게 했다.
귀로당 작업마당에서 유직은 관의 긁힌 네 모서리를 같은 높이로 재지 않았다.
머리맡 왼쪽은 낮고 발치 오른쪽은 높았다.
한 검객이 네 번 낸 흠이 아니라 네 사람이 다른 순간에 하중을 놓친 자국이었다.
운송 증인은 봉함된 자기 이름 옆에 손도장을 찍었다.
그러고도 떠나지 않았다.
"빈 관에 눌렀던 사본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저는 중간에서 관만 바꿨습니다. 대신 이것을 받았습니다."
증인은 품에서 같은 이름 앞으로 쓴 제문 두 장을 꺼냈다.
둘 다 살아 있는 가족이 맡긴 글이었다.
한 장은 노인을 아버지라 불렀다.
다른 한 장은 같은 이름을 남편이라 불렀다.
종이도 먹도 달랐지만 두 글 모두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었다.
밖에서 아역의 말발굽 소리가 급히 멎었다.
현에서 온 봉문에는 같은 이름을 쓴 두 가족 가운데 하나를 즉시 잡아들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소만은 일어서려다 허리를 짚었다.
백로는 네 번째 들끈 대신 문 앞을 막고 섰다.
증인은 살렸다.
이제 살아 있는 두 가족 중 하나를 거짓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령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