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팔월 스무엿새 새벽, 거안의 수레가 성문을 나섰다.
최가네서 웃돈 주고 빌린 말은 다행히 네 다리가 다 성했다. 값은 평시의 곱절이었고, 유마향은 그 셈을 이틀 내내 곱씹었다. 성문을 나설 때 그녀는 말들에게 당근 반 토막씩을 물렸다. 웃돈 준 말이니 웃돈 값을 하라는 격려라고 했다. 빈 수레는 가볍게 굴렀다. 갈 때 가벼운 수레가 올 때 무거운 법이라고, 늙은 쟁자수들은 말하곤 했다. 가을볕이 등에 앉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다. 빈 수레의 이틀 길은 순했고, 철평진의 망치 소리는 여전했다.
대장간 주인은 딸을 시집보내는 사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랑과 걱정이 반반인 얼굴.
"철물 궤짝 여덟에 혼서함 하나. 팔월 그믐 해 지기 전, 백하성 남문 안 조씨 혼가. 상회에서 값은 문다 들었고 — 이건 내 성의요."
주인이 엽전 꿰미 하나를 얹었다.
"신랑 집이 남문 안 조씨요. 포목전 하는 집인데 — 사람은 좋습디다. 좋아야지, 안 그럼 내가 쫓아가고."
"따님 세간을 이 궤짝에 다 담으셨습니까."
"솥이 둘, 호미가 넷, 문고리가 여덟 벌. 삼십 년 대장장이 딸년 시집가는데 — 쇠붙이는 애비가 다 만들어 보내야지."

주인은 궤짝 하나를 열어 보이며 셌다. 세는 목소리가 셈이 아니라 배웅이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협곡에 검문이 섰다던데. 우리 아이 혼서함이… 거기서 험한 손을 타면 안 되오."
"혼서함은 제 등에 묶습니다. 제 등은 험한 손을 잘 안 탑니다."
운담의 대답에 주인은 반쯤 웃고 반쯤 한숨을 쉬었다. 궤짝 여덟이 수레에 앉고, 붉은 보자기의 혼서함이 운담의 등에 묶였다. 두 근도 안 되는 무게가 산처럼 정중했다.
의원은 대장간에서 두 골목 건너였다. 하일평은 살이 조금 빠졌고, 눈은 밝았다.
"의원 밥이 짜. 다리보다 혀가 먼저 낫겠네."
"다리는 어떻습니까."
"붙는 중이야. 의원이 걷지 말라는데 — 걷지 말라는 말처럼 사람을 걷고 싶게 하는 말이 없네."
"보름만 참으시지요."

"보름이라. …총회가 시월 초하루랬지. 그 전엔 서야 할 텐데."
하일평은 총회 날짜를 알고 있었다. 운담이 답장에 적은 것은 노선뿐이었는데. 국주가 따로 기별했겠거니 — 접어 두는 것도 버릇이 되면 빨라진다.
"형님 낫는 게 짠 덕이면 소금 한 가마 두고 가지요."
"운담이. 돌아가는 길 — 검문 섰다는 얘기 들었지."
"들었습니다."
"값을 부르거든 아끼지 말고, 싸움은 피하게. 그리고 벼랑 물목은 두 번에 나눠 지게. 한 번에 지면 그 벼랑이 자네를 진다."
"두 번에 나누지요."
"…미안하네. 같이 못 가서."
미안하다는 말이 또 나왔다. 운담은 그 말을 약봉지처럼 접어 넣었다. 형님의 미안함은 요즘 자주 나온다 — 그 생각도 함께 접었다.

돌아오는 길, 협곡 초입에 깃발이 서 있었다.
금(金) 자가 바람에 울고 있었다. 목책이 길 반을 막았고, 금정의 표사 여섯이 늘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 창을 세워 든 젊은 사내가 있었다 — 창에 기대지 않고, 창 곁에 서 있었다. 비단 무복의 결이 좋았다.
"상로 순검이오. 표서와 짐 목록을 봅시다."
목책 뒤에서 나온 것은 쉰 줄의 사내였다. 넓은 외날의 도를 찼는데, 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았다. 군문의 절차 같은 말투였다. 운담이 표서와 목록을 내밀었다.
젊은 창잡이가 그 사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인쇄가 고운 표였다.
"금정의 보호 표행이오. 요즘 이 앞뒤 구간이 험해서 — 이 표를 사면 협곡 끝까지 우리 표사가 동행하오. 궤짝 여덟이면… 이 값이오."
운담은 표를 받아 읽었다. 구간이 여섯, 값이 여섯. 협곡 앞뒤로 험하다는 구간마다 값이 달랐다. 운담은 표의 구간과 값을 짐 목록 외듯 외웠다. 외우는 데는 숨 세 번이면 충분했다. 십 년을 목록으로 산 머리였다.
"이 표는 — 사면, 습격을 안 당합니까."
"…우리 표사가 동행하는데 누가 덤비겠소."
"덤빌 놈들이 이 표를 아는 모양입니다. 구간까지 알고, 값까지 매겨 놓고."

