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밝아지지 않았다. 터널 천장에 붙은 비상등만 희끄무레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버스 창문에는 응결된 숨이 얇은 막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서이안은 피가 묻은 장갑 끝을 한 번 쥐었다 펴며 시스템 창을 다시 읽었다. `임시 분류관 후보: 서이안.` 그 아래에 시간이 붙어 있었다. `05:58.` 그리고 그보다 더 아래, 짧고 차가운 문장 하나가 있었다. `안전 등급 0.`
"0이면 사람도 못 살리고 나도 못 버틴다는 뜻인가." 뒤쪽에서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날부터 말이 많았던 남자였다. 정비공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는 살아남은 뒤에도 여전히 누군가의 권한을 시험하고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지금은 등급이 아니라 숨이 먼저입니다. 문 열 사람, 물 가져올 사람, 아이 안을 사람. 손 드세요."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말이 끝나자마자 먼저 일어난 사람 셋이 움직였다. 질서가 생긴 게 아니라, 공포가 임시로 모양을 바꾼 것이었다.
시스템 지도는 터널 바깥까지 펼쳐져 있었다. 붉은 점들이 하나둘 더해졌다. 지하상가 쪽에서 열두 명, 지상 출입구 계단 아래 여섯 명, 통신이 끊긴 병원 지하 연결통로 쪽에서 이름 없는 점 셋. 이름이 붙은 점도 있었다. 전날 탈출하다 돌아오지 못한 두 사람의 이름은 여전히 붉었다. 이안은 그 이름을 한 번 스쳐 보고, 가장 가까운 구조 가능한 점부터 눌렀다. 지도 위에 좁은 회색 선이 생겼다. 버스와 지하상가의 환기실을 잇는 임시 통로였다.
"버스 문을 완전히 닫지 마." 이안이 말했다. "안쪽 구획부터 살립니다. 바깥 공기 들어오면 끝이야." 누군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더 사람은 어떻게 받아요?" 이안은 버스 바닥의 배수구 옆을 가리켰다. "환기구를 살리고, 앉는 자리를 자릅니다. 대피소가 아니라 분류관입니다. 들어온 순서가 아니라 위험도 순서로 앉혀요." 남자 몇 명이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그들보다 먼저 기침이 터졌다. 구석에 누워 있던 아이가 가슴을 헐떡이며 손톱 끝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이 엄마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숨을 안 쉬어요. 제발." 이안은 아이의 입 안을 확인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 하나가 혀 뒤쪽을 막고 있었다. 급히 뱉게 하려 해도 아이는 울음과 함께 숨을 더 잃을 뿐이었다. 바로 옆에서는 압궤 환자가 신음했다. 콘크리트 조각에 눌렸던 늑골이 갈라진 듯했고, 다리는 핏자국 아래로 감각이 끊긴 채였다. 둘 중 하나만 살리는 선택은 아니었다. 둘 다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둘 다 죽는 쪽에 가까웠다.
이안은 숨을 짧게 들이켰다. 머리 위로 뜬 작은 숫자가 눈앞을 스쳤다. 구조 점수 따위는 없었다. 대신 새 문장이 떠올랐다. `임시 분류관 권한 확인.` 다음 줄은 더 냉정했다. `환기 자원 1회 배분 가능.` 그 한 번을 어디에 쓸지 그는 즉시 결정해야 했다. "아이 먼저. 산소통 내놔요." 그러자 누군가 버스 뒤편에 숨겨두었던 소형 산소통을 끌어왔다. 정비공이 투덜거렸다. "저건 아까 저 환자한테 붙이기로 했잖아."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살릴 수 있는 숨이 먼저입니다. 아이는 목이 막혔고, 저 환자는 혈흉이 의심돼요. 산소 없으면 둘 다 못 버텨요. 하지만 지금 당장 막히는 쪽은 아이입니다."
그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하임리히 압박보다 더 조심스럽게 등을 쳤다.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이 기침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가 한 번 크게 울고, 그 울음이 곧 호흡으로 바뀌었다. 엄마가 입을 막고 울었다. 이안은 울음을 볼 시간이 없었다. 바로 옆 압궤 환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버스 좌석 하나를 뜯어낸 금속 지지대가 아직 따뜻했다. 그는 절단기를 꺼내 매트 아래를 가르고, 환자 허리 아래로 빈 공간을 만들었다. 누군가가 손전등을 들이댔다. 거기에는 공기가 부족한 대신, 살아남을 수 있는 틈이 있었다.
