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조사관이 현관 앞에서 마지막 서류를 펼쳤다. 오후 6시까지 분리되지 않으면 회수팀이 들어온다는 문구가 아주 얇은 종이 위에 적혀 있었지만, 그 얇음 때문에 더 쉽게 찢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도하는 잠든 해온을 품에 안은 채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벽 속의 난로는 점토와 천으로 감싸여 있었고, 그 주변에는 이웃들이 덧댄 젖은 천과 모래주머니가 겹겹이 둘러져 있었다. 그래도 안쪽에서는 아직도 낮고 느린 숨이 새어 나왔다. 해온은 그 숨에 맞춰 아주 천천히 눈썹을 풀고 있었다. 도하는 그 모습을 보며 알았다. 지금 아이를 밖으로 떼어내는 선택은 단순히 몸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믿기 시작한 순서, 손을 잡아도 괜찮다는 감각, 이 집이 자신의 편일 수 있다는 희미한 확신까지 함께 끊어내는 일이었다. 그는 서류를 선임 조사관 쪽으로 밀어냈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집을 떼어내지 않겠습니다. 아이도, 열원도, 오늘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사관의 눈썹이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만 움직였다. 강도하 씨, 지금은 감정이 아니라 안전 절차를 따를 시간입니다. 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안전 절차를 따르려면, 먼저 이 집이 무너질 위험부터 막아야 합니다. 아이를 벽에서 떼어내면 열원이 다시 뛰고, 열원이 뛰면 해온이 깹니다. 깨어난 해온이 불안해지면, 이 집은 지금보다 더 위험해집니다. 그는 한 발 더 다가가 낮게 말했다. 대신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서류를 다시 써 주세요. 대상이 아니라 보호자로. 거절할 거면 적어도 이름은 적어 두고 가십시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박 여사가 냄비를 내려놓는 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김씨도 눈을 굴리며 모래자루를 다시 묶었다. 조사관은 냉정한 얼굴로 시간을 확인했다. 책임을 진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후 6시입니다. 그 뒤에는 회수팀이 들어옵니다. 도하는 그 말을 듣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 그전까지는 제 집입니다. 제가 아이를 깨우지 않게 해 보겠습니다. 도하는 이웃들을 돌아보았다. 물 한 그릇 더 주세요. 젖은 천도 하나, 이불도 하나. 아이가 깰 때 손을 뻗어도 부딪히지 않게, 벽 쪽과 바닥 쪽 사이를 조금 더 벌려야 합니다. 박 여사는 망설이지 않았다. 부엌에서 미음 냄비를 다시 끓이기 시작했고, 김씨는 장롱 아래에서 오래된 모래자루를 꺼냈다. 다른 이웃 몇 명도 조용히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좁은 거실은 순식간에 현장 같은 질서로 바뀌었다. 도하는 옛날 현장용 장갑을 다시 끼고 벽과 해온 사이를 살폈다. 열은 뜨겁다기보다 깊었다. 손끝에 닿는 감각이 바깥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계속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그는 벽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이 밑에 공간을 하나 더 만듭시다. 완전히 분리하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거리만 남깁니다. 조사관이 스캐너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선택할 수 있는 거리요? 아이가 벽을 싫어하면 바깥쪽으로, 벽이 편하면 안쪽으로. 둘 다 편하지 않으면 제 손을 잡게 하면 됩니다. 도하는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어디에 묶는 순간, 다시 폭주합니다. 선택지를 주면 덜 흔들립니다. 이건 헌터식이 아니라 돌봄식입니다. 말은 끝났지만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박 여사가 가져온 점토를 도하가 벽 쪽 바닥에 얇게 깔고, 김씨가 젖은 천을 그 위에 눌러 붙였다. 그 위로 이불을 반 접어 올려 완충 공간을 만들자, 거실은 더 이상 텅 빈 대피실 같지 않았다. 해온이 그 와중에 짧게 눈을 떴다. 처음엔 낯선 사람들의 움직임 때문에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곧 도하의 손을 먼저 찾았다. 도하는 즉시 손바닥을 펼쳤다. 여기. 해온은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 펴더니, 그 작은 손으로 도하의 손가락 두 개를 꼭 잡았다. 그러고는 벽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벽 속의 열원도 그때 아주 작게 맥박쳤다. 스캐너 수치가 눈에 띄게 내려갔다. 젊은 요원이 낮게 말했다. 진정 반응이 있습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억지로 끄면 안 됩니다. 맞춰야 합니다. 