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무겁지 않았다. 급하게 달아나는 발소리도 아니고, 누군가를 사냥하는 발소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방화문 너머에서 붉은 점이 하나둘 가까워질수록, 서이안은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숨을 골랐다. 시스템 창은 여전히 냉정했다. `상부 환기구 봉쇄까지 03:48.` `붉은 점 12개 접근.` `현재 구역 안전 등급 0.`
그는 난간을 짚고 사다리에서 마지막 칸을 내렸다. 오른손은 반응이 느렸고, 손바닥 안쪽은 뜨겁다 못해 비어 있었다. 손가락을 펴도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먼저 왔다. 위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얇았지만 분명했고, 그 바람 사이로 사람 냄새가 섞여 있었다. 연기, 땀, 공포, 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은 숨.
방화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틈 사이로 12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점으로만 보이던 붉은 표식은, 가까이서 보니 각자의 이름 위에 덮인 경고색이었다. 한 명은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자였고, 한 명은 무릎에 피가 마른 채 앉아 있는 학생이었다. 들것 하나를 겨우 붙잡은 여자, 아이를 안은 노파, 그리고 계단 벽에 등을 대고 숨을 몰아쉬는 청년도 있었다. 시스템은 그들을 위험한 수치로만 보고 있었지만, 이안이 보기엔 다 다른 호흡의 형태였다.
한 아이가 먼저 물었다. "저희, 내려가도 돼요?"
이안은 잠깐 그 아이를 바라봤다. 얼굴에는 먼지와 눈물이 섞여 있었다. 그 위에 떠 있던 붉은 표식이 너무 가벼워 보여서, 그는 오히려 목소리를 낮췄다. "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갑니다."
"위는 막힌 거 아니에요?"
"막힌 문은 문일 뿐입니다. 사람을 막는 건 시간이죠."
작업복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시스템 창을 가리켰다. "점수가 너무 낮아요. 우리 전부 빨간색이라고 떴어요.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기다리면 누구 점수가 오르는데요?" 이안이 되물었다. "숨이 끊기면 점수는 누구한테 필요합니까."
정비공이 옆에서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또 문을 열겠다는 거지? 위로 열면 바깥이야. 상부 환기구는 자동으로 닫히고 있어."
"열어야 합니다." 이안이 말했다. "이 사람들은 빨간 점이 아니라 환기 안 되는 구역에 갇힌 사람입니다. 이름을 다시 붙여야 해요."
그는 왼손으로 태블릿 잔여창을 잡고, 오른손은 천으로 감아 난간에 고정했다. 시스템은 잠깐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권한은 고장난 것처럼 보였지만, `임시 분류관`이라는 표시가 그의 이름 옆에서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 잔광을 눌러 켰다. `분류 기준 변경 요청.` `현장 책임자 확인.` `대상: 생존 우선.`
작업복 남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봤다. "그걸 지금 바꿀 수 있어요?"
"바꾸는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리는 겁니다." 이안은 말끝을 짧게 끊었다. "걷는 사람 세 명은 앞에 서세요. 들것은 가운데. 기침이 멈추지 않는 사람은 뒤로 빼지 말고 바로 올라오세요. 숨이 짧은 사람이 먼저입니다. 점수는 뒤입니다."
노파가 아이를 더 세게 안았다. "저 애가 먼저예요. 제가 업을 수 있어요."
"아니요."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도 먼저입니다. 업을 수 있으면 괜찮은 겁니다. 업지 못하면 둘 다 늦습니다. 지금은 순서가 아니라 동선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시스템 창이 짧게 깜빡였다. `분류관 승인.` `상부 개방 조건: 수동 전환.` `안전 등급 유지 0.` 이어서 작은 경고가 떠올랐다. `비상 전원 잔량 부족.`
정비공이 낮게 욕을 내뱉었다. "또 너 혼자 다 하겠다는 소리네. 손도 저 모양인데."
이안은 대답 대신 버스 쪽을 돌아봤다. 버스는 이미 움직일 수 없었다. 전원 브리지가 외부 충전선과 결박처럼 연결돼 있었고, 차체 안에서는 아이와 환자들이 숨을 맞추고 있었다. 이동 수단이 아니라 방이 되어 버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공기가 끊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 방을 지키는 일과 위를 여는 일이, 지금은 같은 일이었다.
