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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스무날 새벽, 거안표국 마당의 돌저울이 먼저 깨어 있었다.
쇠 추가 저울대에 부딪는 소리를 들으며 석운담은 마흔 번째 가마니의 삼끈을 당겼다. 소금은 눅눅한 짠내를 냈고, 끈은 손에 익은 만큼만 울었다. 마당 건너에서 여관영이 말채찍 끝으로 바닥을 짚으며 가마니 수를 셌다. 국주가 새벽 저울을 직접 보는 표국은 백하성에 거안 하나뿐이라고, 마방 골목 사람들은 반쯤 웃으며 말하곤 했다.
웃는 이유를 운담은 알았다. 저울까지 제 손으로 보는 국주에게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국주님. 동문 마방에서 말 나왔는데요 — 한 놈이 절어요."
유마향이 고삐 두 개를 끌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과연 뒤따르는 밤색 말이 앞다리를 아꼈다. 디딜 때마다 목이 한 번씩 꿀렁였다.
"바꿔 달라니까 뭐래는 줄 아세요? 남은 말이 없답니다. 마구간에 여섯 마리가 서 있는 걸 제 눈으로 보고 나왔는데요."
"돌려보내고 하루 미루면요?"
"하루 늦으면 계약이 죽는다. 계약이 죽으면 신청비가 죽고."
유마향의 물음에 국주는 셈으로 답했다. 마당의 넷 모두가 그 셈의 끝을 알았다. 여관영은 절름 말의 다리를 오래 보지 않았다. 대신 수레 두 대와 가마니 마흔 개와 사람 넷을 한 번씩 보았다. 값을 다시 매기는 눈이었다.
"절름발이 수레에는 열여섯만 싣는다. 남는 넷은 —"
"제가 지겠습니다."
운담이 말했다. 여관영의 눈이 한 박자 그에게 머물렀다.
"넷이면 이백사십 근이다. 사흘을 갈 무게냐."
"가마마다 오는 길에 반 근씩 축난다 치면 됩니다."
"실없는 소리."
국주의 눈이 저울로 돌아갔다. 실없는 소리라고 했으나 물리치는 말은 아니었다.

