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이레 뒤 아침, 과학감정 결과가 도착했다. 기관 직인이 찍힌 봉투는 얇았고, 세 문장이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지질 연대, 표기 시대와 불일치. 안료 성분, 표기 시대와 불일치. 화면 열화, 자연 시효와 불일치 — 인위적 시효 처리, 각 일 개소.
각 일 개소. 지안은 그 넉 자를 오래 보았다. 낡음을 하나만 남기는 손. 스승이 만년필로 쓴 문장을, 기관이 계측기로 다시 쓴 것이었다.
세라의 전화는 십 분 뒤에 왔고, 목소리는 이겼다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결과 보셨죠. 그런데 법무 검토가 붙었어요. 지금 올라오세요."

법무팀 회의실의 결과지 사본에는 붉은 밑줄이 세 줄 그어져 있었다. 법무팀장은 미안해하지도 심술궂지도 않은, 직업의 얼굴로 말했다.
"감정 결과 하나로는 못 내립니다. 소송이 걸리면 결과지 한 장이 법정에서 혼자 싸워야 해요."
"기관 계측이에요. 그것보다 센 증거가 어디 있어요?"
"세라 팀장님. 위탁자가 소송을 걸면 저쪽 감정인이 나와서 계측의 오차범위를 흔들 겁니다. 시효 처리 판정의 주관성을 흔들고요. 결과지는 셉니다 — 혼자가 아닐 때요. 왜 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의 서사가 앞뒤로 있어야, 결과지가 법정에서 이깁니다."
지안은 그 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았다. 시즌 전체였다.
"있습니다, 그 서사."
"어디에요?"
"석 달 치 기록에요. 회의록, 절차서, 감정회 속기록, 서면 증언, 수사 접수 공문. 전부 날짜가 있고, 전부 기관 도장이 있어요. 결과지는 혼자 온 게 아니에요 — 마지막에 온 것뿐이지."
법무팀장은 볼펜을 딸깍거리며 잠시 생각했다.
"그걸 한 문서로 묶어 오세요. 목차 다섯 줄 이내, 각 고리마다 출처 기관 명기. 그러면 법무 의견을 '철회 가능'으로 바꿔 드립니다."
"이틀 주세요."
"사흘 드릴게요. 급하게 묶은 사슬이 제일 먼저 끊어집니다."
이틀 동안 지안과 세라는 문서를 묶었다. 감정위 회의록과 재현 절차서, 공개 감정회의 수법 목록, 무근의 재료 이력 서면, 결표 대조 기록, 그리고 도윤의 사건 접수 공문 — 위탁 경로가 수사 대상이라는 공적 사실. 표지에는 목차 다섯 줄만 적었다.

이사회는 목요일 아침이었다. 긴 테이블에 임원 아홉, 배석 둘. 세라가 일어섰다.
"철회안, 상정합니다. 상정자 오세라."
세 번째 상정이었다. 리포트, 감정위, 그리고 철회. 이번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질의는 한 시간을 돌았고, 대부분은 손실의 언어였다 — 위탁자 관계, 시즌 매출, 언론. 그리고 한 임원이 배석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근거가 정확히 뭡니까. 한 줄로요."
지안은 일어서서, 준비한 한 문장을 놓았다.
"과학감정, 수법 목록, 재료 이력, 결표, 수사 접수. 다섯 고리가 한 사슬입니다."
"끊어질 고리는요."
"각 고리는 다른 기관, 다른 방법, 다른 날짜에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를 흔들면 나머지 넷이 남고, 넷이 남으면 결론이 안 바뀝니다. 그게 사슬과 밧줄의 차이입니다."
다른 임원이 안경을 내리고 물었다.

"위탁자들이 소송하면요."
"소송의 상대는 저희가 아니라 이 문서철이 됩니다."
세라가 받았다.
"그리고 위탁자들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중개인에게 속아서 위탁한 거라면요. 철회 공문에 그 여지를 남겨 뒀습니다 — 회사가 위탁자를 적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물건만 내리는 문안으로요."
"언론은."
"기자회견 안 합니다. 공문 한 장, 첨부 목차 다섯 줄. 담백할수록 회사가 삽니다."
허 대표는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결과지와 목차 다섯 줄을 번갈아 보았고, 셈은 삼 초였다.
"숨기면 회사가 죽고, 내리면 시즌이 죽어. 시즌은 내년에도 와. 내린다."
표결은 형식이었다. 기자회견은 없었다. 그날 오후 한율옥션의 공문 한 장이 위탁자와 감정위와 업계지에 동시에 나갔다.
한율옥션은 운계 산수도와 매화도 두 점의 위탁을 철회합니다.

