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소금 자루
도시가 무너지기 전에는 언제나 값싼 물건 하나가 먼저 비싸졌다.
그날은 소금이었다.
도연우는 아침 경매판에 적힌 숫자를 보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 번 두드렸다. 전날 한 포대에 은화 넉 닢이던 동부 염전 소금이 아홉 닢에 낙찰됐다.
"해적이라도 나타났나?"
옆 가게 기름상 주모란이 물었다.
"해적이면 생선이 먼저 올랐겠죠."
연우는 경매에서 떨어진 소금 한 줌을 집었다. 결정은 축축했고 밧줄에서는 강물 냄새가 났다. 동부 염전에서 왕도까지는 마른 석교를 건너는 육로였다. 정상 경로를 왔다면 자루 바닥에 흰 석회 먼지가 묻어야 했다.
이번 자루에는 검붉은 진흙이 붙어 있었다.
"어디로 가져왔습니까?"
연우가 운송 인부에게 물었다.
"동부교로 왔지. 다른 길이 있나?"
"자루가 젖었습니다."
"밤에 비 맞았겠지."
어젯밤은 맑았다.
연우에게 미래를 보는 눈은 없었다. 대신 물건을 오래 만지면 표면에 남은 이동 순서가 겹쳐 보였다. 이 소금 자루에는 평평한 나무 바닥의 눌림, 작은 배의 좌우 흔들림, 붉은 흙길의 마찰이 남아 있었다.
동부교를 건너지 않았다.
다른 소금 자루 세 개도 같았다. 공식 통행은 정상인데 대형 상단은 이미 배로 우회하고 있었다. 교량 위험을 먼저 알고 화물을 돌린 것이다.
연우는 동부교 관리소로 달려갔다.
관리관은 통행 기록을 펼쳐 보였다.
"오늘 새벽에도 곡물 수레 마흔 대가 건넜습니다. 균열 신고 없습니다."
"대형 염상단 화물이 전부 수로로 왔습니다. 이유를 물어보십시오."
"상인이 운송로 바꾸는 데 허가가 필요하나?"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값을 두 배로 올리기 전에 바꿨다면 정보가 있다는 뜻입니다."
관리관은 작은 잡화상의 추측보다 도장이 찍힌 기록을 믿었다.
"다리 멀쩡하니 장사나 하게. 괜한 소문 퍼뜨리면 시세 교란으로 잡혀가."
연우는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직접 보았다. 겉으로는 멀쩡했다. 다만 중앙 교각 아래 물빛이 다른 곳보다 탁했다. 잠수 인부가 작업한 뒤 떠오르는 석분 같았다.
소금값은 정오에 열두 닢이 됐다.
### 2. 폭리와 공동 장부
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남은 소금을 전부 사는 것이었다. 다리가 끊기면 값은 서른 닢까지 오른다. 창고를 담보로 돈을 빌려 독점하면 한 달 안에 빚을 갚고 가게를 세 채 살 수 있었다.
그는 대출 전표까지 작성했다.
그러다 시장 우물 앞 줄을 보았다. 절임 채소를 파는 상인들이 소금 한 되씩을 나눠 사며 다투고 있었다. 소금은 사치품이 아니라 보존 기간이었다. 도시 식량이 며칠 더 버티느냐를 정하는 물건이었다.
연우는 대출 전표의 품목을 바꿨다.
`소금 매입` 대신 `수로 운송 선금`.
그는 남항 뱃사공 조합의 한무석을 찾아갔다.
"사흘 동안 배 열두 척을 빌리고 싶습니다. 동부 곡물과 소금을 남문으로 옮깁니다."
한무석이 금액을 듣고 휘파람을 불었다.
"네 가게 다 팔아도 모자라."
"창고를 담보로 겁니다. 대신 시장 상인들이 공동 계약자로 들어옵니다."
"상인들이 네 말을 믿어?"
"아직은 아닙니다. 다리 위험을 공개하고 각자 원하는 만큼 원가로 지분을 사게 할 겁니다."
"그러면 네 정보 이익은?"
"중개 수수료 2퍼센트. 다리가 안 무너지면 운송료 손해도 지분대로 나눕니다."
한무석은 연우를 한참 보았다.
"망해도 같이 망하자는 계약이군. 혼자 부자 되는 것보다 설득은 되겠어."
시장 회의에서 절반은 연우를 비웃었다. 곡물 독점상 백중호는 가장 크게 웃었다.
"소금 몇 자루 젖었다고 다리가 무너진다? 공포를 팔아 운송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거군."
연우는 자루 하나를 회의장에 놓았다.
"제가 틀리면 제 창고부터 잃습니다. 참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일 아침까지 다리 중앙 통행을 줄이고 관리소가 수중 검사를 하도록 공동 청원해 주십시오."
백중호가 자루를 발로 찼다.
"이건 우리 백운상단 인장인데, 운송 경로는 영업 비밀이다. 도둑질한 물건 아닌가?"
그가 손짓하자 상단 경비들이 연우의 팔을 잡았다. 시세 교란 신고서가 이미 준비돼 있었다.
