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법(家法)
10

한 칸의 공의석

대력(大曆) 41년 유월 중순.

이레가 지나 있었다.

심의 전날 저녁에 하씨(河氏)가 숙사 앞으로 왔다.

안채 사람이 숙사 앞에 서는 일은 없었다.

"앉아요."

앉으라는 말을 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마루가 없어 둘 다 섰다.

"내일 뭐가 올라오는지 알아요?"

"계승 기준 개정입니다."

"그건 표제고요."

하씨가 열쇠 꾸러미를 고쳐 잡았다.

짤랑.

"제7조 셋째 줄이 상시로 사는지가 올라와요. 그쪽 자격 말이에요."

"…예."

"막을 생각 없어요."

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을 고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놀라는 표정은 아니네요."

"…놀랐습니다."

"그럼 됐고요."

하씨가 담 쪽을 한 번 보았다.

"셈을 말해 줄게요. 세 정정이 다 그쪽 자리에서 났어요. 그중 둘은 인용됐고요. 인용된 걸 뒤집으면 이 집 기재가 흔들려요. 흔들리는 건 나한테 손해예요."

"…예."

"그러니까 자격은 살려요. 살리는 게 싸요."

"…"

"대신 하나 올릴 거예요."

위경은 기다렸다.

"가주가 자리에 없는 동안은 계승 자격을 확정하지 않는다. 그걸 선례로 올려요."

말이 끝나고 잠시 조용했다.

담 너머에서 물 긷는 소리가 났다.

"…그건 계승 이야기 아닙니까."

"계승 이야기죠."

"저는 계승 후보가 아닙니다."

"지금은요."

하씨가 처음으로 그를 오래 보았다.

"그쪽 자격이 조문으로 서면 이 집에서 서자가 판에 설 수 있게 돼요. 판에 설 수 있으면 다음은 자리예요. 나는 그 다음을 미리 닫는 거고요."

"…자격은 주고 자리는 안 준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그게 되는 겁니까."

"조문으로 하면 돼요."

위경은 그 말의 정확함을 알아들었다.

그가 석 달 동안 해 온 일과 같은 일이었다.

조문으로 하면 된다.

"왜 미리 말씀하십니까."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고요."

"…"

"못 막아요. 표가 다섯이고 둘이 내 쪽이에요. 그쪽은 한 표도 없고요."

"…종부님."

"말해요."

"보류가 종부님께는 무엇이 됩니까."

하씨가 잠시 그를 보았다.

"똑똑하네요."

"…"

"내 자리는 가주가 없는 동안만 있어요. 다섯째 표는 대행이에요. 계승이 끝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보류는—"

"내 자리를 늘려요. 맞아요."

말에 변명이 없었다.

감추지도 않았다.

"그걸 왜 말씀하십니까."

"어차피 셀 사람은 세니까요. 그쪽은 세는 사람이잖아요."

"…예."

"세서 알아낸 걸로 나를 치려면 치세요. 그건 그때 일이고요."

하씨가 열쇠 꾸러미를 고쳐 잡았다.

"근데 하나는 알아 둬요."

"…"

"내가 자리를 지키는 거랑 그쪽 자격을 살리는 건 같은 방향이에요. 지금은요."

"지금은요."

"그래요. 지금은."

하씨가 돌아섰다.

"그래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알고 당하는 게 나아요. 나는 그렇게 배웠어요."

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위경은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속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이 이 집에서 그가 겪은 것 중 가장 낯선 일이었다.

심의는 이튿날 진시에 열렸다.

봉검대(封劍臺)의 쇠고리 열둘에 검이 묶였다.

장로 넷과 하씨(河氏)가 북쪽에 앉았고 삼십 년째 빈 공의석 한 칸은 그들 옆에 있었다.

위성(韋晟)은 상석이 아니라 무맥인 함 곁에 섰다.

오늘 열세 장을 봉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표제는 세 가지였다.

제7조 셋째 줄.

곳간 손실의 대독.

한시 공의석.

