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아직 식기도 전에 현관문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주먹이 아니라 금속 손잡이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도하는 문틈으로 보이는 회색 정복 두 벌과 함께, 어젯밤의 요원이 아닌 더 단단한 얼굴을 확인했다. 왼쪽 가슴엔 각성재난관리국 휘장이 박혀 있었고, 오른손엔 접이식 기록판이 들려 있었다.
"강도하 씨. 자진 인도 기한은 오늘 정오까지입니다. 대상은 미성년이 아니라 국가 지정 재난 자산입니다."
"여긴 집입니다."
"기록상으로는 임시 격리 대상 주거지입니다."
도하는 문을 완전히 열지 않았다. 열린 틈 사이로 차가운 복도 공기가 밀려 들어오자, 안쪽 거실에서 점토 냄새와 젖은 천 냄새가 함께 흔들렸다. 어젯밤 이웃 박 여사가 새벽까지 다듬은 둥지는 낮은 화분처럼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흙에 소금이 섞여 있었고, 뜨거운 재를 식힌 물이 가장자리에서 반짝였다.
"보여 주십시오."
도하는 문을 더 열었다. 요원 둘과 뒤따른 안전감식관 하나가 집 안을 훑었다. 감식관의 시선이 천장 구멍, 녹아내린 방패 자국, 벽에 그어진 검은 그슬림을 빠르게 짚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일반 화재가 아닙니다. 발화점이 영아 체온보다 높습니다. 기록에 남은 재채기 반응과 일치합니다."
"애가 아니라 인간처럼 불안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등록번호는 감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안쪽 방에서 작은 숨소리가 났다. 해온은 아직 눈을 제대로 뜨지 않았는지, 둥지 가장자리의 점토를 손바닥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난 작은 뿔 끝이 희미하게 달궈져 있었지만, 아직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 도하는 무릎을 굽혀 해온과 눈높이를 맞췄다.
"해온아. 저 사람들, 들어와도 될까?"
아이는 요원들의 장화를 보았다. 그러다 박 여사가 조심스럽게 밀어 놓은 우유 컵을 보고, 뒤이어 현관에 서 있던 김씨가 두 손을 비비며 고개를 숙이는 것도 보았다. 낯선 손들이 모두 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해온은 조금씩 배워 가는 중이었다.
"싫으면, 고개만 저어도 돼."
해온은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허락과 거절의 차이를 이제 막 익힌 표정이었다. 도하는 다시 일어섰다.
"들어오시죠. 대신 규칙이 있습니다. 먼저 목줄 같은 건 안 됩니다. 손대기 전에 묻고, 크게 소리 지르지 마십시오. 이 아이가 먼저 동의하면 그때만 접근하세요."
선두 요원이 짧게 웃었다.
"자산에 조건을 거시는 겁니까?"
"내 집입니다. 제 조건입니다."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감식관이 기록판을 열고 뭔가를 입력했다. 그는 도하의 얼굴과 해온의 손, 그리고 둥지의 점토 표면을 번갈아 보았다.
"임시 협조 요청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정오까지 자진 인도 의사 없으면 강제회수로 전환됩니다."
"인도 안 합니다."
도하가 즉답하자 박 여사가 작게 숨을 삼켰다. 김씨는 현관 옆에 서 있다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강씨, 그냥 버티는 건 안 됩니다. 애가 또 놀라면…"
"버티는 게 아닙니다."
도하는 기록판을 똑바로 보았다.
"조건을 바꾸자는 겁니다."
그가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금속 케이스를 꺼냈다. 은퇴할 때 반납하지 못하고 끝까지 붙들고 있던 헌터 신분칩, 그리고 안전구역 담보에 쓰려고 모아 둔 비상 현금 일부가 안에 있었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신분칩을 먼저 꺼냈다.
"이걸 임시 보호자 확인 자료로 넣으십시오. 전 감시 대상이 되더라도 좋습니다. 대신 아이에게 쇠사슬은 안 됩니다."
감식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본인에게 불리한 기록을 자청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아니요. 아이에게 불리한 기록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그 순간 방 안에서 뜨거운 공기가 짧게 튀었다. 해온이 무서움에 꼬리 끝을 세운 것이다. 벽에 붙어 있던 마른 천이 살짝 그을렸다. 요원 하나가 반사적으로 억제봉을 들었다.
