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구역 안에 바람이 다시 돌기 시작한 건, 사람들이 먼저 알아챘다. 누워 있던 이들이 동시에 가슴을 들이쉬었고, 그 다음에야 이안도 천장을 올려다봤다. 뜨겁고 탁하던 공기 사이로 아주 얇은 냉기가 스쳤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가 기침을 멈추고, 바닥에 엎드려 있던 노인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보자 그는 확신했다. 살아 있는 공기였다.
정비공이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였다. "이걸 살려?" "완전히는 아닙니다." 이안은 손등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움직이는 건 같았지만, 안쪽 감각은 반쯤 먼 곳으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숨 쉴 수 있습니다." "위는?" 이안은 천장 쪽을 봤다. 에어샤프트 쪽 경보가 여전히 낮게 울렸다. 불길은 직접 보이지 않았지만, 열은 벽을 타고 있었다. "위는 닫힐 겁니다." 정비공이 욕을 씹어 삼켰다. "그럼 여기만 살고 위는 버려?" "버리는 게 아니라 격리하는 겁니다." 그 말 끝에 이안은 걸음을 옮겼다. 아직 끝난 일이 아니었다. 송풍실 안쪽에서 다시 미세한 열 반응이 일었다. 하나였던 표시가 둘로 갈라졌다. 한쪽은 배터리 잔열, 다른 한쪽은 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선명한 점이었다. 시스템은 언제나 숫자로 말했지만, 현장은 숫자보다 먼저 냄새를 냈다. 젖은 금속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문 안쪽에서 낮은 신음이 들렸다. 이안이 몸을 낮추자, 벽 뒤에 반쯤 눌린 남자가 보였다. 전기실 관리복이 찢어져 있었고, 손끝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 옆에는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청년이 철판 아래 다리를 끼운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둘 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오래 버틸 상태는 아니었다.
"두 명입니다." 이안이 말했다. "하나는 감전, 하나는 압궤." 관리인이 눈을 감았다 뜨며 중얼거렸다. "내가 차단을 못 했어요. 메인까지 내리면 환기팬이 같이 죽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안 끊어요?" 이안은 말 대신 배전반 쪽을 봤다. 메인 회로 옆으로 보조 분기선이 여러 겹 감겨 있었다. 전원을 완전히 내리면 송풍도 멈추고, 이 관리 구역은 다시 연기 먹은 통로가 된다. 하지만 분기선을 우회시키면 살아 있는 쪽만 남길 수 있다. 문제는 그 작업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매우 뜨거운 배선 위로 손을 대야 한다는 점이었다.
정비공이 그의 시선을 읽고 말했다. "그거 손으로 뜯어야겠네." "예." "손 괜찮아?" 이안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오른손 손끝이 벌써 둔했다. 방금 전까지도 미세하게 느껴지던 열이 이제는 한 덩어리로만 느껴졌다. 감각이 사라지는 건 언제나 늦게 온다. 그는 산소통을 바닥에 세워 두고, 가장 숨이 짧은 아이 쪽부터 다시 돌렸다. "괜찮지 않아도 해야 합니다."
그는 바깥으로 나가 걸을 수 있는 생존자 셋을 불렀다. "문을 받쳐 주세요. 안쪽이 막히면 둘 다 못 빼냅니다. 손아귀 힘 있는 사람만. 겁나도 놓지 마세요." 사람들은 묻지 않고 움직였다. 이미 몇 번이나 그랬듯, 이안은 먼저 사람을 세우고 그 다음에 길을 냈다. 한 명은 창백한 얼굴로 철문을 밀었고, 다른 한 명은 절단기 대신 쇠막대를 받아 들었다. 정비공은 망설이다가도 결국 합류했다.
문 틈이 넓어지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쳤다. 이안은 허리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배전반 가까이 갈수록 열이 심해졌다. 반쯤 녹은 플라스틱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작은 불꽃이 아직 붙어 있었고, 그 아래 배터리 팩은 숨을 쉬는 듯 미세하게 들썩였다. 이안은 순간적으로 그걸 화재가 아니라 과열 상태로 봤다. 단순히 타는 게 아니라, 터지기 직전이었다.