그는 해온을 안아 들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두었다. 대신 자신의 무릎을 접어 아이의 옆에 낮게 붙였다. 손이 닿는 거리만 남기고, 몸은 아이가 고를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 해온은 도하의 손과 벽 쪽 온기를 번갈아 확인했다. 그리고 마치 오래 고민한 끝에 답을 고르듯 두 곳을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먼저 도하의 손가락 위에 이마를 기댔고, 이어서 벽 쪽의 따뜻한 기류를 등에 받쳤다. 그러자 열원이 더 이상 거칠게 튀지 않았다. 둔탁하게 뛰던 맥박이 서서히 낮아져, 방 안에 깔린 온기가 일정한 숨결로 바뀌었다. 그 순간 도하의 오래된 화상 자국이 뜨겁게 당겼다. 퇴역한 헌터 인식칩을 터미널에 대는 과정에서 옛 책임 기록이 다시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임시 보호자 각서를 읽어 내려가던 종이 끝이 그의 손끝에 닿는 순간, 시스템은 그를 더 이상 구경꾼으로 두지 않았다. 책임 주체, 위험물 수령자, 감시 대상. 단어들이 하나씩 그의 이름에 붙었다. 손바닥이 저릿하게 타올랐지만 도하는 이를 악물고 서명을 끝냈다. 이건 서류상 수령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위해 무엇을 감당할지 적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사관이 그를 보며 말했다. 이건 임시 보호자 각서가 아니라 위험물 수령 책임서입니다. 도하는 서명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같은 말입니다. 오늘 이 집에선 둘 다 안 뺏깁니다. 조사관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기록판을 돌려 적었다. 자산 04. 그러다 한 번 멈춘 뒤, 아주 짧은 호흡으로 아래 칸에 해온이라고 썼다. 그 한 줄이 들어가자 거실의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박 여사가 미음을 식히며 중얼거렸다. 이제 이름이 있네. 김씨도 모래자루를 매듭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 집이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졌다. 해온은 도하의 손가락을 다시 쥐고, 바닥에 깐 점토 둥지와 벽 쪽의 온기를 번갈아 확인한 뒤 아주 얌전히 눈을 감았다. 숨은 깊어졌고, 어깨는 내려앉았고, 꼬리처럼 말린 몸은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도하는 그 숨을 듣고서야 어깨를 조금 내릴 수 있었다. 방 안에 미음 냄새와 젖은 천 냄새, 그리고 갓 데운 흙 냄새가 섞여 떠돌았다. 그 냄새는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선임 조사관도 스캐너를 접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아이의 호흡을 지켜봤다. 그러다 그는 조용히 문서를 한 장 더 꺼냈다. 보호자 서명 확인서였다. 도하의 이름, 해온의 이름, 그리고 벽 속 열원의 관리 책임이 같은 종이 위에 놓였다. 도하는 그 종이를 받아 들며 속으로 짧게 한숨을 삼켰다.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서명은 늘 대가가 붙었다. 이번 대가는 분명했다. 이제부터 이 집은 숨길 곳이 아니라 지켜야 할 곳이 된다. 선임 조사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안내를 남겼다. 오후 6시까지 회수팀이 대기합니다. 불가피하면 주거지 통째 격리입니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해온이 자는 쪽을 보며 이불 가장자리를 한 번 더 눌러 주었다. 그때 프린터가 다시 차가운 금속음을 냈다.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고, 붉은 봉인 스티커 하나가 그 위에 함께 떨어졌다. `S-멸망급 자산 04 인도 명령`, `오후 6시 회수`, `불이행 시 주거지 통째 격리`, `내일 오전 9시 지부 출석`. 도하는 그 문구를 읽는 순간, 현관 손잡이 옆에 붙는 스티커의 차가운 면을 느낀 것처럼 손끝이 얼었다. 조사관은 문을 열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보호자 동의가 없으면 오늘 저녁에 둘 다 데려갑니다. 문이 닫히고도 한동안 집 안은 조용했다. 그러나 조용함은 평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해온이 잠든 숨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가 잠시 말을 멈춘 상태에 가까웠다. 도하는 붉은 봉인 스티커를 내려다보았다. 18:00이라는 숫자가 스티커 위에서 작게 빛났다. 내일 오전 9시라는 시간은 그보다 더 차갑게 종이 끝에 박혀 있었다. 그는 그 시간을 지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더 해온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 손은 따뜻했고, 아이는 잘 자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문밖의 봉인과 함께, 저녁이 오기 전에 결정을 끝내라는 명령도 이미 이 집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