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죽은 미래는 세 번 노크했다.
쿵.
쿵.
쿵.
첫 번째는 고가도로 위를 지나는 화물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배수관 속 빗물이 꺾인 탓이라고 우길 수 있었다. 세 번째가 울렸을 때, 한윤서는 손에 들고 있던 쑥 한 줌을 놋대야에 내려놓았다.
벽시계는 오전 2시 13분을 가리켰다.
세 번째 노크의 울림이 닿자 시침과 분침이 함께 튀었다. `06:40`. 네 시간 이십칠 분 뒤의 시각에서 한 번 떨린 두 바늘은 곧 `02:13`으로 돌아왔다.
남천 고가 장례소에는 윤서 말고 산 사람이 없었다. 계단 열한 칸 위에서는 비가 철문을 훑었고, 낮은 천장에서는 고가 이음매의 진동이 길게 눌렸다. 그런데 밀봉 포대 아래 그림자는 진동보다 반 박자 늦게 떨렸다.
냉장고 모터가 멎었다.
윤서는 포대와 빈 냉장고 사이에 섰다. 휴대전화 화면에 긴급 신고 창을 띄웠다. 전송을 누르면 장례소 주소가 관리국 서버에 남았다. 철문 밖 비탈은 남천 하수로 이어졌다. 신고하면 자신이 잡히고, 밀어 버리면 아래 동네가 대신 받는다.
"한 번 더 치면 신고할게요."
죽은 것과 흥정하는 버릇은 좋지 않았다. 대답이 없는 쪽이 늘 유리했다.
포대는 잠잠했다.
왼쪽 서랍에서 검은 삼베끈을 꺼낸 윤서는 작업대 네 모서리 고리에 끈을 통과시켜 포대 둘레를 묶었다. 포대가 움직여도 배수구 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 뒤, 허리의 장례 칼을 뽑았다.
칼끝이 매듭에 닿기 직전 멈췄다.
이상한 매듭이었다. 운송 매듭처럼 세 번 감았지만 끝을 안으로 삼켜 놓았다. 자르면 빨리 열리고, 풀면 누가 어떤 순서로 묶었는지 남는 방식이었다.
윤서는 칼 대신 손톱을 매듭 아래 넣었다.

"버린 사람도 성격은 있네."
끝을 하나씩 되짚자 포대 옆면에서 누런 금속이 미끄러져 나왔다. 성냥갑 절반만 한 동패였다. 불에 그을린 가장자리로 빗물 한 방울이 떨어졌으나, 물은 표면에 닿지 않고 옆으로 비켜 흘렀다.
앞면에는 숫자 넷이 눌려 있었다.
`10.13`.
내일이었다.
그 아래에는 더 익숙한 세 글자가 있었다.
`한윤서`.
윤서는 웃으려다 실패했다. 혀로 왼쪽 어금니를 눌렀다. 동패를 뒤집자 손톱 폭의 홈 세 칸이 세로로 파여 있었다. 셋 다 비어 있는데 첫 홈 가장자리만 축축했다.
포대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비닐이 다섯 군데서 차례로 솟았다. 손이었다. 윤서는 입구를 손바닥 하나 넓이만 열었다. 잿빛 손등, 짧게 깎인 손톱, 검지 옆의 굳은살이 나타났다.
자기 손이었다.
정확히는, 자기 손이 오래 버틴 뒤의 모양이었다. 손등에는 윤서에게 없는 화상 자국이 있었고, 손목뼈 위 피부는 얇았다. 손톱 밑에는 푸른 타일 가루와 검은 쇳가루가 함께 끼어 있었다.
"설마."
윤서는 포대 지퍼를 턱 아래까지 내렸다.
젖은 머리카락이 흰 이마에 붙어 있었다. 왼쪽 광대의 작은 점, 살짝 비뚤어진 코뼈, 이를 악물 때만 드러나는 턱의 골이 그대로였다. 다만 주름과 흰 머리, 목을 가로지른 낡은 화상 때문에 열일곱 해가 더 얹혀 있었다.
스물아홉 살이 될 때까지 거울에서 봐 온 뼈였다.
시신의 눈꺼풀 아래로 눈알이 돌아갔다.

