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륭 15년 초여름 여섯째 날 새벽이었다.
구휼창 원장방과 증인 대기칸에 동시에 불이 붙었다.
두 불은 같은 빛이 아니었다.
원장방 불은 마른 들보를 타고 위로 벌어졌고 증인칸 불은 젖은 짚에서 검은 연기부터 뿜었다.
하나는 장부를 태우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길을 못 보게 했다.
계문은 불길보다 그 차이를 먼저 보았다.
누군가 두 방의 재료와 바람길을 알고 각기 다른 속도로 시간을 맞춘 것이다.
창고지기는 원장방 열쇠를 들고 울었다.
"정본을 잃으면 내가 훔친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수로 창으로 나올 수 있어요."
수로 쪽 증인은 연기 속에서 기침만 했다.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말은 길을 볼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계문은 창고지기의 두려움도 거짓이라 하지 않았다.
불이 꺼진 뒤 책임을 혼자 질 사람에게 원장은 생명처럼 보일 수 있었다.
"정본 선반을 젖은 천으로 덮는 사람은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열쇠를 넘기고 밖에서 어느 권이 나왔는지 읽어 주세요.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과 장부 책임을 나누겠습니다."
창고지기는 열쇠를 아역에게 줬다.
자기 몸 대신 책의 순서를 지키는 쪽을 골랐다.
탄 곡식 냄새가 비탈 위 관아까지 올라왔다.
원장방 서까래는 이미 붉었고 반대편 수로 창에는 젖은 종이 묶음을 든 증인이 갇혀 있었다.
아역이 외쳤다.
"원장을 먼저 빼야 합니다! 저게 타면 구휼 기록이 전부 끝납니다!"
계문은 창고 평면을 바닥에 그렸다.
"원장은 무겁고 사본과 인계표는 나눌 수 있습니다. 증인은 스스로 걸을 수 있습니다."
명원이 물었다.
"원장을 버리자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