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06시 37분, 문 아래 공간의 손전등 불빛이 은빛 받침을 노려보고 있었다.
"김복례 조장님."
불빛이 돌아왔다. 백사십이 안 되는 키, 노란 고무장화, 그리고 이십 년이 만든 종류의 눈 — 제 구역에서 낯선 것을 발견한 사람의 눈이었다.
"누구요."
"한윤서예요. 무허가 장례삽니다. 서라 씨가 —"
"목 씨네 딸이 말한 그 사람이구먼. 그럼 이것 좀 보소. 이 쇠가 뭐요. 내 구역에 내 허락 없이 서 있는 이게."
"그게 이 승강장을 무너뜨리려고 서 있는 거예요. 지금 여기서 나가셔야 —"
"무너져? 여기가?"
조장은 나가는 대신 받침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십 년을 새벽마다 쓸고 닦은 바닥이오. 여기가 어떻게 우는지 내가 알아. 오늘 새벽에 이상하게 울길래 보러 온 거고. 근데 당신들은 뭘 알고 —"

"어르신, 시간이 —"
"시간은 내가 제일 많아. 새벽 여섯 시 반에 젤 먼저 오는 게 나요."
"어르신, 그 쇠가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아세요?"
"두 주쯤 됐지. 어느 날 아침에 와 보니 서 있더구먼."
윤서의 숨이 반 박자 멈췄다. 두 주 — 볼트의 은빛이 말한 그 시간.
"그때 누구한테 말씀하셨어요?"
"역무에 말했지. 밤새 공사했나 보다고, 먼지가 많다고. 청소 거리만 늘었다고 했더니 — 보수 공사라고, 위에서 승인 난 거라고 하데."
"그리고요?"
"그리고 물소리가 달라졌어. 원래 이 아래 물은 비 올 때만 늘었는데, 두 주 전부터는 마른 날에도 일정하게 차더라고. 세는 버릇이 있어서 세 봤지. 열하나 세면 한 번씩."
열한 초. 이 사람은 계측기 없이, 이십 년의 귀와 세는 버릇만으로, 그들이 새벽 내내 기계로 증명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르신. 그 얘기, 그대로 기록에 남겨 주실 수 있어요? 두 주 전의 쇠, 역무의 답, 열하나의 물소리."

"기록? 내 말이 기록이 되나."
"돼요. 이십 년 조장의 관찰이에요. 이 새벽에 그것보다 무거운 증언이 없어요."
"거참. 역무에 말했을 땐 보수 공사라고 한 마디로 끝내더니, 당신들은 내 물소리 세는 것까지 기록을 한다네."
"그게 오늘 밤 저희가 배운 거예요. 기록되지 않은 말은 지워지고, 기록된 말은 이겨요. 어르신 말이 지워지는 쪽에 있었던 것뿐이에요, 여태."
설득의 언어가 삼십 초 만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험 설명은 이십 년의 경험 앞에서 미끄러졌고, 관리국의 이름은 꺼내기도 전에 독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근데 당신, 아까부터 왜 자꾸 시계를 보오."
"6시 40분에 여기가 무너져요. 그렇게 믿을 이유가 있어요."
"믿을 이유라. 점쟁이 같은 소리를 절차 하는 사람처럼 하네."
"점이 아니라 — 저 쇠하고, 물소리하고, 어르신 증언이 다 같은 얘기를 해요. 무너지게 만들어 놨다는 얘기요."
"누가."
"그걸 밝히는 게 저 위에 있는 사람들 일이에요. 어르신하고 저는 일단 그 시간에 여기 없는 게 일이고요."

