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력(大曆) 41년 사월 중순.
열흘이 지나 있었다.
곳간 앞에서 두칠(斗七)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빗장을 손보고 있었다.
"순서가 왔어요?"
"왔어요. 지난달에요."
"작년 가을부터 기다리셨잖아요."
"그랬죠."
두칠이 못을 하나 박았다.
탁.
"닷 되 물고 나니까 순서가 오더라고요."
말에 원망이 없었다.
사실을 말하는 소리였다.
위경은 그것이 더 무겁다고 생각했다.
"…삯은요."
"반년치는 그대로 나갔어요. 그건 정해진 거니까요."
"예."
"근데 이건 물어봐도 돼요?"
"물어보세요."
"저번에 필체 물어보셨잖아요. 그거 뭐 됐어요?"
위경은 반 박자를 썼다.
"아직요."
"그러시구나."
"왜요. 뭐 아세요?"
"아는 건 아니고요."
두칠이 못을 하나 더 박았다.
"그냥, 그거 물어보신 뒤로 제 순서가 왔거든요."
"…그건 저도 몰라요."
"알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더 묻지 않았다.
"두칠 씨."
"예."
"물목은 몇 해까지 두세요?"
"세 해요."
"세 해 지나면요."
"서고로 넘겨요. 폐기 대기라고 적어서요."
"거기서 얼마나 있다가—"
"그건 저도 몰라요."
두칠이 빗장을 한 번 흔들어 보았다.
"해마다 한 번 태운다는데, 언제 태우는지는 안 알려 줘요. 알려 주면 사람들이 미리 손대니까요."
"…그렇겠네요."
"뭐 찾으세요?"
"오래된 수리 장부요."
"그럼 서고죠. 여기엔 없어요."
위경은 고맙다고 하고 물러났다.
두칠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정청 서고는 저녁에 갔다.
폐기 대기 궤 셋은 그대로였다.
위경은 가운데 것을 열었다.
열흘 전에 자기가 넣은 자리를 먼저 보았다.
종이 상자 밑에 스물세 권이 그대로 있었다.
그 위를 덮어 두고 아래쪽을 뒤졌다.
기한이 지난 물목은 해마다 묶여 있었다.
대력 삼십삼 년 묶음에서 그것을 찾았다.
기물 수리 장부.
청람(靑藍) 화병 하나.
파손 대력 삼십삼 년 유월.
위경은 그 장을 폈다.
열넷이던 해의 유월이었다.
마당에서 맞은 날의 날짜와 같았다.
기재는 짧았다.
파손 경위 한 줄.
수리 맡긴 곳 한 줄.
그리고 비용 한 줄.
수리비 열두 냥.
지불 서가(徐家) 상단.
그 아래에는 같은 날의 병기 별항이 붙어 있었다.
연습용 청람검(靑藍劍) 하나.
칼몸 셋째 마디 균열.
무맥인 여섯째.
수리 불가, 봉검고 보관.
화병은 떨어져 깨졌다.
검은 청람경을 잘못 흘려 금이 갔다.
같은 시각, 같은 마당에서 둘이 함께 망가졌다면 검을 쥔 사람이 화병 곁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위경은 종이를 뒤집었다.
여섯째 무맥인의 세 겹 눌림이 남아 있었다.
먹은 바랬으나 압력은 지워지지 않았다.
위경은 그 줄을 세 번 읽었다.
여덟 해 전에 화병이 깨졌고 그가 맞았다.
판정은 위연(韋衍) 장로가 내렸다.
그때 그는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은 기재되지 않았다.
기재된 것은 열두 냥이었다.
그리고 그 열두 냥을 낸 곳이 위가가 아니었다.
깨진 물건의 값을 남의 집 상단이 냈다면, 그 집과 위연 사이에 무엇이 오갔다는 뜻이었다.
여덟 해 전부터.
위경은 장부를 덮었다.
덮고 나서 궤 안을 한 번 더 보았다.
스물세 권은 종이 상자 밑에 있었고 그 옆에 지금 손에 든 것이 있었다.