그는 벽면의 수동 개방 핸들을 찾았다. 오래된 철제 장치였다. 자동 시스템이 살아 있을 때는 거의 쓰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안은 장치에 천을 감고, 타버린 오른손을 그 위에 얹었다. 감각은 없었지만 압력은 남아 있었다. 그는 어금니를 꽉 물고 왼손으로 보조 레버를 잡았다. 정비공이 반사적으로 달려와 옆에서 힘을 보탰다.
"셋 셀까요?"
"아니요." 이안이 숨을 삼켰다. "여덟 번만 밀어요. 멈추지 말고."
"그럼 손이 먼저 부러집니다."
"부러지면, 그 다음엔 문이 열리겠죠."
레버가 처음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밀림에서 금속이 비명을 질렀고, 세 번째에선 상부에서 묻혀 있던 열기가 한꺼번에 밀려 내려왔다. 네 번째에는 누군가 헛구역질을 했다. 다섯 번째에서 이안의 오른손 쪽이 찢어지는 느낌이 났다. 느낌이란 말조차 과분했다. 이미 그 손은 오래전부터 망가져 있었고, 지금은 남은 잔해가 끝까지 버티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여섯 번째, 방화문 바깥쪽 잠금이 꺾였다.
일곱 번째, 얇은 틈으로 새벽빛이 들었다.
여덟 번째, 바람이 완전히 뚫렸다.
문이 열리자, 공기는 고장 난 기계처럼 몰려왔다가 곧 사람들의 폐에 맞게 속도를 낮췄다. 아이가 먼저 기침을 멈췄고, 노파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들것 위에 있던 청년은 자신의 발가락을 움직여 보더니 울음을 삼켰다. 붉은 점으로 표시되던 12명은, 문이 열리는 순간 하나씩 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생존 전환.` `분류 완료.` `대피 가능.`
이안은 손을 떼지 못한 채 그 변화를 봤다. 단순한 색 변화였지만, 그에게는 누군가의 이름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작업복 남자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윤성민입니다. 아까는 이름도 못 말했네요."
"서이안입니다." 그는 짧게 답했다. "지금부터는 서로 이름 부르면서 이동합니다. 숨이 짧은 사람은 말 짧게.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마세요."
사람들은 한 줄로 움직였다. 걷는 사람 셋이 앞에서 문을 잡고, 들것 하나가 가운데, 아이 둘과 숨이 긴 사람 둘이 뒤를 받쳤다. 버스 쪽에서 이어진 공기길은 상부 서비스 통로와 맞물려 있었고, 계단 끝에 설치된 비상 사다리는 이미 내려와 있었다. 누군가가 말없이 손전등을 켰고, 누군가는 아직도 자신의 점수가 바뀌는지 확인하려다 이안을 보고 손을 내렸다. 이제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만큼만 올라가면 됐다.
바깥으로 첫 사람의 발이 닿자, 시스템이 조용히 울렸다. `고정 대피거점 등록.` `버스 내부 인원 31.` `임시 분류관 서이안.`
이안은 그 문장을 읽고도 웃지 못했다. 손끝이 없어진 자리에서 묵직한 피로가 올라왔고, 오른팔 전체가 나무처럼 굳어 있었다. 하지만 문은 열려 있었고, 공기는 닿고 있었으며, 12개의 붉은 점은 이미 사람의 이름으로 바뀐 뒤였다. 그게 오늘 그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새벽빛이 계단 아래까지 내려오자, 정비공이 뒤돌아 물었다. "이제 끝난 겁니까?"
이안은 문가에 서서 밖을 한번 봤다. 도시의 하늘은 여전히 낯설 정도로 밝지 않았고, 다른 구역의 창들에는 아직 붉은 경고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구역의 호흡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끝났습니다."
잠시 뒤 시스템 창이 아주 작게 한 줄을 더 띄웠다. `추가 분류 요청 대기.` 이안은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지울 필요도 없었다. 오늘은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남은 일은, 그 이름을 내일도 잃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