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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아침, 소집 통지가 왔다. 한율옥션 감정위원회, 안건 두 건, 회의일까지 나흘. 통지문 아래 위원 명단에서 외부 위원 두 칸이 아직 비어 있었다.
지안은 통지문을 운송사 탈의실에서 읽었다. 오전 배차가 두 건 있었고, 그중 하나가 하필 한율옥션 수장고 반출이었다. 배차표를 든 소장이 지안을 불러 세웠다.
"서 기사. 한율 건은 당분간 다른 기사 태울게."
"무슨 문제 있어요?"
"문제야 없지. 근데 자네 이름이 요새 그 집 회의 서류에 오르내린다며. 위탁사 눈에 우리 기사가 심판으로 보이면 계약이 불편해져. 그거뿐이야."
"판독은 제 시간에 했고, 배송은 배송입니다."
"나도 알아. 아는데 — 밥줄은 아는 걸로 안 굴러가. 소집 끝나면 다시 태울게."
첫 화의 경고가 문장에서 배차표로 내려온 셈이었다. 지안은 알겠다고 했고, 탈의실 거울 앞에서 유니폼 이름표를 잠깐 보았다. 서지안. 서류가 받지 않는 이름은 배차표에서도 지워지는 중이었다.

"명단은 언제 나와요?"
"이틀 전에요. 관례예요 — 로비할 시간을 안 주는."
세라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지만, 로비라는 단어를 고른 것 자체가 사무가 아니었다. 지안은 그날 밤부터 공방 책상에서 절차서를 썼다. 늦가을 밤의 문향재는 백열등 하나로 견딜 만큼 추웠다.
절차서의 원칙은 하나였다. 지안의 손끝이 필요 없는 문장으로만 쓸 것. 사광 — 램프를 화면과 십오 도 각도로 놓고 결의 방향이 만드는 그림자 산맥을 본다. 배접의 결이 화면의 결과 어긋나면 산맥이 두 방향으로 갈라진다. 역면 — 그림을 뒤집어 조명대에 올리면 풀의 침투가 지도처럼 뜬다. 한 번 배접된 종이와 두 번 배접된 종이는 침투선의 겹이 다르다. 인주 — 낙관의 인주가 종이 섬유에 앉은 깊이를 확대경으로 본다. 세월이 앉힌 인주는 섬유 속에 있고, 나중에 찍은 인주는 섬유 위에 뜬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서, 지안은 이 문서가 어디까지 갈지를 생각했다. 회의실을 나가면 절차서는 공개 문서다. 읽는 손은 이것도 읽을 것이다. 다음 위작의 배접은 결을 맞출 것이고, 풀은 한 번만 쓸 것이고, 인주는 —
그래도 썼다. 스승의 목록이 피해졌다고 목록이 틀린 것이 아니듯, 절차가 읽힌다고 절차가 무기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명단은 이틀 전에 나왔다. 보존과학 쪽에서 교수 한 사람. 그리고 감정 쪽에서 — 세라가 전화로 이름을 읽어 주는데 반 박자 쉬었다.
"표준이 직접 오네요."
"청람당 쪽이에요?"

"그 계보요. 원로예요. 이 바닥 감정서 서식을 그 손이 만들었다고 보면 돼요."
회의 전날 저녁, 세라가 공방으로 왔다. 처음이었다. 그녀는 문향재의 백열등 아래를 한 바퀴 둘러보고, 커피 두 잔을 내밀고, 상정문 초안을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상정합니다. 상정자 오세라 — 여기서 근거를 먼저 말할까요, 절차서를 먼저 말할까요."
"절차서요. 원로가 서면을 칠 거예요. 서면이 아니라 절차가 안건이라는 걸 첫 문장에 박아야 해요."
"쳐 낼 문장을 알고 시작하는 회의는 처음이네요."
"저는 매번 그래요. 그림이 먼저 치고, 제가 나중에 답하죠."
세라는 상정문을 세 번 고쳐 읽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문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내일 지면 저는 팀을 잃어요. 이기면 표준을 잃고요. 어느 쪽이든 어제로는 못 돌아가요. 그러니까 — 절차서, 좋은 문서여야 해요."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게 좋은 문서의 정의라면요."

