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까지 남은 시간은 열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적었다. 현관 봉인 스티커는 복도 불빛을 받아 붉은 눈처럼 깜빡였고, 그 아래로 계단을 밟는 발소리가 차례로 올라왔다. 도하는 문 앞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숨는 쪽이 편했다. 오늘은 그 편안함을 버려야 했다. 문을 열기 직전, 그는 뒤돌아 해온이 자는 방을 한 번 더 보았다. 점토 둥지 가장자리에 박 여사가 얹어 둔 작은 헝겊 인형이 보였다. 해온이 고를 수 있게 두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 선택 하나가 이 집을 살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회색 정복 셋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가운데 선임 조사관은 봉인 스티커를 손끝으로 짚고 기록판을 들었다. 눈빛은 냉정했지만 적의는 없었다. 절차만 있었다. "강도하 씨, 자진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대상 확인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익숙한 번호를 불렀다. "S-멸망급 자산 04." 도하의 어금니가 단단해졌다. 그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그 이름은 쓰지 마십시오. 이 집에서 자는 아이의 이름은 해온입니다." 선임 조사관은 말없이 기록판을 내려다봤다. 도하는 한숨을 삼키고, 자신의 옛 헌터 신분증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낡았지만 진짜였다. 칼집 자국과 오래된 화상 자국 사이로 그의 손이 잠깐 떨렸다. "내가 이 신분으로 현장을 정리하던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불길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려고 남았습니다. 그러니 상대를 물건처럼 보지 마십시오. 먼저 제 말을 들으십시오."
점검팀은 그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열감 탐지기를 천천히 켰다. 얇은 빛이 현관과 거실을 훑고 지나가자, 기계음이 아주 낮게 울렸다. 해온이 잠든 방 앞에서 수치가 올라가자 젊은 요원이 한 걸음 물러섰다. "선임님, 반응이 있습니다." 그 말에 도하가 먼저 움직였다. "기다려." 그는 손바닥을 들어 막고, 미지근한 물이 담긴 그릇을 박 여사에게 받아 들었다. 박 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겠느냐고. 도하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방 안에서는 해온이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 아이는 낯선 정복 색을 맡는 순간 목덜미를 움찔 떨더니,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 작은 폐가 흔들리자 방안 공기가 얇게 달아올랐다. 도하는 침대 옆으로 무릎을 꿇었다. "해온아. 괜찮아. 아저씨가 여기 있어." 아이의 눈이 반쯤 떠졌다. 동그란 홍채 안쪽에서 미세한 불씨가 돌았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깨어나려다 겁먹은 빛이었다. 해온은 누군가가 자기를 자산으로 부르는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이 먼저 몸을 세웠다. 입술이 떨리고, 재채기 같은 숨이 올라왔다.
선임 조사관이 즉시 차단 결계를 준비했지만, 도하는 그보다 빨랐다. 그는 해온 앞에 손을 내밀어 자기 손목을 먼저 내주었다. 불길을 막는 자세가 아니라, 받아서 낮추는 자세였다. 작은 열기가 손목을 타고 스쳤다. 피부가 따끔하고 숨이 한 번 끊겼지만,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지금은 제가 막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 아이는 무기처럼 다루면 안 됩니다. 깰 때도, 잠들 때도, 선택이 있어야 합니다." 해온은 도하의 손을 보고, 그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아주 작고 뜨거운 손이었다. 그 순간 열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선임 조사관의 눈이 아주 조금 넓어졌다. 그는 기록판 위의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상승하던 수치가 내려가고 있었다.
도하는 박 여사와 김씨를 돌아보았다. "준비해 둔 대로 하겠습니다."
박 여사는 바로 움직였다. 그녀는 부엌에서 미리 식혀 둔 보리차를 들고 와 바닥에 놓고, 젖은 천을 문틀 아래 깔았다. 김씨는 창문을 반쯤 열어 바람길을 바꾸고, 오래된 선풍기의 각도를 조절했다. 다른 이웃 둘도 조용히 들어와 점토 둥지의 가장자리를 다시 다졌다. 이들은 해온을 달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남겨 두려는 듯 움직였다. 누군가 억지로 끌어안거나 들지 않자, 해온의 어깨가 풀렸다. 아이는 도하의 손가락을 꼭 잡은 채, 작게 하품을 했다. 그것은 불길의 징후가 아니라 졸음의 징후였다.
선임 조사관은 그 모습을 오래 보았다. 그는 절차를 우선하는 얼굴이었지만, 절차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도 아는 얼굴이었다. 한참 뒤 그는 기록판의 문구를 고쳤다. 자산 04 아래에, 해온이라고 적었다.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일시 보호 적합." 그가 말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현장 전체의 열원 확인이 끝날 때까지 출입 제한을 유지합니다. 보호자 동의 하에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도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를 얻기 위해 그는 이름을 내놓았고, 재산을 담보로 기록에 올랐고, 이웃들까지 위험 목록에 묶었다. 그래도 아이가 자산이 아니라 이름으로 적힌 것만으로도, 그 비용은 지금 당장 견딜 만했다.
그때였다. 스캐너가 갑자기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방 안이 아니라 거실 벽 안쪽이었다. 얇은 벽지 뒤, 오래된 배관과 배선이 얽힌 곳에서 미세한 열원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해온의 몸에서 나온 불꽃과 결이 달랐다. 더 깊고, 더 오래된 열이었다. 젊은 요원이 스캐너를 들고 벽에 가까이 가자 수치가 두 번 튀었다. 선임 조사관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 "이건 아이 반응이 아닙니다. 건물 내부 잔열입니다." 그는 기록판을 다시 열어 짧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12시 30분까지 내부 수색 준비. 3층으로 올라가는 벽체 절개 허가 요청. 전원 대기." 도하는 잠든 해온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벽을 올려다보았다. 이 집은 아직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숨은 불씨는, 이제 누군가를 데려가려는 손보다 먼저 찾아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