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환기구 너머의 어둠이 더 짙게 눌려 있었고, 버스와 지하상가를 잇는 임시 통로 안에는 사람들의 숨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서이안은 천장에 뜬 붉은 점 아홉 개를 바라보며 짧게 눈을 감았다. 점들은 일정하지 않았다. 뛰는 것도 아니고, 몰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중간에 두 번 멈췄다가 다시 조금씩 움직였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속도가 아니라, 공기가 떨어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적이 아니네요." 그가 말하자 정비공이 이를 악물고 웃었다. "그럼 뭐야. 또 살릴 놈들이야?" "아직은요." 이안이 화면을 한 번 더 훑었다. 점 하나가 유난히 느렸다. 옆으로 찢어진 듯한 흔적이 붙어 있었다. "한 명은 눌렸고, 한 명은 호흡이 위험합니다. 나머지도 오래 못 버텨요. 지금 열지 않으면 여기까지 끌려옵니다." "열면 우리 공기부터 빠져." "그래도 열어야 공기가 들어옵니다." 그 말에 누구도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이미 몇 시간째 버텨 온 사람들은 숨을 아끼느라 말도 짧아졌고, 말보다 먼저 기침이 튀었다. 구석에 앉아 있던 아이가 다시 가슴을 움켜쥐자 엄마가 팔로 감쌌다. 이안은 그쪽을 한 번 보고, 다시 지도를 눌렀다. 붉은 점 아홉은 지하상가의 폐점한 약국 아래쪽, 관리 동선이 끊긴 구역에 멈춰 있었다.
그는 버스 내부를 돌아봤다. 방금 옮겨 둔 스물일곱 명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누군가는 무릎을 세우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직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 산소통은 하나뿐이었다. 절단기는 열이 아직 식지 않았다. 정비공이 물었다. "문을 어디서 여는데." 이안은 버스 뒤편의 주차장 연결 셔터를 가리켰다. 비상 통로로 쓰던 곳이었지만 오래전에 얼고 녹슨 채 절반쯤 내려와 있었다. 지상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는 아니었다. 대신 지하 주차장 관리동으로 이어지는 낮은 개구부가 있었다. 잘만 열면 공기가 다시 돌았다. 잘못 열면 연기와 열이 쏟아져 들어왔다.
"저 문을 뜯습니다." "구동기가 죽었어요." "그래서 태웁니다." 정비공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버스도 끝장이야." "지금도 끝장입니다. 사람만 남기죠."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고, 지금은 시간이 사람보다 먼저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안은 바닥에 놓인 배터리 박스를 끌어와 셔터 제어함에 연결했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오른손은 이미 감각이 무뎠지만, 불길한 열은 계속 남아 있었다. 전류가 들어가자 제어함 안에서 낮고 끈적한 소리가 났다. 금속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아이들 먼저 뒤로. 숨 짧게 쉬게 해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짧게 지시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문 앞. 숨이 괜찮은 사람은 손전등. 피 많이 흘린 사람은 바닥 끌지 말고 들것 대체할 판자 찾으세요."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우리가 또 움직여야 해요?" 이안은 그 사람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여긴 버티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 붙어 있는 공기가 빠지기 전에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셔터 구동부에서 큰 소리가 났다. 첫 번째 톱니가 걸렸다. 연기가 얇게 피어올랐다. 이안이 절단기를 셔터 아래에 밀어 넣고 구조 틈을 넓히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오른손 장갑이 한 번 더 타들어 갔다. 손등의 감각이 날카롭게 끊겼다가, 이내 둔한 통증으로 바뀌었다.
문이 반쯤 들리자 안쪽에서 냄새가 먼저 나왔다. 먼지, 오래된 기름, 젖은 콘크리트, 그리고 갇혀 있던 사람들의 숨. 이안은 그 냄새를 맡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살아 있는 냄새였다. 죽은 냄새와 섞여 있었지만, 아직 살아 있는 쪽이 더 강했다.