젊은 창잡이가 잠깐 대답을 찾지 못했다. 찾지 못한 것을 스스로 아는 얼굴이었다.
"사양하겠습니다."
"…거절하면 절차상 수색이오. 풀었다 다시 묶는 데 반나절은 잡아야 할 거요."
젊은 창잡이의 말은 협박이라기보다 설명 같았다. 정직한 설명이라 더 이상했다.
"그믐까지 빠듯해지겠군요. 길이 얼마나 밀릴지는 — 가 봐야 알겠지만."
"그런데도 안 사겠다?"
"수색 받겠습니다. 목록대로 다 있습니다."
늙은 쪽이 고개를 까딱했고, 수색이 시작되었다. 궤짝 여덟이 하나씩 풀렸다. 삼끈이 풀리는 소리를 운담은 여덟 번 세었다. 표사들은 거칠지 않았다 — 거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그들의 무기였고, 해그림자가 목책을 따라 반나절을 기었다.
수색하던 표사 하나가 문고리 여덟 벌을 세다 말고 동료에게 말했다.
"혼수네. 대장간 딸이 시집가는가."

"세지 말고 묶어. 해 넘어간다."
운담은 그 짧은 잡담이 이상하게 고마웠다. 궤짝 속 물건을 물건으로 봐 주는 손이, 이 목책에 아주 없지는 않았다.
늙은 사내는 그동안 표서를 읽었다. 한 번 읽고, 다시 읽었다. 두 번째에 그의 눈이 멈췄다.
"석가라 했나."
"석운담입니다."
반 박자.
숨 반 번 만큼의 침묵이었다. 늙은 사내의 왼손이 허리띠를 고쳐 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서를 돌려주었다.
"거안의 석가네. …짐이 곱군. 혼서함이면 예 갖춰 가시오."
젊은 창잡이가 그 곁에서 운담을 보고 있었다. 아까부터였다. 끌개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그의 눈은 운담의 어깨와 등을 저울처럼 오르내렸다.
"당신이오? 지난달 골짜기에서 — 끌개로 스물네 가마."

"짐꾼이 짐 진 얘기가 소문거리입니까."
"협곡에서 스물네 가마면 소문이 아니라 전설이오. 우리 표사들이 보름을 그 얘기만 했으니."
"전설은 무슨. 소금이 급했을 뿐입니다."
"이 무게를 지고 협곡을 걸었다고? …성이 뭐요."
"석가입니다. 방금 총표두께서 부르셨지요."
젊은 창잡이는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제 손의 할증표를 내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물건처럼 그것을 읽었다. 그의 창끝이 조금 낮아졌다.
수색이 끝났다. 궤짝 여덟이 도로 묶였고, 목록과 실물이 맞았다. 늙은 사내 — 표사들이 총표두라 부르는 — 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국주께 전해 주시오."
봉투는 두껍고 정중했다. 운담은 그것을 받았다. 받지 않을 도리가 없는 손이었다.
목책이 열렸다. 반나절이 죽어 있었다.

협곡 본목에서 유마향이 셈을 새로 했다. 본길로 수레가 가면 그믐 저녁에 빠듯하고, 벼랑 물목으로 질러가면 반나절이 살았다 — 다만 벼랑은 수레가 못 간다.
"수레는 내가 본길로 돌릴게. 궤짝은?"
"제가 벼랑으로 넘깁니다. 두 번에 나눠서."
"하 아저씨가 그러라 했지. …두 번이야. 세 번도 한 번도 아니고."
궤짝 넷을 지자 걸음이 다시 가라앉았다. 익숙한 무게였다. 몸이 반기는 것이 스스로도 우스웠다. 벼랑 물목은 좁고 가팔랐으나 발 디딜 결이 살아 있었다. 바람은 아래에서 위로 불었고, 궤짝 넷의 무게가 그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닻이 되었다. 하 형님 말이 맞았다 — 여덟을 한 번에 졌으면 이 바람이 셈에 들어왔을 것이다. 한 번 넘고, 돌아와서, 다시 넷을 졌다.
두 번째 걸음에 협곡 바닥이 내려다보였다.
풀이 덮은 자리가 있었다. 다른 풀보다 짙게 자란 풀. 그 밑의 흙이 검다는 것을, 위에서도 알 수 있는 사람은 알았다. 운담은 알았다. 열한 살에 그 흙 위에 있었다.
국주가 왜 그 줄에서 반 박자 멎었는지, 운담은 협곡의 검은 흙 앞에서 알았다. 지정서의 길은 처음부터 이 길이었다. 아버지의 표국이 끝난 자리를 지나서, 짐은 가야 했다.
운담은 백 걸음을 세지 않고 그 자리를 지났다. 세는 것은 산 사람의 셈이었다. 거기서는 셈을 멈추는 것이 예의였다.
합류 지점에서 유마향이 기다리고 있었다.
"벼랑은 어땠어."
"좁고, 가파르고 — 조용했습니다."
"조용한 게 제일 무섭다며. 골짜기에서 네가 그랬잖아."
"골짜기는요. 협곡 벼랑은 원래 조용합니다. 새가 앉을 데가 없어서."
궤짝을 수레에 옮겨 싣고 일어서는데, 무릎이 한 박자 늦게 펴졌다. 반 박자도 아니고 한 박자. 운담은 그것을 몰랐다. 짐을 옮기는 중이었으니까.
유마향은 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을 뿐이다.