회의일 아침, 회의실은 시연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안이 요청한 사광 램프와 역면 조명대가 창가에 놓였고, 산수도와 매화도가 이젤 두 개에 나란히 섰다. 지안의 자리는 배석 — 발언권 없음, 질문 응답만 허용.
세라가 일어섰다.
"상정합니다. 상정자 오세라. 근거는 첨부 대조표와 재현 절차서입니다."
원로 위원은 대조표를 끝까지 읽지도 않고 안경을 벗었다.
"서면은 해석입니다. 해석은 표결 대상이 아니에요."
"대조표의 각 항목은 관찰 기록입니다."
"관찰자가 회사 내부인이고, 배석한 협력자는 무자격입니다. 이 서면의 어디에 제삼자가 있습니까? 감정은 눈의 일이에요, 오 팀장. 눈이 다르면 서면도 달라요."
회의실이 원로의 문장 쪽으로 기우는 것이 보였다. 세라의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 — 그리고 제 속도를 되찾았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서면만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절차서를 상정했어요. 눈이 달라도 결과가 같은지 —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누가 수행합니까? 저 배석자입니까?"
"수행은 위원님들 중에서 해 주십시오. 저희는 절차서만 드립니다."
침묵이 한 박자 지나갔다. 발을 뺄 자리가 없는 제안이었다. 거절하면 검증을 거부한 것이 되고, 수행하면 절차의 땅으로 들어온다. 보존과학 교수가 손을 들었다.
"제가 하지요. 문서 주세요."

교수가 장갑을 끼는 동안 지안은 절차서의 첫 장을 넘겨 주었고, 그때부터는 손을 뒤로 물렸다. 질문에만 답한다. 그것이 오늘 그녀의 전 임무였다.
"절차는 세 단계입니다. 사광, 역면, 인주. 제가 아니라 위원님이 하실 겁니다."
사광 램프가 켜졌다. 산수도의 화면 위로 결의 그림자가 산맥처럼 섰다 — 그리고 왼쪽 하단에서 산맥이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이거… 결이 갈라지는데요. 문서 표현대로면, 배접지의 결이 화면과 어긋난다."
"각도를 십오 도로 유지하신 상태입니까?"
"유지했어요. 매화도도 봅시다."
원로 위원이 끼어들었다.
"사광의 그림자는 램프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입니다. 그건 감정의 근거가 아니라 조명의 장난이에요."

"그래서 절차서에 각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원님. 십오 도. 재 보시고, 직접 옮겨 보셔도 됩니다."
교수가 각도기를 대고 램프를 다시 놓았다. 십오 도. 산맥은 같은 자리에서 갈라졌다. 교수가 램프를 이십 도로 올렸다가 되돌렸다. 갈라짐은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조명의 장난이면 각도 따라 움직여야지요. 안 움직입니다. 다음 단계 갑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갈라짐. 교수의 목소리가 반 옥타브 올라갔다. 역면 조명대에서는 침투선이 겹으로 떴다 — 두 그림 다, 같은 겹. 역면 조명대 차례였다. 교수가 산수도를 뒤집어 올리자 풀의 침투가 지도처럼 떠올랐고, 절차서의 그림과 대조하는 데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침투선이 겹으로 뜹니다. 문서 기준으로는 — 재배접. 원 배접을 뜯고 다시 앉힌 흔적이라는 거지요?"
"수리 이력이 있으면 정상일 수 있습니다. 위탁 서류에 수리 이력 기재가 있습니까?"
의장이 서류를 넘겼다.
"없습니다. 두 점 다 무수리 원장 상태로 위탁되었습니다."

"그럼 침투선 겹은 서류와 모순이네요. 기록합니다."
인주 확대경 앞에서 교수는 오래 말이 없다가, 회의록 담당을 돌아보았다.
"낙관 인주가 섬유 위에 떠 있습니다. 두 점 공히. 기록해 주세요."
"한 가지 더 부탁드립니다."
지안이 처음으로 질문 밖의 말을 했고, 의장이 허용의 눈짓을 했다.
"낡음이 정확히 하나뿐이라는 점, 기록에 남겨 주십시오."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세월은 편애합니다. 균일한 낡음은 세월이 아니라 계산이에요. 이 두 점의 낡음은 각각 한 곳만 진짜입니다 — 계산하는 손의 버릇으로요."

원로 위원이 그때 마지막 반박을 놓았다. 천천히, 준비된 문장으로.
"좀 자국 말씀이겠지. 각도가 자연 좀의 식흔과 다르다 — 그런 논리를 펴시려는 모양인데, 좀의 식흔 각도는 표본마다 편차가 커요. 그건 근거가 못 됩니다."
지안은 대답하기 전에 일 초를 썼다. 그 일 초 동안 확인한 것은 반박의 내용이 아니라 출처였다. 좀 자국의 각도. 그 논거는 대조표에 없다. 절차서에도 없다. 세라의 리포트에도 없다. 그것은 첫 판독의 경위 기록 — 회사 내부 파일에 한 줄로만 있는 논거였다. 그리고 원로는 그것을 '펴시려는 모양'이라고, 아직 꺼내지도 않은 패를 선반박했다.
"각도 논거는 오늘 상정에 없습니다, 위원님. 기록된 절차 세 단계와, 방금 위원님들 손으로 재현된 결과만 있습니다."
원로는 잠깐 지안을 보았다. 실수를 아는 눈인지, 실수라고 여기지도 않는 눈인지 — 그 순간에는 읽히지 않았다.
원로는 안경을 다시 쓰고 마지막 절차 발언을 했다.
"기록에 남기지요. 나는 이 시연의 재현성은 인정하되, 위작 단정에는 반대합니다. 보류는 — 좋습니다. 보류는 판단이 아니라 유예니까."
유예. 그 단어를 고르는 방식이 감정서 서식을 만든 손다웠다. 지고도 진 자리가 남지 않는 문장.
표결은 길지 않았다. 의장의 볼펜이 책상을 두 번 두드렸다.
"감정위는 상정된 두 점의 경매 보류를 의결합니다."

