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문이 반쯤 내려온 채 떨렸다. 상부 에어샤프트에서 밀려 내려오는 연기가 복도 바닥을 핥았다. 이안은 오른손을 한 번 쥐었다 폈다. 손가락은 움직였지만, 감각은 이미 얇은 천 너머처럼 멀었다. 시스템 창은 냉정하게 떠 있었다. `비인가 가동 전원 감지.` `격리 절차 개시 03:00.` `현재 구역 안전 등급 0.`
그때 안쪽에서 아주 약한 소리가 났다. 두 번, 세 번. 누군가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정비공이 눈을 크게 떴다. “또 사람 있어?”
이안은 벽 쪽에 귀를 붙였다. 열이 아니라 맥박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뜨거운 점 하나가 아니라, 리듬을 가진 덩어리였다. “사람입니다.” “확실해?” “확실하지 않으면 열원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 말에 정비공이 침을 삼켰다. 연기는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위쪽 차단문은 아직 절반도 채 내려오지 않았는데, 그 틈으로 스며드는 매캐한 냄새만으로도 숨이 얇아졌다. 바닥에 누워 있던 아이가 다시 기침을 했고, 압궤 환자는 이를 악물고 몸을 뒤척였다. 방금 살아난 사람들이 다시 무너지기 시작하면 끝이었다. 이안은 그걸 보고 결정을 내렸다. “문을 엽니다.”
“저 안이 불일 수도 있어.” “불이면 더 빨리 열어야 합니다.”
정비공은 욕을 삼켰다. 이안은 망가진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드라이버를 잡았다. 금속판 가장자리를 눌러 젖히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쳤다. 벽 안쪽에는 다시 한 겹의 패널이 있었다. 오래된 유지보수용 흡음재가 붙어 있었고, 그 사이로 얇은 전선이 지나갔다. 이안은 눈으로 선을 따라갔다. 배터리 열이 아니라, 누군가 수동으로 붙여 놓은 우회 배선이었다. 시스템이 감지한 비인가 전원은 화재가 아니었다. 살리기 위해 불법으로 붙여 놓은 전원이었다.
“누가 이걸 유지했죠?” 패널 안쪽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났다. “우리가요.”
문이 더 열리자 숨겨진 대피실이 드러났다. 비상등 하나가 희미하게 깜빡였고, 벽 한쪽에는 오래된 송풍기와 소형 산소 농축기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로 사람 여섯 명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구석에는 아이 하나가 마스크를 낀 채 누워 있었다. 아이의 가슴이 들썩일 때마다 농축기 소리가 더 가빠졌다. 그 옆에는 다리가 눌린 남자와, 얼굴에 그을음이 덕지덕지 붙은 중년 여자가 있었다. 모두 합쳐 열한 명. 숨이 붙은 사람과 붙지 못할 사람의 경계가 눈앞에 놓였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부터 나옵니다.” 이안이 낮게 말했다. “걷는 사람은 들것부터 잡아요. 숨 쉬기 힘든 사람은 가운데. 다친 사람은 벽 쪽.”
중년 여자가 그를 바라봤다. “당신 누구예요?” “응급구조사입니다.” “여기선?” “지금부터는 임시 분류관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시스템 창이 잠깐 흔들리더니 새 문장을 띄웠다. `임시 분류관 권한 확인.` `구획 재분류 가능.` `생존 우선 분류 승인 대기.`
이안은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시스템이 처음으로 그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바로 승인했다. “승인.”
정비공이 농축기를 보며 물었다. “이거 전원 얼마 남았어?” “한 시간도 안 됩니다.” 중년 여자가 말했다. 목이 다 쉬어 있었다. “근데 끄면 이 애가 먼저 죽어요. 위에서 문 닫히고 나서, 여기까지 공기가 안 왔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안은 아이를 봤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마스크 안에서 아주 얇게라도 숨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옆의 압궤 환자는 이미 다리 감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얼굴빛은 조금 돌아왔다. 사람은 순서대로 죽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순서를 정해야만 살릴 수 있었다. 그는 그걸 너무 오래 해 왔다.
“전원선을 뽑지 마세요.” 이안이 말했다. “대신 옮깁니다. 버스 쪽 환기와 붙이면 여기까지 같이 살릴 수 있어요.”
정비공이 눈을 크게 떴다. “버스 전원을 여기다 붙인다고?” “버스가 움직이는 건 나중입니다.” “그럼 차는?” “차가 아니라 방으로 씁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안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연결부를 풀기 시작했다. 열에 녹아붙은 플라스틱이 손끝에 달라붙었다. 그의 오른손은 이미 거의 감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남은 감각마저 모두 타 버리는 느낌이 왔다. 뜨거운 금속을 쥔 순간 피부가 찢어지는지, 눌리는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커넥터를 빼냈다. 정비공이 젖은 천을 덮어 주었고, 다른 생존자 두 명이 배터리 팩을 들고 버스 쪽으로 뛰었다.
버스 내부에서 처음으로 바람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천장에 묵직하게 맴돌던 열기가 빠져나가고, 바닥에 깔린 사람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길어졌다. 아이는 기침을 멈췄고, 압궤 환자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공기가 돌아온다”고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그 말만 듣고 울기 시작했다. 이안은 벽에 기대었다. 그의 오른손은 손가락을 접어도 반응이 느렸고, 손바닥 안쪽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제 그 손으로는 정맥을 잡는 일도, 가는 관을 끼우는 일도 오래 못 한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대신 사람들은 숨을 쉬었다. 그게 지금 얻은 전부였다.
중년 여자가 마스크 너머로 그를 봤다. “이제 우리 살 수 있어요?” 이안은 잠깐 천장 쪽을 올려다봤다. 새로 열린 대피실과 버스 사이로 바람이 이어지고 있었다. “살아야 할 만큼은 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원함 쪽을 확인했다. 숨겨진 대피실 안쪽에서 또 다른 배선이 보였다. 위로 이어지는 서비스 샤프트였다. 얇은 금속 사다리가 먼지 속에 박혀 있었고, 그 끝은 상부 환기구와 연결돼 있었다. 바깥 공기로 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그런데 그 사다리 입구 위에 붉은 경고가 겹쳐 떠올랐다. `상부 환기구 봉쇄까지 04:00.` `지상 방화문 너머 붉은 점 12개 접근.`
정비공이 그 경고를 보고 욕을 내뱉었다. “또 뭐야, 인간이야?”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다리 위쪽에서 아주 얇은 바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닫히지 않은 바깥의 냄새였다. 산소는 있었다. 하지만 길은 곧 사라진다. 새로 산 사람들과 산소통을 지키려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위로 가면 또 다른 봉쇄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려오고 있는 붉은 점들이 사람인지, 시스템이 회수하려는 다른 구조대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이 대피실은 이제 더 숨길 수 있지만, 오래 숨을 곳은 아니었다.
이안은 타버린 오른손을 천천히 내려다봤다. 손바닥이 떨렸다. 그 떨림은 공포가 아니라 남아 있는 감각의 잔재처럼 느껴졌다. 그는 손을 쥐지 않은 채 다시 들었다. “문 닫기 전에 올라갑니다.”
그 말과 함께 위쪽 사다리 끝에서, 금속이 잠기는 소리가 아주 멀리서 울렸다. 공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 그 문은 4분 뒤 닫힌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었다.