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panels · Automated checks complete

05시 10분, 대합실 구석의 방수판이 진술대가 되었다.
시작 전에 이안은 절차를 하나 더 밟았다. 진술 거부권과 임의성의 고지. 그리고 표준에 없는 문장을 하나 보탰다.
"이 진술은 당신을 조일 수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진술의 검증 가능성이 정합니다. 제 경험상, 검증되는 고백은 대개 지키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경험상이라는 건, 검증 안 되는 고백을 많이 보셨다는 거네요."
"봤습니다. 대개 진술자가 저를 설득하려고 할 때 그렇게 됩니다. 설득하지 마십시오. 확인하게 하십시오."
이안은 단말의 녹음 표시등을 켜고, 표준 문구를 읽었다.
"임의 진술입니다. 시각 05시 10분. 진술인 한윤서. 형식은 전체 진술 — 일곱 해 전 남천동 관련 행적 전부를 시각 순으로."
"형식부터 바꿔요."
윤서는 방수판 맞은편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제 몫만 말할게요. 그날 묻힌 사람들 몫은 그 사람들 겁니다. 제가 대신 말하면 그것도 뺏는 거예요."
"부분 진술은 은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붙이자는 거예요. 제가 말하는 모든 항목에, 감찰관님이 확인할 수 있는 길을 같이 붙일게요. 기록, 날짜, 장소, 사람. 검증이 안 되는 항목은 진술에서 빼요. 은폐가 아니라 경계예요."
이안은 단말을 잠깐 내려놓았다. 단어를 고르는 시간이 다시 길어졌다.
"부분 진술로 접수합니다. 단, 모든 항목에 검증 경로를 붙이십시오."
"6시 40분까지 한 시간 십오 분. 진술은 거기까지만 깁니다."

윤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항목 하나를 시작했다.
"항목 하나. 일곱 해 전 봄부터 가을까지, 저는 최경 선생의 실습생이었어요. 검증 경로 — 남천 장례조합의 실습 등록부. 제 이름이 있어요."
"접수."
"실습의 내용도 항목입니까."
"배경으로만요. 미래장 절차 — 이름 확인, 사인 선언, 결속. 결속 실습이 제일 많았어요. 포대 매듭을 하루 백 번씩 맸어요. 되감는 버릇은 그때 몸에 붙었고요."
"실습실의 다른 사람은."
"선생하고 저요. 기수를 섞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다만 — 실습실 문이 늘 닫혀 있진 않았어요. 조합 창고를 같이 썼으니까,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처리조 사람들요."

"처리조가 실습을 볼 수 있었다는 뜻입니까."
"매듭 백 번을 다 볼 수 있었다는 뜻이에요. 명단 둘째 줄에 그 사람들도 넣어야 해요."
"항목 둘. 그해 여름, 백조회 처리조가 실습실로 일을 가져왔어요. 무명 시신의 봉인. 포대 결속과 소금 처리. 저는 한 번 가담했어요. 검증 경로 — 그날 조합 창고의 출입 기록. 제 서명이 있어요."
"한 번이라는 횟수의 검증 경로는."
"없어요. 그건 제 말뿐이에요. 그래서 항목에 그렇게 적어요 — 횟수는 본인 진술 외 검증 불가."
이안은 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지우지도, 다듬지도 않았다.
"항목 셋. 그해 가을부터 흰 봉투가 왔어요. 세 번. 금액은 병원 수납 기준으로 석 달 치씩. 검증 경로 — 병원 납부 기록. 재온의 계정이에요."
"봉투의 발신은."

"몰라요. 문 아래로 왔어요. 안 받으면 됐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해요. 받았어요. 검증 경로 — 없어요. 받았다는 건 제 진술뿐이에요."
"용처는."
"재온의 약값. 전부요."
"항목 넷은."
윤서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여기까지는 사실의 층이었다. 다음은 죄의 층이었다.
"항목 넷. 저는 남천동 무명 소각이 계속되는 걸 알았어요. 처리조가 어떤 시신들을 다루는지, 그 시신들이 어디서 오는지 짐작할 만큼은 봤어요. 신고하지 않았어요. 실습이 끝나고도, 봉투가 끊기고도, 신고하지 않았어요."
"기간은."
"가담은 한 번. 봉투는 세 번. 묵인은 — 일곱 해요."