"소금 마흔 가마. 철평진 도가 염방. 사흘째 해 지기 전 인도. 값은 은자 열두 냥이다."
국주는 조건을 저울 앞에서 소리 내어 말했다. 거안의 법이었다. 짐이 마당을 나서기 전에, 무게와 기한과 값이 사람들 귀에 앉아야 했다.
"열두 냥이면 노인 갱신 신청비다. 이 표행이 서면 거안이 서고, 넘어지면 —"
여관영은 뒷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이 국주의 격식이었다.
"하 표사. 길은 우회로다. 협곡은 안 간다."
"예, 국주님. 우회로면 물목이 둘입니다. 첫 밤은 버드나무 여울, 둘째 밤은 골짜기 초입으로 잡겠습니다."
"물가에 붙어라. 불은 작게."
"마향아. 절름발이는 네가 본다. 갈아 낄 편자하고 삼끈 한 타래 챙기고."
"벌써 실었죠. 제가 누굽니까."
하일평이 마당 구석에서 검대를 조이며 야영지 이름까지 짚어 두었다. 십오 년 표사의 꼼꼼함이라고 운담은 생각했다. 서른여덟의 표사는 온화하게 웃는 낯 그대로 운담의 등짐 끈을 한 번 당겨 확인해 주었다. 등짐 매는 법을 가르쳐 준 손이었다.
"넷이나 지고 사흘을 걷겠다고. 운담이 자네 등짝은 소가 봐도 울고 가겠네."
"소는 못 웁니다, 형님."
"그러니 사람이 대신 울지."
운담은 올해 스물둘이었다. 열두 살부터 지고 걸었으니 등으로 산 세월이 십 년이었다. 새벽마다 기름걸레로 닦는 아버지의 멜대를 그는 등짐 위에 가로로 얹었다. 물푸레 자루에는 칼끝으로 새긴 잔눈금이 줄지어 있었다. 간격이 고르지 않아 도량형은 아니었다. 무엇을 세던 눈금인지 그는 끝내 묻지 못했고, 물을 사람은 십일 년 전에 없어졌다.
성문이 열리는 소리에 맞춰 수레가 굴렀다. 여관영은 마당 문에서 배웅했다. 국주의 무릎은 장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길은 운중로 우회로였다. 첫날은 순했다. 절름 말의 속도에 맞춰 유마향이 시간표를 두 번 다시 짰고, 그때마다 반나절이던 여유가 얇아졌다.
"이 말 편자 값이나 하려나 몰라. 담아, 네 등짝이 편자 세 벌 값은 하니까 됐다."
"누님 혀 값은 얼마요."
"내 혀는 값을 못 매겨. 골목이 통째로 담보라."
첫날 밤은 버드나무 여울이었다. 하일평이 국자를 잡았고, 국 냄새 사이로 유마향이 마방 골목의 소문을 한 소쿠리 풀었다.
"동문 마방에 요즘 금정 어음만 돌아요. 편자 값도 어음, 여물 값도 어음. 현찰 구경한 지가 —"
"마향이. 그 입에 국 좀 넣지."
"형님은 꼭 재미난 대목에서 국을 줘요."
하일평은 밥술을 놓기 전에 다음 날의 길을 한 번 더 접어 보았다. 걱정 많은 사람의 버릇이었다.
"내일 골짜기 초입까지 몇 리인가."
"스물여덟 리요. 절름발이 걸음이면 해가 먼저 닿겠는데."
"그럼 인시에 뜨지. 운담이, 넷 지고 인시에 설 수 있겠나."
"섭니다."
"근데 골짜기 초입은 내가 싫더라. 소리가 벽을 타요. 뭐가 와도 늦게 들리고."
"그래서 물가에 붙는 걸세. 물소리가 귀를 씻어 주니."
불이 잦아들 무렵 하일평이 운담의 숨소리를 듣고 웃었다.
"자네 그 숨 고르는 버릇 말일세. 백 걸음마다 한 번. 그거 늙은 짐꾼들 부중결인가."
"잠꼬대 같은 거요, 형님. 요령입니다."
"요령이 십 년이면 그게 공부지."
"형님은 걱정이 십오 년이니 그건 무슨 경지요."
"병일세, 병. 나는 길이 훤해야 잠이 와."
"무겁지 않나."
"무거운 게 편합니다. 가벼우면 — 딴생각이 나서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딴생각의 내용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열한 살의 가을, 짐수레 밑의 어둠, 도끼가 깃대를 찍던 소리. 그 소리는 늘 가벼운 날에 왔다.

둘째 날 해 질 녘, 골짜기 초입에 들었다. 우회로에서 하나뿐인 좁은 목이었다. 하일평이 야영지를 물가로 잡았고, 불을 줄였다.
밤이 깊었을 때 운담은 고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새소리가 없었다. 골짜기의 밤은 원래 시끄러운 법이었다.
발소리는 여덟이었다. 운담이 세었다.
복면들은 소리 없이 내려왔고, 순서가 있었다. 맨 앞의 둘이 불을 밟았고, 다음 둘이 말들을 놀래 흩었고, 도끼를 든 자가 곧장 수레로 갔다.
도끼는 은자가 아니라 깃대를 먼저 찍었다.
수레에 꽂힌 거안의 표기가 두 동강 나 떨어졌다. 운담의 몸이 그 소리 하나에 열한 살로 꺾여 들어갔다. 같은 소리였다. 나무가 아니라 이름이 찍히는 소리.
"뒤로!"
하일평의 검이 뽑혔다. 이류의 검이라고 스스로 웃던 검이 복면 둘을 상대로 두 합을 받았고, 세 번째에 다리를 내주었다. 하 형님의 검이 세 합을 버티고 꺾였다. 운담은 그 사이 짐 곁에 서 있었다. 몸이 그렇게 시켰다. 맡은 짐 곁에 서는 것 말고 그가 배운 것은 없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수레 위 가마니를 채찍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마흔 가마 맞는지 세어 봐라."
세는 목소리는 장사치처럼 무심했다. 운담의 등줄기가 식었다. 마흔이라는 수는 저울 앞에서, 거안 마당에서만 말해진 수였다.
"…서른아홉, 마흔. 맞습니다."
"됐다. 접어라."
복면들은 소금을 가져가지 않았다. 성한 수레의 끌채를 도끼로 두 번 찍어 부러뜨리고, 흩은 말들을 쫓고, 꺾인 깃대를 한 번 밟고, 왔던 어둠으로 돌아갔다. 여덟이 들어와 여덟이 나갔고, 가마니는 마흔 개 그대로 골짜기에 남았다.
도적이 소금을 두고 간다. 운담은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뒤집어 보았다. 뒤집을 때마다 같은 밑면이 나왔다. 이것은 도적질이 아니다.
"셈부터 하자."
유마향이 말했다. 너스레가 사라진 목소리였다.
"말들은요."
"절름발이만 안 도망갔어. 지 다리 아픈 건 아는 놈이라."
성한 것은 절름 말 하나, 수레 하나, 성한 사람 둘. 하일평의 다리는 부러지지는 않았으나 디딜 수 없었다.