남헌(南憲)이 불에 그슬린 정정 방을 먼저 읽었다.

"대력 십이 년. 제7조 셋째 줄 삭제. 대독은 위가 재판의 소임이 아님. 결재, 가주 인."

그가 첫째 무맥인을 종이 뒷면에 포갰다.

닳은 모서리와 얕은 셋째 홈이 열세 장 모두에서 맞았다.

"운용 인, 위한중(韋漢仲) 가주. 현재 봉함인, 위성. 두 이름은 따로 기재한다."

위성이 오른손을 문서함 위에 올렸다.

손끝이 푸르게 식어 있었다.

"봉함을 인정합니다. 개정 사실을 다투지 않겠습니다."

아버지의 책임을 아들이 지우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승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 한 문장으로 오늘의 상대가 정해졌다.

남헌이 공의판례의 세 줄을 읽었다.

"서자는 고발인이 될 수 없다. 서자가 입은 손해는 손해로 적지 아니하고 사정으로 적는다. 다만 대독인을 세워 그 사정을 판에 읽게 할 수 있으며, 읽힌 사정은 손해로 고쳐 적는다."

장로 하나가 물었다.

"지난달 제19조를 어긴 자가 대독인이 될 수 있소?"

위경이 답 대신 물었다.

"제19조의 벌에 자격 정지가 있습니까."

남헌이 문면을 확인했다.

"매와 소임뿐. 자격 정지는 조문에 없습니다."

"없는 처분을 붙일 수 있습니까."

"붙이지 못합니다."

"그러면 저는 오늘 의제의 당사자입니까, 방청인입니까."

옥가락지가 한 번 돌았다.

"당사자입니다."

위경은 더 말하지 않았다.

정정 방, 옛 판례, 두 개의 다른 봉함 이름이 이미 남은 말을 하고 있었다.

"제7조 셋째 줄의 상시 유효와 위경의 대독인 자격에 이의 있습니까."

위성이 먼저 말했다.

"없습니다."

하씨도 손을 들지 않았다.

장로 넷 가운데 누구도 이의를 내지 못했다.

"기재하십시오."

위경의 이름이 조문 옆에 적혔다.

기쁨은 오지 않았다.

대신 할 일이 생겼다.

"대독할 사정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위경은 두칠(斗七)의 원부와 봉함된 빗장 조각을 함께 받았다.

"대력 41년 오월 스무여드레. 물목 두 장에 적은 사람의 이름 없음. 빗장은 작년 가을부터 헐거웠고 두칠은 수리를 청함. 수리 뒤 다시 갈라진 빗장에는 청람경 흔적이 남음. 운용자 미상, 봉함인 위성과 남헌. 두칠 단독 손실로 확정할 근거 없음."

그는 거기서 멈췄다.

"사정으로 적힌 두칠의 진술을 손해로 고쳐 읽는다."

붓이 움직였다.

사정 두 글자에 줄이 그어졌고 손해 두 글자가 그 옆에 앉았다.

"곳간으로 돌아갑니까?"

위경이 물었다.

남헌이 제27조를 폈다.

"기재 정정은 처분에 소급하지 않는다. 곳간 복귀 불가."

항목은 청산됐고 사람의 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차이가 판 안에 함께 적혔다.

하씨가 손을 들었다.

"조건을 올릴게요."

마당이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가주가 자리에 없는 동안 계승 자격은 확정하지 않아요. 대신 빈 공의석 한 칸을 한시로 열어요. 대독, 기록 열람, 조문 하나 제안. 그 셋뿐이에요. 처분과 병기 집행은 못 해요."

장로가 물었다.

"자격은 주고 자리는 미룬다는 말이오?"

"계승 자리는 미뤄요. 공의석은 지금 열고요. 같은 자리가 아니니까."

"종부의 대행 표도 그때까지 남겠군."

"남아요. 그래서 미리 말하는 거예요. 내게도 이익이고요."

하씨는 감추지 않았다.

감추지 않은 조건은 반박하기가 더 어려웠다.

위성이 빈 자리를 보았다.