"항목 넷의 검증 경로를 제가 하나 보태겠습니다."
이안이 말했다.
"관리국 내부 대조 결과 — 이름이 빈 소각 승인이 여러 구역에서 같은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남천구 포함입니다. 당신의 묵인 기간과 그 반복 기간이 겹치는지는 아침에 원본 대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건 감찰관님이 저를 돕는 검증이 아니라 조이는 검증일 수도 있어요."
"둘 다입니다. 검증은 방향이 없습니다. 그래서 검증입니다."
대합실의 밤공기가 한 뼘 무거워졌다. 녹음 표시등은 켜진 채였다. 이안은 두 번, 멈출 수 있는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묵인의 이유를 묻습니다. 진술 거부 가능합니다."
"거부 안 해요. 무서웠어요. 신고하면 가담이 나오고, 가담이 나오면 봉투가 나오고, 봉투가 나오면 —"

문장이 거기서 멈춘 것은 말이 막혀서가 아니었다.
대합실 입구에 우산이 하나 서 있었다. 접히지 않은 채였다. 우산 끝에서 물이 듣고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바닥에 고인 물이 넓었다.
"재온아."
한재온은 우산을 접지 않고 말했다.
"장례소에 관리국 봉인이 붙었어. 새벽 두 시부터 전화했어. 역에 있다는 건 순찰 앱에 뜬 통제 공지 보고 알았고."
"…어디부터 들었어."
"항목 셋부터."
그는 천천히 우산을 접었다. 물이 한 번에 쏟아졌다.

"끝까지 해. 나 때문에 멈추는 거면, 하지 마."
윤서는 이안을 봤다. 이안은 녹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문장을 이어 받았다.
"봉투가 나오면, 재온의 치료가 어디서 왔는지가 나와요. 그게 무서웠어요. 이상이 항목 넷이에요. 검증 경로 — 묵인은 검증할 게 없어요. 하지 않은 일의 기록은 없으니까. 대신 반대 방향 검증은 돼요. 일곱 해 동안 제가 신고한 기록이 없다는 것."
"접수합니다."
재온이 방수판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누나를 보지 않고 이안을 봤다.
"진술 보충해도 됩니까. 저는 한재온. 진술인의 동생이고, 남천구청 기록 계약직입니다."
"관계인 진술로 접수 가능합니다."
"화가 나는 건 돈이 아니에요. 내 병의 값을 내가 모르는 데서 치르게 한 거예요. 그 결정에 나는 없었어요."
그 문장은 이안이 아니라 윤서에게 하는 말이었고, 윤서는 받아들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변명은 몫을 또 침범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건 제 몫의 기록이에요."
재온은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 비에 젖지 않게 두 겹으로 싸여 있었다. 안에는 표가 한 장 — 형광펜이 세 줄.
"입금일 세 번, 삭제일 세 번. 전부 같은 주간이에요. 이건 공개 기록과 제 납부 기록만으로 만든 표예요."
"이 표를 만든 기간은."
"열 달이요. 병원 대기실에서 시작했어요. 수납 영수증 정리하다가 — 제가 안 낸 돈이 나간 날짜들이 이상하게 고른 간격인 걸 봤어요. 석 달, 석 달, 석 달. 지원금은 그런 간격으로 안 와요. 지원금은 심사 때마다 늦어지거든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그건."
"고른 간격이 이상하다는 것에서 남천동까지는 어떻게 갔습니까."
"날짜를 공개 기록에 넣어 봤어요. 같은 주간에 뭐가 있었나. 세 번 다, 남천동 재난 기록의 갱신일이 있었어요. 갱신 내용은 명칭 삭제였고요."
"삭제일이라는 건."
"남천동 재난 기록 공개본에서 피해 명칭이 지워진 갱신일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 공개본과 스캔 대기 원본은 행 수가 하나 달라요. 원본에 한 행이 더 있어요. 어떤 행인지는 저도 못 봤어요. 제 열람 등급 밖이라서요."
이안의 손이 표 위에서 잠깐 멈췄다.
"이 표의 출처 — 직무상 취득입니까."
"공개 기록과 본인 납부 기록만 썼어요. 직무 자료는 행 수가 다르다는 사실의 인지까지고, 그건 제 눈이 센 거지 반출이 아니에요. 그 경계는 제가 알아서 지켰어요. 생계가 걸려 있어서요."
"관계인 진술 및 출처표, 조건부 접수. 원본 행의 확인은 관리국 열람 절차로 넘깁니다."
윤서는 재온의 표와 제 진술이 한 묶음이 되는 것을 봤다. 고백은 말이었고, 표는 뼈였다. 뼈가 생기자 말이 섰다.

