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30분까지 벽체 절개 준비. 그 말이 떨어지자 집 안의 공기가 한 번에 얇아졌다. 도하는 잠든 해온을 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고, 벽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도배지 아래에서 열이 살아 움직인다면, 무작정 뜯어내는 순간 집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그는 선임 조사관에게 한 발 다가섰다. "제가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 손으로는 안 됩니다." 선임 조사관이 눈썹을 움직였다. "현장 지휘권은 저희에게 있습니다." "지휘는 해도 됩니다. 하지만 절개는 제가 압니다. 이 벽은 얇은 데가 아닙니다. 오래된 배관이랑 난방선이 같이 묶여 있어요. 한 번 잘못 치면 열원이 퍼집니다." 도하는 고개를 돌려 박 여사와 김씨를 보았다. "물, 젖은 천, 점토 좀 더 주세요. 아이 깰 때 바로 눌러줄 수 있게." 박 여사는 망설이지 않았다. 부엌에서 식혀 두었던 물그릇을 들고 와 바닥에 놓았고, 김씨는 장롱 아래에 있던 흙과 모래 자루를 끌어냈다. 이웃 몇이 더 들어오자, 좁은 거실이 조용한 작업장처럼 변했다.
도하는 옛날 현장용 장갑을 끼고 벽을 짚었다. 뜨겁다기보다 깊었다. 손끝에 닿는 열이 바깥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계속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그는 가볍게 두드리며 소리를 들었다. 텅 빈 소리와 단단한 소리 사이, 한 번씩 둔탁하게 맥박치는 울림이 있었다. "여기입니다." 그는 선임 조사관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표준 절개보다 한 뼘 아래. 위쪽을 치면 배관이 터집니다." 조사관이 곁눈질로 스캐너를 확인했다. 수치가 미묘하게 뛰고 있었다. "손대다가 폭주하면 책임은 누가 집니까." "제가 집니다." 도하의 대답은 짧았다. "원래부터 그럴 생각으로 남았고, 이미 이름까지 내줬습니다." 잠들어 있던 해온이 그 목소리를 듣고 아주 작게 움찔했다. 도하는 바로 어깨를 낮췄다. "괜찮아. 아저씨가 천천히 할게."
공구가 벽을 물었을 때 첫 번째 충격은 무겁지 않았다. 도하가 일부러 힘을 빼고 얕게 긁어내자, 안쪽에서 마른 진흙 냄새와 함께 따뜻한 금속 냄새가 새어 나왔다. 박 여사가 숨을 삼켰다. "불은 아니네." 김씨가 나지막이 말했다. 도하는 벽지를 한 겹 더 벗겼다. 그 아래에는 검게 그을린 배관이 아니라, 동판을 여러 겹 감아 만든 둥근 캡슐이 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금속 덩어리였다. 표면에는 오래된 문자와 숫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관리국 스캐너가 바로 반응했다. 경고음은 날카롭지 않았지만, 방 안에 오래 머물기 싫은 소리였다. 선임 조사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건 단순 잔열이 아닙니다." 도하는 캡슐을 바로 만지지 않았다. 대신 주위를 손바닥으로 감싸 온도를 읽었다. 따뜻했다. 너무 뜨겁지도, 식지도 않은, 잠든 몸이 지키는 체온 같았다. "난방 보조핵이군요." 그가 말했다. "옛 건물 대피망에 붙이던 것과 같습니다. 비상 시 복도와 계단을 데우는 용도였어요." "왜 벽 속에 숨겨져 있죠." "안 숨겼으면 누가 떼어 갔겠죠." 도하가 말끝을 굳혔다. "이런 건 늘 먼저 손이 닿는 쪽이 가져갑니다."