"내려놓으십시오."
도하는 그 손보다 빨랐다. 그는 한쪽 팔로 해온을 가리며, 다른 손으로 창문을 젖혔다. 밤새 이웃들이 달아 둔 환기틀이 아직도 덜 마른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집의 공기를 읽었다. 불길이 오르기 전에 바람길을 먼저 열어야 했다. 뜨거운 열이 위로 빠져나가며 천장의 남은 그을음을 흔들었다. 동시에 도하는 해온 쪽으로 몸을 낮춰 손바닥을 보여 주었다.
"해온아. 괜찮아. 나 있어. 손잡을래?"
아이의 눈이 크게 떴다. 억제봉과 사람들의 장화를 번갈아 본 뒤, 도하의 손만 멈추지 않고 바라보았다. 아주 천천히, 해온은 둥지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바닥에 닿은 발끝에서 작은 열이 퍼졌지만, 터지지 않았다. 도하는 해온의 손을 잡았다. 아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였다. 살아 있는 것의 온도였다.
그 광경을 본 박 여사가 낮게 말했다.
"이런 애를 묶겠다고 왔어요?"
감식관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판을 한 번 더 넘겼다.
"임시 보호자 지정, 조건부. 대상의 자발적 접촉 확인. 비강제 감응 안정 상태 기록."
도하는 그 문장을 끝까지 듣고도 웃지 않았다.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신 해온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아이는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고, 그 숨 끝에 남은 열이 점토 둥지 위로 얇게 퍼졌다. 둥지의 표면이 굳었다. 박 여사가 가져온 젖은 천이 바깥을 덮고, 김씨가 남은 방염포를 아래에 받쳤다. 세 사람이 같은 속도로 손을 움직이자, 둥지는 단순한 흙더미가 아니라 잠자리처럼 형태를 갖추었다.
해온은 그 둥지 한가운데에 앉아 도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눈을 비볐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도하는 다음 폭발을 먼저 기다릴 뻔했다. 그러나 폭발은 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고개를 기울여 도하의 손등에 이마를 살짝 비볐다. 잠들기 직전의 버릇 같은 동작이었다.
"기록 남기겠습니다."
감식관이 봉인 스티커를 꺼냈다. 스티커에는 작은 주황색 불꽃과 함께 임시 격리 표기가 인쇄되어 있었다.
"오늘 정오, 현장 재점검. 대상 반응 안정성 보고. 불응 시 강제 회수팀 투입. 건물 전체에 추적 표식이 부착됩니다."
도하는 스티커를 보았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문에 붙는 건 종이가 아니라 시선이었다. 소문이 아니라 좌표였다. 이젠 이 집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의 발걸음이 기록될 것이다. 숨기던 집은 더 이상 숨는 집이 아니었다.
그래도 해온은 잠들었다. 도하의 손을 잡은 채, 폭주 없이.
"정오에 다시 오십시오."
도하가 말했다.
"그때는 저도 준비해서 기다리겠습니다."
요원들은 떠났다. 현관문이 닫히자 복도 바닥에 희미한 봉인선이 남았다. 그 선은 집을 자르는 칼자국처럼 얇고 정확했다. 박 여사는 도하 옆에 서서 조심스레 물었다.
"진짜 이길 수 있어요?"
도하는 잠든 해온을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손가락이 아직도 자신의 검지에 걸려 있었다. 그는 그 손을 빼지 않았다.
"이기는 게 아니에요. 오늘은 뺏기지 않는 겁니다."
박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김씨는 창틀을 한 번 더 점검했다. 해온은 점토 둥지 안에서 아주 가볍게 숨을 골랐다. 이웃들은 그 숨이 끊기지 않도록 방 하나를 더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하가 문고리를 다시 잡으려는 순간, 현관 바깥에서 봉인 스티커가 한 번 더 붉게 점등했다. 누군가 원격으로 다시 대상을 확인한 것이다. 기록판 음성이 복도에 메아리쳤다.
"S-멸망급 자산 04, 정오 이전 자발 인도 미이행. 재난등급 상향 예고."
도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문 바깥에 또 다른 발소리가 모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