계단 위 철문에서 맑은 못 박는 소리가 났다.
하나.
둘.
셋.
푸른빛이 문틈을 가로질렀다. 배수구 쇠살에도 같은 빛이 번졌다. 마지막으로 윤서 오른손 손등 위에 가느다란 사각형이 맺혔다.
"시간장례관리국 현장 감찰입니다. 손을 시신에서 떼십시오."
문밖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정확했다. 빗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음절마다 같은 무게를 두었다.
"이미 늦었는데요."
"한윤서 씨. 오른손을 보이는 위치에 두고 세 걸음 물러나십시오."
윤서는 손을 들었다. 손등의 푸른 사각형도 함께 올라왔다.
"제 이름까지 아시면 주소도 아셨겠네요. 문은 왜 두드리지 않았어요?"
"안에서 먼저 세 번 두드렸으니까요."

철문이 열렸다.
서이안은 검은 우의 위에 회색 현장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물 한 방울이 턱에서 떨어졌지만, 그는 얼굴보다 산 사람과 출구를 먼저 셌다. 산 사람은 윤서 하나, 출구는 계단 하나였다. 그다음 빈 냉장고와 열린 포대, 배수구와 벽시계를 봤다.
왼손에는 손바닥만 한 봉인기, 오른손에는 기록 단말이 있었다.
"시신에서 물러나십시오. 원본 상태 훼손 여부부터 기록합니다."
"원본이라고 부를 거면 태우지는 마세요."
"소각 여부는 제가 여기서 약속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럼 제 손 떼라고 할 권한부터 잠깐 내려놓으시죠. 감찰관님."
서이안의 왼손 검지가 굳었다. 화를 낸 표정은 아니었다. 화를 기록할 칸을 찾은 표정에 가까웠다.
"이유를 확인하겠습니다."
"영상 켜세요. 서로 거짓말 하나씩 줄이게."
서이안은 봉인기를 끄지 않은 채 기록 단말의 영상을 켰다.
"기록 기준 10월 12일 새벽 02시 19분. 피확인자 한윤서, 만 29세. 남천구 불법 시간 신호 현장. 현장 인원 둘, 시신으로 추정되는 대상 하나. 한윤서 씨가 공동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요청한 건 소각 금지고요."

"그 요청은 미승인 상태로 기록합니다. 이제 손을 보여 주십시오."
윤서는 시신의 오른손을 들어 동패 옆에 놓았다. 죽은 검지 옆 굳은살과 자기 검지를 나란히 맞췄다. 서이안의 시선이 두 손 사이를 왕복했다.
"동일인이라고 주장합니까?"
"가능성 하나가 저였다고 주장해요. 같은 사람인지는 장례가 끝나야 알죠."
"장례를 시작했다는 진술입니까?"
"아직 이름도 사인도 상주도 없어요. 시작 못 했습니다."
서이안이 한 걸음 다가왔다. 포대 속 얼굴을 본 순간에도 숨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신 단말을 쥔 엄지가 모서리를 한 번 눌렀다.
"시신 추정 연령은요?"
"마흔여섯 전후. 제 나이에 열일곱을 더하면 비슷하네요."
"근거는 기록하겠습니다. 해석은 보류합니다."
"좋은 습관이네요. 관리국에서 오래 버티겠어요."
"칭찬으로 듣지 않겠습니다."
서이안이 봉인기 측면을 눌렀다. 계단의 푸른 선이 진해지고, 배수구 위 빛이 그물처럼 닫혔다.