이안은 진술 묶음과 하부 계측 — 열한 초 유입, 두 지점 감쇠 — 을 하나의 상신으로 만들었다.
"무진선 7번 승강장, 06:40 전 통제 및 하부 정밀 점검 요청. 근거 — 물리 계측, 물증(역매듭·소금), 진술 및 검증 경로."
상신을 보내고 기다리는 사 분 동안, 대합실에는 세 사람의 침묵이 세 가지 온도로 놓여 있었다. 이안은 진술 묶음을 두 번 재검토했고, 재온은 출처표의 사본을 제 폰으로 찍어 두었고 — 사본을 만드는 손이 누나와 닮아 있었다 — 윤서는 증거 주머니 속 동패를 봤다.
첫 홈은 검은 채 가늘게 뛰고 있었다. 두 번째 홈의 물빛은 진술 전과 같았다. 고백은 홈의 색을 바꾸지 못했다. 의무는 말로 갚아지는 종류가 아니었다.
회신은 05시 42분에 왔다. 오도영의 이름으로였다. 이안은 이번에는 화면을 윤서 쪽으로 돌렸다.
`통제 불허. 운행 정지 요건 미충족. 하부 육안 점검 1회 조건부 승인 — 점검자 2인 이내, 06:20까지 복귀, 시설 접촉 금지.`
"통제는 안 됐어요."
"점검은 됐습니다. 05시 45분입니다. 06:40까지 55분."
윤서는 진술대 위의 매듭 증거 봉투를 봤다. 그리고 방금 한 제 진술의 항목들을 셌다. 소금 처리. 포대 결속. 결속 지점의 뒤처리.

"감찰관님. 항목 둘 보충할게요. 처리조의 봉인 표준이요. 소금은 배송로를 따라 선으로, 결속은 역매듭으로, 매듭 자리는 소금을 닦아서 마무리 — 그게 그때 교본이었어요."
이안은 오늘 새벽의 기록을 소리 내어 대조했다.
"소금선. 역매듭. 결속 지점의 선택적 청소 흔적."
"네. 오늘 그 터널의 손은, 일곱 해 전 교본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하나 물어볼게요."
재온이 처음으로 누나를 정면으로 봤다.
"칠 년 동안, 말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어."
"세 번. 네가 퇴원한 날. 네가 구청에 붙은 날. 그리고 지난겨울, 네가 남천동 기록 얘기를 처음 꺼낸 날."
"세 번 다 왜 안 했어."

"처음엔 네가 다시 아플까 봐. 두 번째엔 네 직장이 그 기록 옆이라서. 세 번째엔 —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서웠어. 확인하는 게."
"알고 있었어. 반쯤은. 입금일 표는 그 겨울에 만들기 시작했어."
"…그랬구나."
"응. 그러니까 누나가 지킨 건 칠 년이 아니야. 칠 년 중에 마지막 일 년은, 우리 둘 다 알면서 서로한테 말 안 한 거야. 그건 보호도 아니고 배제도 아니고 그냥 — 겁이지."
그 문장에는 반박할 것이 없었고, 윤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재온이 보온병 — 윤서가 진술 내내 열지 않은 — 을 말없이 가져가 제 컵에 반을 따랐다. 남은 반을 누나 앞에 밀어 놓고, 그는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두 가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새벽이 가르치고 있었다.
"하부 점검, 누가 들어갑니까."
"저와 한윤서 씨. 점검자 2인."
"그럼 저는 여기서 명단을 봅니다. 최경 실습 계보 — 그 셋, 공개 기록에서 추릴 수 있는 데까지 추려 볼게요. 기록은 제가 빠릅니다."

점검 준비는 오 분이었다. 이안은 조건 세 개를 소리 내어 확정했다 — 2인, 06:20 복귀, 시설 접촉 금지. 윤서는 왕진 가방에서 장례 도구를 빼고 손전등과 기록구만 남겼다. 시설 접촉 금지의 조건 아래에서 장례 칼은 오해의 씨앗일 뿐이었다.
"복귀 06:20. 06:40까지 20분의 여유. 대상 특정이 그 안에 서야 구조가 됩니다."
"첫 시신의 결과 감각을 다시 정리할게요. 문 아래, 노란 장화, 아이. 물이 차오르는 소리. 그게 미래의 06:40이에요."
"그 기억의 신뢰도는."
"모르겠어요. 그게 문제예요. 우리가 새벽 내내 현재를 바꿨잖아요. 통로를 열었고, 매듭을 회수했고, 점검이 잡혔고. 미래는 그대로일 이유가 없어요."
"기억과 현재가 어긋나면 어느 쪽을 믿습니까."
"현재요. 무조건 현재. 기억은 단서지 지도가 아니에요 — 그 규칙은 방향 오독 때 이미 배웠어요."
05시 45분. 반쪽의 문이 열렸고,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갔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윤서는 한 번 돌아봤다. 재온은 대합실 의자에서 벌써 폰과 수첩을 펴고 있었다. 기록을 대조하는 옆얼굴이 병상의 얼굴보다 나이 들어 보였고, 건강해 보였다. 칠 년 동안 그녀가 지키려던 것은 저 옆얼굴이 아니라 병상의 얼굴이었다는 것을 — 지키는 동안 동생이 자라 버렸다는 것을, 그녀는 계단의 첫 칸에서 알았다.
노란 장화의 아이 — 첫 시신의 결과 감각 속에서 문 아래에 서 있던 그 아이가, 55분 뒤의 하부에 아직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