사유는 두 줄 — 과학감정 결과 및 첨부 기록 일체. 그것이 한율의 방식이었고, 그 담백함이 오히려 업계를 흔들었다. 간판을 제 손으로 내리는 옥션은 처음이었으니까.
공문이 나가고 두 시간 뒤, 무근에게서 전화가 왔다. 골목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내렸다며. 골목이 시끄럽다."
"공문 보셨어요?"
"공문이 뭐냐, 나는 골목 라디오로 들었지. 표구소 김 씨가 그러더라 — 문향재 손녀가 결국 문향재 이름값을 했다고. 니 할머니 살아 계셨으면 뭐라 했을 것 같냐?"
"글쎄요. 아마 — 늦었다, 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니지. 그 양반은 이랬을 거다. 기록해 둬라. 그 한마디."
"…네. 기록할게요."
"그리고 하나 더. 재고 넘어간 그 지업사 말이다. 요 며칠 새 배접지 재고를 정리한다는 소문이 돈다. 급하게. 소문은 소문으로만 전한다."
읽는 손이 제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지안은 그것도 수첩에 적었다. 소문은 소문으로만.

도윤은 저녁에 왔다. 조서의 언어로, 서면 한 장을 먼저 내밀었다.
"사건은 접수됐고, 협력자 란에 판독자 서지안으로 올렸습니다. 자격이 아니라 역할입니다."
"판독자요."
"직함이 필요한데, 감정사도 수리사도 아니시고. 하시는 일이 판독이라, 그렇게 적었습니다. 규정상 협력자 명기는 보호 조치가 따라옵니다 — 기록 열람권하고, 신변 관련 연락 창구요. 그쪽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이름이 과녁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안은 서면을 읽고, 서명했다.
"이첩되면 수사는 얼마나 걸려요?"
"깁니다. 계좌와 중개선을 다 까야 하니까, 해를 넘길 겁니다. 그동안 그쪽 상대는 조용할 거예요 — 조용한 게 제일 무섭다는 건 아시리라 믿고요."
"하나 여쭤 봐도 돼요? 감정회 때, 그림은 한 번도 안 보시고 위탁자석하고 참관석만 보셨잖아요. 뭘 보신 거예요?"
도윤은 잠깐 생각하고, 조서의 언어를 반쯤 풀었다.
"누가 놀라고 누가 안 놀라는지요. 위탁자석은 결표 대조에서 놀랐습니다. 진짜로요. 그 사람들은 몰랐다는 뜻입니다. 참관석 끝의 한 분은 — 개회부터 폐회까지 한 번도 안 놀랐습니다. 수사에서 제일 눈에 띄는 사람은 놀라야 할 때 안 놀라는 사람입니다."
"그게 증거가 되나요."
"안 됩니다. 그래서 수사가 긴 겁니다. 안 놀라는 사람한테서 놀랄 만한 서류를 찾아내는 일이라서요."

프리뷰룸을 지나 나오는 길에, 세라가 빈 벽 앞에 서 있었다. 산수도가 걸렸던 자리. 조명 레일만 남은 벽.
"석 달 전엔 저 자리가 이번 시즌 전부였는데."
"지금은요?"
"지금은 — 벽이 비어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상하죠. 팀장이 돼서 벽 빈 걸 보고 안도하는 거."
"빈 벽은 정직해요. 가짜 걸린 벽보다."
"그 말, 다음 도록 서문에 훔쳐 쓸게요."
그 벽 앞에서 세라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회사 봉투가 아니라 문구점 봉투였다.
"허 대표님이 전하래요. 회의록엔 없는 거라고."
안에는 명함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허 대표의 명함 — 뒷면에 만년필로 두 줄.
셈이 정확한 사람을 회사는 오래 기억한다. 서명이 생기는 날, 첫 감정 의뢰는 한율이 한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대표님식 계약서예요. 도장 없는. 저 양반이 종이에 만년필 쓰는 거, 나는 팔 년 만에 처음 봤어요."

문향재에는 명주가 먼저 와 있었다. 반찬가게를 조퇴한 것은 삼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놋쇠 열쇠를 꺼냈다.
"약속했지. 결과 나오면 같이 열자고. 오늘이 그날이다."
"가게는요?"
"미도 아줌마한테 맡겼다. 삼십 년 만에 조퇴라니까 무슨 큰일 났냐고 묻더라. 큰일 맞다 그랬지."
명주는 열쇠를 반닫이 자물쇠에 꽂고, 돌리기 전에 잠깐 손을 멈췄다.
"이상하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여덟 달을 이 앞을 지나다녔는데, 열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어. 무서웠나 봐. 여는 순간 진짜 돌아가신 게 되니까."
"지금은요?"
"지금은 — 열어야 어머니가 하던 일이 안 죽는 거잖아. 니가 그걸 가르쳐 줬다, 이번에."