그때 무전이 울렸다. 이안이었다. 목소리는 평소의 건조함이었지만 문장은 빨랐다.
"회수조 지연이 풀렸습니다. 카트 둘, 개찰구 방향 이동 개시. 안전 요원은 대피 마무리에 묶여 있습니다."
"막을 수 있어요?"
"쫓으면 막을 수 있습니다. 단, 제가 통제선을 비웁니다. 북측 지원이 없어집니다. 선택지를 전달합니다. 카트를 쫓으면 북측 지원이 없습니다. 판단은 현장 — 당신입니다."
윤서는 손전등 불빛 속의 조장을 봤다. 그리고 계단 위 어딘가의, 연도별로 묶인 일곱 해를.
장부에는 사본이 있었다 — 불완전한, 촬영뿐인, 그러나 존재하는. 이 사람에게는 사본이 없었다.
"장부 보내요. 사람 잡아요."
"기록합니다. 06시 37분 40초 — 현장 판단, 인명 우선. 카트 반출은 촬영으로 배웅합니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카트 안 장부 — 정말 보냅니까. 마지막 확인입니다."
"보내요. 대신 감찰관님 — 배웅은 자세하게요. 바퀴 자국 하나까지."
"그 주문은 제 방식과 같습니다."
무전 너머에서 짧은 소음이 이어졌다 — 바퀴 소리, 그리고 이안의 목소리가 카트를 배웅하는 기록의 문장들.
"06시 38분, 카트 2기 개찰구 통과. 반출자 여섯 — 얼굴, 보폭, 장갑 전부 촬영. 카트 바닥의 구역 표기 7-F, 재확인. 유실물 확인 기록과 연계함. 이 반출은 저지되지 않았고, 저지하지 않았음을 기록함 — 사유, 인명 우선의 현장 판단."
저지하지 않았음을 기록함. 잃는 것도 기록이 되면 무기가 된다 — 이안의 문법이 무전 너머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무전이 끊겼다. 조장이 그 대화를 다 들은 얼굴로 윤서를 보고 있었다.
"방금 그거, 뭘 보낸 거요."
"어르신을 잡으려고, 다른 걸 놓은 거예요."
"나는 안 잡히오. 여기가 내 구역이라니까."
바닥났다. 위험도, 시간도, 권위도, 논리도 — 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문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문장이 아닌 것뿐이었다.
"어르신은 왜 안 나가세요. 정말로요."
물음의 방향을 바꾼 것은 계산이 아니라 바닥이었다. 조장은 받침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답했다.
"이 바닥이 내 이십 년이오. 남편 보내고 애들 키운 게 이 새벽 일이야. 여기가 무너진다는데 — 그게 정말이라면, 내 눈으로 봐야지. 남의 말로 내 이십 년을 접을 수는 없잖소."
"…네. 그건 알겠어요."

"알긴 뭘 알아. 당신 몇 살이오."
"스물아홉이요."
"스물아홉이 뭘 알아, 이십 년을."
거기가 바닥이었다. 나이도, 직함도, 논리도 없는 자리. 윤서는 그 바닥에서, 준비한 적 없는 문장을 꺼냈다.
"어르신. 저는 일곱 해 전에 남천동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손전등 불빛이 흔들렸다.
"물이 났던 그 남천동요. 사람들이 죽고, 이름이 지워졌던. 저는 그때 그 일의 가장자리에 있었고, 알았고, 무서워서 입을 다물었어요. 일곱 해를요."
"…그걸 왜 지금 나한테."
"오늘 어르신을 여기서 잃으면, 저는 두 번 같은 사람이 돼요. 아는데 못 지킨 사람요. 한 번은 무서워서 그랬어요. 두 번째는 — 변명이 없어요."

계단 위쪽에서 발소리 하나가 반 층을 내려왔다 멈췄다. 서라였다. 입구까지라는 조건의 사람이, 조건의 가장자리에서, 그 고백을 듣고 있었다.
윤서는 올려다보지 않았다. 이 고백의 청자는 조장이었고, 서라의 몫은 서라가 정할 것이었다.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이십 년 새벽 노동의 사람들은 긴 침묵에 시간을 쓰지 않았다.
"남천동에 내 동창이 살았소."
"…"
"죽진 않았어. 집을 잃었지. 보상 서류가 이상하다고 몇 해를 싸우다 뭍으로 갔고. 가기 전에 나한테 그러더라고. 복례야, 서류가 사람을 이기더라. 나는 그 말을 이십 년 청소하면서 잊은 적이 없어."
"그 동창분 성함, 여쭤도 돼요?"
"오금석이. 남천동 3반. 왜."
"위에 기록 빠른 사람이 있어요. 보상 서류가 이상했다면 — 그 이상함이 어딘가에 줄로 남아 있을 거예요. 행이 하나 다른 명단 같은 걸로요."

"…그걸 인제 와서 찾을 수 있단 말이오."
"찾는 사람들이 오늘 밤에 생겼어요.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제일 정직한 답이에요. 약속은 못 해요. 찾기 시작했다는 것만 말할 수 있어요."
"…서류가 사람을 이기게 두지 않으려고, 오늘 밤새 서류를 쌓은 사람들이 위에 있어요. 어르신 증언도 그 서류에 들어가요."
"흥. 서류로 서류를 이긴다?"
"네. 그게 저희가 찾은 방법이에요. 느리고, 확실하고 — 어르신 동창분 같은 분들이 다시 지지 않게 하는."
조장은 받침을 마지막으로 한 번 노려보고, 손전등을 내렸다.
"당신 같은 사람이 인제 와서 입을 여는 게 뭔 소용인가 싶다만."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물일로 굵어진, 이십 년의 손이었다.
"남천동 얘기, 올라가서 마저 들을란다. 부축하소. 무릎이 계단엔 약해."
윤서는 그 손을 잡았다. 잡는 순간 코트 안쪽의 동패가 가늘게, 빠르게 뛰었다. 첫 홈의 검정이 이렇게 뛴 적은 없었다.

