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공동 창고의 나무 기둥은 낮보다 더 크게 울렸다. 사람들 발자국이 끊긴 자리마다 습기가 스며들었고, 바닥 아래 어딘가에서는 물이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도연우는 그 소리를 듣고도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물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멈춘 길은 막힌 길이지만, 물이 새는 길은 반드시 어딘가와 이어져 있었다.
그는 낮에 받아 두었던 창고 배치도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비어 있어야 할 하부 저장실의 칸은 종이 위에서만 비어 있었다. 실제 창고 바닥판은 그 칸의 가장자리를 따라 새까맣게 닳아 있었고, 철제 잠금쇠의 안쪽에는 어제 없던 얕은 홈이 생겨 있었다. 연우는 허리를 굽혀 그 홈에 손끝을 대었다. 쇳가루가 묻었다. 새로 깎인 자국이었다.
「복제열쇠가 있습니다.」 그가 낮게 말했다.
최연실이 숨을 삼켰다. 「저 안을 누가 열었단 말이야?」
「열려 했던 게 아니라, 열쇠를 먼저 만들었어. 이 창고 안에서.」
연우는 바닥에 떨어진 미세한 가루를 손바닥에 모았다. 그 안에는 붉은 먼지가 조금 섞여 있었고, 먹처럼 검은 기름이 묻어 있었다. 물길을 타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창고 안을 드나든 손이 문질러 남긴 흔적이었다. 그는 눈을 들어 주변을 훑었다. 곡물 자루를 적재하는 인부, 장부를 넘기는 주임, 열쇠를 한 번이라도 만졌을 사람들. 표정은 다들 제각각이었지만, 긴장한 얼굴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하부 저장실 쪽이었다.
연우는 즉시 사람을 모으지 않았다. 소리부터 키우면 상대도 움직인다. 그는 오히려 창고 앞마당으로 나가 방금 들어온 배정 물량을 직접 세웠다. 오늘 저녁과 새벽에 나갈 보리 자루, 조미 곡물 꾸러미, 마른 무청 포대까지 하나씩 손으로 짚었다. 사람들은 그가 왜 밤중에 저걸 세느냐고 수군댔지만, 연우는 장부 위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적었다.
「오늘부터 이 창고의 하부 열쇠 책임은 내 이름으로 갑니다. 손실이 나면 내 신용에서 깎으세요. 대신 지금부터 열람을 막지 마십시오.」
누군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는 창고의 안전을 말로만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손실까지 떠안는 사람이 된다. 만약 틀리면 시장 사람들 앞에서 그의 신뢰는 흠집이 아니라 빚으로 남는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체면이 아니었다.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여는 동안, 밖에서 문이 더 크게 열려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는 최연실에게 물통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공동 수로에서 아주 적은 양만 받아와 하부 저장실로 이어지는 바닥 경계선에 부었다. 물은 얇게 퍼지며 먼지를 드러냈다. 붉은 먼지의 띠가 서쪽 벽까지 이어졌다가, 벽돌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매끈한 자리에서 끊겼다. 그 옆에는 아주 작은 바퀴 자국이 있었다. 손수레였다.
「사람이 아니라 짐이 먼저 드나들었네.」 최연실의 목소리가 굳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에 내놓을 물량이 먼저 샜다는 뜻이죠. 누군가 여기서 빼낸 걸 다시 팔아치우려 했습니다.」
그는 인부 둘에게 지시해 저장실 앞 통로만 남기고 주변 자루를 옮겼다. 일부러 길을 좁혔다. 사람 하나, 손수레 하나가 지나가면 발소리와 바퀴 소리가 모두 남게 된다. 그리고 창고 수로의 물길을 조정해 바닥에 아주 얕은 흐름을 만들었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 그러나 누가 어느 쪽으로 달아났는지 분명히 찍힐 정도의 물이었다.
잠시 뒤, 벽 뒤에서 아주 낮은 삐걱거림이 났다. 연우는 그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창고 문을 열어 두었고, 안쪽에서 나오지 않으면 바깥으로도 달아나기 어렵도록 사람을 배치했다. 최연실이 속삭였다.
「들어가면 위험해. 길을 모르잖아.」
「길은 이미 안에 있는 쪽이 알고 있어요.」 연우가 대답했다. 「우리는 그 길을 젖게 만들면 됩니다.」
그는 횃불 하나를 들고 하부 저장실의 잠금쇠를 풀었다. 안쪽은 예상보다 넓었다. 겉으로는 창고의 지하 배수칸이었지만, 벽을 따라 낮은 선반과 빈 통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반 뒤, 평소 물이 고이지 않아야 할 자리에 마른 쌀겨가 깔려 있었다. 그 위에 붉은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누군가 최근까지 이곳을 숨기고 썼다는 뜻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사람이 움직였다. 창고 서기 복장을 한 사내였다. 늘 종이를 만지던 손이 오늘은 자물쇠를 만진 손처럼 떨리고 있었다. 사내는 품 안으로 무언가를 넣으려다 연우와 눈이 마주치자 뒤로 물러섰다.