시신의 손톱이 작업대를 긁었다.
끼이익.
바닥 줄눈 한 가닥이 노란선처럼 갈라졌다. 균열은 염습대 아래에서 계단 쪽으로 달렸다. 놋대야가 찌그러진 가장자리로 한 번 울렸다.
윤서의 발바닥 아래에서 열차가 지나갔다.
실제로는 가장 가까운 선로가 세 블록 밖이었다. 그런데 철륜이 레일 이음매를 넘는 충격이 발뒤꿈치에서 무릎으로 올라왔다. 광고 방송의 찢어진 음절과 사람들이 한꺼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뒤따랐다.
시신의 입에서 검은 물이 한 줄 흘렀다.
천장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위로 튀었다.
"봉인 강도를 낮춰요."
"대상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하는 게 아니라 죽은 순간을 여기다 만들고 있잖아요. 상주 없는 시신을 강제 회수 봉인으로 조이면, 못 넘긴 의무가 사인부터 재현해요."
"확인 가능한 근거를 말하십시오."
윤서는 죽은 손을 폈다. 손톱 밑 푸른 타일 가루, 손바닥을 사선으로 가른 금속 자국, 엄지 관절에 밴 검은 윤활유가 보였다. 신발 밑창에는 노란 고무 조각이 길게 박혀 있었다.
"손은 난간을 잡았고, 발은 노란 경계에 걸렸어요. 손바닥 금속 자국이 위에서 아래로 밀렸고 손톱에는 바닥 타일이 들어갔죠. 몸이 눕기 전에 위가 먼저 무너졌습니다."
"장소는요?"
"지하. 승강장. 그 이상은 아직 몰라요."
윤서는 시신의 귀 뒤를 눌렀다. 마른 피가 귓바퀴 안쪽이 아니라 바깥으로 번져 있었다. 압력이 한쪽에서 터진 흔적이었다.
"이름은 한윤서. 사인은 지하 승강장 붕괴에 의한 압궤. 원인은 미확인."
윤서가 또박또박 말했다.
서이안은 영상 화면에 시신 손과 동패, 윤서 얼굴이 한꺼번에 들어오도록 각도를 바꿨다.
"사인 범위 선언을 기록했습니다."
푸른 봉인이 한 단계 옅어졌다.
바닥 균열이 멈췄다. 위로 튀던 물방울도 제 무게를 되찾아 떨어졌다.
하지만 시신의 주먹은 동패를 쥔 채 풀리지 않았다.

쿵.
작업대 아래에서 첫 번째 노크가 울렸다.
쿵.
두 번째가 고가 교각까지 타고 올라갔다.
서이안이 통신 화면을 열었다. `구역 소각 승인 요청—압력 차단 선행`이라는 항목이 붉게 떴다. 그는 승인 요청 버튼 위에 엄지를 올렸지만 누르지는 않았다.
"균열이 교각 기초선까지 두 칸 남았습니다. 거기 닿으면 상급 승인과 소각과 현장 집행을 요청합니다. 차단막을 먼저 세우고 재는 밀폐 회수하게 됩니다."
"관리국이 상주가 되면 되잖아요."
"기관은 상주가 될 수 없습니다. 책임 주체를 기록할 수 없으니까요."
"책임을 기록하는 기관이 책임 주체는 될 수 없다. 참 효율적이네요."
"한윤서 씨가 상주가 되겠다는 말이라면 먼저 경고합니다. 불법 미래장 성립은 체포 사유입니다."
"소각하면 의무도 흩어져요. 남천에 골고루 뿌리는 셈이라고요."
"압니다. 그래서 승인 요청도 아직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각과 이 방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이 방을 먼저 지킬 수는 없습니다."
"같은 얼굴인 제가 상주가 되면요?"
"본인이면 자동으로 성립합니까?"
"아뇨. 시신이 허락해야 해요. 허락받으면 유품 기술 하나와 의무 전부가 같이 옵니다. 상주선은 보통 일흔두 시간. 못 끝내면 시신이 죽은 나이까지 늙고요."
"이번 의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까?"

