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라진 천장
아기 용이 처음 재채기했을 때 강도하의 천장이 사라졌다.
불기둥은 석고판을 둥글게 뚫고 위층 베란다 바닥까지 그을렸다. 화재 감지기가 비명을 질렀고, 잘린 수도관에서 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도하는 본능적으로 방패를 펼쳤다. 은퇴한 지 이 년이 지났어도 몸은 게이트 안에서 배운 순서대로 움직였다. 왼팔로 불길을 막고 오른손으로 위협의 목을 잡는다.
그 오른손이 해온의 목덜미 앞에서 멈췄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방염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 양옆에 손가락만 한 뿔이 났고, 놀라면 드러나는 금빛 비늘이 볼까지 번졌다. 해온은 재채기 뒤 숨을 참는 버릇이 있었다.
"괜찮아. 숨 쉬어."
해온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꼬리 끝이 이불 아래에서 파랗게 식었다.
도하는 벽 온도계를 보았다. 14도. 보일러가 또 멈췄다. 해온은 추우면 불을 뿜었다. 정확히는 추위를 무서워하면 몸 안의 열을 한꺼번에 밖으로 밀어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강도하 씨! 불났어요?"
502호 배정숙의 목소리였다. 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방 안의 흔적을 훑었다. 떨어진 비늘, 녹은 우유병, 천장의 구멍. 숨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해온이 두 번째 재채기를 준비했다. 작은 콧등이 찡그려지고 뿔 사이가 주황색으로 빛났다.
도하는 서랍에서 억제 목걸이를 꺼냈다. 게이트 생물의 마력 방출을 막는 헌터 장비였다. 목걸이를 채우면 불꽃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해온은 밤새 울고 다음 날까지 밥을 먹지 않았다.
"한 번만 하자. 불 끄고 바로 풀어 줄게."
해온은 말을 알아듣고 목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 행동이 거부라는 사실을 도하는 알았다.
현관 밖에서 금속 긁는 소리가 났다. 배정숙이 관리용 열쇠로 문을 열고 있었다.
도하는 목걸이를 내려놓았다.
"잠깐만요! 아이가 있습니다. 놀라게 하지 말고 들어오세요."
문밖이 조용해졌다.
"아이가 있다고요?"
"네. 조금 특이한 아이가."
### 2. 혼자 하려던 일
배정숙은 들어오자마자 용을 보고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천장 구멍과 보일러 조절기를 차례로 보았다.
"보일러 멈춘 게 먼저예요, 불난 게 먼저예요?"
"보일러요."
"그럼 애가 추워서 그런가 보네."
도하는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가 멈췄다. 지난 세 달 동안 자신은 해온의 불꽃 크기와 지속 시간만 기록했다. 불꽃 직전의 방 온도도 적었지만, 그것을 감정과 연결해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해온은 이불 틈으로 배정숙을 보았다. 꼬리 끝은 여전히 파랬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애가 오라고 하기 전엔 안 가요."
배정숙은 현관에 그대로 앉았다. 손바닥을 보여 주고, 아주 낮게 콧노래를 불렀다. 일정한 세 박자였다.
해온의 뿔빛이 조금 약해졌다.
"소리에 반응합니다."
"당연하죠. 지금까지 재울 때 뭐 했어요?"
"방을 어둡게 하고 나왔습니다. 혼자 자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해서."
"누가요?"
"게이트 생물 사육 지침서가."
배정숙이 도하를 보았다.
"그 책에 아기랑 괴물 구분은 돼 있어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복도에서 다른 이웃들이 모였다. 404호의 보일러 기사 박재문, 약대생인 503호 최지우. 도하는 문을 닫고 싶었지만 천장으로 연기가 계속 빠져나갔다. 소방 센서도 이미 신고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그 말을 입 밖에 내는 데 게이트 보스 앞에 서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재문 아저씨는 보일러를 봐 주세요. 지우 씨는 화상 연고 말고 유아용 해열 용품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정숙 아주머니는 그 노래를 계속 부탁드립니다. 저는 방염 둥지를 만들겠습니다."
박재문이 물었다.
"저 애가 사람을 공격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불꽃은 위험합니다. 원하면 지금 나가셔도 됩니다."
"위험을 먼저 말해 줬으니 됐어요. 보일러실 열쇠나 줘요."
지우는 해온과 눈높이를 맞추되 문턱을 넘지 않았다.
"내가 여기 앉아도 돼?"
해온은 꼬리를 한 번 움직였다. 도하는 그것이 허락인지 모른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자 지우가 물었다.
"싫으면 꼬리를 반대쪽으로 움직여 줘."
해온은 잠깐 생각하더니 꼬리를 지우 쪽으로 다시 움직였다.
아이는 대답할 방법이 있었다. 도하가 묻지 않았을 뿐이었다.