백하성 남문은 그믐 저녁의 혼잡으로 부풀어 있었다. 조씨 혼가는 남문 안 두 번째 골목이었고, 대문에 청사초롱이 걸려 있었다.
혼서함은 던지듯 건네는 물건이 아니다. 운담은 등의 보자기를 풀어 두 손에 받쳐 들고,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 아래서 무릎을 굽혔다.
"철평진 사돈댁 혼서함입니까."
"거안표국이 모셔 왔습니다."
"모셔 왔다 — 말이 곱소. 짐꾼 양반이 예까지."
조씨 댁 어른이 두 손으로 받았다.
그믐 어스름이 내리기 전에 혼서함이 조씨 댁 대청에 앉았다. 철물 궤짝 여덟이 뒤따라 앉았다. 목록이 맞았고, 수결이 앉았다.
"철평진서 예까지 — 고생하셨소. 혼삿날 국수라도 자시러 오시오."
완수였다. 갱신 조건의 절반이 섰다.

거안의 마당에 등불이 켜져 있었다. 보고는 배운 대로 갔다 — 조건, 방해, 완수.
"검문의 값은."
"반나절입니다. 수색을 받았습니다. 손은 안 섞였습니다."
"잘했다. 값 중에 제일 싼 값을 골랐어."
여관영은 보고를 다 듣고, 마지막에 봉투를 받았다. 뜯는 손은 느리지 않았다. 읽는 눈도 느리지 않았다. 다만 다 읽고 나서, 국주의 존대가 완벽해졌다.
"금정표국주 소만금 명의의 합병 제안서다. 거안의 사람과 노선을 금정이 '거두어 주시겠다'는군."
"검문의 총표두가 직접 줬습니다. 국주께 전하라고."
"…초무경. 그자가 아직 금정에 있구나."
여관영은 그 말을 하고 더 잇지 않았다. 아직, 이라는 두 글자가 마당에 오래 남았다. 운담은 그것도 접어 두었다. 접어 둔 것이 쌓여서 이제 갑 하나가 다 차 가고 있었다.

"거두다니요. 거안이 물건입니까."
유마향이 발끈했다. 여관영은 봉투를 접었다.
"시한이 적혀 있다."
시한은 구월 그믐 — 총회 전날이었다. 마당이 잠깐 조용해졌다. 총회 하루 전에 답을 내라는 시한. 갱신이 걸린 총회를 하루 앞두고, 거안이 스스로 금정 아래로 들어가는 그림. 셈은 누가 해도 같은 밑면이 나왔다.
"태워 버리죠."
"봉투는 태우지 않는다. 셈이 끝날 때까지는."
여관영이 봉투를 장부 서랍에 넣었다. 서랍이 닫히는 소리가 마당의 저울추 소리와 비슷했다.
운담은 그날 밤 등잔 아래서 할증표의 구간과 값을 기억대로 종이에 옮겼다. 여섯 구간, 여섯 값. 유마향이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다가 손가락으로 두 군데를 짚었다.
"그 구간들, 어디서 들어 본 데다 했더니 — 사고 잦다던 데네."

"잦아서 값이 붙었겠지요."
"…그렇겠지. 잦아서 붙었겠지."
유마향은 같은 말을 두 번 했다. 두 번째는 처음과 온도가 달랐다. 운담은 종이를 접어 표서 갑에 넣었다. 해석은 하지 않았다. 조각은 조각대로 두는 법을, 그는 국주에게 배우는 중이었다.
사흘 만에 등을 푼 저녁인데, 손끝의 저릿함이 밤늦게까지 갔다. 저릿함이 사나흘을 가면 그것은 피로가 아니라고, 언젠가 누가 말해 줄 것이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이튿날, 상회의 사환이 마당에 들어섰다. 보증 표행 2의 지정이 내려왔다는 전갈이었다. 상회 공납 비단 — 성 밖 나루까지.
"나루면 반나절 길이네. 이번엔 협곡도 없고."
"협곡이 없으면 — 뭐가 있을지 모르지."
유마향의 대꾸에 아무도 웃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짐은 상회의 것이었다. 상회의 짐이 상회의 장부를 지나 거안의 등에 실린다. 그 목록이 어디를 거쳐 어디로 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