반닫이 경첩은 삼십 년 만의 소리를 냈다. 안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 옻칠 상자 하나, 그리고 그 위에 봉투 하나. 겉면에 영옥의 만년필 글씨. 여덟째 폭.
명주는 봉투를 들어, 열지 않고, 지안에게 건넸다.
"니가 열어라. 나는 볼 테니."
봉투 안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사진 한 장 — 궤의 일곱 장과 같은 흑백 필름, 뒷면에 연필로 八. 병풍의 마지막 폭. 화면 가득 겨울 산과, 산 아래 작게, 강을 건너는 사람 하나.
그리고 네 겹으로 접힌 종이. 접힌 자국이 깊었다 — 부치려고 접었던 흔적. 펼치자 삼십 년 전 날짜가 먼저 보였고, 수신인 란이 비어 있었다.
"읽어 봐라. 소리 내서."
지안은 읽었다. 스승의 문체 — 군더더기 없는, 재료 목록 같은 문장들.
본인의 공방에서 아래 재료가 반출되었음을 고발합니다. 고지(古紙) 삼십 년 묵힌 것 두 축. 아교 묵힌 것. 배접용 미색지 한 배치. 위 재료는 수리용이 아니라 제작용으로만 조합될 수 있는 구성이며, 반출한 자는 본 공방의 수리 기법 전 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다음 줄부터 글씨가 조금 작아졌다.

위 재료로 만들어질 물건은 감정으로 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걸러 낼 수 있는 것은 만든 손의 버릇뿐이며, 본인은 그 버릇을 압니다. 본인이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사이에 한 줄이 비어 있었고, 비운 만큼 눌러 쓴 문장이 이어졌다.
파문으로 족하다 여겼던 것을 후회합니다. 내보내는 것은 벌이 아니라 방생이었습니다. 본인이 가르친 손이 세상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본인이 지켜보는 것으로 책임을 대신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 날짜도 서명도 없이, 한 문장.
증거가 차면 부친다.
공방이 오래 조용했다. 백열등이 봉투의 그림자를 길게 눕혔다. 명주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가 반찬가게의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 부치려고 했던 거네. 계속."
"네. 사십 년 일지가 전부 이 편지의 첨부 서류였어요. 확인할 것 열두 가지도, 결표도, 미완 항목도요. 증거가 차면 부치려고요."
"근데 왜 못 부쳤을까."

"증거가 안 찼으니까요. 마지막 한 조각이요."
"그 조각이 뭔데."
"모르겠어요, 아직. 그런데 짚이는 건 있어요. 여기 — 방생이라고 쓰셨잖아요. 내보낸 게 벌이 아니라 방생이었다고. 할머니는 그 손이 만드는 걸 지켜보고 계셨어요. 사십 년 내내요. 일지 여백의 그 기록들이 다 그거예요. 그러니까 증거가 안 찬 게 아니라 —"
지안은 문장을 고르느라 잠깐 멈췄다.
"— 찰 때마다, 부치면 그 손이 어떻게 되는지도 같이 계산하셨을 거예요. 가르친 손이니까요. 그 계산이 매번 편지를 이겼던 거고요."
"정 때문에 사십 년을 미뤘다고?"
"정인지 책임인지, 그건 할머니만 알아요. 저는 못 미뤄요. 저는 그 손이 가르친 제자가 아니니까."
지안은 여덟째 폭의 사진을 들었다. 겨울 산, 강을 건너는 사람. 미완 항목의 마감 문장이 이제 읽혔다 — 일지의 그 항목은 이렇게 닫히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여덟째 폭이 돌아오는 날.
"엄마. 이 병풍 여덟째 폭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면 — 그때 증거가 차요. 할머니 기준으로요."

"그럼 니가 부치겠네."
"수신인 란이 비어 있어요. 할머니는 어디로 부칠지 끝까지 정하지 못했거나 — 부칠 곳이 없다고 생각했거나요. 지금은 있어요. 오늘 생겼어요."
이첩 사건 번호가 적힌 도윤의 서면이 가방 안에 있었다. 삼십 년 전에 없던 수신인이, 오늘 생긴 것이다.
명주가 옻칠 상자를 마저 열었다. 안에는 인두 두 자루 — 크고 작은 — 와 기름종이에 싼 미색지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결표를 새기던 도구들이었다.
"이건 니가 가져라. 도구는 쓰는 사람 거다."
"공방에 둘게요. 도구는 공방 거예요. 저는 공방에 있을 거고요."
지안은 고발장 초안을 접힌 자국대로 다시 접어 봉투에 넣고, 사진 대장의 마지막 줄에 등재했다. 봉투, 사진 八, 초안 일 매. 출처, 문향재 반닫이. 입회, 서명주.
창밖의 골목은 초겨울 밤으로 식어 갔고, 공방의 백열등 아래에는 사십 년 일지와, 열린 미완 항목과, 오늘 처음으로 수신인이 생긴 편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시즌의 질문은 닫혔다. 위작은 한 손이고, 그 손은 일지를 알고, 두 점은 내려왔다.
남은 것은 스승의 마감 문장이었다. 여덟째 폭이 돌아오는 날 — 그날이 오면, 부치는 것은 제자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