같은 궤였다.
하나는 그가 숨긴 것이고 하나는 위가가 지우려던 것이었다.
이튿날 낮에 위경은 위연의 처소로 갔다.
위연은 앉으라고 먼저 권했다.
차를 내오게 했다.
오른손 검지의 금가락지가 찻잔을 도는 동안 두 번 돌았다.
"자네가 여기 올 일이 있던가."
"청구할 것이 있어 미리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청구."
"대력 삼십삼 년 유월, 청람 화병 파손 건의 기재를 정정하려 합니다."
위연의 손이 찻잔 위에서 멈췄다.
"여덟 해 전 일일세."
"예."
"그걸 왜 지금."
"근거가 지금 생겼습니다."
위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반만 말한 것이 된다.
"수리 장부에 비용 열두 냥과 서가 상단의 지불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날 금 간 청람검과 여섯째 무맥인도 붙어 있습니다. 정정을 청구하면 전부 근거로 올라갑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차에서 김이 올랐다.
"…그래서 얼마면 되겠나."
"값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자네."
위연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졌다.
"세상에 값이 없는 요구는 없네. 자네가 원하는 걸 말하게. 나는 그걸 값으로 바꿔 줄 수 있어."
"기재를 원해요."
"기재가 무슨 소용인가. 여덟 해 전 일이야. 아무도 기억 못 해."
"제가 기억하는데요."
"자네 하나가."
"기재되면 저 하나가 아니게 됩니다."
위연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금가락지가 한 번 더 돌았다.
"…내가 왜 자네한테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나. 청구는 자네가 못 하잖은가."
"못 합니다. 제7조라서요."
"그럼 누가 하나."
"장로님이 하십니다."
위연이 웃었다.
웃음이 짧았다.
"내가 내 판정을 내가 뒤집는다."
"장로님이 하시면 근거를 장로님이 고르시고, 다른 사람이 하면 그 사람이 고릅니다."
말이 끊겼다.
위연의 손이 무릎 위에서 한 번 떨렸다.
위경은 그것을 보았고 보았다는 표시를 내지 않았다.
"내가 검을 없애면?"
위경은 답하지 않았다.
"없애도 내가 옳았던 일이 되지는 않겠군."
"하루만 주게."
"예."
"…자네, 이걸 미리 말한 이유가 뭔가."
위경은 대답하기 전에 반 박자를 썼다.
"지난달에 말하지 않고 한 일이 있는데 값을 남이 물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위연이 그를 처음으로 오래 보았다.
값을 재는 눈이었고 재다가 셈이 맞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튿날 위연은 봉검고에서 금 간 청람검을 자기 이름으로 꺼냈다.
없앨 수도 있었던 물건을 삼끈으로 묶어 남헌에게 직접 넘겼다.
자기 판정을 뒤집는 근거를 자기 손으로 보전한 셈이었다.
판은 사흘 뒤 봉검대에서 열렸다.
금 간 검이 청석 중앙에 놓였다.
칼몸 셋째 마디의 균열은 한 점에서 깨진 모양이 아니라 결을 따라 세 갈래로 뻗어 있었다.
청람경을 받아낼 준비가 안 된 병기에 내력을 얹었을 때의 파손이었다.
위연이 청구인석에 섰다.
예복이 평소보다 수수했다.
"대력 삼십삼 년 유월 청람 화병 파손 건. 기재 정정을 청하오. 당시 판정을 내린 사람은 나였고, 기억 착오를 바로잡을 근거는 갖췄소."
남헌(南憲)이 문서함을 열었다.
"착오의 내용을 말씀하십시오."
"파손자를 서자 위경으로 적었소. 그날 자리에 있던 사람은 둘이었는데 나는 하나만 보았소."
"다른 하나는 누구입니까."
위연이 한 호흡을 썼다.
"제 아들입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위경은 방청 자리에서 그 말을 들었다.
여덟 해를 기다린 말이었고 들었을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근거가 있습니까."
"수리 장부가 있습니다."
위연이 종이를 냈다.