"몰라요. 그래도 모르고 받겠다는 사람에게까지, 시신이 싫다고 할 기회는 있어야죠."
시신의 목이 한 치 옆으로 꺾였다. 윤서와 같은 얼굴이 천장을 향했다. 입술이 벌어졌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첫 홈의 물이 동패 가장자리로 넘쳤다.
윤서는 놋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말린 쑥을 한 번 담갔다 빼고, 흰 천을 적셨다. 시신의 이마와 손가락을 닦았다. 자기 얼굴을 씻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살아 있는 윤서는 왼쪽 어금니가 아팠고, 죽은 윤서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았다. 그 차이만으로도 둘은 별개의 사람이었다.
윤서는 흰 천으로 시신의 얼굴을 잠시 덮었다.
그 짧은 어둠을 시신에게 돌려준 뒤, 동패를 죽은 손바닥 위에 놓았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한 번 울렸다. 동생의 이번 달 약값 이체 예약이었다. 취소 버튼 아래 금액은 일곱 해 전 흰 봉투에 든 숫자보다 작았다. 그때 윤서는 필요하다는 이유로, 묻지 않고 받은 것이 있었다.
"내가 당신이었는지, 당신이 내가 될 건지는 아직 몰라요."
윤서가 말했다.
"그래도 당신 의무를 내 마음대로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한윤서를 상주로 받겠습니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서이안의 통신 화면에는 긴급 회수 요청 버튼이 붉게 깜박였다. 윤서는 손을 뻗지 않았다. 대답 없는 시신을 자기 것이라고 우길 권리는, 같은 얼굴에도 없었다.
고가 위에서 트럭 한 대가 지나갔다.
진동이 내려오고, 늦은 그림자가 따라 떨렸다.
죽은 손의 엄지가 아주 천천히 펴졌다.
동패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윤서 쪽으로 한 치 움직였다.
그제야 윤서는 자기 손바닥을 죽은 손 위에 겹쳤다.

찬 먹물이 손목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윤서는 비명을 삼켰다. 혀 밑에 녹슨 못을 문 듯 금속 맛이 번졌다. 검은 선이 손목 주름 하나를 따라 감기고, 그 위에 보이지 않는 시계가 얹혔다.
일흔두 시간.
동시에 세상이 진동으로 바뀌었다.
냉장고 모터가 멎기 전 마지막으로 떤 축, 고가 기둥 안 철근 연결부의 가는 떨림, 서이안의 봉인기가 손바닥에 보내는 짧은 맥박이 서로 다른 높이로 들렸다. 더 멀리, 빗물과 콘크리트 아래에서 굵은 레일 하나가 울고 있었다.
일곱 번.
검은 터널 벽의 숫자 `7`이 번쩍였다. 전광판 붉은 시각이 뒤집혀 나타났다.
`06:40`.
노란 경계 아래, 닫힌 문 밑에서 손 하나가 바닥을 두드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없었다. 다만 나오지 못한 사람의 체중이 금속판 한 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윤서는 손을 뗐다.
세 번째 노크는 오지 않았다.
시신의 어깨가 작업대 위로 가라앉았다. 바닥 균열은 그대로였지만 더 벌어지지 않았다. 동패 첫 홈의 물빛이 안쪽부터 검게 굳었다.