"힘주지 마세요." 이안이 말했다. "숨 짧게, 아주 짧게. 갈비뼈 더 부러지면 안 됩니다." 환자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나 살 수 있습니까." 이안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는 살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또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살려야 합니다." 환자의 눈이 잠깐 커졌다가, 고개가 아주 조금 끄덕여졌다. 그 짧은 인정은 기도문보다 무거웠다. 이안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절단기 손잡이를 붙잡았다. 열이 금속을 타고 올라와 장갑 안쪽을 태웠다. 통증이 늦게 왔다. 그가 한쪽 이를 깨물어도, 화끈거림은 손등 전체로 번졌다.
바깥에서는 또 다른 환자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상가 쪽 비상문이 일시 개방되면서, 생존자 스물 명 가까이가 계단을 넘어 버스로 몰렸다. 그중에는 무릎이 피투성이인 경비원, 한쪽 귀가 찢어진 여학생, 코트에 먼지를 뒤집어쓴 노인이 있었다. 이안은 그들을 한 명씩 보며 짧게 표시를 붙였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회색, 호흡 곤란은 노랑, 출혈 다량은 빨강, 의식 저하는 검정에 가까운 보류. 누군가 그 표식을 보고 항의했다. "우리 엄마는 왜 뒤로 갑니까." 이안은 노인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은 뒤 말했다. "지금은 걷는 사람이 문을 지키고, 쓰러지는 사람을 안쪽으로 넣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의식은 있으니 3분 안에 다시 확인합니다. 먼저 숨을 붙여요."
그 순간 시스템이 버스 천장에 새로운 경고를 띄웠다. `임시 분류관 가동률 84%.` `추가 수용 가능 인원 27.` `환기구 압력 상승.` 이어서 지도 아래에 붉은 점이 몰려들었다. `지하상가 남동부 환기실 붕괴 예상 7분.` `현재 구역 봉쇄 전, 더 큰 대피소를 열 것.` 누군가 숨을 삼켰다. 정비공이 욕을 뱉었다. "더 큰 대피소? 이 상황에 어디서." 이안은 지도에 손가락을 얹었다. 환기실 옆, 폐점한 편의점과 연결된 비상 창고가 있었다. 무너질 위험이 있었지만, 벽 하나를 뚫으면 사람 서른 명은 더 눕힐 수 있었다.
"거기 엽니다." 이안이 말했다. "지금 당장." "벽을 뚫으라고요?" "네. 안 열면 여기부터 다 막혀요." 그가 산소통을 아이 엄마 쪽에 넘기고, 절단기를 다시 쥐었다. 이미 뜨거웠다. 오른손 감각은 절반쯤 사라졌지만, 그 손으로도 문을 열 수는 있었다. 누군가 멈칫하자 이안은 낮게 덧붙였다. "제가 분류관입니다. 죽는 쪽을 기다리면 다 죽습니다. 살아 있는 쪽부터 공간을 만드세요." 그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버스 바닥이 들썩였고, 금속이 벽을 긁는 소리가 터널 안으로 퍼졌다.
벽 뒤 창고에는 먼지와 박스, 끊어진 전선,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비상등이 있었다. 비좁았지만 공기는 조금 더 나았다. 환자들이 하나둘 옮겨졌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다시 숨을 골랐고, 압궤 환자는 지지대와 담요 사이에 눕혀졌다. 정비공이 출입문을 붙잡고 버티며 소리쳤다. "열 명 더 들어온다!" 이안은 벽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긴 스물일곱까지 받습니다. 그 이상은 출입구를 바꿔야 해요."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그를 따라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숫자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은 가만있지 않았다. 새로 열린 공간의 천장에 붉은 글씨가 번쩍였다. `환기구 붕괴 우려.` `임시 분류관 권한 유지 조건: 07분 내 대체 배출구 확보.` `접근 중인 붉은 점 9.` 이안은 화면을 보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지하상가 반대편 계단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인지, 눌린 것인지, 아직 구분되지 않는 점들이었다. 그는 손에 묻은 피를 장갑에 문지르며 짧게 숨을 뱉었다. 지금 열어 둔 문이 닫히면, 여기서 살아난 스물일곱 명이 다시 갇힌다. 그리고 바깥에서 오는 아홉 개의 붉은 점이 이 통로에 닿기 전에, 또 다른 분류를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