"지금입니다." 그가 소리치자 정비공이 셔터 한쪽을 발로 고정했고, 체구가 큰 남자 둘이 문 아래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이안도 함께 들어갔다. 안쪽은 생각보다 좁았지만, 완전히 막힌 공간은 아니었다. 주차장 관리동으로 이어지는 비상 환기구가 절반쯤 무너진 채 열려 있었다. 바깥에서 새어 들어오는 공기가 아주 희미하게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틈으로 붉은 점 첫 번째가 보였다. 벽에 기대 앉은 여자였다. 양손으로 복부를 감싼 채 입술이 파래져 있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이안이 무릎을 굽혔다. 여자는 겁먹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우리한테 왜 빨간 표시가 떠요?" "숨이 부족해서요." "죽는다는 뜻이에요?" "아니요. 아직은 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조심히 일으켰다. 반대쪽에는 중년 남자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그의 옆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숨을 헐떡였다. 아이는 헛기침을 하다가 작은 피가 튀었다. 이안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눌린 흉부, 산소 부족, 복부 통증, 의식은 유지. 순서가 바로 섰다.
"아이 먼저." 정비공이 낮게 물었다. "저 아저씨는?" "호흡이 더 급한 쪽부터 갑니다. 지금은 아이가 먼저 막힙니다." 그는 버스에서 끌어온 남은 산소 호스를 환기구 쪽에 연결하고, 천으로 간이 마스크를 만들어 아이 입과 코에 대었다. 아이가 한 번 크게 들이쉬자, 파랗던 입술에 아주 옅은 색이 돌아왔다. 엄마가 무릎을 꿇었다. "살아요?" "살아납니다. 지금은요." 그 말 뒤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서너 명이 아니라 아홉 명 전부였다. 두 명은 서로를 붙잡은 채였고, 한 명은 다리를 못 쓰는 상태였다. 붉은 점들은 하나씩 노란빛으로 흐려졌다. 시스템 창에 아주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생존자 판정 전환.` `임시 분류관 수용 가능 인원 +9.`
이안은 숨을 내쉬었다. 그 짧은 문장이 사람 몇 명의 생사를 바꿨다. 그는 한쪽 벽을 짚고 서서 주변을 둘렀다. 주차장 관리동은 좁았지만, 환기구와 이어진 틈 덕분에 공기가 돌았다. 버스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이쪽으로 옮겨오면, 눕힐 수 있는 자리가 더 늘어났다. 그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팔 힘 있는 사람은 바깥에서 바닥판 가져오세요. 바닥이 낮은 쪽부터 자리를 깝니다. 산소 필요한 사람부터 안쪽으로. 빨리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겁먹은 얼굴들이 더 이상 겁만 먹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는 판자를 들었고, 누군가는 담요를 꺼냈고, 누군가는 이름을 다시 불렀다. 사라졌던 이름들이 한 명씩 돌아왔다. 그 옆에서 정비공이 씩 욕을 뱉었다. "진짜 이걸 열 줄은 몰랐네." "저도 몰랐습니다." 이안은 제어함을 한번 더 눌렀다. 마지막으로 남은 비상 전류가 셔터를 더 밀어 올렸다. 그 순간 오른손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장갑 안쪽이 붙어 있었던 탓에 피부가 같이 벗겨진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손을 뺐다. 손등 아래가 둔하게 떨렸다. 제대로 쥘 수 있는 감각이 절반쯤 사라졌다.
하지만 공간은 열렸다. 사람들은 그 안으로 옮겨졌다. 눌린 채 숨만 붙어 있던 남자는 판자 위에 반쯤 세워졌고, 아이는 엄마 품에서 다시 잠들었다. 이안은 뒤로 물러나 벽을 짚었다. 관리동 안은 이전보다 분명 넓어졌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공기길이 생겼다. 27명으로 꽉 막혀 있던 임시 분류관이, 이제는 적어도 18명은 더 눕힐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 숫자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방금까지 질식 직전이던 사람들의 자리라는 걸 그는 안다.
그때 천장 쪽에서 짧고 높은 경보음이 울렸다. 시스템 창이 붉게 바뀌었다. `지상 에어샤프트 화재 감지.` `주차장 차단문 05:40 후 자동 폐쇄.` `내부 열원 반응 확인.` 이안은 고개를 들었다. 방금 열린 공간의 더 안쪽,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어둠에서 미세한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의 체온인지, 남은 전기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붕괴의 전조인지 바로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피 묻은 손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오늘도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