"계승 보류에 동의합니다. 공의석에도 이의 없습니다. 다만 봉검권은 제게 남습니다."

"남아요."

위경은 두 사람의 합의를 들었다.

얻는 한 칸의 네 변이 모두 보였다.

"받겠습니다."

하씨가 물었다.

"조문 하나를 지금 쓰겠어요?"

"지금 쓰겠습니다."

위경은 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여섯 줄의 이름이 적힌 명부였다.

위목(韋穆), 막손(莫孫), 위소란(韋素蘭), 두칠, 위경, 남헌.

누구의 죄인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값이 갔는지만 적혀 있었다.

그는 명부를 공의석 앞에 놓았다.

"제42조로 올립니다."

마당의 서기가 새 장을 폈다.

위경이 읽었다.

"타인의 자격을 빌려 판을 여는 자는 판 전에 목적, 예상 처분, 제삼자의 손해 가능성을 읽고 당사자의 동의를 기재한다. 기재되지 않은 비용은 이익을 받은 자의 손해로 먼저 적는다. 고지와 동의가 기재되지 않은 자격 차용은 무효로 한다."

위연(韋衍)이 물었다.

"그 조문이 삼월에 있었다면 위목의 판은 열렸겠나?"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네 첫 승리가 무효라는 뜻이오?"

"지금 소급해 지우지는 않는다. 대신 같은 방법으로 다시 이기지 못하게 하는 조문입니다."

위목에게 강등 가능성은 말했다.

봉검 기록을 다시 못 본다는 값은 말하지 못했다.

동의는 들었으나 기재하지 않았다.

새 조문 아래에서는 부족했다.

하씨가 명부를 한 번 보았다.

"나는 찬성해요. 그쪽이 남의 자격을 싸게 쓰지 못하게 되니까."

위성이 뒤를 이었다.

"동의합니다. 빌린 이름보다 빌려준 사람의 말이 먼저다."

남헌이 문면을 확인했다.

"현행 조문과 충돌 없음."

나머지 장로들도 이의를 내지 않았다.

"기재하십시오."

제42조가 새 장의 첫 줄에 앉았다.

이긴 사람이 다시 같은 방식으로 이기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때 위연이 남헌 쪽을 보았다.

"오늘 낭독이 판을 갈랐소. 제33조에 따르면 낭독자를 바꿔야 하지 않소?"

남헌이 자기 조문을 폈다.

"맞습니다. 낭독의 소임에서 내려갑니다."

위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남헌을 변호하면 방금 세운 판에서 다시 개입하는 셈이었다.

남헌이 문서함에서 자기 이름패를 꺼냈다.

낭독 차례를 표시하던 좁은 대쪽이었다.

"제 이름은 어느 항목으로 적힙니까."

하씨가 이름패를 보았다.

"제33조 소임 변경. 문면대로 읽은 값이라고 적어요. 잘못 읽었다는 기재는 붙지 않고요."

하씨는 이름패를 집지 않았다.

"다음 낭독자 결정은 다음 판의 첫 의제로 올려요. 오늘 여기서 대신 세우지는 않아요."

"그러면 됐습니다."

남헌은 이름패를 빈 공의석 앞에 놓았다.

장로 표와 문면 대조는 남았지만 다음 판을 읽을 자리는 비었다.

위성이 아침부터 지키던 문서함을 덮었다.

남헌의 이름패만 공의석 앞에 남았다.

심의가 끝난 뒤 병기 열두 자루의 삼끈이 풀렸다.

위경은 담과 청석 사이의 한 뼘 자리로 가지 않았다.

공의석 앞에 섰다.

앉기 전에 명부를 새 조문 아래 놓았다.

대독인이 되었다.

한 칸의 자리를 얻었다.

계승과 집행권은 없었다.

여섯 사람의 값을 갚지도 못했다.

다만 일곱 번째 사람에게 같은 값을 물리는 길 하나는 닫았다.

위경은 그제야 앉았다.

'빈칸 하나는 이제 아무나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