### 3. 방염 둥지
도하는 창고에서 은퇴할 때 가져온 용암거북 방패를 꺼냈다. S급 소재였지만 전투 뒤 금이 가 값이 없었다. 그는 방패를 망치로 쪼개 바닥 판으로 만들었다.
배정숙은 화분용 점토와 밀가루를 섞어 틈을 메웠다. 박재문은 보일러를 고친 뒤 온수가 갑자기 오르지 않도록 수동 밸브를 달았다. 지우는 해온의 체온을 비접촉계로 재고, 우유 온도를 조금씩 바꿔 아이가 원하는 지점을 찾았다.
도하는 한 사람씩 역할을 적었다.
"온도 22도 아래로 내려가면 먼저 노래. 뿔이 주황색이면 창문 열지 말고 방염막. 꼬리가 파래지면 접촉 전에 묻기."
"목걸이는요?"
지우가 바닥의 억제 목걸이를 가리켰다.
"불꽃이 나오기 직전이면 씁니다."
해온이 목걸이를 보고 이불 속으로 더 들어갔다.
도하는 문장을 고쳤다.
"아니요. 다른 사람이 대피할 시간이 없고 해온에게 설명한 뒤 동의를 얻을 수 있을 때만 씁니다. 지금은 치웁니다."
그는 목걸이를 공구함 맨 아래에 넣었다.
해온이 이불에서 기어 나왔다. 작은 발이 젖은 바닥에 닿았다. 도하가 수건을 내밀자 아이는 잡지 않았다. 대신 새로 만든 점토 둥지까지 스스로 걸어갔다.
둥지 안에 앉은 해온은 벽을 손톱으로 긁었다. 너무 딱딱하다는 뜻 같았다.
"이불을 깔까?"
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는 계속할까?"
이번에도 끄덕였다.
도하는 방염 이불을 접어 깔았다. 해온이 누웠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꼬리 끝이 다시 파래졌다. 온도는 23도였다.
추위가 아니었다.
도하는 둥지 옆에 앉았다.
"혼자 두지 말까?"
해온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도하가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아이는 먼저 그의 검지를 잡았다. 손바닥은 사람 아이보다 따뜻했고, 작은 발톱이 흉터 사이에 걸렸다.
뿔의 주황빛이 꺼졌다.
배정숙의 세 박자 콧노래 속에서 해온은 처음으로 재채기하지 않고 잠들었다.
### 4. 등록번호
새벽 두 시, 이웃들은 거실에 교대표를 붙였다.
도하는 첫 근무를 맡았고 배정숙은 네 시, 지우는 아침 수유, 박재문은 보일러 점검을 맡았다. 누구도 영원히 돕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오늘 밤 가능한 시간을 정확히 적었다.
"내일은 관리사무소 천장 수리부터 설명해야 해요."
박재문이 말했다.
"비용은 제가 냅니다."
"돈 말고 원인도요. 계속 가스 폭발이라고 거짓말할 순 없잖아요."
도하는 해온을 보았다. 아이의 존재를 누구에게 어디까지 말할지도 돌봄의 일부였다. 혼자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화면에는 회색 제복 네 명이 서 있었다. 가슴 표식은 각성재난관리국이었다.
도하가 문을 반쯤 열었다.
"강도하 씨. 01시 07분 멸망급 열원 신호를 확인했습니다."
선두 요원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열화상에는 천장을 뚫고 솟은 해온의 불꽃이 찍혀 있었다.
"여긴 아이가 자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낮춰 주세요."
"아이의 이름은 해온입니까?"
도하의 어깨가 굳었다.
"어떻게 알았죠?"
요원은 화면을 넘겼다.
`게이트 생물 S-멸망급 자산 04.`
`회수 당시 임시 호칭: 해온.`
`보호권자: 대한민국 각성재난관리국.`
"무단 반출된 국가 재난 자산을 인도받으러 왔습니다."
도하는 문을 더 닫으려 했다. 그때 잠에서 깬 해온이 복도로 걸어 나왔다.
요원들이 동시에 봉인 장치를 들었다.
해온의 꼬리 끝이 파랗게 변했다.
도하는 아이 앞을 막는 대신 무릎을 꿇었다.
"해온아. 저 사람들이 널 데려가겠대. 만나서 이야기할까, 문을 닫을까?"
아이는 요원과 억제 장치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도하의 손을 잡은 채 현관문을 자기 쪽으로 천천히 당겼다.
문이 닫히기 직전, 선두 요원이 말했다.
"내일 정오까지 자진 인도하지 않으면 강제 회수합니다. 보호자 의견은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도하는 닫힌 문을 보았다.
이번에는 혼자 대답하지 않았다. 거실의 세 이웃도 함께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