회의실을 나서자 복도 끝에 허 대표가 서 있었다. 넥타이를 반쯤 풀고, 창밖 대신 벽을 보고 있는 자세였다. 그는 세라와 지안을 번갈아 보다가, 회의록에 남지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보류는 손실의 다른 이름이야. 자네들이 맞으면 회사가 살고, 틀리면 다 같이 값을 치러."
"수치로 말씀해 주세요, 대표님. 저는 그게 편해요."
세라의 대답에 허 대표는 처음으로 피곤하게 웃었다.
"간판 두 점 보류, 시즌 매출의 이 할. 위탁자 이탈이 시작되면 삼 할. 언론에 위작이라는 단어가 실리는 순간부터는 계산이 안 돼. 그러니까 —"
그는 지안을 보았다.
"확신인가, 자네."

"확신은 감정서에 못 씁니다, 대표님. 재현이 됩니다. 그건 오늘 위원님들 손으로 보셨고요."
"회의록에 자네 이름은 없어. 알고 있나."
"압니다."
"당분간은 그게 자네를 지켜 줄 거야. 서명이 없으면 과녁도 없으니까. 대신 —"
허 대표는 넥타이를 마저 풀며 돌아섰다.
"공은 세라 팀장 것이 되고, 화살은 회사가 맞고, 자네는 없는 사람이야. 그 셈이 억울해지는 날이 올 텐데, 그날 회사에 청구하지 말고 나한테 직접 와. 나는 셈은 정확한 사람이야."
엘리베이터 앞에서 세라가 따라 나왔다.

"대표님 말씀, 마음에 담지 마세요. 저 양반 셈은 진짜 정확해요. 그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로 돼요. 셈이 정확한 사람은 예측이 되니까요."
"그리고 — 아까 원로 반박이요. 좀 자국 각도. 기사님 표정이 일 초 멈추는 거, 저는 봤어요."
지안은 세라를 보았다. 회의실에서 반 톤 낮아졌다가 제 속도를 되찾던 목소리가, 지금은 아주 조용했다.
"그 논거, 상정 서류에 없죠. 저도 리포트에 안 썼어요. 그런데 원로가 알고 있었어요."
"세라 씨는 어디까지 보고했어요?"
"대조표와 절차서요. 판독 경위 원본은 컨디션 파일에만 있어요. 열람 권한은 — 확인해 볼게요. 서면으로는 안 남기고요."

"고마워요. 당분간 이건 우리 둘하고 무근 삼촌까지만요."
"알아요. 읽히는 중이라는 거."
그날 밤 공방으로 돌아온 지안은 수첩을 폈다. 보류 의결 — 기록. 절차서 공개 — 기록. 그리고 세 번째 줄을 쓰기 전에 오래 만년필을 들고 있었다.
좀 자국의 각도. 서면에 없는 논거. 원로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가능성은 셋이었다. 회사 내부 파일이 샜거나, 첫 판독 현장의 누군가가 옮겼거나 — 아니면 원로에게 브리핑한 손이 따로 있거나. 셋 중 무엇이어도 결론은 같았다. 읽는 눈은 일지만 읽는 게 아니다. 지안의 걸음을 읽는다. 걷기 전에.
백열등 아래에서 지안은 절차서의 남은 초안 — 회의에 내지 않은 넷째 단계, 결표 대조 — 를 서랍 깊이 넣고 잠갔다. 전부를 꺼내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읽히는 자의 남은 무기였다.
자정 무렵 무근에게서 문자가 왔다. 남쪽 닥 공급선 목록, 세 집으로 추렸다는 것. 그리고 한 줄 — 그중 한 집은 삼십 년 전에도 문향재에 종이를 댔다. 지안은 답장 대신 수첩에 옮겨 적었다. 조각이 또 하나. 아직 어디에도 잇지 않은 채로.
실사까지 닷새. 공방의 반닫이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그 앞을 지나는 지안의 발소리를 — 어쩌면 누군가 세고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