"수레에 열여섯 싣고 형님까지 얹으면 절름발이가 갈 수는 있어. 그런데 스물넷이 남아. 담아, 스물넷이야."
"묻고 갔다가 나중에 오면요."
"소금을 묻어? 회수하러 올 수레가 우리한테 없어. 그리고 그 사이 기한이 죽지."
"짐을 줄이세. 내 몫의 실패니 내가 돌아가 보고하지."
하일평이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세 번째 하고 있었다. 운담은 그 미안함이 이상하게 부상보다 오래된 것처럼 들렸으나, 그 밤에는 셈이 먼저였다.
"미안하네. 물목을 내가 너무 훤한 데로 잡았어."
"형님이 무슨. 놈들은 우리가 어디로 갔어도 알고 왔을 겁니다."
"…그런가."
운담은 부서진 수레를 보았다. 바닥판은 성했다. 바퀴도 하나는 굴렀다.
"바닥판이 성합니다. 끌개를 엮지요."
"담아. 여기서 철평진까지 삼십 리야. 스물네 가마 매고 밤길 삼십 리를 걷겠다고?"
"백 걸음씩 삼십 리요."
"그게 무슨 셈이야."
"제 셈은 그렇게 갑니다, 누님."
"운담이. 이건 자네 몫이 아닐세. 내 몫이야."
"형님 몫은 다리 붙고 나서 받으십시오."
"못 가면 — 그때 형님 말대로 합니다."
아무도 더 말리지 않았다. 운담은 짐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짐은 제가 집니다. 누님은 형님을."
바닥판에 바퀴 하나를 옮겨 달고, 삼끈으로 가마니 스물넷을 이층으로 묶고, 아버지의 멜대를 가로대 삼아 어깨와 가슴에 맸다. 끌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물건이었다. 유마향이 무어라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셈이 빠른 사람이었고, 다른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철평진에서 봐. 죽지 말고."
수레가 먼저 떠났다. 운담은 끌개의 끈을 당겼다.

첫 백 걸음은 그냥 무거웠다. 둘째 백 걸음부터 몸이 기억을 꺼냈다. 십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어 온 무게들이 등뼈 어디쯤에 가라앉아 있다가, 새 무게를 만나 마중을 나왔다. 늙은 쟁자수들이 잠꼬대처럼 외던 구결이 숨의 박자에 붙었다. 지는 자의 숨, 가라앉는 자의 걸음.
무거울수록 걸음이 가라앉아 단단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스물네 가마의 무게가 어깨를 눌렀는데, 눌린 만큼 발바닥이 땅을 물었다.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낮아진 자리에서 힘이 올라왔다. 요령이라고 불러 온 것이 요령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운담은 백 걸음마다 숨을 고르며 처음 생각했다.
밤길 삼십 리를 그는 그렇게 갔다. 백 걸음, 숨. 백 걸음, 숨. 아버지도 이 박자로 걸었다. 등에 업힌 열 살짜리가 세었으니 틀림없었다.
동트기 전 마지막 고개에서 복면 하나가 길에 서 있었다.
남아서 살피던 자였다. 실패를 확인하는 것이 일이었을 자. 그는 끌개를 끄는 사내를 보고 잠깐 셈이 어긋난 얼굴을 하더니, 몽둥이를 들고 내려왔다.
운담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스물네 가마를 진 사람은 피할 수 없다. 피하지 않을 뿐이다.
몽둥이가 어깨를 노리고 들어왔을 때, 운담은 반걸음 파고들며 어깨를 내주었다 — 몽둥이가 아니라 사내의 가슴에. 무게중심이 낮은 자를 미는 법은 세상에 없다. 밀리는 것은 언제나 가벼운 쪽이다. 복면이 길섶으로 튕겨나 굴렀고, 운담은 아흔여덟, 아흔아홉, 백, 하고 숨을 골랐다.