해온이 그제야 눈을 떴다. 처음엔 불안한 빛이었지만, 벽 속에서 새어 나오는 온기가 아이의 뺨에 닿자 눈동자가 천천히 풀렸다. 아이는 손을 들어 자기 쪽이 아니라 도하 쪽을 먼저 찾았다. 도하는 바로 손바닥을 펼쳤다. "여기." 해온은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 펴더니, 그 작은 손으로 도하의 엄지 위를 가볍게 눌렀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캡슐의 진동이 잦아들었다. 스캐너 수치도 한 번 내려갔다. 젊은 요원이 낮게 말했다. "진정 반응이 있습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버티는 게 아니라, 맞춰야 합니다. 억지로 끄면 안 됩니다." 그는 박 여사에게 시선을 보냈다. "점토 더 주세요. 캡슐 둘레를 감싸서 열이 퍼지는 속도를 늦추겠습니다." 박 여사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열이 새지 않게?" "네. 아이가 스스로 멀어질 수 있을 정도만 남기면 됩니다." 김씨도 움직였다. 그는 젖은 천을 동판 주위에 둘러 붙이고, 틈마다 모래를 눌러 넣었다. 누군가 벽 속 불씨를 잡아내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그 불씨가 집을 덥힐 수 있게 길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작업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도하는 한 손으로 캡슐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점토를 밀어 넣었다. 동판 모서리가 장갑을 비집고 들어와 화상 자국 위를 스쳤다. 예전 상처가 다시 벌어지며 따끔한 피가 맺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절개한 벽은 더 이상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더 아팠다. 임대 계약서에 남은 한 줄, 배상 책임, 수리비, 그리고 숨길 공간 하나. 도하가 벽 안쪽을 넓히는 동안, 사실은 집 안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자기만의 은신처도 함께 허물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해온이 잠들 수 있는 집을 만들려면, 어둡고 좁은 숨은 방 하나쯤은 대가로 치러야 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캡슐은 점토와 천에 둘러싸여 낮은 난로처럼 숨을 쉬기 시작했다. 열은 더 이상 거칠게 뛰지 않았다. 거실 바닥이 천천히 따뜻해지고, 벽지에 맺히던 물기가 말라 갔다. 해온은 도하의 무릎을 스스로 밀치고 바닥에 놓인 점토 둥지 가장자리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는 처음 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쪽을 확인했다. 도하는 아이의 귀 옆에 손을 대지 않고, 손등만 보여줬다. "이제 뜨겁지 않다. 원하는 쪽으로 가." 해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점토 둥지와 벽 쪽을 번갈아 보더니, 벽 쪽의 온기를 택했다. 그는 그 위에 등을 대고, 두 손을 배 위에 올린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숨은 울음이 아니었다. 완전히 믿기 직전의 안도였다. 박 여사가 그 모습을 보고 아주 작게 웃었다. "이제야 애가 애답네." 김씨도 낮게 대꾸했다. "오늘은 진짜 자겠어." 도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목이 잠겼다.
잠시 뒤 선임 조사관이 캡슐 측면의 각인을 다시 읽었다. 그는 기록판을 들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지만 더 딱딱한 목소리로 통신기를 켰다. "상부 연결해 주십시오. 식별번호 확인됐습니다." 화면이 켜지자 오래된 등록문서의 일부가 올라왔다. 폐쇄된 재난대피망, 실내 열원 유지장치, 그리고 그 옆에 붙은 부속 항목 번호가 있었다. 숫자 끝이 해온의 등록 번호와 같았다. 선임 조사관의 시선이 도하에게 다시 향했다. "강도하 씨. 이 열원은 건물 난방용이 아닙니다. 기록상 보호 대상과 동조되는 부속 핵입니다. 즉시 분리하지 않으면 보존 자산으로 넘어갑니다." 도하가 숨을 들이켰다. "분리하면 이 방의 온도는 떨어집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안 됩니다." 도하가 해온 쪽을 돌아보았다. 아이는 이미 졸음에 잠겨 있었다. 작은 손가락 하나가 아직도 도하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도하는 그 손을 살짝 덮었다. "오늘은 못 줍니다. 아이가 여기서 자야 합니다." 선임 조사관은 냉정한 얼굴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 선택의 비용은 오후 6시까지 결정됩니다. 그 이후에는 회수팀이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