「뭘 숨기고 있지?」 연우가 물었다.
사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를 악물고 말끝을 잘랐다. 「당신이 알면, 오늘 밤 시장이 더 시끄러워집니다.」
「시끄러운 건 이미 시작됐어.」 연우는 횃불을 아래로 내렸다. 바닥에는 두 번째 열쇠 자국이 있었다. 하나는 창고의 정식 열쇠였고, 다른 하나는 모양이 조금 다른 복제품이었다. 복제품의 끝에는 밀랍이 말라붙어 있었다. 「이건 어디서 만들었지?」
사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연우는 바로 그 침묵에서 답을 읽었다. 이 사람은 만들었다기보다 가져다 쓴 쪽에 가까웠다. 뒤에서 시킨 손이었다.
그 순간, 천장에서 물이 더 크게 떨어졌다. 연우가 수로 밸브를 더 열어 둔 탓이었다. 좁은 바닥길로 물이 얕게 흘러들자 사내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에는 이미 자루와 통이 쌓여 있었다. 퇴로가 막혔다. 연우는 수로 옆에 놓아둔 나무 판자를 발로 밀어 통로 앞을 눌렀다. 최연실과 인부 둘이 동시에 움직여 사내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내는 발버둥치며 소리쳤다. 「난 버리면 안 되는 사람이다! 백중호가 곡물 흐름을 다시 짜고 있어! 이 창고는 시작에 불과해!」
연우는 그 이름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놀라지 않는 척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사내의 품에서 나온 것은 열쇠가 아니라 얇은 비밀 장부였다. 겉장에는 창고 물량이 적혀 있었지만, 속장에는 전혀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운송상, 배수칸 관리인, 시장 외곽의 곡물계원. 그 위로 붉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 장부의 가장 마지막 줄은 더 노골적이었다. 서창고 개문, 새벽 첫 종 전. 북벽 우측 잠금, 교체 후 진입.
연우는 장부를 펼친 채 한 번 더 확인했다. 서창고는 오늘까지 아무 문제 없는 척하던 곳이었다. 사람들은 동부교만 무너지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창고를 하나씩 안에서부터 바꾸고 있었다. 먼저 옮겨지는 것은 곡식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그는 장부를 접었다. 그 순간, 젖은 바닥에 떨어진 밀랍 조각 하나가 그의 발앞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이 아니었다. 복제열쇠를 떠낸 흔적과 같은 질감이었다. 누군가 이미 여러 벌을 만들고 있었다. 하부 저장실은 한 번 열면 끝나는 입구가 아니라, 다른 문을 열기 위한 모형이었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연우는 창고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오늘 회수한 자루를 다시 나누도록 지시했다. 젖지 않은 것과 젖은 것을 분리하고, 젖은 자루는 따로 말릴 자리까지 정했다. 일부는 손실이었지만 전부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사람들은 처음엔 불평했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하부 저장실에서 나온 장부가 공개되자, 누가 어디로 물건을 빼돌렸는지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아침 배급표는 예정대로 붙었다. 아이들은 오늘도 굶지 않는다. 상인들은 적어도 오늘 가격이 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연우는 안도하지 않았다. 장부 맨 뒤 장이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서창고, 새벽 첫 종, 북벽 우측 잠금. 그 일정은 너무 정확했다. 누가 적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미 조율된 것이었다. 그는 젖은 장부를 말리듯 펼쳐 들고 마지막 줄의 붉은 먼지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먼지는 창고 바닥의 것보다 더 진했고, 하부 저장실의 것보다 더 오래된 냄새를 품고 있었다.
연우는 낮게 말했다. 「여긴 오늘 끝이 아니네.」
최연실이 그를 바라봤다. 「서창고를 막아야 해?」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막는 게 아니라, 누가 열쇠를 쥐었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내일 첫 종이 울리기 전에, 저 문이 열리면 창고 한 동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바뀝니다.」
그리고 그는 복제열쇠의 밀랍 조각을 불빛 아래에 세웠다. 조각 한쪽 면에 낯익은 인장이 아주 얕게 찍혀 있었다. 곡물 독점상의 문양이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문이 아니라, 이미 다른 손이 준비한 문이라는 뜻이었다. 연우는 그 인장을 본 순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어느 문이 먼저 무너질지부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