철평진의 망치 소리가 아침을 대신 열었다. 도가 염방의 늙은 주인이 문간에서 끌개를 오래 보았다.
"거안이라. 수레는 어디 두고 사람이 끌개를 끄나."
"길에서 값을 좀 치렀습니다. 짐은 그대롭니다. 세어 보시지요."
늙은 염상은 더 묻지 않고 가마니를 세기 시작했다. 철평진 사람들은 값 치렀다는 말의 뜻을 캐묻지 않는 법을 알았다.
"마흔. 틀림없구먼. 표서 내놓게. 수결 앉혀 줄 테니."
수결이 표서에 앉았다. 사흘째 해가 지려면 아직 한 뼘 남아 있었다. 운담은 그 자리에 잠깐 서서, 조건을 하나씩 속으로 접었다. 마흔 가마 — 닿았다. 도가 염방 — 여기다. 사흘째 해 지기 전 — 한 뼘 전이다.
완수였다.

한나절 뒤에 절름 말의 수레가 닿았다. 유마향은 운담의 얼굴을 보고, 끌개를 보고, 아무 말 없이 물통부터 던졌다.
"죽지 말랬더니 반쯤 죽어 왔네."
"형님은요."
"의원이 잡았어. 뼈는 안 나갔고, 힘줄이래. 붙는 데 한 달."
"약값은요."
"표국 앞으로 달아 두랬어. 철평진 인심이 그래도 살아 있네."
"끌개는 태워 버리자. 꼴도 보기 싫어."
"바퀴는 씁니다. 바퀴가 무슨 죄요."

거안으로 돌아온 것은 이튿날 저녁이었다. 하일평은 철평진 의원에 맡겨 두었다. 마당의 돌저울 앞에서 운담은 은자 열두 냥과 표서, 그리고 꺾인 거안 표기를 여관영 앞에 내려놓았다.
"마흔 가마, 도가 염방, 사흘째 해 지기 전 — 다 지켰습니다. 표서에 수결 받았습니다."
"값은."
"열두 냥. 여기 있습니다."
"몇이더냐."
"여덟입니다. 들어온 여덟이 그대로 나갔습니다."
"복면은."
"군문 물건 같은 도끼였습니다. 손발에 순서가 있었고, 흘리고 간 물건은 없습니다."
"녹림이 그리 깔끔하더냐."
"녹림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다만 — 장사꾼 같았습니다. 세고, 확인하고, 접었습니다."
보고는 배운 대로였다. 조건, 방해, 완수. 다만 마지막에 그는 배운 적 없는 말을 보탰다.
"도끼가 깃대를 먼저 찍었습니다. 소금은 두고 갔습니다. 그리고 — 가마 수를 알고 있었습니다. 마흔이라고, 세어 보라고 했습니다."

여관영의 손이 꺾인 깃대 위에 잠깐 머물렀다.
"십일 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깃대가 먼저였습니다."
운담은 십일 년 만에 그 말을 입 밖에 냈다. 여관영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어린애 기억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국주는 오래 침묵했고, 침묵은 마당의 저울처럼 정확했다.
"상회에 간다. 신청비가 섰다."
"국주님."
"그 밤 이야기는 — 머리에만 둬라. 종이에 적지 말고, 입에 올리지도 말고. 때가 오면 내가 먼저 묻는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운담은 알아들었다. 부정하지 않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에는 강이 하나 있었고, 국주는 오늘 그 강가까지만 왔다.
그날 밤 국주는 등잔 아래서 갱신 신청의 인명부터 적었다. 국주 여관영, 마부 유마향, 표사 하일평. 붓이 잠깐 멎었다가, 마지막 줄을 마저 적었다. 쟁자수 석운담, 22세.

이튿날 새벽, 운담은 여느 날처럼 멜대를 닦으려고 기름걸레를 집었다.
걸레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짐도 없는 새벽이었다. 열 손가락은 멀쩡히 붙어 있었다. 다만 손끝이 남의 살처럼 저릿했다. 밤샘 피로라고, 스물두 살의 몸이 말했다. 운담은 그 말을 믿기로 하고 걸레를 다시 집었다.
마당 건너 창고 안쪽, 기름먹인 천에 싸인 긴 것이 어둠 속에 세워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은 거안에 없었다.
상회의 문은 진시에 열린다. 국주와 쟁자수는 아침을 먹고 나란히 성안 길을 걸었다. 노인의 값을 물으러 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