"소화기!" 그가 외쳤다. 정비공이 즉시 분말을 뿌렸다. 불꽃은 잠깐 눌렸지만 다시 피어올랐다. 이안은 소화약제가 닿은 틈을 타 배선 덮개를 젖혔다. 안쪽에 보조 차단기가 있었다. 그것을 먼저 끊으면 환기는 유지되면서 송풍실만 분리할 수 있다. 문제는 손가락이 전보다 더 둔해져 버튼의 위치를 정확히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검지로 차단 스위치를 더듬었고, 순간 철심이 튀며 손바닥을 스쳤다. 아주 뜨거운 금속이 살을 긁는 감각이 왔고, 바로 이어 감각이 꺼졌다. 뜨겁다기보다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눌렀다. 차단기가 내려갔다. 송풍기 울음이 낮아지며 회전이 느려졌다. 동시에 관리 구역의 공기 흐름이 잠시 흔들렸다.
"지금입니다!" 이안이 소리쳤다. 정비공과 두 사람이 철판을 들어 올렸다. 눌려 있던 청년이 먼저 빠져나왔다. 다리는 부어 있었지만 절단은 아니었다. 그 다음에 전기실 관리인이 벽을 짚고 나왔다. 그는 자기 얼굴을 보고 놀란 듯 웃었다. "살았네..." "아직은요." 이안이 짧게 답했다.
그가 다시 배전반 쪽을 보자, 남은 열원이 하나 더 보였다. 분리되지 않은 전원 셀이 배전함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아직 살아 있었다. 시스템 창이 재차 붉게 떴다. `비인가 가동 전원 감지.` `격리 절차 개시 03:00.` `상부 구역 연기 역류 위험 상승.`
정비공이 이를 악물었다. "또 뭐가 남았어?" 이안은 손을 펴 보았다. 손끝이 아니라 손 전체가 남의 것 같았다. "전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걸 두면 다시 데웁니다." "그럼 꺼." "꺼지 않으면 위가 죽고, 끄면 아래가 흔들립니다." 이안은 분기선 옆으로 몸을 더 낮췄다. 지금은 선택이 하나뿐이었다. 전원 셀을 밖으로 빼서 따로 식히고, 남은 환기 라인만 남겨야 한다. 하지만 그 셀은 낡은 배터리처럼 쉽게 분리되지 않았다. 연결부가 녹아 있었다. 손으로 뜯으면 끝장이고, 도구를 쓰면 시간이 없다.
그는 한 번 더 주변을 봤다. 살아난 두 명의 환자가 바깥쪽으로 옮겨지고 있었고, 아이는 천을 덮은 채 다시 잠들었다. 몇 분 전만 해도 숨이 가빠서 말을 못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 바닥에 앉은 여자가 이안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 더 가면 살 수 있어요?" 이안은 잠깐 멈췄다. "살아야 할 만큼은 됩니다." 그는 끝내 소형 절단기를 들었다. 한 번에 끊으면 불꽃이 튈 수 있었다. 그러나 우회는 없다. 이안은 몸을 비틀어 셀 옆 배선을 자르고, 뜨거운 접점을 맨손에 가까운 상태로 들어 올렸다. 손바닥에 남은 감각이 전부 사라졌다. 손가락 하나를 펴는 것도 오래 걸렸다. 대신 셀이 차단함 밖으로 빠져나왔고, 정비공이 그것을 재빨리 젖은 천으로 감쌌다.
그 순간 관리 구역 전체의 공기가 한 번 더 맑아졌다. 위에서 내려오던 열기가 꺾였고, 천장 쪽 경보음이 낮아졌다. 사람들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 짧은 변화 하나로 바닥에 누운 사람들의 얼굴이 풀렸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웃다 말고 기침했다. 살아남은 만큼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안은 벽에 손을 짚으려다 멈췄다. 손끝의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가죽 장갑 안쪽이 타서 눌어붙어 있었다. 손가락을 구부려도 반응이 느렸다. 이제 그 손으로는 미세한 봉합이나 정맥 확보를 오래 할 수 없다. 그는 그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대신 사람들은 숨을 쉬었다. 그게 지금 얻은 전부였다.
정비공이 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거 버스 쪽으로 옮겨?" "안 됩니다."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문 밖, 차가운 데 두세요. 뜨거운 상태로 두면 다시 일어납니다." "그럼 상부는?" 이안이 천천히 돌아섰다. 차단문이 반쯤 내려온 상태로 떨리고 있었다. 위쪽 에어샤프트는 이미 회색 연기로 물들어 있었다. 시스템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상부 구역 차단 중.` `격리 시작.` 그리고 그 아래, 작게 하나 더. `분리되지 않은 열원 반응 재감지.`
그 열은 송풍실 안쪽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됐다. 사람 그림자와는 다르게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아주 조금씩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가 아직도 안쪽에 갇혀 있다는 듯이.
이안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한쪽 통로는 살아났다. 그러나 다른 쪽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무언가가 계속 숨을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