"방금 무엇을 받았습니까?"
서이안이 물었다.
윤서는 손목을 보여 줬다. 검은 선 한 줄이 맥박과 함께 미세하게 조였다.
"유품은 잔진청음. 첫 의무는 오전 6시 40분 전, 7번 승강장 문 아래 혼자 남은 사람을 밖으로 데려가는 것. 장례 전체 기한은 일흔두 시간."
"벽시계도 세 번째 노크 때 같은 시각으로 튀었어요. 02시 13분에요."
"선행 현상으로 기록하겠습니다."
"6시 40분을 놓쳐도 일흔두 시간 안에 수습하면 됩니까?"
"아뇨. 그 사람은 죽어요. 일흔두 시간은 그 죽음을 만회할 유예가 아니라, 남은 장례까지 끝내지 못하면 저도 마흔여섯까지 늙는 두 번째 기한이에요."
서이안은 시신과 윤서 손목을 차례로 촬영했다. 그의 단말 화면에 `불법 상주 계약 성립`이라는 문구가 떴다.
"미래 시신은 결과만 기억해요. 원인은 지금부터 찾아야 해요."
"그래서 현장을 확인합니다. 다만 한윤서 씨는 여전히 현행 체포 대상입니다."
윤서는 흰 천을 시신 얼굴 위에 다시 반듯하게 놓았다. 자기 눈매가 천 아래 남아 있다는 사실보다, 그 얼굴이 마지막까지 문 아래 누군가의 두드림을 들었다는 사실이 더 무거웠다.
"조건이 있어요. 감찰관님 영상은 계속 켜 두고, 동패와 시신은 공동 봉인. 제 왼손은 감찰관님 봉인기에 묶어요. 6시 40분까지 같이 확인하고, 그 뒤에는 체포 절차를 다시 밟아요."

서이안이 물었다.
"제가 그 조건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윤서는 발로 바닥 균열 끝을 가리켰다.
"이 방에서 먼저 깨질 봉인 못이 뭔지 알려 드릴 수 있으니까."
"잔진청음으로 들었습니까?"
"네. 감찰관님 왼손 봉인기 안쪽 축도 이미 두 번 밀렸어요. 같은 출력이면 다음 진동에 과열됩니다. 그러니 힘 낮춰요."
서이안은 즉시 믿지 않았다. 봉인기 수치를 확인하고, 벽의 못과 배수구 선을 따로 측정했다. 두 값이 윤서가 가리킨 순서로 흔들린 뒤에야 출력을 한 단계 낮췄다.
가역적인 것부터 고르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통신 화면의 긴급 회수 요청을 `현장 보존`으로 바꿨다. 취소하지 않고 변경 이력을 남겼다.
"체포 집행을 오전 6시 40분까지 유예합니다."
서이안이 말했다.
"조건은 한윤서 씨의 왼손 이동 봉인, 제 동행, 전 과정 기록, 시신과 동패의 공동 증거 지정입니다. 의무가 허위이거나 도주하면 즉시 집행합니다."
"좋아요. 하나 더요."

"말씀하십시오."
"제 얼굴이라고 시신 소유자를 저로 적지는 마세요. 이름 확인 전까지 무명, 확인 뒤에도 별도 사람."
서이안은 단말에 그 문장을 그대로 입력했다.
"기록했습니다."
그는 얇은 푸른 봉인선을 윤서 왼손목에 감았다. 선의 다른 끝은 봉인기 손잡이에 걸렸다. 두 사람이 세 걸음 이상 떨어지면 경보가 울리는 길이였다.
동패는 투명 증거 주머니에 넣어 봉인선 가운데 매달았다. 시신 위에는 윤서와 서이안의 시각 서명이 함께 빛났다.
계단을 오르기 전 윤서는 뒤를 돌아봤다.
흰 천 아래의 얼굴은 잠잠했다. 냉장고 모터가 다시 돌기 시작했고, 쑥 냄새가 금속 냄새를 조금 밀어냈다. 자기 장례를 시작한 방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한 소리였다.
현재 시각은 03시 02분.
승강장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삼십팔 분이었다.
서이안이 철문을 열자 비가 계단으로 들이쳤다. 윤서는 장례소 불을 끄고, 감찰관과 같은 속도로 빗속에 나섰다.
투명 주머니 안에서 첫 번째 홈은 빛을 삼킨 검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 옆의 두 번째 홈이, 아직 오지 않은 빗물처럼 안쪽부터 젖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