계단은 마흔두 칸이었다. 조장의 무릎은 여섯 칸마다 쉬어야 했고, 윤서는 그 리듬에 제 걸음을 맞췄다. 서두르라고 몸이 소리치는 것을, 서두르면 잃는다는 것을 아는 머리가 눌렀다.
"어르신, 여섯 칸마다 쉬어요. 그게 제일 빨라요."
"내 무릎 사정을 어찌 아오."
"계단 오르실 때 여섯 칸째마다 숨이 바뀌세요. 듣는 게 일이라서요."
"별걸 다 듣네."
"근데 아까 그 말 — 두 번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거. 그 말은 준비한 말이오, 나온 말이오."
"나온 말이에요."
"그럴 줄 알았어. 준비한 말은 이십 년 들으면 귀에서 미끄러져. 나온 말만 남지."
쉬는 칸마다 윤서는 손목을 확인했다. 검은 선은 두 마디 — 더 오르지는 않았다. 의무의 좌표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몸이 알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윤서는 옆 사람을 봤다. 낮은 키 — 죽은 감각의 낮은 시야가 아니라, 정말로 낮은 키. 노란 장화 — 이십 년의 표준 장구. 문 아래 — 이십 년의 대기 자리.
결과 감각은 처음부터 이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이라고 해석한 것은 산 자의 눈이었다. 죽어 가는 시야는 키를 몰랐고, 세월을 몰랐고 — 다만 노란 장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마지막까지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문구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없어요. 저는 지금 문구가 가리키는 사람을 찾았을 뿐이에요."

혼잣말이었지만 조장이 들었다.
"뭔 문구."
"문 아래에서 기다리는 이를 지켜라 — 라는 문구요. 제가 받은 일이에요."
"기다리는 이라. 내가 이십 년을 그 문 아래서 첫차를 기다렸으니, 나 맞구먼."
"이상하지 않으세요? 모르는 죽은 사람이 어르신을 지키라고 적어 놨다는 게."
"이상할 게 뭐 있어. 새벽 일 하다 보면 알게 되오. 서로 이름도 모르면서 서로를 봐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어. 첫차 기관사가 나 보고 속도 줄이고, 나는 승강장 물기 닦아 놓고. 이름은 몰라도 이십 년을 그렇게 살았어. 죽은 사람 하나가 나를 지키라고 적었다면 — 그 사람도 그런 부류였겠지."
윤서는 그 문장을 받아서 오래 쥐고 있었다. 죽은 사람도 그런 부류였겠지. 46세의 얼굴로 포대에 담겨 온, 저 자신의 미래도 — 어쩌면 그런 부류였을 것이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이름 모를 사람을 지키라고 적는.
조장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도 무겁게 여기지도 않았다. 이십 년 새벽의 사람에게는, 제 자리가 문구에 적혀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열두 칸째에서 두 번째 쉼. 위쪽에서 서라가 반 층을 마저 내려와 조장의 반대편 팔을 받쳤다. 조건의 사람이 조건의 가장자리를 스스로 넘은 것이었다.
"입구까지라면서."
"입구가 내려왔다 치죠. 조장님, 남은 계단 저랑 반씩 나눠요."
"목 씨네 딸까지. 오늘 새벽은 별일이 다 있네."
세 사람의 속도가 두 사람의 속도보다 빨랐다. 여섯 칸의 리듬이 네 칸이 됐다.

계단 중턱, 06시 39분.
등 뒤의 어둠에서 소리가 시작됐다. 쇠가 우는 소리 — 받침이 제 몫이 아닌 하중에 항의하는, 길고 가는 비명. 이어서 물이 계단 아래 칸을 무는 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콘크리트가 이 갈리는 소리.
"저건 내 바닥이 우는 소리네."
조장의 목소리에는 공포 대신 확인이 있었다. 이십 년 들은 바닥의 모든 소리 중에, 처음 듣는 소리라는 확인.
"어르신, 이제 믿으세요?"
"믿고 자시고가 어딨어. 바닥이 운다잖소. 바닥은 거짓말 안 해."
"네. 뜁시다, 어르신. 무릎은 제가 받칠게요."
"위에 뭐가 있소."
"감찰관 한 명, 기록 담당 한 명, 그리고 방금 어르신 팔 잡은 사람요. 그리고 —"
윤서는 코트 안쪽의 증거 주머니를 짚었다.

"제가 장례를 치러 드려야 하는 분이 한 분요."
"장례? 이 새벽에?"
"이 새벽이라서요. 그분 마지막 부탁이 어르신을 지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어르신이 이 계단을 다 오르시면 — 그 장례가 반쯤 치러지는 거예요."
"별 희한한 장례도 다 있네. 산 사람 계단 오르는 게 장례라니."
"제가 하는 장례가 원래 좀 그래요."
조장은 그 말에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짧고, 마른, 새벽 노동자의 웃음이었다.
"그럼 빨리 오르세. 남의 장례를 계단에서 뭉갤 수는 없지."
"네. 그리고 어르신 — 올라가면 사진 한 장 찍혀 주세요. 무사하신 모습으로요. 그것도 장례의 일부예요."
"살아 있는 사진이 장례의 일부라. 갈수록 희한하네, 당신 장례는."
1분이 남아 있었다. 흐려진 잔진청음의 마지막 사용이, 그 1분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