연우는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공동 계약서 사본을 주모란에게 넘겼다.
"제가 갇혀도 선금은 오늘 보내야 합니다."
주모란이 계약서를 받았다.
"다리 안 무너지면 네 기름값 평생 두 배다."
"장부에 적어 두죠."
### 3. 다리가 끊긴 시간
연우는 시장 경비실에서 밤을 보냈다.
새벽 네 시, 땅이 한 번 울렸다.
창살 밖으로 동쪽 하늘의 먼지가 보였다. 종이 세 번 울렸다. 교량 붕괴 신호였다.
예상보다 네 시간 빨랐다.
경비가 문을 열었다.
"동부교 중앙 두 칸이 내려앉았어. 화물 수레 세 대가 강에 빠졌다."
연우의 첫 감정은 안도가 아니었다.
"사람은요?"
"야간 통행 제한 청원이 접수돼 수레가 적었다더군. 두 명 부상, 실종은 아직 없어."
시장으로 돌아가자 소금값은 이미 스무 닢을 넘었다. 백중호의 창고는 문을 닫았고, 상단 직원들은 재고가 없다고 말했다.
그때 남항에서 한무석의 배들이 들어왔다. 소금, 보리, 말린 생선이 실려 있었다. 주모란과 시장 상인 스물세 명이 공동 계약서대로 지분을 나눴다.
연우는 자기 창고 문을 열었다.
"사흘 동안 기본 식량은 어제 평균가로 팝니다. 가구당 한도는 장부에 기록합니다. 식당과 병원은 별도 배정합니다."
줄이 생겼다. 불만도 생겼다.
"다리 무너질 걸 알았으면 더 많이 사지 그랬어!"
"왜 우리한테 미리 공짜로 말 안 했나?"
"백운상단은 네가 다리 망가뜨렸다고 하던데!"
연우는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공동 장부와 운송 계약을 가게 벽에 걸었다. 자신이 받을 2퍼센트 수수료도 숨기지 않았다.
신뢰는 칭찬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숫자에서 조금씩 생겼다.
백중호가 시장에 나타난 것은 정오였다.
"네 창고 담보권은 우리 상단이 샀다. 대출 만기 전에 시세 교란이 확인되면 즉시 회수할 수 있어."
연우는 계약서를 읽었다. 실제로 그런 조항이 있었다. 백중호는 다리가 무너질 것을 알고도 운송 정보를 숨겼고, 동시에 연우가 대응하면 창고를 빼앗을 준비를 했다.
"회수하려면 법원에 시세 교란을 증명해야 합니다. 제 장부와 귀 상단의 우회 운송 기록을 함께 내죠."
백중호의 표정이 굳었다.
"작은 상인이 너무 많은 길을 보려 하는군."
"물건이 다녀온 길만 봅니다. 사람이 숨긴 길은 아직 못 봤고요."
### 4. 붉은 먼지
구조대가 강에서 소금 자루 하나를 건져 왔다. 동부교와 함께 떨어진 백운상단 화물이었다.
연우는 젖은 자루를 펼쳤다. 겉면에는 자신이 경매장에서 본 것과 같은 붉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은 검은 결정도 섞여 있었다.
화약 찌꺼기였다.
교량 조사관이 말했다.
"자연 균열이 아닐 수 있습니다. 중앙 교각 아래에서 폭파공이 쓴 쐐기 자국이 나왔어요."
"붕괴 시각도 조절할 수 있었습니까?"
"수위가 오르면 터지게 만들었을 겁니다. 누군가 새벽 수문을 일찍 열어서 예상보다 빨리 무너졌고요."
연우는 자루 안쪽의 이동 흔적을 다시 읽었다. 배의 흔들림 뒤에 긴 내리막 마찰, 천장이 낮은 곳에서 긁힌 가로 자국이 있었다. 공식 수로에는 그런 터널이 없었다.
주모란이 지도를 펼쳤다.
"동부에서 남항으로 오는 지하 길은 없어."
"지도에는 없습니다."
연우는 붉은 먼지를 지도 위에 조금 뿌렸다. 먼지 속에 섞인 광물은 왕도 북쪽 폐광에서만 나왔다. 동부 소금이 북쪽 폐광을 거쳐 남항으로 왔다면 도시 아래에 비공개 교역로가 있다는 뜻이었다.
자루 바닥에서 황동 표찰이 나왔다.
`백운상단 지하 4번 창고.`
백중호의 상단이었다.
한무석이 물었다.
"이걸 법원에 가져가면 창고 담보는 지킬 수 있겠군."
"그 전에 공동 장부에 올립니다. 제가 혼자 가지면 값이 너무 비싸져요."
연우는 표찰, 먼지, 화약 결정을 세 명의 입회 아래 봉인했다. 정보의 가격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러 사람이 같은 사실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봉인을 마치자 지하 어딘가에서 수레바퀴 소리가 들렸다.
무너진 동부교와 상관없이, 도시 아래의 물건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