남헌이 받아 폈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리비 열두 냥. 지불 서가 상단."
남헌이 인장함의 여섯째 인을 장부 뒷면에 맞췄다.
세 겹 눌림이 포개졌다.
그는 검을 쥐지 않았고 인장을 새로 찍지도 않았다.
높이만 대조했다.
"같은 날 연습용 청람검 하나, 여섯째 무맥인으로 봉검고 입고. 운용자, 장로님의 아들."
남헌이 그 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읽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이 지불은 어떤 명목입니까."
"…그때 서가와 거래가 있었습니다."
"기재에 남아 있습니까."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장부의 지불 줄도 정정 기재에 함께 옮깁니다. 근거로 쓰인 문서는 근거째 남는다는 제41조에 따라서요."
위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
"기재하십시오."
붓이 움직였다.
여덟 해 전의 줄에 선이 그어졌다.
그 옆에 새 줄이 앉았다.
파손자 정정.
서자 위경 아님.
근거 수리 장부, 수리비 열두 냥, 지불 서가 상단.
별항.
같은 시각 청람검 균열.
여섯째 무맥인.
운용자 위연의 아들.
위경은 그 줄을 보았다.
이번에도 기쁨이 오지 않았다.
다만 여덟 해 전에 마당에서 맞은 열넷의 아이가 지금 종이 위에서 아니라고 적힌 것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알려 줄 방법은 없었다.
사흘 뒤에 서가에서 사람이 왔다.
사주는 나가지 않았다.
위소란(韋素蘭)이 위경을 찾아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숙사 앞이었고 혼자 왔다.
옷이 좋았고 흐트러진 데가 없었다.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섰다.
"이 시각에 여기 서 있을 일은 아니네만."
"…예."
"묻고 갈 것이 있어서 왔네."
"말씀하십시오."
"자네가 정정을 청했다지."
"청구는 장로님이 하셨습니다."
"청은 자네가 넣었고."
위경은 부인하지 않았다.
"예."
위소란의 손이 무릎 옆에 붙었다.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우리 집 수리비 줄이 왜 기재에 오르는지 아는가."
"근거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 줄 때문에 서가에서 사주를 안 냈네. 오늘 낮에 사람이 왔다 갔어."
"…들었습니다."
"자네는 여덟 해 전에 안 깼다고 적혔고, 나는 이달에 시집을 못 가게 됐네."
말이 정확했다.
위경은 그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네가 말해 주겠나."
"…없습니다."
"없지."
위소란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런데 값은 내가 무네. 자네 하나 억울한 걸 푸는 데 이 집 혼사가 깨졌어."
"예."
"그 셈은 자네 장부에 적히는가."
위경은 대답하지 못했다.
장부의 존재를 그녀가 알 리 없었다.
알 리 없는 말이 정확히 그 자리를 짚었다.
"적힙니다."
"적히면 뭐가 달라지나."
"…모르겠습니다."
위소란이 그를 잠시 보았다.
그러고는 돌아섰다.
걸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몇 걸음 가다 멈춰 서서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자네 어머니 일은 나도 들었네. 딱한 일이지."
한 박자 뒤에 다음 말이 왔다.
"그렇다고 내 일이 자네 어머니 값은 아니야."
그리고 갔다.
숙사로 들어와 위경은 장부를 폈다.
위목(韋穆)의 줄이 맨 앞에 있었다.
그 아래에 막손(莫孫)의 줄이 있었고 앞에 점이 하나 찍혀 있었다.
세 번째 줄을 적었다.
위소란(韋素蘭).
대력 41년 사월 스무이레.
혼사 파기.
고지 없음.
적고 나서 점을 찍으려다 멈췄다.
위목에게는 고지했고 막손에게는 하지 않았다.
위소란에게는 아버지를 통해 고지했다.
아버지는 알았고 딸은 몰랐다.
그러면 이것은 고지한 것인가 하지 않은 것인가.
위경은 점을 찍지 않았다.
찍지 않은 채로 장부를 덮었다.
구분할 수 없는 것이 하나 늘었다.
'모른다고 같은 줄에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