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시장은 빵 냄새보다 먼저 불안한 숨으로 차 있었다. 도연우는 서창고 앞의 흙바닥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고, 장정들이 밟고 지나간 자국과 마차 바퀴의 폭을 눈으로 재었다. 붉은 먼지는 문설주가 아니라 바깥쪽 자갈길에 더 짙게 묻어 있었다. 안에서 나간 자루가 아니라 밖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문이 맞춰졌다는 뜻이었다. 그는 문틈에 손가락을 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이 문은 잠겨서 지켜진 것이 아니라, 열릴 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연우는 문 앞에 모인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기다리면 늦습니다. 오늘은 문을 여는 쪽이 아니라, 누가 어떤 장부로 여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최연실이 그를 보며 낮게 물었다. 「정면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이야?」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정면이 아니라 공개입니다. 숨겨 둔 물량은 어둠에서만 이깁니다. 사람들 눈앞에서 무게를 재면, 거짓은 오래 못 갑니다.」 그는 시장 계량대를 빌리고, 남은 비상 자금으로 저울추와 새 끈을 사들였다. 그 결정은 빠르지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돈을 쓰는 순간, 그는 오늘 아침의 손실을 자신의 빚으로 바꾸는 셈이었다. 그래도 망설일 수 없었다. 이 도시에서 아침 곡물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숨이었으니까.
서창고의 북쪽 문이 열릴 때, 연우는 먼저 봉인 세 장을 모두 보게 했다. 첫째는 관문 인장, 둘째는 곡물상 길드의 문양, 셋째는 그 둘 아래에 얕게 덧찍힌 복제 흔적이었다. 연우가 손끝으로 밀랍의 가장자리를 훑자 붉은 가루가 한 줄 미끄러졌다. 「이 봉인은 여닫는 표시가 아닙니다. 시간을 맞추는 장치입니다.」 그는 벽 옆의 햇빛을 가리켰다. 「해가 이 각도로 들기 전에 열고, 사람들 눈이 아직 덜 뜬 사이에 다시 닫으면, 누구도 수를 맞추지 못하지요.」 문지기 사내가 발끈했다. 「허튼 소리 마라. 관에서 내려온 봉인이다.」 연우는 그 사내의 손등에 남은 빨간 실 먼지를 가리켰다. 「그럼 왜 남문 실밥이 여기에 묻어 있습니까. 서창고를 열어 놓고, 다른 문으로 빼내는 길이 있었던 거죠.」 말을 마치자 사람들 사이에서 숨이 한 번에 모였다. 누군가 침을 삼켰고, 누군가는 이미 자기 몫을 잃을까 두려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자루를 전부 밖으로 내라고 지시했다. 상단에 쌓인 자루는 멀쩡해 보였지만, 밑단으로 갈수록 손에 들린 무게가 달랐다. 좋은 곡물 사이에 마른 모래와 쭉정이, 젖은 껍질이 섞여 있었다. 연우는 어제 젖은 자루를 말리던 곳에서 남겨 둔 샘플 하나를 꺼내 저울 위에 올렸다. 같은 부피인데 무게가 달랐다. 그는 침묵한 채 한 번 더 재고, 세 번째에는 자루의 밑바닥을 칼로 갈랐다. 붉은 먼지가 묻은 나무 부스러기가 쏟아졌다. 「속이 비어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겉만 채워 배급표를 맞추고, 진짜 무게는 다른 데로 뺐군요.」
백중호 쪽 사람으로 보이는 서창고 책임자가 얼굴을 굳혔다. 「이건 재검수 중이었다.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연우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재검수라면 왜 남문 출입표가 여기서 나옵니까? 왜 새벽 세 시에 이미 봉인을 뜯고, 다시 밀랍을 덮었습니까?」 책임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시장 쪽에서 온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누군가는 이미 아침 죽을 끓일 수 있을지 묻고 있었고, 누군가는 오늘 값을 물어보고 있었다. 연우는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했다. 이곳에서 숨기면 오늘의 가격은 다시 뛰고, 사람들은 또다시 굶는다. 그는 서창고 장부를 펼쳐 공개된 쪽과 숨겨진 쪽을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 옆에 점검 책임란을 적었다. 「문제는 제가 받겠습니다. 대신 자루는 지금 바로 나눕시다. 젖은 건 따로, 멀쩡한 건 먼저. 오늘 아침은 넘겨야 합니다.」
최연실이 곁에서 속삭였다. 「그 이름 적으면 네가 다 떠안아.」 연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장부에 이름을 적는 일은 종이 위의 확인이 아니라 신용을 내미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신용이 있어야 사람들은 움직인다. 그는 남은 비상 자금을 내어 방금 빌린 계량대 값을 치르고, 인부들에게는 오늘 저녁 분량의 소금을 앞당겨 약속했다. 그 대가로 사람들은 서창고 앞 마당에 줄을 세웠고, 자루를 옮기고, 부서진 바닥에서 흘러나온 쭉정이를 골라 냈다. 깨끗한 곡물은 공동 수레로 옮겨졌고, 쓸 수 없는 물량은 죽으로 끓여 바로 배급할 준비가 되었다. 손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굶기는 없었다. 연우는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의 값을 버텼다. 계산은 나빴지만, 망하지는 않았다.
배급이 시작되자 시장의 숨이 조금 풀렸다. 아이들은 따뜻한 죽을 받아 들고 다시 줄을 섰고, 상인들은 눈치를 보며 오늘 곡물값이 어제처럼 치솟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우는 그 사이 서창고 뒤편의 통풍구를 살폈다. 붉은 먼지는 북벽이 아니라 남쪽으로 더 많이 끌려 있었다. 통풍구 아래 숨겨진 칸막이를 들어 올리자, 안쪽에서 얇은 운송표가 나왔다. 서창고에 들어온 곡물의 절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문으로 나가는 세곡 수레 열두 대, 호송 인원 여섯, 두 번째 종 이후 출발. 연우는 표 끝의 붉은 인장을 바라보았다. 곡물 독점상의 문양이 아니라, 그 아래에 덧대어진 관청 인장이 하나 더 있었다. 누군가 합법의 얼굴로 불법의 길을 열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빼돌림이 아니었다. 도시의 배급선을 위에서 아래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때 서창고 바깥에서 종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작은 아이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연우의 소매를 잡았다. 「남문이에요. 수레가 이미 줄 섰어요. 열두 대가 다 움직이기 시작했대요. 관문 병사도 붙었어요.」 연우는 운송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여기서 멈췄던 숨이 다시 앞으로 쏠렸다. 그는 북벽의 붉은 먼지를 손끝에 묻힌 채 남쪽을 돌아봤다. 서창고를 열어 둔 손은 이미 다른 문을 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지금 막 시장의 오늘 값을 실어 나르는 수레들이 나란히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길을 끝까지 장악하느냐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