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가 되자 현관의 봉인 스티커 위로 차가운 손전등 불빛이 먼저 내려앉았다. 이어서 금속성 발굽 소리 같은 구두 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가까워졌고, 문밖에는 회수팀의 검은 장갑이 한 겹씩 겹쳐졌다. 도하는 해온을 점토 둥지 옆에 내려놓은 채 문을 등지고 섰다. 아이는 아직 깊게 잠들지 못한 얼굴이었다. 입가에 열이 살짝 맺혀 있었고, 손가락은 도하의 셔츠 자락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관리국 선임 조사관이 문서를 들어 보였다. `S-멸망급 자산 04 인도 명령`, `오후 6시 회수`, `불이행 시 주거지 통째 격리`. 아주 얇은 종이였지만, 그 얇음 때문에 더 쉽게 찢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강도하 씨,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사관이 말했다. "자산을 인도하면 주거지 격리는 유예됩니다. 비협조 시 즉시 집행합니다."
도하는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인도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아직 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혼자 안 됩니다."
그는 현관을 살짝 열어 복도 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여사님, 김씨 아저씨. 들으시는 분들, 잠깐만 나와 주세요. 제가 도와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복도 끝 집들에서 문이 아주 조금씩 열렸다. 박 여사가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친 채 가장 먼저 나왔고, 김씨는 오래된 담요 뭉치를 안고 왔다. 몇몇 이웃이 뒤를 따랐다. 모두 겁먹은 눈이었지만, 누구도 돌아서지 않았다. 도하는 그 얼굴들을 하나씩 보며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평생 남의 뒤를 지키는 쪽으로만 서 봤지, 이렇게 앞에서 도움을 청한 적이 없었다.
"아이를 빼앗으려면 집째로 가져가야 할 겁니다." 도하가 말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여기서 같이 버텨 주십시오. 아이가 익숙한 소리로 둘러싸여 있어야 합니다. 손을 억지로 잡으면 깹니다. 이름을 불러 줘야 합니다."
박 여사가 미음을 데우던 냄비를 들고 들어오며 낮게 말했다. "그럼 이름부터 다시 불러야겠네. 해온아, 괜찮다. 여기 사람들 있다."
김씨는 모래주머니를 문턱에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앞만 막으면 되지. 사람 숨 쉬는 집은 쉽게 안 무너져."
도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가 해온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바깥의 낯선 발소리와 문서 소리, 낯선 냄새가 열을 건드리고 있었다. 도하는 손바닥을 천천히 펴서 아이 앞에 내밀었다. "여기. 도하 손." 그는 아주 낮게, 거의 숨처럼 말했다. "싫으면 안 잡아도 돼. 그래도 괜찮아."
해온은 잠결에 얼굴을 찡그리다 말고, 손끝을 더듬어 도하의 손가락 두 개를 잡았다. 그 순간, 벽 속 열원의 맥박이 살짝 흔들렸다. 조사관의 스캐너가 짧은 경고음을 냈다. 수치가 치솟을 줄 알았던 열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었다. 해온은 도하의 손을 잡은 채 이마를 그의 손바닥에 살짝 붙였다. 선택이 완전히 없는 자산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조사관의 시선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도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퇴역 헌터 인식칩과 오래된 현장 승인패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정식 인도 심사 대신 현장 적합 재평가를 요청합니다. 아이가 아니라 보호 환경이 먼저입니다. 제가 책임 주체입니다. 이 집 전체를 보호 거처로 등록해 주세요."
"보호자 각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사관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도하는 대답했다. "그래서 요청하는 겁니다. 저는 지금부터 도망치지 않습니다. 아이를 안전하게 재우는 데 필요한 규칙이라면 다 따르겠습니다. 대신 데려가지는 마십시오."
그는 평평한 숨으로 해온의 등을 한 번, 두 번 토닥였다. 셋째 박자에서 아이의 어깨가 풀렸다. 넷째 박자에서 꼬리처럼 말려 있던 몸이 천천히 펼쳐졌다. 박 여사가 방 안의 조명을 낮추고 젖은 천을 점토 둥지 가장자리에 얹었다. 김씨는 창틀의 바람길을 막았고, 다른 이웃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숨소리를 맞췄다. 거실은 순식간에 현장이 아니라 둥지가 되었다. 열은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사람 손이 덮어 준 온기로 바뀌었다.
조사관은 스캐너를 내리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화면에는 자산 코드가 아니라 안정 반응과 선택 신호가 반복해서 찍혔다. 그는 현관 쪽 붉은 봉인을 바라보다가 결국 짧게 숨을 내쉬었다. "분리 명령은 현장 상황상 집행 불가로 보류합니다." 그가 말했다. "대상은 자산 04에서 비자산성 보호대상으로 전환. 임시 보호자 강도하, 가정 위탁 후보로 등록. 단, 상시 점검과 사후 재심은 남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박 여사가 냄비 뚜껑을 내려놓았고, 김씨는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도하는 그제야 자기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손바닥은 화상 자국 때문에 여전히 저려 있었고, 인식칩에 남은 기록은 아직 뜨거웠다. 퇴역한 몸이 다시 현장에 묶이는 대가였다. 그러나 그는 그 통증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 통증은 오늘 아이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한 결과였고, 처음으로 집을 집으로 남긴 흔적이었다.
해온은 끝내 깨지 않았다. 도하의 손가락을 쥔 채로, 점토 둥지와 벽 쪽 온기 사이를 한 번 더 확인하더니 아주 조용히 숨을 골랐다. 이웃들이 만들어 준 낮은 울타리 안에서 아이의 숨은 고르게 이어졌다. 폭주 대신 잠, 경계 대신 신뢰가 방 안에 내려앉았다. 도하는 그 숨을 듣고서야 어깨를 완전히 내렸다. 집 안에는 미음 냄새와 젖은 천 냄새, 그리고 갓 데운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관리국의 종이 냄새보다 훨씬 더 사람 사는 냄새였다.
선임 조사관은 현관의 봉인 스티커를 직접 떼어 내고, 대신 노란색 보호 표식을 붙였다. "오늘부터 이 집은 보호 거처로 기록됩니다." 그는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다음 정식 점검은 90일 뒤입니다. 그때까지는 아이를 자산으로 부르지 않겠습니다."
문이 닫힌 뒤에도 누구도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박 여사는 미음을 조금씩 나누었고, 김씨는 담요를 반으로 접어 도하의 어깨에 걸어 주었다. 도하는 그제야 소파 끝에 걸터앉아 해온의 이마를 한 번 더 만졌다. 아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이번에는 진짜로 잠들어 있었다. 집은 더 이상 숨겨진 대피처가 아니었다. 이름을 지키기로 한 사람들이 함께 만든 방이었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문틈 아래로 얇은 봉투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도하는 내용을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90일 뒤 재점검 통지서였다. 그는 봉투를 접어 테이블 한쪽에 올려두었다. 아직 남은 일은 있었지만, 오늘 밤의 몫은 이미 끝났다. 도하는 다시 해온 옆에 앉아 조용히 등을 받쳤다. 아이는 잠결에 그의 손가락을 한 번 더 잡았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러나 힘주지 않은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